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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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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빗물이용시설 설치하는 학교·공동주택에 최대 2000만원 지원

서울시는 오는 30일까지 관내 초·중·고교와 공동주택(50세대 이상)을 대상으로 '빗물이용시설' 설치비 지원 접수를 받는다고 11일 밝혔다. 빗물이용시설은 건축물의 지붕면 등에 내린 빗물을 모아 필요한 곳에 이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시설이다. 버려지는 빗물을 재이용하고 기후 변화에 따른 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올해 빗물이용시설 9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에 모아진 빗물은 화단 조경 용수, 마당 청소 용수, 화장실 용수로 사용된다. 시 관계자는 "빗물이용시설은 수도 요금 절감과 강우 시 하수도 부하 저감, 수질 오염 방지, 열섬 현상 완화 등 다양한 도시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2015년부터 시내 학교·공공 주택 시설에 빗물이용시설 설치비로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해왔다. 설치비의 90%는 서울시가 부담하고 신청자는 10%만 내면 된다.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희망하는 학교와 공동주택은 신청 서류를 작성해 이달 말까지 접수하면 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서울시 물순환정책과로 문의하면 된다. 김재겸 서울시 물순환정책과장은 "빗물이용시설에 대한 사후관리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빗물이용시설_설치비_지원

2021-04-11 13:51:3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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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SNS에 시민들 축하 메시지 쏟아져··· 시장직 걸진 말란 당부도

4·7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SNS에 시민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오 시장이 전날(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당선 인사문에는 9일 오전 11시 33분 기준 564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74개의 댓글이 달렸다. 시민들은 해당 게시글에 축하 메시지와 함께 향후 시정 운영 방향에 대한 조언 등을 댓글로 남겼다. 시민 박모 씨는 댓글을 통해 오 시장에게 "부동산 정책을 잘해야 대권이 열린다"며 "국민들의 마음을 잘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모 씨는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첫날부터 능숙하게 성추행 사건을 재조사해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모 씨는 "오세훈 시장님, 축하드린다"며 "앞으로 저쪽당이 장악한 시의회에서 힘들게 할 부분들이 벌써부터 걱정되지만 시장님께서 잘 해나가 줄 것이라 믿는다"고 응원했다. 박모 씨는 "십년 동안 와신상담으로 갈고닦은 실력으로 오늘을 일궈냈다"며 "안철수와 협치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바란다. 서울시장직을 잘 마치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모 씨는 "고민정이가 말했던 것처럼 홍보 7, 실행 3.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며 "서울시의회에서 부동산 문제 반대하면 전부 다 언론에 공표해달라. 그러면 그 시의원들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오모 씨는 "수고하셨다. 1년간 잘하셔서 연임하시기 바란다"면서 "단 지난번처럼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투표가 있더라도 시장직을 걸지는 말아달라"며 "직임은 소중한 것이다. 건승을 빈다"는 뼈아픈 충고를 했다. 반면 오 시장을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은 그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모 씨는 "지켜봅시다. 오세훈이, 얼마나 잘하는지? 나중에 또 기억이 없다고 하는지? 서울시의회를 욕하는지? 서울시 구청장들을 욕하는지? 나는 열심히 했는데 도와주지 않더라고 하는지? 부동산 값 얼마나 잘 안정시키는지? 선거 재판에 얼마나 성실하게 임하는지?"라는 댓글을 남겼다.

2021-04-09 11:47:19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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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外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 알렉스 룽구 지음/수오서재 '우리는 왜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가? 왜 항상 실패 사이클에 갇혀 있는가? 의미 있고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철학, 심리학, 영성, 인문학, 과학 분야의 탐구를 넘어 내적 관찰을 통해 성장과 깨달음의 길을 걸으며, 우리는 삶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된다. 문제에만 집중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삶을 살고 있거나 인생의 의미와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책. 512쪽. 2만원.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음/창비 책은 10대 여성 청소년인 지우, 강이, 여울이를 중심으로 할머니, 어머니, 딸로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생의 면면을 그려낸 소설이다. 열아홉 살 지우, 강이, 여울이는 인천 은강구 한마을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다. 성공을 쫓는 사람들은 은강을 떠나 신도시로 터전을 옮겼고, 은강에는 오늘도 여전히 '난장이 가족'과 다름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 어느 날 구청에서 은강구를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생활 공간을 침해하는 '쪽방 체험관'을 추진한다. 자본의 논리 앞에 가난마저 상품화하고 삶의 터전을 전시하겠다는 발상에 지우, 강이, 여울이는 주위 친구들과 함께 뜻을 모아 맞선다. 384쪽. 1만4000원. ◆교육, 거기서 멈추면 안 되니까 강삼영 지음/양철북 사람들은 '학교'하면 무엇을 떠올릴까. 우리가 지나온 시간 속에 있는 학교는 썩 유쾌하지 않은 곳이다. 학교는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여전히 경쟁과 평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사로, 장학사로, 특수학교 교장으로, 교육행정가로 30년을 살아온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의심하고 되물으며 새로운 선택지를 제안한다. 저자는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전에 배움을 즐기는 사람을 길러 내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36쪽. 1만40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4-08 15:16:4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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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잉그리트 폰 욀하펜, 팀 테이트 지음/강경이 옮김/휴머니스트 1942년 8월 나치가 점령한 유고슬라비아 첼예라는 도시에서 부모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아이들에 대한 인종 검사가 이뤄졌다. 흰 피부와 파란 눈, 금발 등 순수 아리안 혈통의 신체적 특징을 보이는 아이들은 '히틀러에게 바칠 아이'가 돼 곧바로 독일로 보내졌다. 아이들은 친위대원이나 정치적·인종적 심사를 통과한 독일인 가정에 맡겨졌다. 생후 9개월 된 에리카 마트코 역시 나치의 손에 의해 '레벤스보른의 아이'가 돼 '잉그리트 폰 욀하펜'이라는 이름의 독일인으로 자랐다. 전쟁에서 패하고 파괴된 전후 독일에서 성장한 잉그리트는 열 살 무렵 자신에게 '에리카 마트코'라는 다른 이름이 있고 본인이 위탁아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전쟁으로 수많은 아이가 고아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려고 애쓸 뿐, 아무에게도 자신의 태생을 묻지 않았고, 가족 누구도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1999년 가을, 친부모를 찾고 싶냐는 독일 적십자사의 전화가 잉그리트의 삶을 뒤흔들었다. 그는 자신의 태생이 어디인지, 과거에 어떤 끔찍한 사건이 얽혀 있는지 알지 못했다. 잉그리트는 독일 곳곳의 기록보관소와 유럽 여러 나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레벤스보른의 진실 파헤치며, 굴곡진 인생의 조각을 찾아 나선다. 나치의 우수 인종 실험 희생자 잉그리트는 잃어버린 자신의 삶과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독자들에게 담담하게 들려준다. 침묵에 덮이고 수치심에 가려진 나치의 충격적인 전쟁범죄, '레벤스보른 프로젝트'의 진실. 272쪽. 1만60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4-08 14:54:3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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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새로운 서울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서울시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4·7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10년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왔다. 주민 공동체 회복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룩고자 했으나 소규모 주택가 환경 정비에 그쳤던 박원순표 '도시재생' 정책이 전면 폐기되고 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붐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이 내놓은 10대 핵심 공약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부동산 관련 정책이지만 함께 손발을 맞춰나가야 할 구청장과 시의원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어 1년이라는 짧은 임기 내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세훈의 뉴 서울은? 오세훈 시장은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를 시정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는 '정치가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는 뜻을 가진 한자성어다. 오 시장은 매니페스토본부가 4·7 재·보궐선거 공약 비교 분석을 위해 보낸 공개질의서 답변서에서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사람으로 (빗대) 말하면 심장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근자열원자래, 우리 서울시민이 행복한 도시, 코로나 종식과 함께 세계인이 다시 모여드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했다. 오 시장의 10대 핵심 공약은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18만5000호 공급 추진 동력 확보 ▲상생주택(7만호) + 모아주택(3만호) 공급으로 취약계층 보호 ▲주택공급 가로막는 규제 혁파 ▲소득 없는 1세대 1주택자 재산세 감면 ▲신속한 경전철 착공으로 교통소외지역 편의 증대 ▲1인가구 안심 특별대책본부 설치 ▲서울시민 안심소득제도 시범 실시 ▲청년취업사관학교 설립 ▲청년월세지원 10배 확대 ▲성폭력 제로 도시 조성이다. 이 중 국책사업은 2개, 자체사업은 4개이며 각각 4413억원, 1107억5000만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오 시장은 야당으로 민심을 완전히 돌리기 위해 부동산 정책에 사활을 걸었다. 우선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구역을 지정하는 기준을 완화해 재지정을 촉진, 연간 2만호씩 향후 5년간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개발은 2015년, 재건축은 2018년부터 신규 지정이 중단된 상태다. 오 시장은 정비지수제를 없애고 노후 주거지를 신규 정비구역으로 설정해 연간 7000호씩 5년동안 3만5000호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정비지수제란 신규 재개발사업 구역을 지정할 때 주민동의 비율, 주택 노후도, 세대밀도, 도로연장률 등을 평가 항목에 담은 제도다.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TV토론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비지수제를 폐지하면 용산참사가 재발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1순위 공약에는 용적률과 층수규제 완화 내용도 담겼다. 국가법령보다 30~100%까지 낮게 설정된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제2종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를 폐기해 재개발·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또 오 시장은 서울시내에 저이용되는 민간소유의 땅을 빌려 토지 임대료를 내고 주택은 공공이 지어 공급하는 방식의 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인 '상생주택'과 소규모 필지 소유자끼리 공동개발을 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모아주택'으로 총 10만호를 마련해 집 없는 서민에게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은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를 포함 주택 공급의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 내부에만 존재하는 방침 성격의 규제인 한강변관리기본계획, 도심부높이기준, 중점경관관리계획, 가로구역별건축물최고높이제한지역 등이 사라진다. 오 시장은 은퇴자들의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득 없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전면 감면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내편 네편 할 것 없이 발목 잡아 오 시장이 꿈꾸는 서울시의 장밋빛 미래는 요원하기만 하다. 건축 공사 인허가권을 쥔 구청장(25명 중 24명)과 서울시 조례와 추경안 등을 심사·의결하는 시의회 의원(109명 가운데 101명)의 90% 이상이 상대 진영 소속인데다가 임기가 약 1년 3개월로 짧아 오 시장이 시민에게 약속한 공약들이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승미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8일 "서울시민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존중하며 오세훈 시장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권토중래해 돌아온 만큼 과거의 실패에서 반면교사할 때 서울시가 진정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보여왔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시의회는 오 시장의 처가 땅 관련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내부정보 유출 및 이해충돌 의혹사건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오는 19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시의회는 오 당선자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상정해 논의에 들어간다. 적은 내부에도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송언석 의원이 재보선 투표일인 7일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본인의 자리가 없다'며 사무처 국장과 팀장급 당직자에게 발길질을 하고 욕설을 내뱉었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나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21-04-08 14:41:3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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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풍향계' 유권자가 말하는 차기 서울시장 역할은?

"요새는 다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에 자기를 이롭게 하는 사람을 찍는다. 당보고, 사람보고 뽑는 시절은 갔다. 나는 나한테 득 될 사람에게 표를 줬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7일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은 보수냐 진보냐, 좌파냐 우파냐를 보고 표를 던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후보를 다음 시장으로 점지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10시10분경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 제3투표소에서 만난 시민 이경영(이하 가명·55) 씨는 "옛날에 금호그룹 다녔을 때 모 후보가 우리 회사 와가지고 하는 특강을 듣고 그때부터 그 사람을 좋아했다"며 "그간 쭉 지켜봤는데 할 말은 하고 또 행동으로 보여주고, 그래서 참 소신 있게 느껴져 오랜 기간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씨는 "그런데 그 후보는 안 찍었다. 왜냐면 공약이 별로였다"면서 "현재 갖고 있는 집이 없어서 아파트를 싸게 준다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털어놨다. 신길5동에 사는 조일권(73) 씨는 "일년짜리 시장이 주택 30만호 짓는 거? 말도 안 된다. 우리 동네도 재건축한다 만다 말만 많고, 집 헐기 시작한 지 4년이 넘었는데 반도 못했다"면서 "다음 정권 바뀌면 또 마찬가지다. 공약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토론회 나와서 싸우는 거 보면 둘 다 똑같고. 어휴. 그게 정치를 하는 건가? 나는 이해를 못 하겠어"라며 혀를 끌끌 찼다. 조 씨는 "나는 인품이 좋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알고 그런 사람을 뽑으려고 했는데 없어서 투표할 때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7일 투표장에 온 시민들이 다음 시장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집값 안정'이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대로, 있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대로 잔뜩 성난 상태에서 투표장을 찾았다. 서울영신고등학교에서 한표를 행사한 박숙경(65) 씨는 "집 없는 사람들 좀 제발 잘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 집 있는 사람들은 세금 많이 낸다고 뭐라 할지 모르겠으나 우리 같은 무주택자들은 전셋값이 올라서 진짜 악에 받친다"면서 "집이 없으니까 최고로 화가 나고 살맛도 안 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신길동 주민 박선주(58) 씨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깎아준다는 사람을 시장으로 뽑았다. 은퇴자들 집 하나 갖고 있는데 돈을 어디서 구해서 내냐"면서 "재난지원금으로 10만원 주는 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런 거 하지 말고 세금이나 올리지 마라. 재산세 때문에 의료보험료도 올랐다. 세금 폭탄 맞아서 부글부글 끓는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투표를 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던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와 달리 마포구 성산초등학교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신길6동 제3투표소는 투표소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합정동 제2투표소는 약 2분 간격으로 시민들이 한 두명씩 드문드문 나타나 차기 시장에게 표를 던지고 갔다. 이날 왼쪽 발에 깁스를 하고 합정동 제2투표소에 온 이라영(66) 씨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경기가 너무 안 좋다. 경제를 일으키고 서울을 좀 융화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사람에게 투표하고 싶었는데 없어서 그나마 좀 나은 사람을 뽑았다"면서 "깁스한지는 한달 좀 넘었는데 다리를 다쳤어도 한표가 또 소중하니까 그래서 투표하러 나왔다"며 뿌듯해했다. 7일 오전 11시20분께 투표를 위해 마포구 성산초등학교를 방문한 주부 이정수(64) 씨는 "전세 사는데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가지고 부동산을 좀 안정화시킬 후보를 뽑으러 왔다. 집 없는 사람들이 제일 문제"라면서 "제 딸이 42살인데 걔는 직장 다녀서 사전투표했다고 했는데 누구한테 투표했나 모르겠다. 그런 얘기를 절대로 안 해서"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지팡이를 짚고 합정동 제2투표소를 찾은 김선순(85) 씨는 "시정을 잘 펼쳐나갈 믿음직한 사람에게 투표했다. 말로만 공수표 내던지는 사람, 그런 사람 찍으면 세금만 더 들지. 모두에게 돈 10만원 주는 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뭐, 지 돈 주나?"라면서 "나이로 봐서 이게 마지막 선거일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한 끝까지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제2투표소(서울농학교 대강당)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다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윤관기(45) 씨는 "다음 서울시장은 미세먼지 대책을 꼭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윤 씨는 "집값 폭등이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으로 돈 벌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책을 강력하게 하면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만 생긴다"며 "위에서 잘하면 국민들은 따라줄 것이니 집값 안정화를 꼭 이뤄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가영(20) 씨는 "집값이 너무 급등했다. 집값 못 잡은 것은 민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앞으로의 서울시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거의 다 만들어져 있는 도시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오래된 주택이 있고 오래된 주택은 아니어도 저이용되는 주택이 꽤 많은 점이다. 그중에서도 역세권처럼 접근성이 좋은 곳에 저이용·저층 주택이 있다면 그런 곳은 고밀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를 확장하거나 서울에만 사람이 몰리게 하는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전체적인 국토의 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임 교수는 "수요-공급 법칙을 생각해볼 때, 집값이 올라야만 재건축·재개발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내 집을 헐고 다시 지어 되팔 때 남는 차익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과거 뉴타운 지정 때도 상당히 많은 곳을 지정했는데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떨어지면서 다시 뉴타운 지정 해제를 했다. 지금도 재건축을 기다리는 지역이 있는데 만약 집값이 떨어지면 아무리 규제를 완화해도 개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장에서 만난 20·30대는 정권심판론으로 무게가 쏠린 모습이었다. 투표 후 서울농학교를 빠져나가던 최한석(23) 씨는 '어떤 기준을 갖고 다음 시장을 선택했냐'는 물음에 "후보들의 정책은 믿지 않는다. 정권 심판을 해야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이나 되는 거대 여당이다. 지금쯤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전아영(20) 씨는 현재 진행 중인 광화문 광장 공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전 씨는 "광화문 광장 전면 백지화를 내건 후보에 투표했다. 도로도 막히고 소음도 많이 나고 전체적으로 주민 불편이 너무 심해 다니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투표소를 잘못 찾아 자신에게 맞는 투표소로 되돌아가던 김유연(21) 씨는 "주택과 일자리 정책이 쓸만하고 청렴한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김신일(33) 씨는 "전임 시장처럼 이상한 짓만 안 했으면 좋겠다"며 "1년밖에 못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거 하지 말고 그냥 하던 거 잘했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투표하러 오기 전에 공약을 쭉 읽어보고 왔는데 기호 15번 신지예 후보가 문화예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40대 황상용 씨는 "누가 되든 박원순 시장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30세대의 민심 이반에 대해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이종찬 교수는 "첫째는 청년 세대가 조국사태, LH 임직원 투기 의혹 사건을 보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정에 실망한 것이 가장 큰 이유고, 둘째는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로 인한 취업난, 내수 악화로 이어진 청년들의 좌절이 민심 이반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강남 3구에서 투표율이 비교적 높게 나오고 있다. 투표율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1-04-07 16:59:07 김현정 기자 2021-04-07 16:59:07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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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까지도 불타오르는 선거 유세 현장

4·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날이 밝았다. 후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선거였다. 본투표를 하루 남기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새벽노동자들이 타는 '6411'버스를 함께 타며 '큰 품'으로 시민들을 챙기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막판 굳히기에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스마일 유세'에 나서며 지난 10년간 침체된 서울을 바꿔 코로나19로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서울 시민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두 후보의 치열했던 마지막 선거운동 속으로 들어가 본다. ◆ 朴 구로에서 '6411'버스 탑승… 박 후보는 6일 새벽, 6411번 버스 첫차 탑승을 첫 일정으로 선택했다. 그는 6411번 버스 탑승에 대해 "(6411번 버스는) 주로 필수노동자들이 타고 아침 일찍 떠나서 서울의 새벽을 깨우는 분들이 함께 하는 버스"라며 "우리가 '필수노동자의 삶이 투명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지원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버스에 탄 이유를 전했다. 6411 버스는 서울 도심 고층 오피스에서 일하는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출근하기 위해 타는 버스로 故(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덕분에 유명해졌다. 노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 당시 "(버스에 탄 승객들은) 이름이 있지만, 그냥 아주머니,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 존재하되 우리가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며 필수노동자 삶을 조명한 바 있다. 이에 박 후보가 이른바 '노회찬 버스'로 불리는 6411 버스를 탄 것은 정의당 지지율 끌어안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후보는 이와 관련 6411 버스를 타고 노량진수산시장에 내린 뒤 기자들과 만난 가운데 "저는 노 의원님이 동작 출마하셨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드렸다. 다른 정의당의 보궐선거 있었을 때 저는 그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심을 다해 매번 거의 매번 도와드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버스에 오른 박 후보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필수노동자 삶에 대해 경청했다. 그와 만난 한 시민은 "저희는 원래 6시까지인데 (사무직) 직원들 오기 전에 (청소를) 다 해놔야 해서 일찍 가는 것"이라며 "버스 첫차를 10분 당겨주거나 전철 첫 시간을 앞당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회사를 몇 시까지 가야 하는데 첫차 놓치면 시간이 안 맞춰진다"며 "2층 버스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도 있다. (오전) 5시 이전에는 배차 간격이 별로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6411 버스를 타고 노량진역에서 내린 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상인과도 만났다.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침 일찍 새벽을 여는 분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고마움을 느꼈다. 겸손한 자세로, 낮은 자세로 임해 서민의 삶을 더 알뜰살뜰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새벽 6411 버스 유세에 이어 광화문 광장, 서대문구 홍제역, 은평구 연신내역 교차로, 영등포구 여의도역, 마포구 홍익대 상상마당 및 연남동 경희선숲길 등을 거쳐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본지가 이날 오후 박 후보 홍제역 유세에 만난 시민 김모씨는 "1년 짜리 시장인데 여당이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 지역 반응도 더 좋다"며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후보도 버스기사·편의점 종사자 등 10명의 직군 종사자와 함께한 광화문 광장 마지막 유세에서 "꼭 승리해서 서울시민의 평범한 삶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선거운동 기간 박 후보를 보좌한 김한규 대변인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갈수록 선거 분위기 올라오고 지지자들의 응원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며 "초반엔 열세로 시작했는데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것이 현장에서 보인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 있을거라 확신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 吳 선거 유세 마지막날도 네거티브 공세··· 공약 홍보는 찔끔 공식 선거 운동 마지막날인 6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북부를 눈웃음 모양의 이모티콘 형태로 훑는 '스마일유세'에서 현 정권의 실정에 맹공을 가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4년간 집권 여당의 내로남불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은 기호 2번으로 마음이 기우는듯하면서도 막판까지 '상대 진영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야당의 모습에 질려했다.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사거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깎아내리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오 후보는 "위선의 뜻이 뭐냐. 입으로는 공정과 상생을 얘기하면서 뒤로 하는 행동은 공정을 파괴하고 갑질하고 의석수가 많다고 야당 무시하고, 그리고 진실에 반하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서민들이 걱정하게 만들고 일년내 K-방역에 성공했다고 자랑하더니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111등인 게 무능이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아빠찬스 써서 의사되고 성폭행, 성추행해도 우리당이면 위인이 되는 게 내로남불 아니냐"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최근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위선, 무능, 내로남불'이라는 단어 사용을 불허해 이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6일 오 후보보다 먼저 무대에 오른 청년 대표 정모(29) 씨도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씨는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의 분노는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 첫째,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이 9억원이 넘는다. 둘째, LH투기 범죄사건으로 통신비도 못 내는 청년들의 희망마저 깨졌다"며 "윤미향 사태, 조국 사태, 추미애 사태,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태양광 사업한다고 탈원전 추진해서 산사태 만들고, 태양광 사업 중국 업체에 의뢰했다는 거 해명 좀 부탁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낙연 위원장님, 이제 와서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 사과하고 국민들의 회초리는 아프지만 서울시 살림은 시장이 해야 한다고요? 회초리 말고 몽둥이로 때리고 싶습니다"면서 "박영선 후보님, 서울시장 토론회 나오면 오 후보 저격하느라 자신의 정책 이야기 진정성 있게 한마디도 못하는데 이쯤 되면 누구 뽑아야 하는지 삼척동자도 알 것 같다"고 비꼬았다. 민주당, 문재인 정권, 박영선 후보에 대한 비판을 마친 후에야 오 후보는 노원구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무대에서 연설한 시간 총 564초 중 252초를 공약 홍보에 투자했다.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4.6% 수준이나 지난달 30일 영등포역 앞에서 진행된 유세 때 전체 595초 가운데 10초(1.68%)만을 공약 말하는 데 썼던 것보다는 26.5배나 늘어 괄목한 만한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오 후보는 노원구 주민들에게 ▲재건축 추진 ▲1년간 공시지가 동결 ▲창동차량기지에 동북권 제4의 도심 조성 ▲바이오메디컬단지 구축 지원을 약속했다. 노원구에서 선거 운동을 마친 오 후보는 곧장 강북구로 이동해 수유사거리 골목을 순회하며 유세를 했다. 유세 현장에서 얼결에 그와 주먹 인사를 나눈 50대 안모 씨(도봉구 거주)는 "나는 문재인을 뽑았는데 대통령의 공약이라든가 이런게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그래서 이번엔 오세훈이를 지지한다 뭐 이런 것 보다는 사람을 좀 한번 바꿔보고 싶은 거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일행들이 '제대로는 뭘, 하나도 한 게 없지', '난 전라도 사람인데도 오 후보 지지한다' 등의 말을 보탰다. 안 씨는 "어제도 서울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토론이면 공약을 얘기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서로 헐뜯어. 나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일침했다.

2021-04-06 16:37:09 김현정 기자 2021-04-06 16:37:09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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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평론비 13000원, 그로부터 2년

작업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예술인들의 열악한 창작 기반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돕고, 공간을 거점으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도모하는 등의 '예술가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레지던스. 이와 같은 목적을 원만하게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의 일환으로 국내 레지던스들의 다수는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이란 걸 운영한다. 평론가, 기획자와 같은 매개자들을 초대해 대화하고 작품을 연구한 결과를 비평으로 도출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장과의 소통은 물론, 작업의 현주소와 미학적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러나 동시대미술의 최전선에서 과거와 분별 가능한 시각예술의 생산성을 담당해온 레지던스에 있어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은 의미 있고, 평론가들의 역할 역시 크지만 대우는 형편없기 일쑤다. 레지던스 운영 기관 중 일부는 초현실주의적 예산을 집행하며 평론가들을 착취하는 수단으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지난 2019년 4월, 미술평론가 이선영은 '공무원이 책정하는 이 지면의 원고료는?'라는 제목의 한 칼럼에서 공무원들이 책정하는 비현실적인 원고료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두 작가의 평론을 10포인트 크기로 A4 6장 넘게 써서 보냈는데 원고료가 13만원이 지급된 황당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말이 13만원이지, 공무원들이 받드는 지방자치 인재개발원의 수당 규격별 지급액 기준인 13포인트, 줄 간격 160%로 변환할 경우 A4 1장당 13000원 꼴이다. 또 하나의 작품이자 예술의 가치판단에 없어서는 안 될 비평의 대가로 누군가에겐 한 끼 점심값 정도일 뿐인 고료를 지급한 셈이다. 때문에 당시 SNS에선 보이콧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이 흐른 현재. 달라진 건 있을까. 안타깝게도 합당한 대가체계가 구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경상도에 위치한 한 공립 창작 레지던스는 올해 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평론가에게 지급할 평론비로 20여만원을 책정했다. 순수 평론비라 해도 터무니없이 적은데, 이 20여만원에는 최소 한 번 이상 수백 킬로미터를 왕복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주유비, 톨게이트비는 물론, 한 달 가까이 연구하며 써야 할 지적 노동에 대한 몫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세금을 떼면 재능기부와 진배없어진다. 소속 레지던스 작가들이 보기에도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의를 제기하자 기관은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평론가'에게 부탁하던가 아니면 자신들이 '돈에 맞는 평론가'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단다. 그럼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평론가'들에겐 20만원에 비평을 부탁해도 된다는 것일까. '돈에 맞는 평론가'라는 표현이 작가와 평론가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것임을 모르는 것일까. 현실 무감각한 일부 공무원들의 병적 행동양식이야 하루 이틀 된 게 아니지만, '돈에 맞는 평론가' 운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건 사고의 기능적 결여마저 의심케 한다. 창작자들에 대한 존중의식은 고사하고 평론의 역할과 가치 따윈 고려의 대상조차 아님을 말해준다.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 개선엔 관심 없이 행정만 숭배하는 관료주의의 망령이 아직도 미술계를 배회한다. 여전히 그들 특유의 법규만능과 획일주의, 선례답습, 책임회피, 순간만 모면하려는 태도의 관행 등이 하나의 '틀'로써 현실과 괴리된 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대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까.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2021-04-06 11:01:0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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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확 달라진 선거 유세

선거 유세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방적으로 후보의 연설을 듣는 것은 여전히 유세의 중심이지만, 유튜브로 인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시도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기자들이 따라붙어 후보의 말과 행동을 취사선택해 보도했던 옛날과 달리 진보·보수 유튜버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보여준다. 유튜버와 토론을 갖기고 하고 시민을 유세차에 올려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말을 듣기도 한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난 새로운 유세 양상을 들여다본다. ◆ 朴 "유튜브·줌·인스타 라방 다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러 유세현장에 가보면 꼭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진보 유튜버다. 이따금씩 보수 유튜버가 있긴 하지만 박 후보 유세 현장엔 5~10명의 진보 유튜버들이 따라붙는다. 보통 유세현장에는 카메라맨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고 삼각대 위에 육중한 ENG 카메라를 얹어 후보의 말과 영상을 담는다. 이때도 유튜버들은 어김없이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시청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도 있었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유튜버도 여럿 보였다. 박 후보가 2일 오후 유세로 청량리 경동시장을 찾았을 때, 한 유튜버는 박 후보의 명함을 받은 시민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대 응원 한 마디를 부탁했다. 취기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시민은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엄지를 스마트폰 렌즈를 향해 내던졌다. 권력의 언어를 독점했던 언론의 범주가 확장되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박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6개 진보 유튜버와 지난 2일 긴급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박 후보 측은 원래 4번으로 계획돼 있던 오세훈 후보와의 토론 일정이 오 후보 측의 갑작스러운 취소로 3번으로 줄어들었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에 참여한 유튜브 채널(고발뉴스TV· 김용민TV·박시영TV·새날·시사타파TV·이동형TV)의 구독자 수를 합하면 227만 6000여 명에 이른다. 이런 유튜버와의 만남이 꼭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은 아니었다. 2일 긴급 토론회의 경우 패널로 참여한 여론조사기관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투표 참관인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봉투에 넣을 때 대충 본다"며 "얼핏 도장이 (어디에 찍혔는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알 수는 없지만 느낌에는 55대 45 정도로 이겼을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공직선거법의 경우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고 투표의 비밀을 침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전체적인 과정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할 수 없어 현재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각광 받았던 화상 채팅 '줌'도 이번 박 후보의 선거유세에 적극 활용됐다. 저녁에 방송 토론이 잡혀있어 바쁠 때는 오후 6시에 지역을 돌며 시민과 힐링 토크쇼를 가졌던 것을 유세차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화상으로 진행했다. 다만, 통신 상태에 따라 소통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또한 박 후보는 30년간 MBC에서 간판 기자로 활약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김수환 추기경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경제 매거진'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진행하기도 했었다. 박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당시 직접 라이브커머스 시스템인 '가치삽시다 플랫폼'에 쇼호스트로 출연해 견과류바 200개를 1시간 만에 팔았치운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박 후보는 저녁 유세를 끝내기 전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라이브 방송, 일명 라방을 활용해 젊은 층과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 吳 "'보수=고리타분' 편견 깬다" 유례없이 높은 20대 지지율로 선거 운동의 재미를 맛본 보수 야당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유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5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캠프에 따르면 20~30대가 무대에 올라 2번 지지 호소 연설을 하는 '청년 오픈마이크', 공약을 홍보하고 유세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 '오세훈TV', 블랙 유머를 가미해 만든 선거 포스터 등을 통해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시민 호응도가 가장 높은 건 마이크를 쥔 젊은이들이 현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까발리는 '청년 오픈마이크'다. 한국에서 취업이 되지 않아 일본으로 건너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면세점에서 일했던 구근모 씨가 지난 3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에서 무대에 올라 쏟아낸 이야기를 들어보자. 구근모 씨는 "집권 여당과 정치인들, 그들을 따르는 집단의 반일운동 프레임에 타격을 입어 저는 잘 다니던 면세점에서 해고됐다"며 "생활에 필요한 자금과 취업 자금을 위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식당 서빙을 하며 주경야독했다. 그런데 무리를 한 것인지 각막에 손상을 입어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됐고 '각막 재발성 상피 미란'에 걸려…"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가 낀 안경에 김이 차 앞이 뿌옇게 변했다. 현장에서 구 씨의 연설을 듣던 시민들은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를 외쳐댔다. 이 같은 '2030 시민참여유세'가 기성 정치인의 야당 지지 호소 연설보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유튜브 조회수로 증명된다. 오 후보의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최근 2주간 올라온 게시물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밀레니얼 세대의 오 후보 지지 선언이었다. '유세 현장에 일반인이?! 비니좌의 역대급 연설', '20대는 절대 1번을 뽑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각각 10만, 8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는 오 후보가 시장이었을 때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소개하거나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시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인터뷰로 풀어낸 영상 등이 업로드 됐다. 이 유튜브 영상들에는 "한강르네상스 없었으면 서울시민 다 같이 글램핑장 같은 곳으로 휴식공간 찾아 떠나야 한다. 전시행정이 아니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흙수저도 노력하면 금수저가 될 것 같다", "소년이여 신화가 돼라, 오세훈 파이팅, 국민의힘 파이팅!" 등의 댓글이 달렸다. '피식' 웃게 만드는 선거 홍보물도 보수당은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를 깨며 중도층 결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5일 '선관위 공식 인증, 더불어민주당 = LH로남불당'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자체 제작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 대변인은 "박영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남은 이틀만이라도 흑색선전, 공작의 유혹을 떨쳐내길 바란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개입'위원회(이하 선개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4월 7일 유권자의 힘, 서울 시민의 힘, 국민의 힘은 '선개위'와 내로남불(=LH로남불)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04-05 15:40:04 김현정 기자 2021-04-05 15:40:04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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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공약 해부 ④ 강남북 균형발전 "서울 전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다같은 서울이 아니다.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현실이다. 2018년 기준 강남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69조1860억원으로 제일 규모가 적은 강북구 3조2070억원의 21.6배다. 서울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강남에 몰려있으니 시민의 삶을 위한 인프라와 일자리도 강남에 몰려있다. 서울이 아니라 서울 무슨 구에 사느냐가 계급의 척도가 돼버린 요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거대양당 후보들의 강·남북 균형발전 공약을 비교해봤다. ◆ 朴 "21분 컴팩트 도시" 도시지리학 전공자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강남 집중으로 인한 강·남북 격차를 '분산'을 통해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강북을 강남과 똑같이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뉴타운' 정책과는 선이 다르다. 박 후보는 서울을 다핵 분산 도시 공간으로 재편해 21분 안에 걸어서 주거와 직장, 쇼핑과 여가, 건강과 의료, 교육과 보육이 해결되는 도시로 대전환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동작구 유세에서 박 후보는 "서울에 21분 안에 병원이 있고 체육관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굳이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강남에 가서 부동산을 사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최근 저서 '박영선의 대전환'에서 박 후보와 21분 컴팩트 도시 관련 토론을 가진 국민대 건축학부 이경훈 교수는 "걷는 거리는 도시의 혈액과 같다"며 "자동차가 아닌 도보 시간을 기준으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는 건강뿐만 아니라 도시의 활력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박 후보는 저서에서 이러한 계획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도시를 살리는 '도시 침술'에 비유했지만 시민들에게 내건 공약만 보면 침술의 수준을 한참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박 후보는 교통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왕십리에서 상계까지 연결되는 동북선 경전철을 구축하고 목동에서 출발해 홍제와 정릉을 지나 청량리에 도착하는 강북횡단선을 조기 착공한다고 공약했다. 이외에도 ▲면목선(청량리-면목-신내) 조기 착공 ▲SRT 수도권 동북부 연장 추진 ▲우이-방학 경전철 조기착공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북의 노후한 공공단지 주택에 대해 "강북에 있는 30년 이상 된 공공주택단지부터 재개발·재건축할 것"이라며 "도시를 개발하는 데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 개발 형태도 반드시 공공주도 형태를 고집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박 후보는 강북구의 주택 고도제한을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노원구의 주공아파트·백사마을·상계뉴타운 해제 3구역에 대한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지원한다고 말했다. 강북 3구 문화·여가·의료 시설 구축 공약도 있다. 박 후보는 ▲강북구 시립어린이병원 건립 추진 ▲도봉구 서울아레나 공연장 건립 지원 ▲ 창동 차량기지 일대 노원 바이오·의료단지 조성 등을 공약한 상황이다. 문제는 박 후보의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은 직장과 주거가 핵마다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강남3구·여의도·마곡·구로디지털단지 등을 제외하면 21분 컴팩트 도시의 조건에 들어맞는 혹은 들어맞을 가능성이 있는 구역이 적어 보인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몰린 일자리를 부족한 지역에 어떻게 갖고 올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 吳 "강북뿐 아니라 낙후된 서울 전역 개발" '균형발전 서울'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순위로 내세운 공약이다. 오 후보는 비강남권 지상철을 지하화하고 용산을 아시아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아울러 동북·서남·서북권에는 일자리·상업·교통·교육 핵심 시설을 유치해 강남북 지역격차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간의 선거 유세에서 오 후보는 "지난 10년간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의 개발을 막아 도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며 상대 진영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25일 중랑구 동원시장과 상봉터미널에서 열린 유세에서 오 후보는 "지난번에 선거할 때 제가 출정식을 중랑구에서 했다. 저한테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면서 "중랑구에는 정말 할 일이 많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가끔 이 길을 와보는데 올 때마다 그렇게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서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또 오 후보는 지난달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지난 10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서울 평균 경제성장률이 2.3%인데 이는 비슷한 기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인 2.8%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세력이 위기의 서울, 활력 잃은 서울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4일 오 후보가 내놓은 '강남북 균형발전 프로젝트 1~3탄'에 따르면 그는 한강의 이북지역인 강북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의 낙후된 동네를 타깃으로 한 개발안을 제시했다. 오 후보는 비강남권 지상철을 땅 밑으로 집어넣어 지역 거점을 형성할 가용지를 확보해 지역간 단절을 해소, 실질적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지상철 구간을 지하화하면 광역철도망(GTX, KTX)과 연결성이 강화되고 부족한 공원녹지·문화공간을 확충할 수 있으며 인근 부지 전략 개발로 지역 핵심기능 유치가 가능하다고 후보 측은 설명했다. 지난 2013년 진행된 서울시 용역 결과에 의하면 지하철 1~9호선과 국철 지상구간을 지하화하는데 투입되는 예산은 총 38조원으로 추산됐다. 오 후보는 재원조달 방안으로 철도주변 대규모 토지·주변 정비지역 개발밀도 상향을 통한 개발이익 환수, 역세권 등 공공토지 고밀 개발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과거 IT산업 메카였지만 시장환경 변화로 쇠퇴한 용산전자상가는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재탄생한다. 이를 위해 오 후보는 용산전자상가 일대 Y밸리와 연계된 청년벤처 창업공간 조성, ICT기술의 테스트베드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국제금융·업무·숙박·주거 기능 조합, 유니콘 기업 지사·본사 유치를 약속했다. 권역별 발전정책으로 ▲동남권에는 강남 금융~양재 R&D~서초 법률 서비스 중심의 경제 거점 구축 ▲동북권에는 서울교통공사 같은 기업 본사 유치 ▲서남권에는 강서(마곡)~여의도~금천을 잇는 '경제거점벨트 2.0' 완성 ▲서북권에는 수색, 상암 일대 4차산업형 핵심 일자리 거점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21-04-04 14:44:12 김현정 기자 2021-04-04 14:44:12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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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 "천안함 사건, 도대체 무엇을 더 조사하란 말인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오 후보는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어제, 오늘 전역하고는 처음으로 살기 싫은 날이었다', '나라가 미쳤다',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외쳤다"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또다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를 결정했다. 도대체 무엇을 더 조사한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천안함 피격 사건은 지난 2010년 민·군 합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진 엄연한 역사적 진실"이라며 "그런데도 이 정부는 아직도 천안함 좌초설, 조작설에 미련을 못 버린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오 후보는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밝힌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을 떠나 대통령직이 가지는 의미와 책무를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의 후보로 나선 박영선 후보 또한 여전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마지못해 인정을 하는데 그치고 말았다"며 "박 후보는 '한미연합독수리훈련이나 미해군 핵잠수함과 관련이 있다',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정확하게 받쳐줘야 되는 데이터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자신의 과거 주장을 취소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유족에게 사죄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문 대통령에게 "정부의 입장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 본인의 판단은 무엇인지 밝히라"고 했다. #오세훈 #천안함_사건_재조사_비판 #군사망사고_진상규명위원회

2021-04-02 11:01:1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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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外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김창엽 외 5명 지음/창비 시장논리가 압도해버린 한국 의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시민들이 이 모순을 역사적·구조적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돌봄과 커먼즈(공동영역)의 문제를 연구해온 백영경을 비롯해 의료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들이 재벌자본의 의료시장 장악, K-방역과 인권, 의사파업, 의료 사각지대, 낙인화된 질병 등 핵심 쟁점을 파고들며 한국 사회에서 다른 의료가 과연 가능할지 타진하고, 우리가 원하는 의료의 모습을 사려 깊게 전망한다. 의료는 공공재가 될 수 있을까? 280쪽. 2만8000원. ◆프로보커터 김내훈 지음/서해문집 프로보커터는 도발(provoke)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터넷 등지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도발해 조회수를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보한 세간의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나도 다 때려치우고 유튜버나 할까?" 평범한 학생도 잘나가는 연예인도 곧잘 중얼거리는 이 국민 유행어는 관심과 주목이 돈이 되는 세상을 대변한다. 이제 상품 시장의 성패는 '품질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큰 관심을 끄는지를 다투는 '주목 경쟁'에 달려 있다. 콘텐츠 시장에서는 소박한 성공보다 '거대한 폭망'이 이목을 끈다. 관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도발과 막말로 '선을 넘는' 행위도 얼마든지 용인되며 심지어 권장된다. 주목 경쟁에 임하는 관종들의 자세를 알려주는 책. 232쪽. 1만5000원. ◆젠더 모자이크 다프나 조엘, 루바 비칸스키 지음/김혜림 옮김/한빛비즈 여자는 감성적이어서 의사소통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남자는 공격적이고 체계적이며 공학 능력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의 상당수는 여자이고, 엔지니어 직종에는 남자가 많다. 또 남자는 여자에 비해 멀티태스킹이 안 되고, 여자는 남자에 비해 공간 인지 능력이 낮다. 이 말은 전부 사실일까?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다프나 조엘 교수는 '남성의 뇌는 이렇고 여성의 뇌는 저렇다'라는 세간의 믿음이 틀렸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남녀의 사고 구조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두뇌는 모두 '여성적' 그리고 '남성적' 특징이 혼합된 조각보, 즉 모자이크와 같다는 것. "당신의 뇌는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 어우러진 당신만의 독특한 모자이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264쪽. 1만6500원. /김현정기자 hjk1@metroseoul.co.kr

2021-04-01 15:52:4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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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은 책과 함께]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창비 "내가 원래 결정장애가 심해서…", "요즘 얼굴이 너무 타서 동남아 사람 같아", "여자들이 원래 수학에 좀 약하지 않나?", "여기는 노키즈존입니다", "장애인이 아니라 장애우라고 해야지", "퀴어축제를 꼭 사람많은 장소에서 해야해?" 혐오와 차별은 잡초처럼 자라난다. 조금만 신경쓰지 않으면 온 사회에 무성하게 자란다. 우리가 이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바보' 캐릭터가 장애인 비하라고 문제를 제기하면 "왜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냐"며 성낸다. 또 누구는 학급을 우열반으로 나누는 게 학생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다수에게 유리한 차별은 합리적인 차등이라는 논리를 편다. 우열반 편성처럼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한다는 능력주의 원칙은 얼핏 객관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획일적인 평가기준으로 승자가 모든 기회를 독식하고 패자는 박탈감과 배제를 감수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차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전부 구제 불능의 혐오주의자이거나 차별주의자일까? 아니다. 바로 나, 당신, 우리일 수 있다. 책은 평범한 우리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차별을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노예제 시대에는 노예를 자연스럽게 여겼고,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는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해 보였다. 생각은 시야에 갇힌다. 의심이 필요한 이유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저자는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이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등은 선량한 마음을 갖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서로에게 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경청함으로써 은폐되거나 익숙해져 보이지 않는 불평등을 찾아내 함께 싸우자고 저자는 독자를 다독인다. 공정함으로 포장된 차별의 민낯을 까발리는 책. 244쪽. 1만5000원.

2021-04-01 15:41:3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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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학 싫다고 문과 간 친구들

필자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는 고1에서 고2로 올라갈 때 문과에 갈지, 이과에 갈지 정해야 했다. 기자는 이과, 단짝 친구는 문과를 선택했다. 친구와 헤어지는 게 섭섭했던 필자는 "너는 왜 문과를 고른 거야?"라고 물었다. 그 친구는 "어… 나는 수학이랑 과학이 정말 소름 끼치게 싫어!"라고 답했다. 당시 문과로 간 학생 중 다수가 인문사회계열 과목을 공부하는 게 좋아서가 아닌 단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수학 같은 과목이 싫다는 이유로 인문계에 진학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누구 말마따나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기에 100%라고 장담은 못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유세 현장에 있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약 10년도 더 전에 수학·과학이 싫어 문과를 택한 학우들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날 오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던 심모(68) 씨에게 야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심 씨는 "내가 테레비에서 토론회 하는 걸 많이 봤잖아. 박영선 그 사람은 너무 뻔뻔스럽고 건방져. 상대방한테 따지고 그럴 때 사람이 좀 품격있게 굴어야 하는데...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또 말은 잘해. 근데 건방져"라면서 "그리고 4년동안 민주당 하는 걸 봤잖아. 비리도 말이야. 어디 한두명이라야지. 몇 명째야 벌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옆에 있던 김모(80) 씨는 "오세훈 후보가 좋다기보다는 나는 저쪽 당이 싫어. 180석이나 차지해서 독선을 부리잖아. 국민들 얘기는 안 듣고. 임대차3법,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다 지들 맘대로 밀어붙여"라고 말하며 투덜거렸다. 지난 3월 30일 영등포역 앞에 설치된 유세 무대에 오른 오 후보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박영선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정권 깎아내리기에 더 열을 올렸다. 오 후보는 현장에서 "며칠전부터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분들이 반성을 한다고 합니다. (중략) 잘못했으면 부동산 정책을 뭘 어떻게 바꿔야겠다고 얘기해야 정당다운 정당 아닙니까? 근데 부동산 정책을 잘못했다고 하는데 뭘 바꾸겠다는 건지 아직도, 하루가 지났는데도 얘기가 없습니다. 선거가 다가오니까 분노한 서울시민들에게 일단 잘못했다고 말은 하고 표는 얻고 보자는 심산 같은데 제가 정확히 봤나요?"라고 말했다. 유세 현장에서 서울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건 오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가 무대에서 연설한 시간은 총 595초다. 그중 '앞으로 뭘 하겠다'고 말한 건 고작 10초인데 "여러분 제가 시장이 되면 부익부 빈익빈이 아니라 위를 아래로, 아래를 위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서울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고 했다.

2021-04-01 15:24:29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