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면한 이재용, '뉴 삼성' 날개 펼치나…사법 리스크 '족쇄' 우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사를 면하게 되면서 '뉴 삼성'도 다시 날개를 펼 수 있게 됐다. 준법 경영과 신사업 육성 노력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최종 판결이 남아있는 만큼 광폭 행보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9일 새벽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저녁까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결정한 것이다. 심사를 맡은 원정숙 부장판사는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를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은 이 부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뜻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구속영장 기각을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재계 등 각계에서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평가했다. 주식 시장에서도 삼성 계열사 주가가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일단 심각한 위협에서 벗어난 만큼, '뉴 삼성'을 향한 광폭 행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대국민 사과에서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뉴 삼성' 작업은 이 부회장 대국민 사과 이후 속도를 낸 상태다. 당장 노조 관계를 다시 정립하겠다는 이 부회장 약속에 따라 삼성은 지난달 서울 서초동에서 고공 농성 중이던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합의를 이뤄내며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조직된 노조와 협상을 이어가며 '무노조 경영'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활동 보장과 시민사회 협력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과 방안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최근 회의를 통해 삼성 측에 요구한 내용이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사과 등 준법감시위 권고를 적극 따르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개선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 활동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며 성장 의지를 피력했다. 이미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으로 출장을 떠나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투자 방침을 밝혔고, 며칠뒤 평택사업장에 새로 투자해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파운드리 라인을 세우겠다며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 여부도 관심거리다. 경쟁사인 대만 TSMC가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로 한 상황, 삼성도 여러 파운드리 고객사가 있는 미국 공장을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미중무역분쟁이 격화하는 중에 이 부회장이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래 산업 분야에 대한 또다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2018년 출소 후 4대 성장사업을 지목하고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전례가 있어서다. 특히 삼성이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M&A를 단행할 가능성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간 100조원이 넘는 현금보유액을 이용해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코로나19로 M&A 적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전장과 인공지능(AI), 5G 등 분야에서 '빅딜' 기대가 쏟아진다. 단, 이 부회장이 아직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인데다가,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지속할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은 2년 가까운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별다른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음을 들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기소만은 피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 결정이 권고에 지나지 않는 탓에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