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뒤쳐진 장비 독립에 미중무역분쟁 직격탄 우려
램리서치 팹 내부 모습. /램리서치 반도체 업계가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반도체 관련 업계 육성이 꾸준히 진행 중이긴 하지만, 장비 부문 발전은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에 판매할 경우, 미국 정부에 허락을 받아야하는 내용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종전까지는 미국 기술이 25% 미만이라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제재 수위를 대폭 강화하면서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측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중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는 화웨이에 신규 수주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현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투자를 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TSMC 기술을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도체 업계에서 미국 기술력은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현지 팹은 인텔과 마이크론 등 일부에 불과하지만,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가 대표적이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장비 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15% 수준이지만, 식각 공정에서는 50%로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웨이퍼 엣지 부분을 다루는 기술력이 최고 수준으로, 삼성전자에서도 활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MAT 역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로 소재 부문에서 상당 부분 국산화를 이뤄냈지만, 장비 부문에서는 여전히 미국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비중이 줄어들면서 미국 의존도가 더 높아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반도체 기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저렴하고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만들 수 없게될 것"이라며 "최근 소재 부문에서 약진한 것과 달리, 장비 부문에서는 큰 발전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우려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