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박영수 특검, 이재용 혐의 입증 부족에도 '올인 구형' 무리수
'삼성 특검'으로 불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강도 높은 구형을 했다.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재용 부회장 징역 12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징역 10년 등 높은 형량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 구형은 4월 7일부터 지난 4일까지 52차례 열린 공판에서 특검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린 것이어서 무리한 구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 다섯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허위 진술을 일삼았다며 강도 높은 구형을 강행했다. 특히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이라며 다섯 가지 혐의 가운데 재산국외도피에 무게를 실었다. 재산국외도피는 국내에 반입해야 할 재산을 해외로 이전했을 경우 적용되는 조항으로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의 양형기준은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된다. 재산국외도피죄의 최소 양형 기준 10년을 제외한다면 이 부회장의 구형량은 징역 2년으로 줄어들며 최지성 전 실장, 장충기 전 차장, 박상진 전 사장은 구형한 형량이 모두 사라진다. 특검이 사실상 다른 혐의 적용을 포기하면서 재산국외도피죄에 '올인'한 셈이다.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삼성의 승마지원과 맞닿아 있다. 특검은 삼성이 승마지원을 위해 코어스포츠에 지급한 금액 약 78억원이 모두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코어스포츠와의 승마 전지훈련 용역계약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검은 "최근 기업비리는 범행 당시부터 허위 용역계약을 통해 범죄 사실을 은폐한다"며 "이 사건도 뇌물 은폐를 위해 허위 용역계약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반증이 없다면 처분문서의 내용과 기재에 따른 의사표시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코어스포츠가 실제 승마 전지훈련을 준비했고 차량과 마필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음을 증인 증언과 계약서, 마필 반환을 통해 입증했다. 코어스포츠와 전지훈련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도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선수단 규모, 마필 지원 수량을 축소 등을 통해 용역대금을 감액했다. 삼성은 이를 통해 300억원이 넘던 용역대금은 213억원으로 줄었고 납부 기간을 짧게 설정한 덕에 코어스포츠에 실제 송금한 금액도 78억원에 그쳤다. 이는 코어스포츠와 전지훈련을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그 대금을 일부 지불했지만 최순실씨의 방해로 중도에 변질돼 계약을 해지했다는 삼성 변호인단의 일관된 주장과 일치한다. 코어스포츠 용역대금이 최초부터 최순실씨에게 제공하는 뇌물이었다면 성립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삼성전자는 마사회와 승마협회에 감독 파견·선수 선발을 요청했고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하며 다른 승마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함부르크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처음부터 코어스포츠에 대한 자금 제공이 삼성전자의 목적이었다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반면, 특검은 차량과 마필 소유권이 사실은 최순실씨에게 양도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넘겨줬는지 특정하지 못했다. 코어스포츠가 페이퍼컴퍼니라던 특검의 주장 역시 재판 초기 전지훈련 준비 과정이 공개되며 무색해졌다. 특검이 마필 소유권이 최순실씨에 있다는 증거로 제시한 마필 교환 계약서는 서명도, 마필 교환 내용도 없이 차액 지급 계약 내용만 있어 신빙성에 큰 의심을 샀다. 결국 특검은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 차량과 마필 매입 계약 등이 허위 계약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셈이다. 삼성이 승마 전지훈련을 위해 코어스포츠와 맺은 용역계약이 허위가 아니라면 특검이 주장하는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성립하기 어렵다. 삼성은 용역 대금 집행이 정상적인 내부 절차를 거쳐 회계 처리까지 완료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에 특검의 이번 구형은 무모한 도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재용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 30분 1심 선고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