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3회 연속 동결하나…10월 금리인하 시그널은?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금리가 지속되며 내수침체가 나타나고 있지만 금리를 인하할 경우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막을 방도가 없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가계대출 한도를 단계적으로 줄일 수 있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도입한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결정을 보고, 10월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2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포인트(p) 인상(연 0.5%→3.5%)한 뒤 2월부터 1년 6개월째 동결했다. ◆ 고금리에 소비부진…금리인하 가능성↑ 시장에서는 고금리가 지속되며 내수침체가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내수는 국내 수요로, 정부와 민간이 지출하는 소비와 투자를 말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6월 소매판매는 1년 전과 비교해 3.6% 감소하며 4월(-2%)부터 3개월 연속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2.7%, 4.6% 감소하는 추세다. KDI 관계자는 "내수부진의 원인은 고금리에 있다"며 "우리경제는 수출증가세는 이어질 수 있지만,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쳐 경기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로 소비와 투자가 둔화돼 경기회복이 더딘 만큼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며 강조했던 물가도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 2~3월 3.1%까지 올랐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월 2.4%까지 떨어진 뒤 7월 2.6%를 기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7월 물가상승률은 유가상승과 국내 집중호우와 같은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며 "8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예측대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물가 둔화에 대한 확신이 있는 만큼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금리인하, 가계부채 더 부추길라 다만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금리인하를 막는 요소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7월 기준 1120조8000억원으로 한달새 5조5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1조7000억원 감소한 이후 ▲4월 5조원 ▲5월 6조원 ▲6월 5조9000억원 ▲7월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회복세와 맞물려 가계대출은 더 증가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 1월 3만2111건에서 3월 4만233건, 6월 4만3300건으로 확대됐다. 금리인하로 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이로 인해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아파트 값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30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위원은 "그간의 고금리 기간 중 경제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을 과감히 이뤄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고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을 제약하더라도, 당분간 금리 동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관심을 쏟고 있는 '10월 금리인하 시그널'과 관련해서도 신중을 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인하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차선을 바꾸고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시그널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택매매거래 건수가 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원인이 금리 인하 기대감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는 만큼 매파적 입장을 내비칠 것이라는 것이다. 씨티은행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가계부채 억제와 주택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반대표(소수의견) 없이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은이 주택시장에 과도한 유동성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다시 억제할수 있다"고 말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