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을 향한 종은 울린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구세군 자선냄비 '딸랑, 딸랑~' 시끌벅적한 명동 한복판에 우렁찬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하 8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날씨지만 사랑을 전하는 종소리는 오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금새 녹여주는 듯 했다. 하루동안 구세군 사관생도 김홍수(48)씨를 따라다녔다. ◆ 디지털 시대 신용카드 결제 주말을 앞둔 명동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추운 겨울 소외된 이웃을 위해 따뜻한 사랑을 전해주세요"라는 외침에 자선냄비를 향한 따듯한 손길도 더해져갔다. 최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자선냄비에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했다. 신용카드로 기부하면 기본 2000원이 결제된다. 금액 조정도 가능하다. 디지털 자선냄비를 통해 기부하면 기부 취지를 고려해 신용카드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대다수 시민들은 신용카드 기부를 신기해하며 재미삼아 결제한 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가 안좋아 모금액도 줄어들 것 같다"는 질문에 김 사관생도는 손사래를 쳤다. "1997년은 IMF로 인해 절망적이고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이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더 많은 기부금이 모였죠. 어려울 때일 수록 똘똘 뭉치고 힘을 합쳐 나눌 줄 아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단함을 느꼈어요." 지난 2일부터 시작된 모금은 31일 밤 12시까지 전국 76개 지역, 350곳에서 이뤄진다. 올해 총 모금 목표액은 55억원이다. 전국 곳곳에서 모아진 기부금은 알코올중독자와 노숙인 재활, 결식아동 급식지원, 심장병 환자 치료지원, 실직자 재활지원사업, 재해민 구호 및 의료지원 등에 쓰인다. ◆올해도 '기부 천사' 나타나 '훈훈' "예전에 경기도 분당지역에서 주머니 속 꼬깃꼬깃 접힌 지폐를 꺼내 자선냄비에 넣고 아무말 없이 가시던 한 노숙인이 생각나네요. 그 때 큰 감동을 받았어요. 어려움에 처하신 분들이 다른 이들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아요." 지난해 60대 어르신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1억1000만원을 기부해 자선냄비를 펄펄 끓게 했고, 90대 노부부는 2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60대 신사가 6800만원 상당의 무기명 채권을 기부했다. 어린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1000원, 2000원씩 넣으며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할 때 행복해진다는 그는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소중히 간직해 온 목걸이와 반지를 기부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며 "금반지를 자선냄비에 넣거나 헌혈증서, 항공권을 기부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에 많은 분들이 자선냄비 기부에 참여해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위해 작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동참해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