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28년 만에 최대폭…연준도 물가 경계, 한은 '인하론' 더 멀어지나
4월 생산자물가가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경계감이 한층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 경계와 정책금리 동결 장기화 가능성을 드러내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명분은 더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생산단계 물가 쇼크 2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 2.5%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6.9% 올라 2022년 10월 7.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세는 공산품이 주도했다. 농림수산품은 농산물과 수산물이 내려 전월 대비 1.0% 하락했지만, 공산품은 석탄및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이 각각 31.9%, 6.3% 오르며 4.4% 상승했다. 서비스도 운송서비스와 금융및보험서비스를 중심으로 0.8% 올랐다. 비용 압력이 생산단계 앞쪽에서 강하게 나타난 점도 부담이다.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5.2%,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했다. 특히 원재료가 28.5%, 중간재가 4.3% 오르면서 고유가와 고환율이 원재료·중간재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전월 대비 20.7% 올랐고, 폴리에틸렌수지와 폴리프로필렌수지도 각각 33.3%, 32.0% 상승했다. DRAM은 전월 대비 37.8%, 전년 동월 대비 396.0% 급등했다. 석유·화학제품은 비용 물가 압력을 키우는 반면, 반도체 가격 상승은 수출과 성장 방어 요인으로 작용하는 양면적 흐름이다. ◆ 연준도 인하 신중 미국발 변수도 한은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연준이 공개한 4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고, 근원 인플레이션도 2% 목표를 웃돌았다고 평가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공급 차질이 비료와 일부 비에너지 원자재 가격까지 끌어올렸다는 진단도 나왔다. 통화정책 기조도 당분간 완화 쪽으로 기울기 어려워 보인다. FOMC 참석자들은 높은 물가와 중동 분쟁의 지속기간 및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 정책 기조를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해야 할 수 있다고 봤다. 물가가 2%를 지속적으로 웃돌 경우 추가 긴축이 적절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다수 제시됐다. 이는 한은의 5월 금통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생산자물가가 급등해 비용 전이 우려가 커졌고, 대외적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의 완화 시점이 늦어지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유지돼 다시 수입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 기준금리보다 점도표가 핵심 최근 한은 안팎에서는 이미 금리 인하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 가능성까지 고민할 때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신성환 전 금통위원도 임기 종료 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논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 관심은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5월 금통위에서 제시될 경제전망과 점도표 변화에 쏠린다. 생산자물가 급등과 FOMC 의사록의 물가 경계 메시지가 맞물리면서, 2월 점도표에 남아 있던 금리 인하 가능성이 5월에는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5월 금통위는 한은이 고유가·고환율의 물가 전이 압력을 얼마나 크게 반영할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생산자물가와 연준 의사록이 동시에 물가 경고음을 키운 만큼, 금통위원들의 다음 금리 경로도 이전보다 위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통위는 오는 28일 개최될 예정이다. /김주형기자 gh47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