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스타트업 1.3조 투자 결실 공개…향후 지속 투자로 경쟁력 강화
네 바퀴가 달린 배송 로봇이 나무 재질로 된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일정 구간을 이동한 로봇은 박스 형태의 본체에서 음료를 내놓았다. 또 라이다와 카메라를 장착해 야간에도 도로 상황에 맞춰 안정적으로 물건을 배송한다. 이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분사해 라스트마일(배송의 최종 단계) 배송 로봇 기업으로 성장한 '모빈'이 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1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HMG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를 열고 모빈처럼 직접 투자하거나 협업을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모빈을 비롯해 모빌테크,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뷰메진, 어플레이즈 등 5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다양한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는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여 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한 수치다. 분야별 투자액은 모빌리티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AI)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을 설립했다. 또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스타트업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30개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으며 이들 업체의 누적 매출액은 약 2800억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시장 가치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는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스타트업 파트너들과 개방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혁신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개방형 혁신 분야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원순환 및 저탄소, 반도체, AI, 양자기술 등"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에 편의점 CU와 현대차 남양연구소 임직원 아파트 단지에서 로봇 배송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하며 2024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최진 모빈 대표는 "올해는 배송로봇 시스템 및 시장성 검증 단계이며 2024년에는 시장 확대, 2025년에는 보편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가 존재감이 없을 때부터 현대차그룹의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통해 아이템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줬고 내부적 갈피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정밀지도·가상 모델하우스 등의 부문에서 협업하고 있는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자금 유치가 어려운 사업 초기에 현대차그룹의 투자 덕분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황윤성 상무는 "현재까지 투자금은 현대차그룹 규모에 비해 크지 않다"며 "앞으로도 예상능 정해놓고 투자하기 보다는 꼭 투자가 필요한 기업이나 센싱해야할 분야가 있다면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는 물론 자원순환 및 저탄소,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과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로원팀 노규승 팀장은 "SDV 관점에서는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검토 중"이라며 "현대차그룹이 가진 자원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저변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