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12년 만에 법대로'…순탄치 않을 예산안 이후 정국
예산안 처리가 2일 우여곡절 끝에 12년 만에 법정처리 시한을 준수하며 처리됐지만 연말 정국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은 그나마 시한이 정해져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이제부터 다룰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이슈들은 성격이 다르다. 여야, 전·현 정부, 공무원·교사·군인 등 이해관계 당사자들 간에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새누리당은 예산안이 처리됨에 따라 본격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안 추진에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공무원 전·현직 단체의 반발과 야당의 외면에 가로막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최근 "예산안이 예정대로 통과되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2+2 연석회의'로 공무원연금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4월 이내에 처리해야 2016년 총선에서 공무원 표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야당과의 정치적 논쟁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내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여야, 정부, 노조, 학계,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단일안을 내고 이를 국회에서 처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적연금 개편은 사회적 충분한 합의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며 속도가 아니라 내용과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당사자들의 참여없는 개혁안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사자방' 국정조사와 갑자기 튀어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간 권력 다툼설과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이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예산 국회 이후 정국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자방 국조'와 '비선실세 논란'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사자방'은 이명박 정부가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한 비리로 국조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새정치연합은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을 놓고 여야간 공방은 팽팽하다. 새누리당은 이 사건을 '국기문란'에 따른 문건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치 공세 대신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새정치연합은 '십상시 게이트', '정윤회 게이트', '청와대 권력암투' 등으로 명명하고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예산안 처리 이후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주력하고 새정치연합은 사자방 비리 의혹에 대한 국조 관철을 목표로 법안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이라는 돌발 변수로 야당이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이후 특검과 국조 관철을 위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초 정국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논의보다는 여야간 정치 공방만 계속 이어지는 혼란만 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