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MBC, 순방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일파만파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첫 동남아시아 순방 출국을 앞두고 문화방송(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가운데, 야권은 물론 언론단체도 잇따라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며 긴급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9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해외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MBC 출입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도 1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특정 언론사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하는 데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이 많은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기자들에게도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답했다. 이에 MBC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언론 자유를 심각히 제약하는 행위로 보고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특정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신청 등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구제 절차를 통해서 충분히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합의하고 구축해온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여겨지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반박했다. MBC는 전용기 동행 취재를 불허에 대해 별도의 여객기 티켓을 확보하는 등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일정을 취재할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에 야권도 즉각 "치졸한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며 비판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본인이 미국 출장에서 이새끼, 바이든, 쪽팔린다며 욕설 논란을 일으키며 외교 참사를 일으켰다"며 "그러면서 MBC가 논란을 제일 먼저 보도했다는 이유로 출장에 동행하지 말라고 한다. 외교안보 참사 유발자 누구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가는 대통령 해외 출장"이라며 "대통령이 듣기 싫은 소리 했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고 왕따시키고 그러면 못쓴다. 이런 게 치졸한 언론탄압이고, 이러니까 불통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대통령 행위는 당연히 취재 대상이고 취재공간이다. 이 취재공간에 출입을 금지한 것은 명백한 보도 자유의 침해이고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라며 "비단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언론사 전체를 상대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 언론이 반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업언론단체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공동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규정하면서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윤석열 정부와 전면전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이번 사안은 진영을 뛰어넘어 언론자유 보장이라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면서 "오늘 MBC를 겨눈 윤석열 정부의 폭력을 용인한다면 내일 그 칼끝은 언론계 전체를 겨눌 것이며, 피 흘려 쌓아온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기틀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이번 취재제한 조치에 책임있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즉각 파면 조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