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접는 것 심각하게 고민…", 각종 규제법에 中企 '사면초과'
기업들 '절대 반대' 표명에도 중대재해법 국회 통과에 "경영 걱정" 코로나19 장기화속 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도 '문턱 대기' 뿌리산업등 인력난 지속… 50인 이상 기업 '주52시간제'도 애로 한 中企人 "정치에선 기업인 마치 도둑놈 간주해 처벌할 생각만" "대표이사나 현장대리인이 '안전'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며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잠깐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것까지 어떻게 일일이 챙기겠느냐. 현장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따라다닐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러운 사고가 나면 대표이사까지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특히 중소기업의 비용을 늘리고, 사업 의지를 꺾어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빌딩, 아파트, 호텔, 공장 등의 냉난방, 공조, 위생 설비를 담당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정달홍 회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통과된 직후 전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가까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연초부터 각종 규제 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거나 줄줄이 기다리면서 '사면초과' 상태다. 1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앞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을 비롯해 1·4분기 중 통과 윤곽이 잡힐 집단소송제, 징벌적손해배상제 등이 향후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대표적인 것들이다. 50인 이상 기업의 주52시간제 확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중소기업들은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고, 약 7%의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사업정리'를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다. 경영계(사측)나 노동계(노측)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한 채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망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상·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할 수있도록 했다. 또 감독의무를 위반한 법인·기관은 사망사고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부상·질병의 경우 '10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빠졌으며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해 1년 후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특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오너와 최고경영자(CEO)가 같은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우려를 표했었다. 중소기업계 대표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는 다른 경제단체와 함께 법 통과 직전까지 여·야 등 정치권을 찾아 호소하고, 수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 형성에 나섰지만 국회 통과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기중앙회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은 원·하청 구조상 현장의 접점에 있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는 1년 후엔 당장 범법자로 몰리게된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한다"면서 "중대재해법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향후 중대재해법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50인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최소 2년 이상의 유예 기간 부여 ▲추가 보완 조치 없을 경우 헌법소원을 통해 대응 수위를 점차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중대재해법에 화가 난 한 중소기업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자신을 '60살 넘은 기업가이며 싸인물 제작 분야에서 30년 넘게 활동해 오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이제는 용기와 힘이 부친다"면서 "정치(권)에선 기업주를 마치 도둑놈으로 생각하고 처벌하고 잡어넣을 생각만하는 등 중대재해법이 통과되고 기업주가 책임을 지고 실형을 살아야한다면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을)그만하고 손을 놓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빠르면 오는 3월께 국회 통과를 예정하고 있는 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 등 추가 규제입법도 추가적으로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관련 내용이 담긴 상법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의 심사를 거치고 있는 중으로, 심사가 끝나면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2월께 관계부처 협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최종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여당과 정부는 이를 4월 보궐선거 직전인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중기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는 관련 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50인 이상 기업에 확대 시행되는 주52시간제 역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들에겐 큰 고민거리다. 특히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대체인력이 부족한 금형, 주조, 용접, 열처리 등 뿌리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8~9곳은 지난해의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액, 투자, 고용이 모두 감소하거나 지난해 같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46.9%는 매출이 1년전에 비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33%의 기업들은 '당분간 경제위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기연구원이 지난달 중순 종업원 5인 이상 중소기업 52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러면서 중기연구원은 ▲코로나 피해 집중 업종·기업 신속 지원 ▲정책 목표 달성시 융자를 보조금으로 전환 ▲청년 인력 중소기업 유입 촉진 ▲온라인 비즈니스 확충 지원 ▲제조·공정혁신 지원 통한 생산성 향상 ▲사업재편 통한 손실 최소화 및 재도전 기회 부여 ▲중소기업 지원사업 유사·중복 개선 등을 '2021년도 중소기업 정책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