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초 당인리발전소, 英 '테이트 모던 미술관'처럼 탈바꿈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 마포의 당인리발전소가 새 옷을 갈아입을 준비가 한창이다. 기존 지상 발전소 자리엔 문화창작발전소와 지상공원 등이 들어서 문화와 생태, 자연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본 기능인 발전소는 지하로 들어가 서울 주요 지역에 열을 공급하고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일제시대인 1930년에 준공, 무려 90살 가까이 된 당인리발전소가 '제2의 탄생'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시민들을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지을 당시 법인 명칭은 '경성전기주식회사'였다. 지금은 서울건설본부로 이름이 바뀐 당인리발전소는 상암동에서 마포를 잇는 강변북로를 달리다보면 왼쪽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건설본부는 한국중부발전이 관장하고 있는 전국 6곳 발전소 중 하나다. 충남 보령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부발전은 보령, 서천, 제주, 세종, 인천 등에 각각 발전소를 두고 해당 지역 열공급과 전기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총 5개의 발전기가 자리잡고 있던 당인리발전소는 1호기(1930년 준공), 2호기(1935년 〃), 3호기(1959년 〃)가 가동 중단된 지 오래다. 또 1970년대에 건립된 4호기, 5호기 중에선 4호기가 2015년 말 멈췄다. 마지막 남아 연기를 내며 건재함을 자랑하던 5호기 역시 오는 3월이면 가동을 멈추게 된다. 서울 마포, 여의도, 동부이촌동, 반포동 등 총 6만8000여 가구에 열을 공급하며 시민들에게 온기를 전달했던 옛 당인리발전소가 역사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18일 중부발전에 따르면 당인리발전소는 현재 지하에 800메가와트(㎿)급의 복합화력발전소를 건립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하에 대규모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은 국내에선 첫 시도다. 총 1조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되는 복합화력발전소는 800㎿의 전기와 530Gal/h의 열공급 용량, 5.6㎿의 연료전지 시설로 변모하게 된다. 서울건설본부 관계자는 "안전 규정이 더욱 강화되면서 설계를 변경, 더욱 완벽하게 공사하기 위해 공기가 다소 늦춰져 발전소 준공은 내년 초, 본격 가동은 내년 하반기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지하발전소가 완공되면 지상에는 당초 계획대로 문화창작발전소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6월 첫 삽을 뜬 복합화력발전소가 2018년 하반기께 본격 가동되면 서울 시민이 쓰는 전기의 10% 가량을 이곳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탈바꿈하기 전 당인리발전소의 전력 자급률은 3.7%였다. 중부발전측은 복합화력발전소를 완공한 이후엔 지상 공간을 시민 쉼터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벤치마킹한 문화창작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역사적 중요성을 감안해 지상 발전소도 상당부분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창작발전소의 모델이 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테임즈강변에 위치해 있다. 2000년에 문을 연 이 미술관은 2차 세계대전 직후에 런던 중심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던 화력발전소인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 박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건축가 길버트 스코트가 발전소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사이드 발전소는 공해문제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1981년에 가동을 멈추고 문을 닫았다. 영국 정부와 테이트 재단이 8년여 간의 공사를 통해 발전소 외관을 최대한 살린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지하발전소와 함께 문화창작발전소가 완성되면 인근의 홍대 거리, 한강변 등과 연계한 마포지역의 랜드마크가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