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한국경제…경직된 조직문화 바꿀 해법은?
[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권위, 잦은 야근, 여성 차별, 빈번한 회식, 반복적인 회의, 불명확한 상사의 지시, 소통 부재 등 ….' 대한민국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말들이다. 2010년까지만해도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한국 경제는 노령화된 산업 구조, 신성장 산업 부재,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때문에 저성장을 인정하고 여기서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것이 바로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업문화' 확립이다. 맥킨지 서울사무소 최원식 대표는 한국 경제를 '자전거 타기'에 비유했다. 우리는 그동안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탈 정도로 익숙한 경영환경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이만큼 먹고 살게된 것이 그렇다. 하지만 이제부턴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최 대표는 "자전거는 속도가 떨어질 때 균형을 잡기가 더 힘들다"면서 "자전거가 고속으로 갈 때는 필요없었던 운전자의 역량이 이제부터 진정으로 요구되는 것도 이때문이다"고 말했다. ◆꼰대와 무개념에 꽉 막힌 한국 기업 문화 1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컨퍼런스'에서 맥킨지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조직건강도 수준이 글로벌 기업대비 평균 55점으로 절반을 살짝 넘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대기업 30곳, 중견기업 69곳 등 총 99개 기업, 3만99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기업은 67점, 중견기업은 50점이었다. 중견기업 가운데 하위 25%가 안되는 최하 수준의 기업문화를 가진 곳은 49곳이나 됐다. 최하 수준 대기업도 3곳이 포함됐다. 이는 회사 사정을 잘아는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다. 조직건강도 측정 항목에는 기업 방향성, 리더십, 문화 및 분위기, 책임소재, 동기부여, 혁신 및 학습 등의 내용이 두루 포함됐다. 기업문화 진단 결과 야근(69%), 회의(61%), 보고(59%), 여성근로(51%) 등이 상대적으로 심각했다. '야근이 많아 퇴근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평소 불필요한 회의가 잦다' 등의 질문을 던져 '그렇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한국 기업에서 필요 이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들은 권위를 통한 업무추진 리더십, 직업윤리 준수,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 등이었다"면서 "반면 결과에 따른 공정한 성과 관리, 건전한 내부 경쟁, 지식 공유, 위로부터의 혁신 리더십 등은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방적·권위적 리더십 ▲부족한 리더십 역량 ▲주먹구구식 업무프로세스 ▲공정치 못한 평가 및 성과보상 등에 대해선 기업들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속성장 가능한 조직문화 어떻게 우선 저성장시대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일방, 권위, 지시, 경직, 불통 등으로 대표되는 '꼰대 리더십'과는 정반대의 리더십이다. 여기서 특히 중간세대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최 대표는 "'하면된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임원급 세대는 Y세대를 무개념으로, 삶의 질을 추구하는 Y세대는 임원급 세대를 꼰대로 부르며 믿지 않는게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라면서 "위로는 권위적 리더십에 대한 효과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고, 아래로는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되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할 줄 아는 중간세대 리더(팀장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고 강조했다. 이날 또다른 발표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이정동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개념설계는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을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을 가진 기업'으로 정의했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그림은 그리지 못한다. 개념을 설계하는 역량은 특허나 논문, 매뉴얼이 없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면서 "기존의 잣대로 새로운 시도를 검열하고 목표를 먼저 세우고, 성공여부에만 집착하는 방식으론 확보할 수 없고, 창의와 혁신이 바탕이 된 수 많은 시행착오가 축적돼야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가정신의 중요한 덕목의 하나인 '도전'이 백지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선 3~4인의 스타트업 캠프를 구성해 자율권을 부여한 뒤 성과에 대한 과감한 보상을 하고 있는 SK텔레콤, 공간 혁신을 통해 일하는 문화를 바꾼 유한킴벌리, 구성원간 소통 문화를 극대화하고 있는 구글코리아 등의 사례가 발표돼 참석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