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에 조윤제·서영경·주상영…고승범 위원 '첫 연임'
조윤제 전 주미 대사(왼쪽부터), 고승범 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주상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한국은행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후임으로 조윤제 전 주미 대사, 주상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서영경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이 내정됐다. 고승범 금통위원은 사상 처음으로 연임됐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원 선임 추천기관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조 전 대사를, 한은은 고 위원을, 금융위원회는 주 교수를, 대한상공회의소는 서 원장을 각각 추천했다. 이번 금통위원 인선은 민간위원 5명 중 4명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어서 신임 금통위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조동철, 신인석, 고승범, 이일형 금통위원의 임기가 오는 20일 종료되는 가운데 이번 금통위원 인선이 늦어지면서 하마평이 무성했다. 금통위원 임기 종료 며칠 전까지 후임 인선이 발표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당초 지난 10일 열린 금통위 직후 후임 금통위원 인선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회의원 총선 이후 금통위원 인선이 발표됐다. 이번 인선이 총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원은 기재부, 한은, 금융위, 대한상의, 은행연합회 등이 각각 추천을 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5명의 민간위원과 한은 총재(의장), 부총재(당연직)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은행연합회가 추천권을 행사한 임지원 금통위원은 2022년 5월에 임기가 종료된다. 금통위원은 차관급이지만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7인의 현자(賢子)'라는 찬사가 붙을 정도로 명예로운 직으로 인식된다. 3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고 4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게다가 까다로운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다. 다만 이번부터는 임기가 조정됐다. 한은법 개정으로 금통위원 4명 중 기재부와 대한상의가 추천하는 위원의 임기는 4년이며, 한은과 금융위 추천 위원의 임기는 한시적으로 1년 단축된 3년이다. 이번처럼 과반이 넘는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 이같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주상영 교수와 고승범 위원의 경우 오는 2023년 4월에 임기를 끝내게 된다. 기재부와 대한상위 추천을 받은 조 전 대사와 서 원장은 2024년 4월까지 금통위원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 예상된 주 전 대사 임명…고 위원 연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추천을 받은 조 전 대사는 임명이 유력했다. 조 전 대사는 학계에서 주류·중도성향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지냈으며 지난 대선 당시에는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았다. 지난 2018년에는 한은 총재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조 전 대사는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았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경제보좌관, 주 영국대사 등을 역임했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경제 과외교사 역할을 했다. 한은 추천을 받은 고승범 위원은 연임하게 됐다. 현 금통위원이 연임하게 된 사례는 금통위가 출범한 지난 195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고 위원의 연임은 통화정책의 연속성이 감안된 추천으로 해석된다. 고 위원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해당 업무를 담당하며 위기 극복을 주도한 경험도 추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은 경복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금융관료 출신이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을 역임한 후 2016년부터 한은 금통위원을 역임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고 위원은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과 정부의 정책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통화정책과의 올바른 정책 조합을 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추천을 받은 주 교수는 상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거쳐 2002년부터 건국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장을 맡고 있다. 대한상의 추천을 받은 서 원장은 '한은맨' 출신이다. 서 원장은 한은에서 조사국, 국제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한은 역사상 첫 여성 부총재보를 지냈다. 특히 서 원장의 임명으로 금통위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은 금통위가 보다 넓은 시각으로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주기자 hj89@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