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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증시 변동성 키우는 SG발 사태

2차전지 관련주 과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까지 겹치면서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SG증권발 사태가 투자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어 하루빨리 이번 사태를 종식하지 않으면 경기 침체 우려와 겹쳐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SG증권발 사태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특히 유명연예인과 기업 인사들이 주가조작 세력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현재 여러 세력이 가담한 주가 조작 세력이 차액결제거래(CFD)로 레버리지 투자를 하다가 증거금 부족으로 반대매매가 일어나 벌어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상승세를 보였던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개 종목이 이번 SG증권발 사태에 관련됐다. 이들 종목은 24일 SG사태가 터지자 하한가로 떨어졌다. 특히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선광은 4일 연속 하한가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물밑에서 떠돌던 이들 종목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주가 조작 세력은 아주 긴 시간 동안 광범위하게 이들 종목의 주가를 끌어 올린 새로운 주가조작 형태를 보여줬다. 이들 세력들은 지난 2020년부터 다단계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를 일임한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주식 계좌를 만들어 해당 계좌로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거래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을 들여다보는 한편 주가조작에 관련된 해당 인사들에 대해 출국 금지를 내렸다. 수사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는 모르지만 1차적으로 금융위원회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초 일부 종목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이들 세력들이 대규모로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뒤늦게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 시장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3-05-01 14:30:25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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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상화폐 관련법은 언제?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기록한 지 어느덧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테라사태, FTX사태, 코인시장 시세조작 등에 이어 이번 퓨리에버코인 사태까지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발생했다. 정부와 국회, 금융당국까지 사건사고가 발생 할 때만 "투자자보호에 총력을 다 할 것", "가상자산법을 신속히 추진해 통과시킬 것", "관련 거래소 검사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지만 가상자산시장의 현주소는 아직도 무법지대다. 가상자산시장에서 투자자피해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법'이 없다. 산업을 규제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은 관련법이다. 지난해 테라사태 때만 하더라도 거래소별로 제각각의 대응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 일괄적으로 거래정지가 아닌 거래소별 거래정지 날짜가 달라 시장에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관련 법률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거래소 등 암호화폐 사업자의 자금 세탁 행위만 감시할 수 있을 뿐 투자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없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부터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고 증권 등 기존 투자 상품과의 구별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정과제로까지 지정했지만 느긋한 대처에 투자자들 역시 분노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부랴부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지만 입법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 가상자산 규제안 '미카(MiCA)'를 오는 8월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국내에서는 이를 관망한 뒤 보안책을 내놓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는 향후 국제기준에 맞춰 가상자산 발생과 공시 등에 관한 2단계 입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간을 두고 법안을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테라사태 이후 관련법에 속도가 붙었다면 늦어도 올 상반기에는 실시가 됐을 것이다. 말만 앞세워 그 당시를 모면하기 보다는 고통받는 투자자들을 생각해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는 것이 먼저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의 실망감도 남지 않았다.

2023-04-27 15:36:28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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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화-대우조선해양 합병 둘러싼 갈등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해야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승인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 경쟁당국이 승인한 사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군용 함정에 무기시스템을 공급하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방산부문을 보유할 경우 수직 계열화가 이뤄져 경쟁사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부분을 문제삼았다. 한화가 함정 부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줄 경우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 등 군함을 제작하는 경쟁사가 불리해져 군함 경쟁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는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군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심사를 최대한 서두르겠지만 경정 시점을 못 박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이해관계자들간의 갈등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놓고 경쟁 업체들이 공정위에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HD현대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인수 지연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등의 여론조성을 위해 한화가 일부 언론사 윗선에 관련 보도를 청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이 사안과 별도로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지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은 HD현대 측의 불공정 수주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단순히 상선 부문만 놓고 보면 문제될 부분은 없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합병 승인에 손을 들어준 것도 조선 시장에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방산 부문을 두고 국내 업체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단순하게 생각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공정위가 군함 시장에서의 차별금지를 전제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해주고 한화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면 된다. 수직계열화를 무기로 경쟁사들을 차별하지 않는 다면 문제될게 없다. 한화는 방산 부문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세계 시장에서 K-조선의 상선과 군함, 해양플랜트 등의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2023-04-26 16:35:27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나' 아닌 '취업'을 위한 대입

한국의 대학은 졸업보다는 입학이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치열한 입시 경쟁만 버티면 출석만 성실하게 해도 졸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다. 선진국 등 외국은 오히려 입학보다 졸업이 어렵다. 독일의 경우, 뮌헨에서 킬(한라에서 백두 정도) 내 132개의 대학과정 중 121개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3분의 1이 정규기간 내에 졸업하지 못한다고 한다. 졸업까지 평균 6~7년이 걸리며, 전공에 따라서는 10학기를 넘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취업 시 아주 큰 조건으로 작용한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를 차치하고, 당장 상위권 대학과 하위권 대학간의 임금 격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교육이 '교육'보다 '경쟁'이 되는 이유다. 최근 입시에서는 의약학 계열이 초강세를 보인다. 이 역시도 압도적으로 연봉이 높은 '의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에서 2020년 발간한 한국의 직업정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소득이 높은 직업 상위 10개 중 9개가 의사였다. 이 다음으로도 상위권에는 다양한 의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 번은 입시 전문가와의 미팅 자리에서 이런 물음을 던진 적이 있다. 의사는 수술을 집행하고, 수많은 피와 죽음을 마주하는 힘든 직업이다. 의대를 희망하는 모든 상위권 학생들은 모두 적성에 맞아서 선택하는 것인가? 그러자 "돈 때문이죠"라는 예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의사 못 하겠다는 학생들도 일단은 의대에 진학부터 하자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따금씩 우리는 웃으면서 말하지만 이처럼 잔인한 사회가 없다. 결국 돈을 쫓게 되는 사회 구조에서 교육이 '자아 실현'의 원동력이 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간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지난 2021년 기준 10만명당 2.7명이다. 2000년대 들어 최고치다. 국제아동권리 NGO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코로나19 기간 20개국 아동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 순위는 20개국 중 18위(10점 만점에 7.10점)를 기록했다. 물론 경쟁교육만의 아이들의 행복을 좌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꿈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청소년도 없다.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까지 의대 입시 경쟁에 뛰어든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꿈을 종용하고 있지 않을까.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3-04-25 13:59:5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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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업사원에게 세계는 넓다

영업사원에게 세계는 넓다. 영업사원이 스스로 경계를 짓고 판매 영역을 한정해 버리면 자신의 가치를 한계지음과 같다. 오늘날에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를 꺼내보여 영국의 차관을 들여오고 울산 미포만 조선소 부지 사진만으로 유조선 계약을 따낸 일화는 세간에 회자된다. 나이키는 아디다스 농구화만 고집하던 신인 '마이클 조던'에게 혁신적인 디자인과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아직까지 기업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에어 조던'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두 사례 이외에도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성공가도를 달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저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신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겠다"고 말했다. 세달 후, 윤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량학살 있다면 인도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렵다"면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전제가 있는 발언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러시아 정부는 "전쟁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고, 종전 후 우크라이나 전후복구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특정 국가를 겨냥한 발언이 기업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일은 앞으로는 지양돼야 한다. 러시아는 삼성전자, 현대차, 롯데 등 유수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은 전쟁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는 한 번 철수하면 재진입이 어려운 시장 중 하나이고, 동유럽부터 중앙아시아 등 구소련 시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연해주 등지엔 식량 안보를 위한 농업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한·중·러·일·몽골 사이에 송전망을 구축해 시베리아나 몽골 고비사막의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도 논의된 바 있다. 물론,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량학살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대응도 중요하다. 다만, 그 방식이 전쟁의 장기화와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하는 쪽이 아니라 양측의 접점을 찾아 중재해 종전을 앞당기는 쪽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고 한국 정부가 이에 힘을 실어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2023-04-23 14:56:53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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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미동맹 70주년과 국빈 訪美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하순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오른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국빈 방미를 계기로 미국 상·하원으로부터 의회 연설까지 공식 요청을 받았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부터 국빈 초청을 받은 정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두 번째이자 국빈 방문과 의회 연설을 모두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빈 초청을 받았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당시 UAE는 공군 전투기 '에어쇼'까지 선보이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환영했다.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국익과 동맹국 외교로 중심축이 옮겨지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며 그 어느 때보다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의제도 다양하다. 경제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협력, 2차 전지·전기차·바이오 등 첨단과학기술 협력 등 미국의 첨단기술과 한국의 제조·생산 능력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가 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22명이라는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꾸려 양국의 첨단산업 협력 고도화를 위해 함께 한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 간 군사·정보 동맹을 한층 강화해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등의 방안도 준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안보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별도의 문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전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정부 도·감청 논란은 '옥의 티'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한미는 이해가 대립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가치동맹"이라는 것처럼 이번 국빈 방미가 국내외 여론을 반등시킬 여지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2023-04-20 10:20:45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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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출산과 근원적 문제

언젠가 동물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서 한 사육사가 '동물원에서의 자연번식은 곧 그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으로, 어떤 인공번식보다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유리벽 사이로 보이는 관람객의 눈과 왁자지껄한 소리, 퇴근(?) 후에도 좁디좁은 시멘트 바닥에서의 적응이라…. 인간이 생각하는 적응과 그들이 생각하는 적응의 깊이는 전혀 다르겠지만, 죽음으로 불행을 말하는 동물이 그나마 줄었다는 점에서 동물원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위안을 삼았다. 0.78명. 대한민국에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대 아래다. 사실 놀랍지 않다. 대한민국은 2004년째부터 16년째 출산율 꼴지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늘 같았다. 미혼남녀는 혼자살기도 어려운데, 결혼은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고, 결혼한 뒤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은 이런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환경,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속에서는 아이 낳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변한 것은 없다. 지난달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청년 임시근로자는 106만8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만3000명 증가했다. 계약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 근로자도 1만명 늘었다. 반면 상용직 취업자수는 1년 전과 비교해 4만5000명 줄었다. 오히려 안정적인 직장과는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집값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대출규제는 완화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니 집을 사라는 소리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면 건설사와 건설사의 자금을 지원한 금융사,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돼 있다. 비이상적으로 오른 집값을 낮춰 공급하면 피해가 크니, 오른 집값 만큼 대출을 받아 긴 기간동안 갚으라는 것이다. 동물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청년들의 출산 회피는 대한민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동물원 속 동물들이 자연번식을 잘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 동물원에서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관광객에게 비춰지는 시간을 줄이고, 시멘트를 걷어내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동물원의 주인공인 동물들에게 "너희가 예민하니 눈과 귀를 막고, 견디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청년이 이 나라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일자리 양이 많아지는 것보다 상용 근로자를 늘려야 하고, 대출한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집값을 낮춰야 한다. 동물원 만큼의 맞춤형 복지와 배려가 필요한 때다.

2023-04-18 16:24:35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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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의 꽃놀이패가 된 정책 실험…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서울시가 17일부터 한 달간 남산 1·3호터널의 혼잡통행료를 양방향에서 면제한다. 혼잡통행료의 시행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의 입장에서는 이번 정책 실험이 잃을 것 없는 '꽃놀이패' 성격이 짙어 안 할 이유가 없다. 먼저 혼잡통행료를 징수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해당 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에 맞설 명분이 생긴다. 앞서 고광민 의원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타 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과의 차별적 조치라는 등의 이유로 작년 11월 '서울특별시 혼잡통행료 징수 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했다. 고 시의원은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폐지조례안에 동의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서울시의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작년 12월 2~9일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100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8.1%가 남산 1·3호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폐지조례안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허나 본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건 '찬성 응답 비율'이 아닌 혼잡통행료 폐지를 '찬성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해 통행료가 없어지는 걸 반긴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찬성 이유 1위가 '교통량 감소 효과가 미흡해서'(29.6%)였기 때문이다. 이 설문 조사처럼 만일 혼잡통행료 부과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남산 1·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올해 시가 택시에 이어 지하철, 버스, 심지어는 따릉이까지 시민이 이용하는 모든 운송수단의 요금 인상 단행을 예고한 상황에서 남산터널을 지나는 '자동차 이용자'에게만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 시가 그간 추진해온 '사대문 안 5등급차 운행 제한' 등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와 함께 시내버스 준공영제 지원, 저상버스 도입 등에 쓰이는 연간 약 150억원의 혼잡통행료 수입을 어디에서 충당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일까. 혼잡통행료 면제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결국 혼잡통행료 올리겠다는 포석이네", "이 따위 선심성 규제 완화는 가진 자들에 대한 혜택일 뿐이다", "현행 혼잡통행료 징수 금액이 너무 낮아서 인상하겠다고 밑밥 까는 거지"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2023-04-17 14:22:52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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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반도체를 대표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어왔다. 삼성전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SK하이닉스는 심각한 도산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에서 손에 꼽는 기업으로 재기하는 전설을 만들었다. 여러번 치킨 게임과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오히려 더욱 단단한 회사로 성장한 성공 경험도 있다. 웬만한 위기에도 끄떡없던 두 회사가, 이번에는 진심으로 아픈 모습이다. 당장 적자도 견디기 어렵겠지만, 앞으로도 '초격차'를 지켜낼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크다. 불과 1년 전만해도 마이크론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격차가 있다며 알아듣지 못할 기술들을 읊어대던 현직자는, 최근에서야 '불안해진다'며 말을 잇지 않았다. 반도체 업게가 힘든 이유가 더 슬프다. 미중 무역분쟁이 전세계로 번지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은 국가전으로 비화했다. 모처럼 선점한 파운드리 초격차는 물론, 뛰어오를 준비를 하던 차세대 메모리 기술도 갈 길을 잃어버렸다. 미국 반도체 보조금과 '가드레일' 조항은 일본에 잃어버린 10년을 안긴 '플라자 합의'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 방미는 이런 국내 반도체 업계에 있어 둘도 없는 기회다. 반도체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반도체 보조금 신청은 불가피한 상황, 마감이 끝나는 6월 말 이전에 최대한 해독제를 찾아야한다. 기업이 직접 합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교적 문제는 결국 정치인들이 풀어야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논의가 오고 가야 정치적으로 책임이 커질테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총대'를 매지 않고 있다. 회사는 물론이고 관련 단체도 조용하다. 반도체는 정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서도 어렵고 기업이 나서기는 어려워서 이를 대변할만한 단체나 사람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위기때마다 생존을 위한 눈치 싸움뿐. 기자의 질문에 '뭘 알고 물어보세요'라며 공격했던 전문가도 정부를 향해서는 순한 양이다. 그나마.목소리를 내는 건 K칩스법을 성공시킨 양향자 의원 정도다. 윤 정부 측근으로 알려진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지휘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오히려 미국 반도체 보조금에 독소조항을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고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물론 사업은 정치 영향을 받지 않는게 최선이다. 그러나 반도체가 국가적 전략 산업이 된 상황에서 더이상은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에 힘이 되고, 때로는 정부와 싸우며 '초격차'를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3-04-16 10:26:48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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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냉수에 이 부러진다

최근 새마을금고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PF 연체율이 9%에 육박한다는 지적이 등장해서다. 새마을금고는 이와 관련해 즉각 해명에 나섰다. 실제 연체율은 0.71% 수준이며 예금자보호 기금을 조성하고 있어 안심해도 괜찮다는 내용이었다. 새마을금고는 약과에 불과하다. 지난 12일 오전 '엽기적인 해프닝'이 발생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느닷없이 문자가 도착한 것이다. 문자는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에 1조원대 PF 결손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부실이 우려되니 모든 잔액을 인출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다. 양 사는 사실을 확인하고 본사 소재지의 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사건을 접수했다. 금융시장이 예민한 이유는 실물이 없기 때문이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당장 금융시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일들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냉수에 이 부러진다'. 사소한 일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사소한 일들이 모여 큰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시장은 사소한 사건이 커다란 여파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이다. 자칫 안심하고 예금을 맡겨놓은 서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 이번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의 혐의가 인정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 금융업계가 디지털전환을 통해 체질개선을 하고 있는 만큼 철저한 감독이 요구된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포함해 해외 대형 은행들이 뱅크런에 속수무책 쓰러진 이유 중 하나로 디지털전환이 손꼽히고 있어서다.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입금, 상품가입 등의 절차가 간소화된 만큼 인출, 탈퇴 또한 쉽다. 물론 소비자들 또한 똑똑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금융 문해력이 낮은 편에 속한다. 아울러 학력·연령에 따라 금융 문해력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돈 밝히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돈 좀 밝히고 은행에서 발행하는 문서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 금융시장은 항상 불안정하고 관리가 필요하다.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이 요구된다.

2023-04-13 13:55:48 김정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