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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심은 통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흥행에 답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급변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와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차량용 전선 뭉치)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로 판매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를 위해 최소 6개월 최대 1년 이상 기다려야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또 대리점을 방문해도 과거 영업사원들은 가격 할인 등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소비자에 대응했던 모습을 사라졌다. 차량을 구매할거면 계약하고 기다려라는 정도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차량 가격은 연식 변경이나 부분변경 모델 출시와 함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차량 가격은 2020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 차량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소비자들은 현대차·기아의 차량을 6개월 이상 기다리며 구매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하면 다른 브랜드는 신차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결국 경쟁 제조사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출시하면 언제든 구매할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는 KG모빌리티(전 쌍용자동차)의 토레스와 한국지엠의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출시되면서 명확해졌다. 토레스는 중형 SUV로 출시됐지만 가격은 2000만원 후반대로 출시됐다. 토레스 T5 트림은 28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반면 경쟁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는 3252만원부터 시작하며 쏘렌토는 3002만원부터 시작한다. 토레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토레스의 사전계약 대수는 3만대 이상을 기록하며 위기의 쌍용차가 부활할 수 있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국지엠이 최근 출시한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52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출시됐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코나와 아반떼, 기아 셀토스 등과 가격적인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 사전 계약도 4일 만에 1만대를 가볍게 넘겼다. 한국지엠은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전국 4대 거점에서 대규모 전시 및 시승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두 회사가 오랜기가간 내수 시장에서 침체기를 겪었지만 이처럼 성공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가성비다. 한때 내수 지상 점유율 30%를 차지했던 KG모빌리티와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가 10% 수준으로 떨어진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모델을 출시하는게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2023-03-29 15:30:10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애플과 C-타입

유럽연합(EU)이 던진 'USB-C' 통일 법안이 애플의 액세서리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유럽 시장 소비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플이 고유의 라이트닝 케이블을 포기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스마트폰·태블릿PC 등 휴대용 전자기기 충전 단자를 표준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정부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휴대용 전자기기 충전 단자를 표준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내놨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기정통부 장관이 시행령으로 전자기기 충전 단자를 USB C타입으로 표준화할 수 있다. 벌써부터 커뮤니티에서는 "다음 아이폰 C-타입 되면 이제 라이트닝 케이블 따로 안 챙겨도 되겠다"라며 반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애플은 2012년 출시한 아이폰5 시리즈부터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을 채택한 케이블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자사 인증(MFi)을 받지 않은 충전장치에 속도 제한을 둘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화재다. '루머'로 치부하기에는 '애플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애플의 행보가 주목된다. 'MFi 인증'은 타 제조사가 만든 충전장치 등의 품질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애플이 지난 2005년 도입한 자체 인증제도다. 애플 공식 판매채널에서 구입한 제품이 아니거나, MFi 인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애플 기기 연결 시 '액세서리가 지원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를 볼 수 있다. EU가 'C-타입 통일'을 결정한 이유는 C타입, 8핀(라이트닝), 5핀 등 제조사마다 규격이 제각각이었던 충전기 포트를 통일시켜 불필요한 충전기 폐기량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기 위함이었다. 애플이 소문처럼 MFi 인증 제품과 미인증 제품을 구별하게 되면 법안의 취지가 희석된다. 또한 애플의 MFi 인증을 받으려면 애플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데 애플은 이를 통해 추가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아직 애플에서는 아이폰 15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한 바 없다. 그러니 아직은 C-타입 케이블 속도 제한은 '루머'다. 하지만 애플이 진정으로 환경과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속도 제한'과 같은 결정을 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2023-03-28 16:18:18 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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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중 가격' 꼼수에 배달앱 '손절'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부터 꾸준히 이용해온 배달앱을 삭제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느껴지는 배달료 때문이다. 최소 얼마 이상 주문해야 배달을 해주는 것은 물론, 기본 3000원부터 거리에 따라 가격이 더 붙으니 음식 값보다 배달료 부담에 주문을 그만 두게 되는 일이 최근들어 잦아졌다. 같은 음식이라도 매장보다 배달 가격이 더 비싼 '이중 가격'도 문제다. 심지어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곳도 허다하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의 총 1061개 메뉴에 대해 매장 내 가격과 배달 앱 내 가격을 비교한 결과, 20개 음식점(58.8%)이 매장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분식집이 12곳, 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이 8곳으로 최대 4500원의 가격 차이가 났다. 이 중 13개 음식점(65%)은 배달 앱 내 가격이 매장과 다르다는 사실조차 고지하지 않았다. 기자도 햄버거를 주문하다가 매장 가격과 배달앱의 가격이 다르게 적혀 있어 포장해온 경험이 있다. 매장 판매 가격과 배달앱의 가격이 다른데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중 가격의 주된 원인은 배달플랫폼의 과도한 중개수수료와 광고비다. 음식점 점주들은 배달플랫폼의 중개 수수료 때문에 배달앱 내 상품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중 가격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설문결과에 따르면 3개 민간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를 이용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민간배달앱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한 경우 49.4%(384명)가 음식의 가격 및 배달비 등을 인상했다. 광고비가 인상된 경우에는 45.8%(346명)가 인상했다.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인상으로 가게의 운영이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 음식 가격, 배달비를 인상하거나 음식의 양을 줄여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소비자에게 매장 판매가격과 다르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소비할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 대다수가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 가격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는 배달플랫폼의 과도한 중개수수료과 광고비에 대해서도 제재가 필요하다.

2023-03-27 15:29:06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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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이삼촌이 쓰러진 제주에 걸린 왜곡 현수막

현기영은 소설 '순이삼촌(1978년 작)'으로 제주 4·3 사건을 세상에 알린 소설가다. 4·3 사건으로 군경에 의해 남편과 쌍둥이 자식을 잃은 순이삼촌(제주도에선 먼 친척을 남녀 구분 없이 삼촌으로 부르는 풍습이 있다)의 생애를 조명하며 4·3의 비극을 알렸다. 순이삼촌은 4·3 이후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자신이 평생 일군 제주의 옴팡밭에서 음독해 목숨을 잃는다. 현기영 소설가는 이 소설의 발표 이후 보안사(현 국군방첩사령부)에 끌려가 3일간 고문을 받는다. 기록도 발설도 금기시되던 4·3 사건은 사건 발생 약 40년이 지난 1989년 민주화 이후 첫 공식 추모제를 열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후 2000년에 국회에서 4·3특별법을 제정해 공포했고 2003년엔 국가 차원의 진상보고서가 발간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 권력을 대표해 4·3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박근혜 정부는 4월 3일을 국가 지정 추념일로 정했다. 정부는 희생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검찰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은 당시 공식적인 재판 절차를 밟지 못하고 총살된 양민의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하지만 4·3 사건 75주년을 앞두고 제주 전역에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현수막이 걸려 제주도민과 제주를 방문하는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극우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엔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남조선노동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고 적혀있다.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최고위원 선거를 앞뒀던 태영호 의원은 해당 언동으로 정치권·시민사회에 질타를 받으며 언론에 관심을 받았다. 미군정의 친일 관료·경찰 등용, 1947년 3·1절 기념대회에서 경찰의 발포 및 총파업 돌입, 서북청년단의 입도와 도민을 향한 테러행위, 제주도 전역을 향한 토벌대와 무장대의 양민 학살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 제주의 맥락을 제거한 선동에 불과하다. 제주는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뒤로하고 '상생과 평화'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이를 돕지 못할 망정, 무의미한 정치 선동을 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2023-03-26 13:28:39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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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일관계 정상화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제3자 변제'라는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결단함으로써 한일정상회담은 이뤄졌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12년 만에 셔틀외교 복원, 수출 규제 해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발족 등에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일본 실무 방문으로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이 일본 방문 성과를 연일 부각시키고 있음에도 국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국민의 10명 중 6명은 이번 윤 대통령의 한일외교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에 내준 것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일본 정치인들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를 비롯해 독도·위안부 문제 등 연일 한국의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외교당국을 통해 유감 표시와 재발 방지 요청을 했다고 밝힐 뿐, 들끓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한일관계가 개선돼 양국 국민이 자유롭게 교류하며 사이좋은 이웃으로 지내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 미래로 함께 나아간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은 한일정상회담 이후에도 과거사에 대한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정상이 만나 '화합주'를 마시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고, 일본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고 환영을 표했다는 것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민은 36년 동안 일제 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저력이 있다. 자긍심은 누구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먼저 절반을 채웠다는 물잔의 절반은 아직 비어있다. 일본은 그 물잔을 채우는 대신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 청구서를 내밀었다. 오는 5월 방일에서는 윤 대통령이 일본의 더 성의 있는 후속 조치를 이끌어내길 바랄 뿐이다.

2023-03-23 14:52:24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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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조 회계 공시가 필요한 이유

최근 회계업계의 화두는 단연 '노동조합 회계자료 제출 요구'다. 윤석열 정부 이후 노동조합에 대한 회계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면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회계자료의 내지 제출 요구는 월권"이라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고용부는 노조법 제14조의 자료 비치와 제27조의 노조 의무에 근거해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노조와 연합단체 334곳에 회계 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 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회계자료 제출 노조에 대해서만 국고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도 정비했다. 여전히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노조가 86곳(26.9%)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은 64곳 중 39곳, 한국노총은 178곳 중 32곳이다. 노조는 회계자료 미제출이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으로 이어지는 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한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걸 말한다. 회계 자료 제출은 단체의 재정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정부가 사업 수행 주체의 요건을 확인하고, 국민의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는데 노조가 주장하는 '권리행사 방해'가 무엇을 뜻하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5년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총 1521억원(고용부 177억원, 광역자치단체 1344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조합비 연간 세액공제(15%) 금액도 3700억원에 달한다. 노조 등 비영리법인은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꼼꼼한 회계감사가 더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으로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가로막는 셈이다. 깜깜이 회계는 온갖 내부 비리로 이어진다. 잊을 만하면 노조비 횡령 및 배임 문제가 불거진다. 노사 법치가 확립돼야 기업 투자가 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노조가 정치적 투쟁을 일삼으며 '회계 투명성 강화'에 반대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특권의식에 불과하다. 노조 본연의 기능은 근로자의 권익 보호다. 사측에 투명한 회계를 요구하면서 노조 집행부의 회계 자료 제출 거부는 '내로남불' 그 자체다. 정치적 투쟁을 멈추고, 회계 공시 의무화 등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미경기자 mikyung96@metroseoul.co.kr

2023-03-22 15:48:12 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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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금융위기와 실수

2012년 5월 7일 저축은행 4곳의 영업이 정지됐다. 오전 11시. 한국저축은행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에서 73억, 경기저축은행에서 48억, 영남저축은행에서 18억원이 인출됐다. 솔로몬저축은행 계열인 부산솔로몬에서는 35억, 호남솔로몬 저축은행에서는 29억원이 빠져나갔다. 금융당국은 "인출규모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니 예금자들은 차분히 대응해 달라"고 했다. 지난 10일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급불능으로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이후 SVB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전 세계 금융주가 급락하며, 그레디트스위스(CS) 주가가 하락했다. 여기에 아마르 알 쿠다이리 SNB 회장이 CS에 추가 재정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주가는 스위스 증시에서 장중 30%나 폭락했다. 어디에서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은 양호한 유동성과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고, 미국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모니터링을 통해 금융안정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저들 은행으로부터 시작된 불똥이 우리에게 제한적인 것은 확실할까. 2012년 저축은행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 등 국내경기가 침체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나라도 5%대까지 금리를 올리며 발생했다. 시차를 두고 연체율이 오르며 부실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은행으로부터 발생한 금융위기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까. 금융당국은 최근 제일 약한고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지목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금리가 오르며 부실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PF 대출이 급격히 오른 여신전문회사와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금융당국 관리감독이 닿지 않는 곳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금융감독원이 아닌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감사권한을 갖고 있어 금융당국이 관리할 수 없다. 불똥이 튀는 시기, 제일 약한고리로 작용할 경우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고 한다. 지나온 발자국을 통해 현재 방향을 알았다면, 원하는 미래를 위해 방향을 조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 또 다른 안일함으로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2023-03-21 16:08:01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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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링, '서울 도심 미세먼지 체험 대관람차' 우려

20일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역사적인 날이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해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탑승해도 열에 아홉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탓에 이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는 걸 아는 시민들도 미세먼지 때문에 기존에 쓰던 비말마스크 대신 KF94 마스크를 찾아 쓸 정도로 이날 대기 질은 나빴다. 그간 배출가스 5등급차를 미세먼지 유발 주적으로 삼아왔던 시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저공해 조치를 실시하고 운행 단속을 강화해 왔다. 시는 지난 2005년부터 5등급 노후 경유차를 대상으로 조기폐차, 매연저감장치 부착 등의 저공해 사업을 벌여 총 50만7918대에 대한 저공해 조치를 마쳤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 서울 하늘을 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시간당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에 해당하는 84㎍/㎥를 기록했다. 시민들이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시기에 오세훈 시장은 유럽 출장을 떠나 정책 구상 중에 있다고 한다. 시는 오 시장이 15일(현지시간) 런던 하이드 파크 일대를 둘러보고 '서울링'이 들어설 월드컵공원을 시작으로 서울의 공원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서울 공원 명소화' 구상을 제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17일 배포했다. 서울링은 쓰레기 매립장을 복원해 만든 마포구 상암동 소재 월드컵공원에 건립되는 대관람차다. 96m 높이 하늘공원 위에 지름 180m로 만들어져 중심축과 바퀴살을 없앤 고리형 대관람차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허나 서울링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은 요원해 보인다. 과거 큰 실패를 맛본 대규모 토건 사업의 안 좋은 선례(4대강, 세빛둥둥섬 등)를 떠올리며 세금이 살살 녹고 있다고 비판하거나 마포구에 자원회수시설을 증축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관광명소를 만드는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설령 서울링이 100% 민자수익형 사업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문제다. 성공하면 민간기업 배불려주기가 되는 거고, 실패할 경우 민간사업자들이 지방자치단체에 소송을 걸어 손해의 책임을 떠넘기길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번 출장에서 서울링 건립 같은 대규모 토건 사업 구상 보다는 유럽 도시들의 맑은 하늘을 보며 서울에 벤치마킹해 도입할 미세먼지 저감책을 모색하는 게 나았을 듯하다. 서울링이 '서울 도심 미세먼지 체험 대관람차'가 되길 바라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느 누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해 한 치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서울의 풍경을 구경하겠다고 몇만원씩 내고 대관람차를 타겠는가.

2023-03-20 15:53:28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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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도 사람이 만든다

요즘 반도체 회사 내부 분위기는 참으로 냉랭한듯 하다. 업황 악화로 비용 줄이기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그나마 힘든 일상을 위로해주던 성과급도 사실상 받기 어려워져서다. 시장 특성상 어쩔 수는 없다고 해도, 성장 가능성만 믿고 오랜 공부 끝에 반도체 전문가가 된 국내 최고 인재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외나 학계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어두운 반도체 전망은 대학 입시에서도 드러났다. 한때 일부 의대와도 경쟁하던 반도체 전공학과가, 이제는 완전히 경쟁에서 밀려버렸다. 반도체 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신도시 입시학원에서도 의대 선호 성향이 분명하단다. 특히나 최근 정계 태도도 반도체 전문가들을 실망케하기 충분했다. 업황이 악화하면서 국가적 위기까지 우려됐고, 결국 부담을 줄이는 'K칩스법'이 나왔음에도 모두가 외면했다. 반도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장비나 연구 개발은 물론, 전문가 육성과 보상 등 인적 자원에 대한 비용도 포함된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재가 부족한 때에는 비용이 적지 않게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K칩스법이 투자를 유인하는 것은 물론,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를 통해 인재들을 지켜내고, 또 새로운 인재들을 찾으면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 그나마 거대 양당이 뒤늦게나마 합의에 이르는 모습이지만, 반도체 업계가 입은 상처는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에게는 K칩스법이 어느새 재벌을 위한 특혜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여전히 이같은 논리로 K칩스법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려움에 처한 반도체 업계와 종사자들에 '쌤통'이라는 의견까지도 나온다. 세금이 줄어들면 소외계층 지원이 줄어들 거라는 주장도 그리 와닿지가 않는다. 예산이 줄면 복지부터 줄어들 거라는 얘기, 낙수효과다. 낙수효과를 부정하면서 낙수효과를 지켜야한다는 셈이다. 반도체 업종 고액 연봉자들이 내는 세금과 기부가 적지 않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옛말은 기업에는 몰라도 사람 개개인에는 꽤나 맞는 말인듯 하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지원은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기왕이면 인터내셔널을 꿈꾸자.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3-03-19 11:23:17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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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요한 것은 신용

신용은 중요하다. 경중과 관계없다. 동네 친구와의 약속은 물론, 가족, 직장 등 여러 관계에서 신용은 필수다. 신용이란 특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네 슈퍼에서 파 한 단을 사더라도 같은 값이라면 유기농 혹은 무농약을 선택한다. 더 건강하고 질 높은 식품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파와 유기농, 무농약 파의 영양소는 유사하다. 같은 값의 유기농 파 한 단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은 실질적으로 신용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미국 내 스타트업 기업의 주거래 은행 역할을 했던 SVB는 1만여 개에 달하는 미국 은행시장에서 20위권 내에 명함을 내걸 정도의 우량 금융사였다. SVB는 팬데믹 당시 고금리를 내걸며 자금을 조달했다. 우후죽순으로 풀린 자금을 높은 비용을 부담해 조달했다. 이후 미(美)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을 시작하자 자금난에 시달린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을 회수했다. 이후 SVB에서 자금이 말랐다는 소식이 번지면서 돈을 맡긴 기업들이 돈을 빼면서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했다. SVB가 파산한 이유는 신용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이 SVB의 파산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클릭만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뱅크런의 속도를 높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SVB 파산의 핵심은 신용 하락이다. 소비자의 편의를 높인 디지털 전환을 두고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다. 일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예금주들이 뱅크런을 시도했다. 순식간에 자금이 빠져나간 탓에 상당수의 저축은행이 파산했다. 저축은행 사태 또한 신용이 무너져서 발생했다.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업계 유동성 비율을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저축은행 감독규정에서 정한 100%를 한참 넘어섰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중앙회가 나서서 신용을 증명했다. 금융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조기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에 몰두하고 있다. 편의성이 높아지면 자금을 빼는 것만큼 맡기는 것 또한 간편하다. 중요한 것은 신용이다.

2023-03-16 08:43:37 김정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