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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글로벌 車 업계 전기차 판매 경쟁…소비자는 여전히 불안

"전기차 대세지만 구매는 시기상조 같아요." 최근 정부 지원금 등의 혜택을 두고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던 김모씨(43)는 오랜 고민 끝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했다. 김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차량의 선택폭은 넓어졌지만 충전 인프라와 AS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전기차는 부담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차량 정비 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부담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정부 지원과 완성차 업계의 신차 출시로 판매량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대수는 39만대로 전년 대비 68.4% 증가했다.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도 2018년 2만7352기에서 지난해 20만5205기로 8배 가까이 늘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전기차 충전소도 넉넉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고속도로나 도심에 설치된 충전소를 보면 충전이 가능한 기기는 몇개 없다. 부품 결함으로 충전 기능을 못한 채 방치된 제품도 수두룩하다. 이번 설 연휴 이같은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고속도로에서 '충전소 레이스'를 펼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설 연휴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터리 충전에 애를 먹는 차주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여기에 겨울철에는 배터리 충전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부담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에 따른 부작용은 확대되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하고 시장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400㎞가 넘는 주행거리와 첨단 기술, 혁신 디자인을 채택한 전기차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충전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차치해도 배터리 기술 등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안정적인 시장 형성을 위해 당장 전기차를 판매하기보다 전기차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2023-01-29 11:45:47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아끼지 않는 교육

교육부는 올해 최초로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지만 현장에서는 값싼 교육을 궁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이 교육보다는 '갓성비' 인재양성 계획의 일부가 됐다는 지적이다. 증액분 중 특히 많이 늘어난 예산 역시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지원 예산이다. 최근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값싼 교육을 고민하는 교육부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는 교육부가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경쟁교육 과열과 함께 학교 서열화의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 교육 시장에서 공교육의 전폭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공교육의 실효성을 잃게 될 경우, 지금처럼 사립초, 국제중, 특목·자사고의 선호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어진다. 2022학년도 서울 지역 사립초 평균 경쟁률은 11.7대 1로 전년 6.8대 1 대비 크게 상승했고, 전국 주요 10개 자사고 역시 지난해에 최근 5년 사이 최고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로 인해 경쟁력 있는 학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즉, 공교육의 미흡함을 가정이 개별적으로 충족해 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코로나19에 잠시 주춤했던 사교육 참여율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7.1%였던 사교육 참여율은 2021년에 75.5%로 급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 이태규(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2016년 18조606억원이었던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415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소득 구간별 차이로, 2021년 월소득 300만원 정도의 저소득 가구 평균 사교육비는 14만8000원, 700만원 가량의 고소득 가구는 54만원으로으로 약 40만원 가량의 큰 차이를 보였다. 통계청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도 가구소득 800만원 이상인 집단은 200만원 이하 집단보다 사교육 참여율이 1.85배 높고, 사교육비 지출도 5.1배 많은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공교육이 아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을 아낀다면 그 몫은 자연스럽게 가정으로 떠넘겨진다. '계층 이동 사다리'로 불리던 교육은 어느새 '계층 대물림의 통로'로 변질됐다. 경쟁교육 과열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는 지금, 가정이 아닌 정부 차원의 아낌없는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

2023-01-26 15:47:3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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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기한' 제대로 알려야

올해부터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를 대체하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됐다. 소비자들의 식품섭취 기간이 늘어나고 폐기비용 감소와 농산물수요증가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지만,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소비기간 표시에 대해 충분히 홍보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명절 전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마트에서도 소비기한이 아닌 유통기한이 적힌 제품이 대다수였다. 정부가 시행 첫 해인 올해는 계도 기간으로 운영하면서 아직 대다수의 식품 기업들이 소비기한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유통기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의 안내나 소비기한 관련 홍보물 등도 없어 소비자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기한'을 검색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연구팀에서 소비기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의 52.9%는 마트 등에서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라도 사서 먹겠다고 응답한 반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6.2%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이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의 차이를 정확히 구별하지 못해 이러한 응답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유통기한과 달리 소비기한은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제품의 보관 상태와 관계없이 섭취하면 안 된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식품섭취가 가능한 기한을 말한다. 유통기한은 식품의 맛과 품질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점을 설정시점으로 산출한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한 반면 소비기한은 품질안전 한계기간의 80~90%로 설정한 것이 차이점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소비기한을 유통기간처럼 착각해 기간이 경과한 제품을 섭취할 가능성이 큰데다 경과한 제품을 섭취했을 때에는 안전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기한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소비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소비 최종시한인만큼, 소비기한의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알기 쉽게 기재하는 등 부작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1년간은 계도기간으로 제도가 정착되기 까지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이 적힌 제품이 혼재돼 판매되므로 제품 구매 시 표시된 날짜와 보관 방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2023-01-26 10:40:45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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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수님의 경고, '연금개혁' 진정성으로 국민 설득해야

"학생들의 부모님 세대는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것이 확실히 이득이었지만 학생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 시절, 전공수업이었던 '복지정치론'을 강의하던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생들은 90년대 생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숨이 막혔던 기억이 났다. '국민연금은 취업과 동시에 의무 가입되지 않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도 그럴것이 국민연금이 처음 도입된 1988년에 납부를 시작한 사람은 만기를 채울 시 70%의 소득대체율(근로기간 동안의 소득 대비 퇴직 후 연금으로 받는 액수의 비율)을 받을 수 있다. 도입 당시 가입 유인을 확보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후하게 설정한 면도 있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통과된 연금개혁안을 보면, 보험료율은 9%(근로자와 사용자가 반반씩 부담)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까지 낮아지도록 설계했다. 소득대체율이 제도 도입 당시보다 30%포인트가 떨어지고 기금도 2057년(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에 고갈된다고 하니 교수님의 말씀이 이해도 간다. 지난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도출한 국민연금 개혁안 다수안은 소득대체율을 현 40%에서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2%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다만, 사용자 측의 반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시 교수님의 말씀을 생각해보면, "이제 학생들은 큰일 났으니, 노후를 대비해서 국민연금 이외에 여러 방법을 강구하라" 쯤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하지만 지금 행정부와 국회의 논의는 주로 기금 소진에 앞서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조정하냐는 '모수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대 직역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사적연금 개혁을 통한 노후 보장 시스템의 공고화는 장기적 과제로 남겨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는 복수의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특위에 제출 및 논의하고 500명으로 구성할 국민의견수렴기구의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개혁안을 통과시킬 구상이다. '속전속결'로 처리하기엔 '모수개혁'이 근본적인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개혁하는 '구조개혁'보다 매력적일 것이다. 결국은 정치다. 남은 시간 아래, 정당은 이해관계자와의 숙의와 토론을 통해 국민을 위한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설득에 나서야 한다.

2023-01-24 15:49:00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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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방 성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빈방문인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통해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300억달러(약 37조5000억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약속을 한-UAE 정상 공동성명에 명기했고, 총 48건의 양해각서(MOU) 및 계약을, 비즈니스포럼 계기 최소 61억달러(약 7조5000억원) 등 지난 세 번의 해외순방과 비교했을 때도 확연한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해외순방 때마다 떨어진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낸다. 해외순방을 통해 정상 간 회담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대표한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알려지기 때문이다. 이번 UAE 국빈방문도 그렇다. 이렇듯 큰 경제성과를 거뒀음에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는 도중 나온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는 발언 하나 때문에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의 지난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순방 당시 일을 떠올릴 것이다. 윤 대통령의 '날리면'과 '이 XX' 발언 논란은 국내에서 파장을 일으켰지만, 미국 측의 입장 발표 등 어떻게든 수습될 순 있었다. 그러나 이번 윤 대통령 발언의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미국 순방 때와 달리 공개적으로 발언을 했고, 이에 이란 정부 측이 즉각 반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통령실과 외교부에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음에도 이란 외무부는 주(駐)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기다리는 등 이란과의 외교 관계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수습에 나서야 할 정부여당의 태도도 문제다. 대통령실의 '장병 격려 차원'이라든지, 국민의힘 김병민 비상대책위원은 'UAE의 적은' 한 템포를 쉰 것은 정정의 의미라고 해석하는 등 오히려 논란을 키운다. 대통령의 참모들이나 여당 관계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반복되는 논란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실이 밝혔던 역대 UAE 순방 최대 규모의 성과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안정감 있게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실수에 대한 빠른 수습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2023-01-19 14:47:16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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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도 리포트는 없나요?

국내 증권사들은 왜 '매도 리포트'를 쓰지 않는가. 매년 이어지는 지적이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20% 넘게 하락했다. 경기침체와 국내외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증권사 46곳 가운데 지난해 매도 의견을 단 하나도 내지 않은 증권사가 30곳에 달한다. 중립 의견도 없이 100% 매수 의견만 낸 증권사도 8곳으로 집계됐다. 관행을 제도를 통해 개선하려는 금융당국의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내는 리포트의 투자의견 비중을 공시하도록 하는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를 도입했다. 당시 일부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처럼 매도 리포트를 과감히 발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년도인 2015년에는 예년과 달리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중이 늘어났다. 전체 증권사 중 36%가 매도 리포트를 냈으며, 매도 리포트 비중 평균도 1.8%를 기록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전체 7.4% 리포트에 매도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부터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매도 리포트를 발간한 애널리스트에게 기업 탐방 기회가 박탈되는 등 직접적인 불이익이 가해지면서다. 또 매도 리포트의 타깃이 된 기업도 잠자코 있지만은 않았다. 해당 기업의 IR 직원이 애널리스트에게 직접 읍소를 하는 등 압박이 이어졌다. 대기업일 경우 문제는 더 커졌다. 그룹사 차원에서 불만을 토로했으며, 당장 해당 증권사와의 거래를 끊겠다 엄포하기도 했다. 리서치센터의 주요 업무는 법인 영업(홀세일) 지원에 가깝다. 증권사의 법인, 즉 기업 고객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할만한 양질의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섣불리 매도 의견을 내면 법인 영업에 차질이 생기기 일쑤다. 매도 리포트 비중이 높은 미국의 경우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경우 헤지펀드가 활성화돼 있어, 공매도를 위한 매도 리포트가 잦다는 설명이다. 더 이상의 같은 지적은 소모적이다. 투자자들도 현실적인 시각에서 리서치센터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고, 매도 아닌 매도를 가려내는 힘이 필요하다. 한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가 꾸준히 발간해 오던 특정 기업의 기업분석리포트(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거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놓는 경우가 '매도 리포트'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라고 답했다. /박미경기자 mikyung96@metroseoul.co.kr

2023-01-18 15:46:37 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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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들만의 대한민국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거요. 백정은 살수 있소. 노비는 살수 있소."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에서 노비의 아들인 유진초이는 의병이 되기 위해 몰래 총포술을 배우는 사대부 집안의 애기씨 고애신에게 묻는다. 고애신은 이후 유진초이를 만나 "나는 옳은 쪽으로 걷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품었던 대의는 모순이었다"고 말한다. 조선을 구하고 있다는 그 어떤 의로움에 취해 정작 그 조선에 살아야 할 이들, 독립의 본래 취지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했다. 5%대가 넘는 물가가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은 물가는 12월까지 5%대가 계속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음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린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5%대인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물가가 중단기적으로 정책목표치(2%대)에 근접해 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2020년에 비해 상승했지만,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 최저임금은 하락했다. 모든 이들이 느끼던 바가 지표로 나온 셈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이유는 이 시기에 맞는 맞춤 정책이 적시 적소에 나오지 않아서다. 올해 금융당국은 설 명절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를 맞추기 위해 14조3000억원의 특별자금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설 명절에 소상공인을 포함해 36조8000억원을 지원하던 것과는 61% 감소한 수준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신용점수 낮추는 것이 일이 돼 버렸다. 은행에선 대출 문을 꽉 닫고 있으니, 신용등급을 더 낮게 해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심사 후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서다. 이자부담을 낮추겠다면서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가격을 반영하지 못해 신청이 저조했고, 이달 말 내놓을 특례보금자리론은 우대금리 기준요건이 깐깐해 시중은행과 비슷한 금리로 이용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시정연설에서 한 말이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의로움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약자 복지,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내놓았으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묻고싶다. 물가가 낮아진 대한민국에 청년은, 아동은, 노인은 여전히 살고있습니까.

2023-01-17 16:46:05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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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울시의 '깜깜이' 시정

'국정감사, 행정사무감사, 감사원감사, 기관운영감사, 특정감사, 성과감사, 안전감사… 서울시는 감사지옥, 직원들은 골병든다' 지난 2021년 10월 국감 때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파란 조끼를 입은 시청 공무원들이 이 같은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얼핏 보기에는 '감사 좀 줄여달라'고 투정부리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매년 반복되는 국감 업무 쓰나미에도 시청 공무원들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이유는 "국정감사 자체는 존중돼야 하고 국정수행의 주체인 공무원들은 성실하게 국감에 임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시청 가족들도 매년 국감 때마다 곤혹스러울 정도의 업무 강도를 견뎌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뭣 때문에 시청 공무원들이 들고일어난 것일까. 자기들이 피땀 흘려 만든 자료가 시민들에게 가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고 낸 논평에서 "사실상 연중 내내 각종 의원들의 요구자료를 제출하느라 시달려 온 공무원들이 그나마 기대했던 국감다운 국감은 없었다"며 "질의시간 내내 특정 주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고성이 시도때도없이 오갔으며 민생을 살피는 정책 국감은 설 자리가 없었다"고 한탄했다. 공무원들은 매년 1만 건의 자료요구 폭탄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자료 좀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1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에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시 10일 이내에 요청한 자료를 내야 함에도 집행부에 불리한 자료에 대해서는 제출 기한을 위반해 늦게 내고 ▲시정질문시 10일 내 답변을 제출해야 함에도 특별한 사유도 없이 자료를 내지 않고 답변을 하지 않거나 기한을 초과한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무원들이 생성한 자료가 의원들과 시민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세훈 시장이 '깜깜이 시정'을 구현하고 있어서다. 16일 서울시의 정보공개 플랫폼인 '서울정보소통광장'의 정보공개현황에 따르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19년 서울시 본청과 사업소의 결제문서 실공개율(전부 공개건수/전체 건수*100)은 월평균 20.6%였으나 오세훈 시장이 집권한 2022년에는 7.5%로 13.1%p 폭락했다.

2023-01-16 14:30:1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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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스타트업 위상은 국가의 몫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 현장에는 국내 대기업들이 화려한 퍼포먼스와 혁신적인 기술 및 제품들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CES2023의 참가를 알리며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CES 현장에서 혁신적인 신기술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확인할 수 있다는 등 거침없는 홍보를 수 달간 이어왔다. 실제 CES2023의 스타트업 전시관에 참가한 국내 기업은 300곳으로 미국, 일본, 스위스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최고 영예 혁신상에 111곳, 최고 영예 최고 혁신상에는 5곳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이는 CES를 주최하는 CTA가 전시 부문별 신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제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해 71개사가 해당 상을 수상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에 관련 업계는 현장에서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큰 기대를 안고 CES2023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CES2023 현장은 들떠있는 국내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삼성전자, LG전자, SK그룹 등의 대기업들의 부스가 모여있는 센트럴홀. 현대중공업, LG디스플레이 등의 부스가 마련돼 있는 웨스트홀과 달리 전 세계 혁신 스타트업이 참가한 놀스 홀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한산했다. 앞서 두 홀(센트럴, 웨스트)은 쉽게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인파들로 가득찼지만 스타트업 전시관은 한산했고 여유로웠다. 특히, 국내 부스가 더욱 조용했다. 몇 부스는 관람객이 가장 몰릴 오후 2시경 식사를 하고 있거나 여유롭게 유튜브를 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큰 기대를 안고 개막 첫날 부터 스타트업 전시관을 찾은 본 기자도 이 같은 분위기에 적잖이 실망했다. 사실 어느 포인트에 실망했는지는 모르겠다. 한적한 국내 스타트업 부스 분위기에 실망했는지 부유한 기업들이 결국 좋은 부스를 선점할 수 있다는 현실에 실망했는지 모르겠다. 확실한건 과거에 비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국제적인 위상은 올라간듯 보인다. 쟁쟁한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CES 현장에서 100개나 넘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혁신상의 영예를 휩쓸었으니 말이다. 앞서 분위기는 국내 상황을 함축해 보여준다. 현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위축된 투자환경과 금리인상 등의 사회 이슈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 대비 약 40% 이상 감축시키면서 민간 투자도 함께 줄어들고 있는 환경이다. 다시말해 스타트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국가의 최소한의 지원 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것. 이런 분위기 속 국내 스타트업들은 최후의 카드를 CES2023 참가에 사용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같은 상황에 100곳이 넘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최고 영예 혁신상을 받았지만 위축돼 보이는 건 기분 탓일 지도 모르겠다. 실제 CES2023 현장에는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참가해 스타트업들의 혁신 기술을 확인하고 이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추상적인 독려보다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제시하는게 먼저다. 이들의 혁신적인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하게 인정받았을때 위축되지 않게 하는 건 국가의 몫이다.

2023-01-15 14:42:18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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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운털' 굴레서 벗어나야

"안녕하세요 고객님. OO저축은행입니다. 고객님의 통장 비밀번호가 전부 노출이 돼 전화를 드렸습니다. OO지점에서 비밀번호 분실하지 않으셨나요?" 과거 한 코미디 방송에서 나온 대사다. 중국동포가 저축은행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내용을 다룬다. 보이스피싱범의 어설픈 언변 때문에 매번 범행에 실패하는 내용이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본 관객들은 '기가 막힌 현실 고증'이라며 감탄을 했다. 저축은행에 관한 인식이 부정적이니 보이스피싱범이 사칭해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계묘년' 새해가 밝자마자 저축은행업계가 시끄럽다. 일부 저축은행의 부당대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신년부터 찬물을 확 끼얹고 시작한다. 아울러 지난해 저축은행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횡령이 수 차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또한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빈틈을 노려 횡령을 저질렀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공들였던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난 2011년 '상호저축은행 영업정지 사건' 이후 저축은행의 이미지는 바닥을 쳤다. 저축은행이 줄도산하자 불안감을 느낀 예금주들이 '뱅크런'이 일어났다. 예금주들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토끼의 해였다. '신묘년'을 지나 '계묘년'이 다가왔다. 여전히 '신뢰의 탑'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주변에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차이를 전혀 모르는가 하면 '2금융'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불법 사금융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지인들에게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불법사금융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애써 해명한다. 한 번 박힌 미운털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미운 행동은 크게 보이고 선행은 한없이 작게 보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미운털의 굴레'에 빠져 있는 것만 같다. 고금리 예금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식 개선 속도가 더디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금융기관임에도 미운털이 콕 박혀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디지털 전환을 숙제로 꼽고 있다. 저축은행은 내부통제 기능 강화가 우선이다. 디지털전환을 통한 이미지 제고도 좋지만 소비자들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를 더 쌓아야 한다.

2023-01-12 13:41:34 김정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