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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내부자들' 조승우 "제 주관 대신 주변의 추천 믿어봤죠"

조승우(35)는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 뮤지컬에서는 변함없는 티켓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안방에서도 대중과 만났다. 그러나 스크린에서는 2012년 '복숭아나무'를 끝으로 잠시 멀어져 있었다.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작품을 기다렸다. 지난 19일 개봉한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이 바로 그런 영화다. '내부자들'은 정치·재벌·언론 등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다. 조승우는 검사 우장훈을 연기했다. 경찰에서 검사가 된 우장훈은 지방대 출신에 '줄'도 '빽'도 없다는 이유로 검사들의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비열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방'을 위한 우장훈은 한 유력 보수지의 논설 주간 이강희(백윤식)와 국회의원 장필우(이경영) 사이에 있는 모종의 커넥션을 파헤친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담아낸다. 조승우는 시나리오를 받은 뒤 잠시 고민했다. 검사 역할에 자신이 없었다. "나는 너무 어려보이고 왜소해서 검사 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로 출연을 고사했다. 그 이면에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어두운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영화와 같은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았나 봐요. 내가 이런 세상에 드러악 몸소 느끼며 연기한다면 정신적인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더라고요(웃음). 물론 작품이 안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추천, 그리고 우민호 감독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다. "여태껏 제 주관만 가지고 한 작품들이 흥행이 잘 안 됐어요. 제가 시대를 잘 못 따라가고 있나보다 싶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타인의 추천을 따라보기로 했어요. '말아톤'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도 그렇게 한 작품들이거든요. '같이 가죠'라는 우민호 감독님도 귀여우셨고요(웃음)." 그러나 조승우가 '내부자들'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극중 정치 깡패 안상구 역으로 등장하는 이병헌이었다. 조승우는 오래 전부터 이병헌과의 작업을 꿈꿔왔다. '내부자들'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순간도 바로 조승우와 이병헌이 한 프레임에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검사와 범죄자의 신분으로 만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거대한 권력과 함께 맞선다.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 호흡이 스릴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조승우는 선배이자 형인 이병헌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좋아하는 형이라 미친 척 반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형이 저에게 먼저 말을 안 놓았거든요. 역할에서도 서로를 긁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래서 형에게 병주고 약주고 하면서 다가가려고 했죠. 물론 형이랑 친해지기 위해 못 마시는 술도 마셔보려고 노력했고요(웃음)." 조승우는 '내부자들'에 앞서 개봉한 '암살'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비췄다. '타짜'의 최동훈 감독과의 재회였다. '내부자들' 촬영 도중 받은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기에 선뜻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다. 조승우는 "좋은 영화는 언제든 찍고 싶지만 제 기준에 맞는 새롭고 자극적인 영화가 없었다"고 그동안 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동안 겪은 흥행 부진으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조승우는 "제작사나 투자사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흥행은 배우의 몫이라기보다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흥행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그 작품이 인정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인터뷰 동안 조승우는 여유로우면서도 솔직했다. 작품이 없을 때는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삽살개 단풍이를 데리고 산책하며 여유를 즐긴다는 말에서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결혼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도 운명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을 기다린다. 불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자유로움과 낭만, 그것이 조승우가 추구하는 가치다. 배우로서의 미래도 조바심 내지 않는다. 그는 "지금은 30대 초반도 40대도 아닌 무엇을 해도 어중간한 나이인 것 같다"며 "이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앞으로의 기대를 나타냈다. 사진/쇼박스 제공

2015-11-25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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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박서준 "'그녀는 예뻤다'로 받은 사랑, 차기작으로 보답할래요."

[메트로신문 신원선 기자] "지나고나면 그 순간들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매순간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아쉬움이 느껴지기에 또 한 번 성장했구나 싶기도 하고요." 지난 17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26)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진지한 20대 청년이었다. 차분하게 인터뷰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은 지성준을 연기한 사람이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훤칠한 키와 작은 얼굴, "혜진아~"라고 부르는 달콤한 목소리까지, '그녀는 예뻤다'가 종영한 지금도 대한민국은 '지성준앓이'에 빠져있다. '그녀는 예뻤다'는 조성희 작가와 정대윤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폭탄녀로 '역변'한 여자 주인공과 반대로 뚱보에서 훈남으로 '정변'한 남자 주인공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박서준은 일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지만 사랑에서는 첫사랑에 대한 순애보를 지닌 패션 잡지 '더 모스트'의 부편집장 지성준을 연기했다. "여심 공략이요? 따로 무슨 비법이 있다기 보다는 캐릭터를 잘 표현했기 때문 아닐까요? 시청자는 배우 박서준이 아닌 드라마 속 지성준에 반한 거잖아요? 지성준의 진실한 사랑을 잘 표현했다는 칭찬의 의미로 받아들이려고요." 박서준은 2011년 연예계에 데뷔해 MBC '금나와라 뚝딱'(2013), tvN '마녀의 연애'(2014), MBC '킬미, 힐미'(2015)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특이점이 있다면 작품마다 연상의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 여배우를 더욱 빛나게 하는 마스크를 가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는 예뻤다'는 '킬미, 힐미'에 이어 황정음과는 두 번째로 호흡한 작품이다. 또한 그의 공중파 첫 주인공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로코킹' 반열에 올랐다. "처음으로 공중파에서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기도 했고, 맡은 역할에 대한 비중이 컸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죠. 하지만 다행히 정음이 누나와 두 번째 호흡이다보니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흔히 '케미'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저와 누나의 케미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회 시청률은 4.8%였지만 마지막은 15.9%로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요." 드라마의 인기비결에 대해 박서준은 최근 드라마 시장 내에서의 로맨틱 코미디물 가뭄, 조성희 작가의 위트있는 대본, 배우들의 짜임새있는 연기 세 가지를 꼽았다. 조성희 작가는 '지붕뚫고 하이킥'을 집필한 작가답게 드라마에 시트콤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녹여냈다. 배우들은 과장되면서도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했다. 인기를 체감한 부분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체감 인기에 예민하지 않은 편이라 언제부터 인기를 실감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신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았다. "저는 드라마 초반에 힘을 받아야 그 추진력으로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후반부보다 초반부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특히 5부 엔딩(지성준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함께 성인 김혜진과 어린 시절 김혜진이 오버랩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혜진이와 성준이의 감정선이 확실히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했고요. 극적인 상황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들이 많은 힘을 얻어서 후반까지 이어온 것 아닐까요?" 김혜진을 놓고 사랑의 힘겨루기를 벌인 최시원과의 장면도 적지 않았다. "드라마 캐릭터도 유쾌하지만 시원이 형은 실제로 만나면 더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에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촬영장 분위기메이커도 시원이 형이었고요. 시원이 형과 촬영한 장면들도 많이 생각날 것 같아요. 시간이 좀 더 많았다면 다양한 에피소드도 많이 생겼을텐데 촬영 특성상 시간이 없었던 점이 아쉬울 정도예요." 드라마는 김혜진과 지성준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앞으로 박서준은 지성준이라는 옷을 하나씩 벗으며 차기작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녀를 예뻤다'를 통해 받은 사랑을 다음 작품을 통해 꼭 보답하고 싶어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어떤 작품이건 진실된 연기로 감동을 드리고 싶어요. " 카메라 앵글에 비춰지는 모습보다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에 신경쓴다는 박서준은 더 이상 '기대주'가 아니다. 그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IMG::20151123000087.jpg::C::480::'그녀는 예뻤다' 박서준./메트로 손진영}!]

2015-11-24 03:00:0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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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소녀, 평범한 20대가 되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박보영

'박보영(25)은 천생 소녀다.' 지난 6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개봉을 앞두고 쓴 인터뷰는 이 문장으로 시작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그 문장을 바꿔야만 할 것 같다. '박보영은 소녀의 모습을 간직한 20대다'라고 말이다. 그 이유는 박보영의 새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감독 정기훈)가 오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박보영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 전선에 뛰어든 사회 초년생을 연기했다. 스포츠 신문의 수습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도라희가 박보영이 이번에 맡은 캐릭터다. 영화는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이전에 이미 촬영을 마쳤다. 박보영에게는 처음으로 사회 초년생 역할을 연기한 작품이다. '미확인 동영상'을 제외하면 박보영은 스크린 속에서 늘 소녀를 연기해왔다. '과속스캔들'의 정남, '늑대소년'의 순이, 그리고 '피끓는 청춘'의 영숙과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주란까지 시대를 뛰어넘으며 다양한 소녀의 모습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박보영 스스로는 고민도 됐다. 소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보영은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결과가 바로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였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려면 1~2년 더 있어야 하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때 마침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라희를 만났죠. '생각보다 빨리 왔네?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이번에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잘 보여드린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다른 모습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는 그런 출발점 같은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그러나 출발은 설렘과 부담이 공존한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 그것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박보영이 마주한 부담이었다. "처음 정재영 선배님과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우와, 내가 맨날 영화에서 보던 사람이랑 영화한다! 영화배우랑 함께 한다니 신난다!' 이런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오달수 선배님과 진경 선배님까지 뵙고 나니 '나는 정말 큰일났다!' 싶더라고요(웃음)." 그러나 바로 그 선배들이 있었기에 두려움과 걱정도 이겨낼 수 있었다. "정재영 선배님이 회식에서 저를 부르시더니 '야! 쫄지마'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뭘 그렇게 힘들어하냐며 사람들에게 기대기도 하면서 즐겁게 하라고 하셨죠. 그때부터는 완전 막내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굉장히 잘 누렸어요(웃음)." 박보영은 "나는 아직도 힘을 뺀다고 해도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느껴진다"며 "생활연기를 잘 하는 분들 사이에 있으면 그런 점이 더 잘 보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박보영이 20대 젊은 여배우들 사이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감정 표현이었다. 그러나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박보영은 이전과 달리 힘을 빼고 연기한다. 일상적인 연기로 평범한 20대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박보영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보게 한다. 도라희를 연기하기 위해 박보영이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바로 자신의 신인 시절이었다. "도라희와 저 사이의 공통점을 찾다 보니 신인 때와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혼나기도 많이 혼났거든요. '과속스캔들' 때도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그러나 데뷔 10년차인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여유와 책임감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연기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제가 져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해가 잘 안 가는 장면이 있으면 감독님에게 제 생각을 이야기해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도 한 번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죠. 물론 시키면 다 하기는 하지만요(웃음)." 박보영에게 2015년은 의미 있는 한 해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돌연변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등 세 편의 영화로 소녀에서 20대로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으로 그 자연스러운 변화를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뿌듯함을 느낄 법도 하지만 박보영은 "'열심히 했다'고 말해줄 만하지만 만족은 하지 못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자신에게 후한 편은 아니에요.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기준점이 너무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만족은 한참 뒤에야 올 것 같아요. 그래도 올해는 정말 열심히 했다는 생각은 들어요(웃음)."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신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이 태도가 지금의 박보영이 있게 한 비결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아요(웃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뭔가 운명적으로 작품을 만나게 되고 그걸 많은 분들이 과하지 않게 받아주시거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불안하기도 해요. 언제까지 나의 이 운이 함께 할지 모르니까요. 제 필모그래피에 몇 년 동안 작품이 비어 있는 기간이 있다 보니 매년 꾸준히 작품을 해나가고 싶어요. 내년에 정해진 작품이 아직 없어서 걱정이에요. 안 해본 걸 하는 게 목표에요. 스릴러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좋은 작품이 있다면 교복도 다시 입을 수 있고요(웃음)." [!{IMG::20151122000043.jpg::C::480::배우 박보영./손진영 기자 son@}!]

2015-11-23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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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내부자들' 백윤식 "안 좋은 일 하는 사람, 좋은 캐릭터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 백윤식(68)은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에서 연기한 이강희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배우로서 선뜻 출연을 결심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백윤식이라는 배우가 꼭 필요한 역할"이라는 우민호 감독의 말이 백윤식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된 순간부터 그 어떤 딜레마나 괴리감 없이 평범한 생활인으로 역할에 녹아들었다. 권력의 세계는 달콤하면서도 잔혹하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꿈꾸지만 동시에 그 권력으로부터 내동댕이침을 당한다. '내부자들'은 바로 이 권력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야심으로 움직이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병헌이 연기한 정치깡패 안상구는 하루아침에 자신을 화려한 삶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 권력에 복수의 칼날을 간다. 조승우가 맡은 검사 우장훈은 '빽'도 '줄'도 없이는 출세할 수 없는 세상에 승부수를 내건다. 안상구와 우장훈은 권력의 세계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백윤식이 연기하는 이강희는 이들이 꿈꾸는 그 세계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서 있다. 유력 보수지의 논설 주간위원인 이강희는 권력과 맞서며 갈팡질팡하는 안상구와 우장훈과 달리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침착함을 보여준다. '내부자들'의 무게감을 담당하는 캐릭터와도 같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이강희는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전작들도 그런 역할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귀결점은 긍정적인 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민호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젊음의 기운이 전해지면서 아주 명쾌하더라고요. 그리고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을 받았는데 첫 페이지에 우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쭉 적혀져 있었어요. 그게 결정적이었어요(웃음)." 백윤식은 이강희를 "겉으로 보면 굉장히 정적인 엘리트지만 움직임은 굉장히 센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안상구나 우장훈은 겉으로는 동적으로 보이지만 권력자는 아니에요. '설계사'라는 설명처럼 이강희야말로 권력자죠." 안 좋은 일을 하는 역할인 만큼 딜레마를 느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백윤식은 그런 이강희마저도 '생활인'으로 이해하고 연기하고자 했다. "이강희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고 봤어요. 그런 게 지나치면 관객을 통제하게 되니까요. 감독의 연출 계획도 따라야 하고요. 그냥 이강희도 생활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 자체가 천태만상이 있는 거니까요(웃음)." 영화 후반부, 이강희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장면은 이강희의 무시무시함을 잘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논리 정연한 말로 검찰과 기자들을 상대하는 모습에서 언론인이자 권력가로서의 이강희의 캐릭터가 잘 드러난다. "언론인 특유의 뉘앙스라고 할까요? 그런 걸 슬쩍 내보이는 거죠. 대사도 무척 길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면 거기에서 맛이 느껴져요. 그렇게 대사의 맛을 느끼면서 연기하는 거죠." 그 무거운 대사의 '맛'만으로도 백윤식의 변함없는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배우에게는 연기하기 흥미로운 캐릭터일 수 있다. 그래서 백윤식은 이강희를 "캐릭터만으로 본다면 좋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해봤지만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 많다. 물론 "다음에도 악역이 들어온다면 조금 더 생각해볼 것 같다"는 단서는 있지만 말이다.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백윤식은 "준비 중인 작품이 있지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조만간 또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진/쇼박스 제공

2015-11-20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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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디데이' 김정화 "온전히 연기할 수 있던 건 가족의 지지덕분"

[메트로신문 신원선 기자] 결혼과 출산, 2년 동안의 연기 공백에도 배우 김정화(32)는 JTBC 드라마 '디데이'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 12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화는 드라마 속 인물 은소율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김정화는 이번주 종영을 앞두고 있는 '디데이'에서 정신건강과 전문의 은소율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재난 후유증을 겪는 환자에 대해 공감하고 치유하는 역할이다. 겉보기에는 도회적인 이미지지만 내면은 소탈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실제 김정화와 많이 닮았다. "주변에서도 '이번 역할은 진짜 너랑 닮았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실제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평소에 전문서적도 읽거든요. 그래서 은소율을 연기할 때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의사니까 의학 용어들과 도구들을 익히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요. 외과의가 아니라서 다른 배우분들에 비하면 힘든 것도 아니었죠(웃음)." '디데이'는 한국 최초 재난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반(半)사전제작에 리얼한 CG, 막대한 예산 투자 등으로 방송 관계자와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긴 공백기를 거치고 배우로 돌아온 김정화는 최초 재난 드라마에 생애 첫 의사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의외로 호기심이 많은 편이에요. 한번도 해보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걸 했을 때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다 '재미있겠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더라고요. 재난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가 기대됐고 흥미로웠어요" 2000년 MBC '논스톱'으로 데뷔한 김정화는 MBC '1%의 어떤 것(2003)', SBS '쩐의 전쟁(2007)',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2013년 tvN 드라마 '연애조작단:시라노'를 마지막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서였다. 같은 해 8월 그는 전도사 유은성과 결혼했다. 슬하에 아들 한명을 두고 있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떼어놓고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김정화가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아내이자 엄마 김정화의 모습도 좋지만 그가 배우일 때 가장 멋지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작품 활동을 할 때 온전히 배우 김정화로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일까요? 극중 재난 속에서 쌍둥이 아이들의 체온이 급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실제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에 몰입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불쌍하다. 안쓰럽다. 슬프네'였다면 지금은 그런 감정들이 온몸으로 와닿아요. 출산을 통해 시야가 넓어진 기분이에요. 스스로도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요(웃음)." 방송 전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디데이'의 시청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복귀작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률에 실망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시청률의 아쉬움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좋은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과 제작진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반사전제작 드라마에 참여했다는 것도 저에게는 참 의미 있는 일이에요. 시청자의 의견에 따라 결말이 좌지우지되는 작품과는 다르게 처음 생각한 감독님의 그림대로 드라마가 펼쳐지니까 의미 있지 않나 싶어요. 물론 시청자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을 간과하겠지만요." 촬영은 모두 끝났고 김정화는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천천히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데이'를 통해 스스로 만족한 만큼 이번에 전부 해소하지 못한 연기에 대한 갈증은 다음 번에 만나게 될 또 다른 좋은 작품에서 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는 참 행복한 직업이에요.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을 연기하니까요. 살아가면서 이렇게 많은 직업군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 배우말고 또 있을까요? (웃음)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만큼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제가 즐거워야 시청자에게도 좋은 에너지가 전달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대한민국의 배우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워킹맘 김정화의 모습이 보기 좋다.

2015-11-19 03:00:0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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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검은 사제들' 박소담 "악령에 쓰인 소녀, 우울하지 않았어요"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2015년이 시작할 무렵, 박소담(24)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었다. "올 한해는 사람들이 박소담이 누구인지 알아주는 뜻 깊은 해가 됐으면 하는것"이었다. 201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박소담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베테랑' '사도' 등의 영화는 물론 장편 드라마와 단막극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정점에 바로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이 있다. 박소담은 악령에 쓰인 소녀 영신 역을 맡아 김윤석, 강동원 등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는 입소문과 함께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비수기 극장가에서 이례적인 흥행 성적이다. 소녀의 순수함과 악령에 쓰인 퇴폐적인 모습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한 박소담의 열연도 영화의 인기 비결로 손꼽힌다. 박소담이 '검은 사제들'의 오디션을 본 것은 올해 초의 일이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이하 '설행')를 촬영할 당시였다. "'설행'에서는 수녀 역할을 연기했어요. 그래서 '검은 사제들' 오디션을 보기 전에 '나한테 이런 이미지가 있었나' 생각했죠(웃음). 처음 오디션을 볼 때는 5페이지 정도 되는 대사만을 봤어요. 뜻을 알 수 없는 말, 그리고 사자와 개의 울음소리 같은 걸 내야해서 온몸에서 힘이 빠졌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고 나니 영신이 정말 중요한 역할이더라고요. 걱정과 부담이 있었죠. 그러면서도 흥미로웠고요." 장재현 감독은 긍정적인 성격의 배우가 영신을 연기하기를 바랐다.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역할인 만큼 그 감정을 견뎌낼 배우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박소담은 적역이었다. "저는 떨려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감독님이 오디션 때 제가 힘든 연기를 한 뒤 질문에 답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대요(웃음)." 하지만 캐스팅이 된 뒤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삭발을 해야 했다. "캐스팅 됐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삭발 때문에 고민이 됐죠. 소속사 대표님께서도 머리를 다시 기르는 과정에서 다른 작품을 하기 힘들 수도 있을 거라고 걱정해주셨고요. 여자로서의 자존감도 떨어지고 우울해질 것 같았어요." 그러나 그런 걱정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냈다. 엄마의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머리는 또 자라는데 뭐'라고요(웃음). '그렇지? 머리는 열심히 기르면 되지. 내가 언제 또 머리를 밀어보겠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박소담은 영신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배우가 어떤 역할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그 역할의 심리와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신은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배역이다. 악령에 쓰인 채 분노와 저주, 조롱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일방적으로 표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표정과 눈빛, 그리고 작은 몸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중국어·독일어·라틴어 등의 대사를 할 때는 각각의 언어에 맞게 성량과 목소리 톤을 달리하는 디테일도 필요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철저한 계산이 필요했어요. 영신의 말과 행동은 김신부(김윤석)와 최부제(강동원)의 말에 대한 응답이지만 '소통'은 아니거든요. 저 혼자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더 계산을 하며 연기했어요." 선배 배우들의 배려도 힘든 촬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됐다. "세트장에서 촬영을 마친 뒤에는 선배님들과 촬영이 어땠는지 같이 이야기했어요. 용기도 주셨고요. 그래서 숙소에 들어가서도 우울한 적이 없었어요.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무언가에 시달리지도 않았고요(웃음)."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처음이라서'에서는 '검은 사제들'의 영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박소담을 만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럼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평범한 20대 한송이를 연기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한 번도 평범한 보통 아이를 연기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또래들과 유쾌하게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진짜 친구를 얻은 기분이에요. (샤이니의) 민호도 일본에 갔다 와서 심야영화로 '검은 사제들'을 봤다며 연락이 왔더라고요(웃음)." 뜻하던 대로 한 해를 보낸 박소담의 내년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세워놓은 계획은 없어요. 어떤 모습으로 많은 분들 앞에 서게 될지, 그리고 저도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요.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신 만큼 높아진 기대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좋은 부담으로 안고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잘 이겨내고 싶어요. 그리고 영신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어요(웃음)." [!{IMG::20151117000086.jpg::C::480::배우 박소담./손진영 기자 son@}!]

2015-11-18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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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황정음 "기왕 시작한거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메트로신문 신원선 기자] "항상 작품 시작할 때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연기해요. 현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아요.(웃음)" 지난 12일 서울 장충동 한 호텔에서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여자 주인공 황정음(30)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웃음꽃이 만개한 황정음은 드라마 속 캐릭터 김혜진을 꼭 빼닮았다. 황정음은 2005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시작으로 SBS '자이언트'(2010), MBC '내 마음이 들리니'(2011), KBS2 '비밀'(2013), MBC'킬미, 힐미'(2015)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첫회 시청률이 4.8%(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였어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크게 실망하거나 의미를 두지는 않았어요. 저는 첫회만 보고 대박날 거라고 믿었거든요. 작가님과 감독님을 믿었고 캐스팅이 정말 완벽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어요. 아역부터 혜진이의 부모님까지, 그리고 '모스트' 사원들까지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긋남 없이 역할을 잘 소화해준 덕분에 큰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예뻤다'는 '지붕뚫고 하이킥'을 집필한 조성희 작가와 정대윤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역대급 폭탄녀로 '역변'한 여자와 반대로 뚱보에서 훈남으로 '정변'한 남자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황정음은 서른이 된 현재 누구 하나 거들떠 봐주지 않는 엑스트라 인생을 살고 있는 김혜진을 연기했다. 극 초반부터 망가짐을 불사하고 다채로운 표정연기와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보여줬다. 그래서였을까. 마지막회 시청률은 15.9%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솔직히 촬영 초반에는 많이 우울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김혜진은 더 폭탄녀였거든요.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이 생각해놓은 김혜진의 모습이 이렇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걱정했던 건 '이런 못생긴 여주인공을 보고 시청자가 채널을 안 돌릴 수 있을까'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못생겼지만 궁상맞지는 말자'였어요. 못생겼지만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김혜진을 연기했죠. 어느 순간 못 생긴 모습이 예뻐보이기까지 하더라고요." 황정음은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보여준 코믹한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일부러 가벼운 역할은 피해왔다. 그의 연기 인생 중 가장 좋아하는 역할도 '눈물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비밀'의 강유정이다. 해당 작품에서 황정음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감옥행을 선택해 아이를 잃은 엄마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하지만 지금 황정음이 가장 사랑하는 배역은 김혜진이다. 황정음과 상대역인 박서준의 달달한 로맨스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작품은 그를 '로코퀸' 반열에 올려놨다. "사실 시트콤이 제일 어려워요. '지붕뚫고 하이킥'을 찍을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죠. 그때만큼 다시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조성희 작가님의 작품이라 믿고 출연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또 한번 느꼈어요. 제 연기의 원동력인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아서 너무 기뻐요." '그녀는 예뻤다'라는 과거형의 제목 탓이었을까, '지붕뚫고 하이킥'의 반전 결말로 충격을 안긴 조성희 작가의 작품이었던 탓일까. 항간에 결말을 놓고 새드 엔딩일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황정음은 결말에 대해 "결말이 어떻게 나오든,내용이 어떻게 끝을 맺든 그건 작가님과 감독님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자 본인 몫이 아닌 일에 간섭하다 보면 작품이 산으로 간다"고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게 해준 배우라는 직업에 항상 감사함을 느껴요. 어차피 배우로 살 거라면 기왕 시작한 것 그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어요." 욕심 많은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2015-11-17 03:00:0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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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괴물의 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나만의 시선이 중요해"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호소다 마모루(48)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이끌어갈 차세대 감독으로 손꼽힌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아이' 등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작품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손으로 직접 그린 인간적인 캐릭터, 그리고 성장과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일본을 넘어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에게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괴물의 아이'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시부야의 뒷골목을 떠돌던 아홉 살 소년 렌이 우연히 마주친 괴물 쿠마테츠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가 쿠마테츠의 목소리를, 미야자키 아오이와 소메타니 쇼타가 각각 렌의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 목소리를 연기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늑대아이'에 이어 이번에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로 아버지가 된 경험이 영향을 끼쳤다. "'늑대아이'를 마친 뒤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아이와 어떻게 만나고 성장하게 될지 많이 상상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의 주인공을 아버지로 삼게 됐습니다. 마침 태어난 아이도 아들이어서 렌을 남자 아이로 설정했고요." 영화의 주요 무대는 짐승을 닮은 괴물들이 살아가는 '쥬텐가이'다. 쥬텐가이에서 렌은 쿠마테츠의 제자가 돼 세상을 배워간다. 판타지의 세계를 통해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방점은 판타지가 아닌 '성장'에 놓여 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쿠마테츠와 렌은 스승과 제자이면서 동시에 유사 부자관계에 놓여 있다. 영화는 각자 나름의 결핍을 지닌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채워나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 속에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직접 아버지가 되면서 겪은 경험이 녹아있다. "전통적으로 스승과 어른은 완성된 존재이고 제자와 아이는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저도 실제로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아이를 가르칠지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오히려 제가 더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제 스승이 아닌가 싶을 정도죠. 아이를 통해 부모가 성장하는 것이 세상의 섭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렌은 스스로를 외톨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쥬텐가이에서 만난 쿠마테츠와 그 친구들을 통해 진정한 '강함'을 배운다. 그리고 청년이 돼 인간 세계에서 만난 또래인 카에데를 통해 자신만이 외톨이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도 렌처럼 스스로를 외톨이라고 느끼던 때가 있었다. "외동으로 태어나 어릴 때 항상 외톨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영화 속에서 외로운 캐릭터가 그 외로움을 참고 견뎌내는 과정을 그릴 때 많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외로움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린 시절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에게 혼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즐거운 일은 없었다. 물론 성인이 되자마자 '감독'이라는 꿈을 바로 이룰 수는 없었다. 애니메이터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 힘든 시기가 인생의 좋은 공부가 됐다. 그림 실력을 향상시켰고 연출에도 많은 힘이 됐다. 그래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원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별명에 대해 "어릴 때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했고 많이 봐왔지만 그가 되고 싶지는 않다"며 웃었다. "영화는 수많은 감독이 본인의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릴 때 풍요로워진다"는 생각에서다. "나라도 문화도 다르지만 공통적인 테마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족의 변화에 관심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는 '전통적인 가족의 붕괴'라는 공통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를 미지의 가족 형태 속에서 어떻게 키울지, 그렇게 자라나는 아이의 미래는 어떨지 흥미가 있습니다. 그 속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면을 찾고 싶습니다." 사진/얼리버드·CGV 아트하우스 제공

2015-11-16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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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랄라스윗 "밝은 노래? 결국 저희 색깔이 나오더라고요"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계절의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지낸 시간의 흐름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게 만든다. 때로는 놓치고 싶지 않았던 찬란했던 순간이 사라져가고 있음에 마음이 시리기도 한다. 계절이 지닌 아련함, 그것은 랄라스윗의 음악과도 닮아 있다. 여성 듀오 랄라스윗(김현아·박별)이 1년 6개월여 만에 새 미니앨범 '계절의 공(空)'을 발표했다. 사계절을 콘셉트로 총 4곡을 수록한 앨범이다. 앨범 타이틀처럼 계절이 변할 때마다 느끼는 공허함과 헛헛한 감정을 각각의 노래에 담았다. "저희가 연달아 1집과 2집을 냈잖아요. 피로가 상당하더라고요. 그리고 뮤지션에게 3집은 선뜻 다가가기 힘든 단계 같아요. 뮤지션으로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니까요. 그래서 기분도 전환할 겸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미니앨범을 생각했어요." (박별) 전작보다 한층 더 대중적인 감성이 인상적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의 적극적인 활용, 그리고 보사노바 리듬을 차용한 경쾌한 분위기가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그 속에 담긴 감성은 랄라스윗스럽다. "처음에는 밝은 느낌의 앨범을 생각했어요. 조금 더 리드미컬한 노래를 생각했죠.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저희의 모습이 나오더라고요(웃음)." (김현아) 랄라스윗은 이전에도 계절을 많이 노래했다. 2집에 실린 '오월'이 대표적이다. 계절은 두 멤버가 평소에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와 습도, 햇빛의 양이 사람의 컨디션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요. 마음도 계절에 따라 심란해졌다 설레거나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음악을 만들게 하는 동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감정도 계절처럼 변하니까요." (박별) 랄라스윗 노래의 가장 큰 특징은 팝적인 멜로디다. 한 번만 들어도 귓가를 맴돌 정도로 편안하다. 그러나 두 멤버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낸 가사는 쓸쓸함과 아련함을 담고 있다. 팝적인 멜로디와 상반된 가사가 듣는 이의 마음을 더욱 깊이 파고든다. 타이틀곡인 '불꽃놀이'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불꽃에 비유한 노래다. 작사와 작곡을 담당한 김현아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소지품을 불태우는 장면을 TV에서 보고 만들게 된 노래"라고 설명했다. 오프닝 트랙인 '밤의 노래'는 박별이 작사·작곡했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는 밤의 소중함을 담은 "밤에 대한 찬가"다. 수록곡 중 가장 밝은 분위기인 '시간열차'는 달달한 분위기와는 달리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노래다. 마지막 트랙인 '신시아(cynthia)'는 랄라스윗이 처음 선보이는 커버곡이다. 원곡은 스웨덴 출신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울프 토렌슨의 노래다. 일본 유명 배우이자 가수인 하라다 토모요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유명한 노래를 리메이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미 알려진 노래는 많이 리메이크됐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저희가 좋아하는 노래를 리메이크하기로 했어요. 하라다 토모요는 주변에서 제 음색과 비슷하다고 추천해줘서 즐겨 들었거든요." (김현아) 미니앨범 발표와 함께 공연도 준비 중이다. 서울 서교동 스튜디오 더 파크(THE PARK)에서 13일부터 3주에 걸쳐 매주 금·토·일요일에 소극장 공연 '나의 계절'을 개최한다. 첫째 주는 새 앨범 발매 기념으로 쇼케이스 형식으로 관객의 질문도 받는다. 둘째 주는 멤버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랄라디오' 콘셉트로 사연을 받아 커버곡을 연주한다. 마지막 주에는 연말 공연 '다녀왔습니다'를 준비 중이다. 정규 3집 음반에 대한 고민도 다시 생기고 있다. 김현아는 "내년 이맘때쯤 앨범이 나오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 곡 작업을 안 해서 안 나올 것도 같다"며 웃었다. 랄라스윗의 꿈은 그동안 보여준 소박하고 솔직한 음악처럼 꾸준히 음악을 하는 것이다. "지금의 속도처럼 오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슈퍼스타가 되는 게 목표는 아니니까요(웃음). 그리고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김현아) "저희 앨범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다음 앨범도 기대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만큼 노력해야겠죠. 그런 것이 지금 저희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박별) 사진/해피로봇 레코드 제공

2015-11-13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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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세상끝의 사랑' 한은정 "상큼함의 비결? 맑고 긍정적인 생각 때문이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한은정(35)이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김인식 감독의 신작 '세상끝의 사랑'을 통해서다. 남편이자 아빠를 떠나보낸 뒤 단둘이 지내온 두 모녀가 한 남자의 등장으로 겪는 갈등과 파국을 그렸다. "연기로 각인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려온 한은정으로서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여자 캐릭터가 이야기 중심에 있다는 점이 한은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선뜻 출연을 결심할 수는 없었다. 시나리오부터 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렇게 영화를 선택하기까지 한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아니더라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해야 하는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려운 작품이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배우로서 한 스텝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영화에서 한은정은 대학강사 자영을 연기했다. 미모와 지적인 매력을 모두 갖춘 대학 강사다. 폭력을 일삼던 전 남편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자영과 자영이 일찍이 결혼해 낳은 딸 유진(공예진), 그리고 자상한 모습으로 이들에게 다가오는 남자 동하(조동혁)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과 관계의 극단적인 단면을 이야기한다. 한은정이 '세상끝의 사랑'을 어렵다고 받아들인 것은 캐릭터의 감정 표현 때문이었다. 영화를 연출한 김인식 감독은 '로드무비' '얼굴없는 여자' 등 개성 넘치는 작품을 주로 선보여왔다. '세상끝의 사랑'에서는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심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이들이 처한 상황과 행동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큰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은 영화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걸 안 좋아하세요. 영화에도 관객들이 생각을 하게끔 암전을 중간마다 넣었죠." 한은정의 말처럼 영화는 인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왜 자영이 동하에게 끌렸는지, 동하는 왜 자영과 결혼을 했으면서도 유진을 향한 마음을 지우지 않았는지 말하지 않는다. 한은정은 끝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자영을 보면서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자영을 이해하며 연기하고자 노력을 쏟았다. 누군가는 '세상끝의 사랑'을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은정은 "우리 영화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실에서도 친구의 친구를 좋아하는 일이 있잖아요. 도덕적인 것을 벗어나는 일들도 많고요. 우리 영화는 단지 설정을 모녀와 한 남자로 설정했을 뿐 현실에서 크게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객 입장에서 공감할 수도 있고 대리만족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관객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한은정은 "그런 불편함도 즐겨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우리 영화는 세 남녀의 관계가 사랑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신 본능적인 사랑의 감정에 대한 위험성을 다룬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그만큼 사랑의 깊이를 이야기하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현실을 미화시키고 꾸며낸 영화는 아니에요. 진짜 현실 세계의 민낯처럼 사랑을 그린 영화죠. 그러니까 불편해하지 말고 즐겨주면 좋겠어요. 분명 누군가는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니까요(웃음)." 김인식 감독이 한은정을 캐스팅한 것은 그동안 보여준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자영과 잘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한은정 또한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 "딱 부러지는 모습이 있죠. 처음에는 그런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이미지도 좋아요. 굳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차피 연기로 풀어야 하는 숙제니까요." 실제로 한은정은 딱 부러지는 성격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대하지만 제 자신에게는 굉장히 타이트해요. 저만의 기준이 있어서 그걸 꼭 지키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때로는 그런 부분이 연기할 때 답답함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연기할 때만큼은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놀 때는 놀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웃음)." 연기 활동 초반에는 "배우로서 입지를 굳혀야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데뷔 16년차에 접어든 지금 한은정은 "크게 욕심을 내거나 목표를 정해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여유를 갖게 됐다. "진부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항상 상큼하고 싶고요(웃음). 그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이요? 긍정적이고 맑은 생각이 있으니까요." [!{IMG::20151111000050.jpg::C::480::배우 한은정./손진영 기자 son@}!]

2015-11-12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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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내부자들' 이병헌 "저의 기반은 한국…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이병헌(45)은 그야말로 훨훨 날고 있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지.아이.조2'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에 출연하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없이 날아갈 것 같던 그의 행보는 뜻하지 않은 구설수 앞에서 꺾이고 말았다. 그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연예인에게는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이었다. 시련을 겪으면서 이병헌은 생각했다. 개인적인 삶도, 배우로서의 삶도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밖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그런 이병헌의 노력이 빛나는 영화다.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이 원작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와 유명 언론사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그리고 검사 우장훈(조승우)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병헌이 깡패 역할을 맡은 것은 '달콤한 인생'에 이어 두 번째다. "풍족한 시절을 누리던 깡패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복수를 꿈꾸게 된다"는 이야기의 큰 줄기는 비슷하다. 그러나 '내부자들'의 안상구는 '달콤한 인생'의 선우와는 그 결이 확연히 다르다. 어딘가 촌스러워 보이는 정장을 입고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안상구의 첫 등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안상구가 너무 진중했어요. 생각보다 매력이 크지 않았죠. 심지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들이 진지했어요. 사건도 질퍽했고요. 숨 쉴 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안상구를 그런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어요. 대사도 재미있게 바꿨고요. 스스로는 '비장하고 치밀한 깡패'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헛방을 날리는 경우가 많은 인물이죠." 사실 이병헌이 '내부자들'의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먼저 끌렸던 인물은 백윤식이 연기한 이강희였다. 그가 선호하는 "배우가 누구인지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민호 감독으로부터 안상구 역을 제안 받은 그는 오히려 반대로 안상구를 자신만의 색깔로 채워나갔다. 머리를 기르고 체중을 감량하는 외적인 변신은 물론 사투리에 종잡을 수 없는 유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안상구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안상구가 영화를 좋아하는 인물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완성된 영화에서는 삭제된 설정이다. "원래 있던 첫 신이 참 좋았어요. 안상구가 어두컴컴한 호텔에서 기자를 만나 '토요명화'와 잭 니콜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거든요. 그가 왜 복수를 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장면이죠. 안상구가 이강희를 차 안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는 다시 보자는 뜻으로 '아일 비 백'이라는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어요. 지금 영화는 사건 중심으로 많은 부분이 편집됐어요. 아쉬움도 있죠. 나중에 캐릭터 버전으로 새로 편집한 영화가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정치권력과 재벌, 언론의 유착관계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의 단면을 그렸다는 점에서 '부당거래'나 '베테랑'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이병헌이 사회적인 주제를 담은 영화에 출연한 것은 '내부자들'의 최초다. 그러나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는 오히려 느와르적인 느낌이 강했다"며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해봐야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영화를 바라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재미'이기 때문이다. "배우마다 다 다른 기준이 있을 거예요. 누군가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의 기준은 아주 단순해요. 재미있는 영화죠.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에요. 재미가 있어야 그 다음의 것들이 중요하니까요." 25년의 긴 시간동안 연기를 해온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기 전이나 촬영 전에는 신기하게도 설레고 떨린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을 마친 뒤 그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을 촬영했다. 자신의 아이돌인 알 파치노와 연기하는 영광스러운 경험도 했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험에 뿌듯함도 느꼈다. 그럼에도 이병헌은 "늘 하는 이야기지만 나의 기반은 여기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할리우드는 한계가 있어요.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났어도 연기 대결하기 힘든 곳인데 이제 겨우 알파벳을 배우는 수준인 제가 어떻게 그들과 경쟁하겠어요? 물론 해볼 때까지 해보고 부딪혀도 봐야겠죠. 하지만 제가 끝을 맺어야 하는 곳은 바로 여기 한국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쇼박스 제공

2015-11-11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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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검은 사제들' 김윤석 "엑소시즘? 결국 사람의 이야기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한국영화에서 엑소시즘이라니.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줄거리를 처음 접했을 때 놀라움과 걱정이 동시에 교차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걱정은 괜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김신부를 연기한 배우 김윤석(47)이 있었다.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영혼을 빼앗긴 소녀를 구하러 나선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김윤석은 퇴마 의식을 거행하는 김신부 역을 맡았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났지만 그럼에도 소녀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퇴마 의식을 행하는 인물이다. 김윤석에게 작품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시나리오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검은 사제들'은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신선한 소재를 밀도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장르를 비트는 것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밀도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요. 도시가 발달하면 이상한 사각지대가 생기잖아요. 우리 영화는 그런 서울 시내 한복판에 생겨난 이상한 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다루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 누구도 찾지 않는 골목길 사이로 들어가는 신부의 이미지가 있고요. 그만큼 잘 쓴 시나리오였어요." 김윤석은 '검은 사제들'을 "결국에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악령이 소녀의 몸을 빌려 내뱉는 말들, 그런 악령으로부터 소녀를 구하려는 두 사제의 이야기 속에는 "사람의 이기심과 숭고한 희생"이라는 주제가 담겨 있다. 인간적인 주제다. 김윤석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거룩한 신부가 아닌 현실적인 신부였다. "외적으로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어설플 것 같았어요. 단호한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했죠. 김신부는 교단에서도 '깡패'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고집불통인 인물이에요. 하지만 소녀의 영혼을 구하겠다는 신념만으로 이 위험한 일을 끝까지 하려 하죠. 그만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엑소시즘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인 '엑소시스트' 시리즈를 영화 촬영 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연기에 도움이 된 작품은 제라드 드빠르디유 주연의 1987년도 영화 '사탄의 태양 아래서'였다. 악마의 유혹을 받는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서 김윤석은 김신부가 지닌 믿음과 갈등의 단초를 발견했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서 인물의 심리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이번 영화에서 김윤석은 최부제 역의 강동원, 소녀 영신 역의 박소담 등 후배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자 했다. 자칫 어색하게 다가올 수 있는 가톨릭 의식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더욱 진중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연기에 임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 후반부, 영신을 바라보며 김신부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김윤석의 인간적인 연기가 빛나는 순간이다. "그때는 김신부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왜 이 소녀를 선택했습니까'라는 인간적인 서러움이 담긴 눈물이죠. 김신부의 감정이 유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해요. 그전까지는 철저한 계산 아래 김신부의 감정을 숨기려고 했으니까요." 올 한 해 김윤석은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쎄시봉'을 시작으로 '극비수사'를 거쳐 '검은 사제들'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매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들 작품 사이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윤석은 "감독들이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해서 나를 선택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이야기다. "흥행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흥행이 작품 선택의 1순위는 아니에요. 좋은 작품이 더 중요하니까요. 늘 이야기해왔듯 제가 제일 끌리는 것은 이야기입니다." [!{IMG::20151109000111.jpg::C::480::배우 김윤석./손진영 기자 son@}!]

2015-11-10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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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그놈이다' 이유영 "나를 잃고 싶지 않아요, 자유롭게요"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간신'도 보셨죠? '간신'이랑 '그놈이다'를 본 관객이 저를 무섭게 생각할까요?" 이유영(25)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자신의 이미지가 걱정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궁금증을 담은 질문이었다. 다른 배우에게서 느끼기 힘든 호기심이 그의 눈빛 속에 가득했다. 이유영은 올해 데뷔 2년차에 접어든 신예 배우다. 그러나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여타의 신인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데뷔작 '봄'으로 밀라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부일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다음 행보는 더욱 뜻밖이었다. 또 한 번 노출 연기를 감행해야 했던 '간신'이었기 때문이다. 부담도 있었을 법 하다. 그러나 이유영은 오로지 연기만을 생각하며 다른 배우들이 걷지 않는 길을 과감히 걸어갔다. 세 번째 작품도 쉽지 않은 영화를 골랐다. 여동생을 잃은 청년의 이야기를 호러와 스릴러로 풀어낸 '그놈이다'다. 이유영은 죽음을 예견하는 여자 시은 역을 맡았다. 주인공 장우(주원)를 도와주는 인물이다. 전작처럼 노출 연기 같은 부담은 없었다. 그럼에도 귀신을 보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가 확실한 인물이죠. 그래서 일상적인 연기보다 더 쉬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에 재미를 많이 느껴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가는 재미도 있고요. 캐릭터가 색달라서 캐스팅 확정 전부터 연기하고 싶은 의욕이 컸어요." '그놈이다'에서 이유영은 전작과는 다른 차원의 부담감을 견뎌내야 했다. 캐릭터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그놈이다'는 시은의 캐릭터를 통해 다른 스릴러 영화와 차별된다. 이유영은 "최대한 가짜처럼 보이지 말자"는 생각으로 시은에게 접근했다. 귀신을 보고 죽음을 예견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여자애"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이유영이 시은에게 끌린 데는 캐릭터의 독특함을 넘어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장우를 통해 변해가는 시은이 인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장우가 먼저 시은이에게 말을 걸어주잖아요. 시은이도 자신이 본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요.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졌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시은이가 점점 다른 아이로 보이도록 노력했고요." 시은의 변화는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차갑고 서늘했던 분위기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이유영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유영은 "중·고등학교 때 얼굴이 하얗고 키가 커서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배우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며 웃었다. 그런 이유영이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은 남들과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미용 일을 하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뒤늦게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막연한 마음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가 무작정 연기를 시작했다. 뜻하지 않은 삶의 흐름이 그를 배우로 이끌었다. 이유영은 이 모든 것을 "호기심"으로 설명했다. "호기심이 많아요. 연기를 제외하면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하는 경우가 없어요. 지금도 오르간과 무술, 댄스 스포츠를 배우고 있고요. 리듬체조도 배우고 싶어요. 나이 들면 못하는 걸 다 하고 싶거든요." 얼떨결에 시작한 연기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대중 앞에 선 순간부터는 압박과 부담감도 크게 느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 모든 걸 이겨냈다. "지금 막 시작한 신인 배우인데 못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점점 더 잘 해나가면 되니까요. 물론 연기를 못하겠다는 뜻은 아니에요(웃음). 배우로서 자부심을 갖고 자신감 있게 연기 생활을 시작하자고, 그리고 지금의 마음을 잃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놈이다'를 마친 뒤 이유영은 홍상수 감독의 부름을 받아 또 한 편의 영화를 촬영했다. "지금까지의 영화 중 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인물이에요. 많이 웃거든요. 감독님이 저보고 덜 웃으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웃음)." 호기심 가득한 이 배우가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유영 또한 그런 자신의 앞날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평소 생각을 깊게 하는 편은 아니에요(웃음). 그래서 배우 생활을 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생각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를 보고 느끼는 가운데 제 자신도 바뀌게 되거든요. 저는 저를 잃고 싶지 않아요. 조금 더 자유롭고 싶고요. 그러면서도 저만의 매력으로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IMG::20151108000077.jpg::C::480::배우 이유영./손진영 기자 son@}!]

2015-11-09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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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캐스커 "고민에서 벗어나 최상의 결과물 얻었죠"

캐스커(이준오·융진)의 음악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하다. 두 사람이 함께 선보이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적인 감성이 깊게 배어 있다. 최근 발표한 새 앨범 '그라운드 파트1(ground part 1)'은 그런 캐스커만의 음악적 색깔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와 도전이 잘 녹아든 음반이다. 멤버들 스스로도 "최상의 결과물"이라고 만족하는 편안함이 귓가를 사로잡는다. 데뷔 이후 2년 간격으로 앨범을 발표해온 캐스커가 '그라운드 파트1'을 내기까지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팬들에게는 오랜 기다림이었다. 물론 멤버들은 마냥 쉬면서 그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이준오는 영화음악으로, 융진은 다른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다만 캐스커로 뭉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눈앞에 닥친 영화음악 작업을 해결해야 했어요. 그리고 앨범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도 있었고요. 이제는 '음원시장'이라고 하지 '음반시장'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하나의 작품짐으로 앨범이 나오는 것처럼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은 없다는 느낌이었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전환의 계기가 필요했어요." (이준오) 그렇게 잃어가던 음악 작업의 의욕을 되찾게 된 것은 이준오가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뒤였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의 일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완전히 완충이 됐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일사천리로 앨범 작업을 진행했죠." (이준오)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 만들어둔 음악의 단편들,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서 만든 노래들을 모아 새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빠가 아이슬란드를 갔다 오더니 곡 작업을 다 하고서는 '이제 노래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정말 '슉' 하고 노래가 나왔죠(웃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었어요. 오히려 더 편안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서 좋았어요." (융진) 캐스커의 새 앨범 '그라운드 파트1'에는 총 7곡이 수록돼 있다. 이준오가 아이슬란드에서 만든 '광선' '산' '게이시르(geysir)'는 최근 전자음악 신의 새로운 경향이 캐스커만의 음악 색깔에 녹아 있는 곡들이다. '만월' '얼룩' '웃는 사람' '세상의 끝'은 익숙한 캐스커의 사운드가 도드라진다. 팬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는 노래들이다. 캐스커는 이준오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해 지금과 같은 혼성 듀오 체제로 쉼 없는 음악 활동을 펼쳐왔다. 일렉트로닉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생소하게 느껴지던 2000년대 초반 캐스커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선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지금, 일렉트로닉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장르가 아니게 됐다. 한때는 이런 대중음악의 흐름에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6집을 만들 때 EDM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캐스커가 EDM을 하는 건 웃긴다는 생각이 있어서 오히려 우리만의 색깔을 고집하려고 했죠. 그런데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는 그런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웃음). 이전까지는 트렌드와 캐스커만의 음악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그런 고민 없이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밸런스 면에서는 가장 최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이준오) 7곡 밖에 수록되지 않았음에도 앨범이 꽉 차 있는 듯 안정감있게 들리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캐스커라는 이름으로 3년이라는 휴지기를 가진 만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바쁘다. 다가오는 7일과 8일 백암아트홀에서 앨범 타이틀을 내건 단독 공연을 갖는다. 데뷔 13주년을 맞이한 캐스커의 음악이 집약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개봉한 '더 폰'에서도 영화음악을 맡았던 이준오는 내년에도 계속해서 영화음악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융진은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캐스커와는 전혀 다른 음악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라운드 파트2'요? 서둘러 낸다면 내년에 나오겠지만 그렇게 바쁘게 앨범을 내고는 싶지 않아요. 아마도 융진의 솔로 앨범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이준오) "솔로 앨범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진짜 내야할 것 같아요. 오빠가 도와주냐고요? 그럼 다시 캐스커가 되는 거잖아요(웃음)." (융진) 사진/파스텔 뮤직 제공

2015-11-05 17:20:34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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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브라운아이드걸스, 우리의 '베이직'은 '좋은 음악'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제아·나르샤·미료·가인, 이하 브아걸)가 2년 4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5일 자정 공개되는 6번째 정규 앨범 '베이직(BASIC)'은 브아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본'을 담은 음반이다. 보컬 그룹으로 출발한 만큼 멤버들이 지닌 가창력과 랩 실력, 그리고 대중적인 사랑과 인기를 안겨준 퍼포먼스 실력, 나아가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음악이 바로 브아걸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베이직'이다. 오랜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브아걸이 '베이직'을 콘셉트로 내세우게 된 것은 10년차 걸그룹으로서의 고민이 담긴 결과다. '러브' '아브라카다브라' '식스센스' 등 브아걸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조영철 프로듀서와 다시 호흡을 맞춘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세상의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런 고민을 수록곡 10곡에 차곡차곡 담았다. 브아걸 멤버들도 처음에는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소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4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한 음악 공연장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만난 브아걸 리더 제아는 "처음 조영철 프로듀서님으로부터 '베이직'이라는 주제에 대해 들었을 때 걸그룹이 하기에는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멤버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제를 받아들이게 됐다. "난해한 주제였지만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내용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원래 관심이 있던 주제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심도 있게 세상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봤어요." (미료) "처음에는 이렇게 학문적인 부분까지 고민해야 하나 싶었어요(웃음). 그래도 어차피 도전할 거면 어려워도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나르샤) 정석원·박근태·프라이머리·G.고릴라·에코브릿지·신수란을 비롯해 국내외 정상급 작곡가들이 브아걸의 새 앨범을 위해 곡들을 만들어줬다. 멤버들도 앨범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제아는 '라이트(Light)'와 '프랙탈(Fractal)'의 작곡에 참여했고 미료는 전곡의 랩 가사를 썼다. 가인과 나르샤는 퍼포먼스와 스타일링에 아이디어를 냈다. 타이틀곡 '신세계'는 브아걸과 함께 해온 작곡가 이민수과 작사가 김이나가 함께 뭉친 곡이다. 복고적인 브라스 사운드와 현대적인 댄스 사운드가 뒤섞인 색다른 장르의 댄스곡이다. 미료는 "3000년대의 시점에서 바라본 20세기와 21세기를 표현한 노래"라며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다 발견한 신세계에 대한 놀라움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데뷔 이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브아걸은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걸그룹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아이돌 그룹의 신곡들이 쏟아지는 지금의 음악 시장에서 브아걸 또한 나름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직'으로 돌아온 브아걸이 내세우는 자신들의 무기는 음악, 그리고 여유다. "요즘 저희처럼 센 이미지를 콘셉트로 나오는 친구들이 많잖아요. 저희들은 그 친구들에 비하면 '모든 걸 잃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겁 없는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더 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그리고 그런 저희의 모습을 팬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고요." (가인) "우리끼리는 데뷔 10년차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아요. 누군가 얘기해줘야 '10년이나 됐구나'라며 깨닫게 되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껏 '으쌰으쌰' 해왔듯 앞으로도 음악이 궁금해지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다." (제아) [!{IMG::20151104000143.jpg::C::480::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에이팝 제공}!]

2015-11-05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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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검은 사제들' 강동원 "책임감과 도전의식, 더 많이 생기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현실보다 판타지가 더 잘 어울리는 배우. 많은 이들이 강동원(34)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컫는 그의 외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강동원의 진짜 매력은 그런 겉모습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풍길 때 비로소 드러난다. 여전히 스크린이 그를 반기고 사랑하는 이유다. 1년여만의 스크린 컴백작인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강동원만의 매력을 십분 살린 영화다. 그가 연기한 최부제는 사제의 근엄함과는 거리가 먼, 천방지축이라는 말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리는 1986년생 호랑이띠 젊은이다. 그러나 그 밝은 모습 뒤에는 어릴 적 여동생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다. 영화는 최부제가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와 함께 악령에 쓰인 소녀를 만나면서 겪는 변화와 위기를 그린다. 한국영화에서는 흔치 않은 엑소시즘 소재의 영화다. 색다른 소재인 만큼 배우로서 출연을 고민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강동원은 오히려 이 독특한 소재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상업적으로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영화의 원안이 된 단편영화 '열두번째 보조사제'를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먼저 접한 것도 영화를 주저 않고 선택하게 만들었다. "소재는 새롭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굉장히 익숙하잖아요. 기승전결이 확실하니까요. 캐릭터도 매력적이고요. 무엇보다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밀고 가는 구조가 충분히 상업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전작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의 택시기사 역할을 제외하면 강동원은 그동안 현실과는 동떨어진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조선시대의 탐관오리였고,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초능력자였으며, 남파공작원이거나 악동 도사였다. 캐릭터의 직업을 연구할 필요가 없는 역할들이었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의 최부제는 달랐다. 쉽게 만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는 신부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남달랐다. "이번만큼은 캐릭터의 직업에 쉽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는 강동원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촬영 전 신부님을 만나면서 캐릭터에 대한 마음이 확 바뀌었어요. 하루는 신부님에게 '너무 힘들지 않으냐'고 조심스럽게 물은 적 있어요. 그런데 신부님이 '아니야, 나는 귀만 빌려주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는데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더라고요. '이게 본질이구나' 싶었죠. 신부님도 만나고 가톨릭과 신학생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아이디어와 영감도 많이 얻었고요." 영화 초반 유쾌한 매력을 발산하던 강동원은 극 전개와 함께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해 가는 최부제의 드라마틱한 성장담을 펼쳐보인다. 그 정점은 환한 불빛으로 가득한 명동 한복판과 대비되는 골목길에서 최부제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는 장면이다. "이제는 과거를 극복하자고 마음 먹는 장면이죠. 다시는 도망갈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남은 일을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그 순간 강동원의 얼굴은 소년에서 어른이 돼가는 듯한 묘한 느낌을 전한다. 강동원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비현실적인 역할, 혹은 소년성을 지닌 역할이 그렇다. "제가 가진 장점이 있다면 활용을 해야죠. 그리고 반대로 그 이미지를 깨는 것도 제가 할 일이고요. 그렇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데뷔 13년차인 그는 하고 싶은 작품과 책임감을 갖게 하는 작품을 고민하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미 촬영을 마친 '검사외전', 그리고 이제 막 촬영에 들어간 '가려진 시간'은 강동원의 또 다른 도전을 확인할 작품이 될 것이다. "선배님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영화를 이끌어왔잖아요. 후배 배우이자 이제 한국영화의 주축이 돼가는 배우로서 선배님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책임감도 도전의식도 더 생기고요. 영화감독이요? 그건 못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다재다능하지는 않거든요(웃음). 그냥 연기만 열심히 집중하고 싶어요." [!{IMG::20151103000108.jpg::C::480::배우 강동원./손진영 기자 son@}!]

2015-11-04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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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성유리 "아름답게 나이 먹는 배우 되고 싶어요"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처음 성유리(34)를 만났을 때 조금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3년 전 '차형사'가 개봉했을 때였다. 물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진심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유리는 인터뷰를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기억에 남은 말이 있었다. "실제 성격은 털털해요. 친한 사람들은 잘 알죠." 3년이 지나서야 그때 말한 성유리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를 통해서였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잊고 지내온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옴니버스 영화다. 성유리는 까칠한 여배우 서정 역을 맡았다 그런 서정을 짝사랑하는 매니저 태영 역의 김성균과 호흡을 맞췄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따뜻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어요. 서정에도 공감이 많이 갔고요." 물론 성유리가 공감한 것은 서정의 까다로운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공감했다. "처음에는 서정이 까칠하고 자기 위주인 전형적인 여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니 서정은 욕구불만 때문에 화를 내는 것 같더라고요.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할까요. 그런 부분에 공감했어요." 성유리와 다른 점도 많았다. 자신의 답답함을 솔직하게 말하는 서정의 모습이 그랬다. "서정은 속마음을 막 터트리잖아요. 그래서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대리만족도 했고요(웃음)." 성유리는 이번 영화에서 "상대방과 교감하는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 "이전까지는 그냥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시험 백점 맞듯이 연기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목소리에만 집중했죠. 그런데 지금은 상대방의 리액션에도 더 신경을 쓰려고 해요. 상대방과 교감하는 재미랄까요. 이번 작품에서 그런 재미를 가장 크게 느꼈어요." 상대 배우인 김성균과의 탄탄한 연기 호흡 덕분이었다. 영화 속에서 태영이 드라마 리허설을 통해 서정을 향한 감정을 에둘러 표현하는 신이 있다. 성유리가 이번 영화에서 연기의 재미를 가장 많이 느낀 장면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어요. 서정이 태영에게 뽀뽀를 하는 것이요. 서정은 엄연히 남자친구도 있고, 태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이미 눈치채고 있잖아요. 그런데 뽀뽀를 한다면 사람의 마음을 갖고 노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갔는데 성균 오빠가 대본에 없던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그게 정말 진심으로 느껴져서 뽀뽀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이런 좋은 멜로 배우를 만나 좋은 멜로영화를 찍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웃음)." 배우로 활동 영역을 옮긴 뒤에도 성유리에게는 핑클 시절의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계속 따라다녔다. 그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드라마에서는 억척스러운 역할도 맡았고, 영화에서는 상업성과 거리가 먼 작품들도 과감히 선택했다. "감독님들도 저의 이미지를 깨고 싶어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제 이미지가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유리는 자신의 이미지가 오히려 자신만의 매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의 서정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다가온다면 그것은 성유리가 지닌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성유리는 "평소에는 의외의 개그감이 있다"며 웃었다. 물론 "판을 깔아줘야 개그가 잘 나온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성대모사도 하려고 했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다음에는 꼭 성대모사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얼른 영화를 해야겠네요. (웃음)." 성유리는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 17년차가 될 때까지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죠. 그럼에도 잘 버텨준 저에게 고마움을 느껴요(웃음).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목표도 있어요. 정적이고 사연 많은 역할도 하고 싶고 액션 연기도 하고 싶거든요. 언젠가 찾아올 배우로서 변화해야 할 순간을 잘 넘기고 싶어요. 그렇게 아름답게 나이 먹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손진영 기자son@metroseoul.co.kr

2015-11-03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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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엉뚱함에 무장해제되다, '특종: 량첸살인기'의 이하나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이하나(33)가 물었다. "취재하면서 언제 즐거우세요?"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지금이요." 빈말은 아니었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이하나와의 대화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그 뜻하지 않은 흐름이 이하나라는 사람를 더 잘 보여줬다. 이하나를 만난 건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감독 노덕)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영화는 연쇄살인사건의 특종인 줄 알았던 제보가 실수로 밝혀지면서 위기에 처하는 방송국 기자 무혁(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하나는 무혁의 아내이지만 임신 중인 몸으로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미술관 큐레이터 수진을 연기했다. 2012년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이후 무려 3년 만에 출연한 영화다. 스크린에서 이하나를 기다려온 팬이라면 무척 긴 기다림이었다. 그러나 '특종: 량첸살인기'는 그런 기다림을 충족시키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속 수진의 등장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그러나 이하나는 "시나리오가 좋아서 감독님만 믿고 따라갔다"며 웃었다. "시나리오에서도 수진의 비중은 크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무혁 위주로 봤거든요. 이렇게 주인공이 눈에 확 들어온 시나리오는 잘 없었어요. 그래서 선택했죠. 나이가 드니까 착해지나 봐요. 그전에는 오로지 내 역할만 보였는데 말이죠(웃음)." 그 말처럼 이하나는 영화 촬영 과정 속에서 크고 작은 만족감을 느꼈다. 작은 역할이지만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즐거웠다. 처음으로 임산부 역할에 도전한 것도 나름의 경험이 됐다. '진짜로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처음으로 하게 만들었다. 영화 개봉 이후 일부 관객은 수진이 '민폐녀'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하나는 수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외로움'에 공감해서였다. "수진은 외로워서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위해 누군가는 맡았어야 하는 역할이었고요. 아무래도 여자 감독님이라 의지도 많이 했고 편안하게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생각보다 수진에게 호응을 잘 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개봉 즈음 만났던 이하나는 "앞으로 연기도 음악도 공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밝혔었다. 곧 앨범을 발표할 것이라며 기대도 당부했다. 그러나 이하나를 다시 만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2014년 드라마 '고교처세왕'으로 연기 활동을 재개한 뒤에야 이하나의 활동은 본격화됐다.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이어 '특종: 량첸살인기'까지 쉼 없이 활동해오고 있다. 최근 출연한 KBS2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짝퉁패밀리'에서는 이하나만의 변함없는 매력을 펼쳐보였다. 이하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김혜자 선생님과 작업하며 얻었던 에너지, 그리고 '특종: 량첸살인기'의 현장에서 생겨난 연기의 재미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단막극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제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을 다시 만나서 저만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잠시 사라진 동안 이하나는 마냥 쉬지 않았다.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하며 앨범을 준비해왔다. 최근에도 홍대 앞 카페 벨로주에서 공연을 하는 등 알게 모르게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3년 전 낸다고 한 음반 작업을 아직도 하고 있냐'고 묻자 이하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꼭 앨범을 낼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순수함이 느껴졌다. 지난해에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출신의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얼렌드 오여의 솔로 앨범 수록곡 '가로타(Garota)'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올해 초 열린 얼렌드 오여의 내한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둘의 만남이 궁금했다. "5년 전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우연히 얼렌드 오여를 만나 친구가 됐어요. 사실 평소에는 데면데면하게 지내요. 그런데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만 친절하게 대해줘서 재미있었죠. 제가 '티처'라고 부르면서 음악도 많이 배웠어요. 제 음악을 듣고는 빨리 음반을 내라고도 했죠. 음악 작업도 같이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와 음악은 이하나의 삶을 지탱하는 두 가지 축이다. "저는 굉장히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격이에요. 도박하고 모험하는 걸 싫어하고 불안해하죠. 영화와 드라마는 공동 작업이라는 점에서 불안한 요소가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끼리 함께 작업한다는 점에서 즐거움이 있고요. 음악은 오롯이 제가 하는 것이라 제 뜻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영화 이야기로 시작한 인터뷰는 드라마를 지나 연애와 음악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하나는 때때로 예상과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엉뚱했지만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엉뚱맘이 인터뷰어를 무장해제시켰다. 3년이라는 긴 시간에도 이하나는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한결 같은 그의 매력이 더욱 빛날 작품을 만날 날을 함께 기다린다. [!{IMG::20151101000100.jpg::C::480::배우 이하나./손진영 기자 son@}!]

2015-11-02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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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그놈이다' 주원 "성실함·부지런함·책임감, 이것 빼면 저는 시체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바른생활 청년. 주원(28)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이었다. 이 젊은 배우는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고 큰 부침 없이 탄탄대로를 달리며 20대 대표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행보에 자신감이 생길 만도 하지만 주원은 그러지 않았다. 작품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단단한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29일 개봉한 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는 주원이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부둣가 마을에서 부모님 없이 여동생과 살아가던 청년 장우(주원)가 여동생이 살해된 뒤 무작정 범인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주원은 드라마에서는 소문난 흥행 보증수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왔다. 그런 그에게 '그놈이다'는 첫 스릴러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나에게도 스릴러가 들어오는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반가웠어요(웃음). 남자라면 스릴러는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장르잖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고요. 여기에 굿이나 빙의처럼 한국적인 요소가 있어서 더욱 좋았어요." 처음 도전하는 장르인 만큼 새로운 도전과 경험도 많았다. 액션과 추격전처럼 체력을 요구하는 장면도 과감하게 소화했다. 첫 사투리 연기를 위해 촬영 전부터 연습하는 노력도 쏟아부었다. 마산 미더덕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된 로케이션 촬영도 세트 중심의 드라마 현장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역시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감정이었다. 여동생을 잃어버린 오빠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가게 그려내는 것, 그것이 주원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자 힘든 점이었다. "장우에게 공감은 많이 갔어요. 영화 같은 상황이면 저 또한 장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 같더라고요. 장우에게는 삶의 원동력과도 같은 여동생이 죽은 거니까요. 하지만 그 감정은 힘들었어요. 영화 시작부터 동생이 죽다보니 장우는 좀처럼 좋은 감정이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 할 수도 없고요. 범인을 쫓는 가운데에서도 여동생에 대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해서 매 장면 감정이 다운되기도 했죠. 물론 촬영이 끝나면 '칠렐레팔렐레'하며 돌아다녔지만요(웃음)." 영화의 절정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장우가 범인의 정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장면이다. 억울함·안타까움·분노 등 복잡한 마음에 휘말린 장우가 감정적으로 가장 폭발하는 순간이다. "장우의 감정이 최고조를 찍는 부분이죠. 고삐를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그런데 촬영 시작과 함께 감정이 확 터지면서 초인적인 힘이 나오더라고요. 손에 차고 있던 수갑이 풀릴 정도였어요. 촬영을 마친 뒤에도 진정이 안 돼서 30~40분 정도 울었어요." 이전까지의 작품에서도 캐릭터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은 많았다. 그러나 '그놈이다'는 지금까지의 연기를 뛰어넘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주원에게 특별하다. "생각 이상의 감정이 나오니까 무언가 빵 뚫리는 느낌이더라고요. 짜릿했죠.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배우로서 순탄한 길을 걸어왔지만 주원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몇 가지 없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열심히 하고 부지런하고 체력이 좋고 책임감 있는 것, 이것만 빼면 저는 시체나 다름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안다. 열심히, 부지런히, 그리고 책임감 있게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주원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큰 인기에 휘말려 흔들리거나 유혹을 받는 순간은 없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주원은 "나는 누가 날 흔들어도 그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답답한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그 웃음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주원에게 잃지 않고 싶은 초심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행복'이라고 답했다. "저에게 행복은 '내가 좋은가? 싫은가?'에 달려 있어요. 괴로운 걸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즐거운 일이라면 언젠가는 꼭 하게 되니까요.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처럼 미래를 위해 계속 나아가고 싶고요." [!{IMG::20151029000129.jpg::C::480::배우 주원./손진영 기자 son@}!]

2015-10-30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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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돌연변이' 이천희 "인기·흥행·시청률, 그건 초심이 아니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이천희(36)는 '돌연변이'를 촬영하면서 초심을 돌아봤다.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사회 초년생 기자를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자신이 바랐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인기·흥행·시청률은 아니었다. 역할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살자." 이천희가 '돌연변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돌연변이'는 제목처럼 이색적인 소재와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제약회사의 실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구(이광수)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천희는 구를 취재하게 된 방송국 인턴 기자 상원을 연기했다. 극을 이끄는 화자이자 구와 쌍을 이루는 중심인물이다. 이천희는 '아름답다' '바비' '남영동 1985' 등 상업성과 거리가 먼 행보를 걸어왔다. 관객 수보다 연기의 즐거움과 행복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처음에는 생선인간을 어떻게 만들지 궁금했어요. 신기한 경험이 될 것 같았고요. 시나리오를 보는데 상원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 인물이더라고요. '이 친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 속 상원은 인턴이라는 이유로 열정을 착취당한다. 요즘 시대 청춘의 초상과도 같다. 이천희는 모델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보낸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상원에 공감했다. "이 시대의 사회 구조 같아요. '너 말고도 할 사람은 많다'며 열정페이를 주는 거잖아요. 그건 배우든 기자든 이 시대의 젊은이라면 다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나 연기하는 것은 마냥 쉽지 않았다. 극의 화자인 만큼 감정을 최대한 숨겨야했다. 선배 기자들에게 구박 받는 장면에서는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답답함도 느꼈다. 한편으로는 리액션을 중심으로 영화의 밑바탕이 되는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다. 영화 속 상원은 지방대 출신으로 정의와 사명감만으로 기자가 되려고 한다. 치기어린 청춘이다. 그러나 세상을 몰랐던 청년은 냉혹한 현실과 부딪히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천희가 자신의 초심을 돌아보게 한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 후반부에 구가 상원에게 메시지를 주잖아요.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면 그때는 진짜 기자가 돼있을 것'이라고요. 그 장면을 보면 우리 영화는 '상원이 기자가 되는 이야기'가 아닌 '상원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죠. 이천희의 초심도 떠올리게 됐어요. 사실 처음 연기를 하려고 했을 때 제가 바랐던 것은 인기나 흥행, 시청률이 아니었어요. 역할을 연구하고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죠. 하지만 많은 배우들이 그런 초심을 잃어가며 다음 계단으로 넘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나도 이제는 초심을 지키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돌연변이'라는 제목은 다의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주인공인 생선인간을 뜻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원을 가리킨다. 나아가 영화는 구와 상원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보통의 삶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우리가 돌연변이가 아니냐고 묻는다. 보통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은 이천희가 생각하는 초심과도 연결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창조적인 영역에서는 멋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나는 남들과 달라' '나는 저들보다 세련돼'라고 생각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어쩌면 저는 배우를 선택하면서 보통의 삶과 거리가 멀어진 걸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 인간답게 연기자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IMG::20151028000058.jpg::C::480::배우 이천희./손진영 기자 son@}!]

2015-10-29 03:00:00 장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