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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널 기다리며' 김성오 "같은 악역? 새롭게 표현할 방법은 다양하죠"

김성오(37)는 기다렸다. 선이 악을 이기는 익숙한 패턴의 영화가 아닌, 조금 더 색다른 면이 있는 영화를 말이다.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가 바로 그런 영화였다. 또 한 번의 악역 변신이었다. 그럼에도 김성오로서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한 사람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면 그 색다름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널 기다리며'는 15년 전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 희주(심은경)가 살인범이 풀려나기를 기다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김성오가 연기한 기범이 바로 희주가 쫓는 살인범이다. 스릴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러나 기존 스릴러와 다르게 감정선이 명확한 인물이라는 점이 김성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는 선과 악이 나오고 선이 악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 흐름을 보여주잖아요. '널 기다리며'는 그렇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희주 캐릭터도 기존의 선한 캐릭터와는 달랐으니까요. 이 색다름이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김성오는 기범을 단순한 '살인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날카로운 칼이 있다고 하면 보통은 칼로 무언가를 썰거나 빛에 반사돼 날카로운 모습으로 칼을 표현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 칼은 어떤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몇 번의 두드림과 담금질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범 또한 살인마라는 형상화된 이미지보다는 기범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죠." 그의 말처럼 영화 속 기범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살인마와는 다르다. 출소와 동시에 형사 대영(윤제문)의 추궁을 받는 기범은 "나는 아무나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며 평범한 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 입장에서는 기범이 진짜로 희주의 아버지를 죽인 것인지 아리송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 속에서 기범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살인마인지가 드러나면서 영화의 긴장감도 서서히 고조된다. 김성오는 "기범은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기범의 첫 번째 살인은 충동적으로 일어났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도 자신을 잡지 못하는 경찰의 모습에 우월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그런 우월감이 다른 살인으로 이어진 거고요. 감독님은 '격이 있는 살인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가 중점을 둔 것은 바로 기범이 지닌 우월감이었어요." 강렬한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외적인 변화도 줬다. 체중을 16㎏이나 감량한 것이다. 결혼을 앞둔 상황이었음에도 오직 영화를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 "감독님이 '머시니스트'에서 거식증 환자를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괴기스러운 몸을 만들면 기범의 캐릭터와 잘 접목이 될 것 같았죠. 물론 살을 빼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 힘든 순간에도 '나는 우월감으로 사는 김기범이야'라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치한 생각이죠. 그 고통마저도 캐릭터로 만든 거라고 할까요(웃음)."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편집 과정에서 기범의 캐릭터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중요한 관계로 등장하는 기범과 친구 민수의 이야기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것이 그렇다. 그래서 김성오는 영화가 잘 돼서 감독판이 나오기를 내심 바란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영화지만 그 불편함마저도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오가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은 영화 '아저씨'의 악역 종석이었다. 이후 한동안은 비슷한 악역 캐릭터 제안을 받았다.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같은 악역이라도 각각의 캐릭터마다 다른 인물이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래서 김성오는 "더 좋은 아이디어로 악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평생 악역을 한다고 해도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널 기다리며'의 기범에게서 김성오의 연기관을 엿볼 수 있다.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연극 무대부터 활동해온 김성오는 영화 '아저씨'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발판으로 삼아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김성오는 "꿈을 이뤘다고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며 "히딩크 감독님의 말처럼 배가 고프다"며 웃었다. 최근 어깨 수술을 받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는 "많이 쉬었으니 얼른 나아서 다시 현장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를 향한 그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IMG::20160315000033.jpg::C::480::배우 김성오./손진영 기자 son@}!]

2016-03-16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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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박성웅 "선과 악 공존하는 얼굴? 배우 박성웅은 수백명이길"

영화 '검사외전'과 SBS 드라마'리멤버-아들의 전쟁(리멤버)'에서 연이어 변호사 역할을 했지만,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 배우 박성웅을 만났다. '아재개그(썰렁하고 실없는 개그, 말장난)'를 좋아하는 털털한 옆집 삼촌 같다가도 연기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눈빛부터 달라졌다. 박성웅은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일호 그룹을 무너뜨리는데 큰 보탬이 된 박동호 변호사를 연기했다. 서진우(유승호)에게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같은 존재였으며, 악역 남규만(남궁민)과는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리멤버'의 대본 1,2부를 부산영화제 폐막식 끝나고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봤어요. 공중파 드라마 출연이 5년만이라 부담이 됐죠. 그런데 대본을 한장 한장 넘기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아, 이거다!'라는 느낌이 확 오더라구요. 그렇게 출연하게 됐죠." 박동호는 조폭 출신 변호사로 기존의 단정한 변호사 이미지와 다르다. 컬러풀한 옷을 입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등장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품 시작하면서 목표는 하나였어요. '어차피 경상도 분들한테는 사투리 인정을 못받을 거다. 하지만 타 지방 사람들에게는 꼭 경상도 사투리로 들리게 하자' (웃음) 결과적으로 사투리 연기에 만족해요. 아는 후배가 부산 사람이라서 대본 녹음파일을 보내줬거든요. 항상 듣고, 대본에는 저만의 악보를 그려가면서 연기했죠. 사투리에 진짜 신경 많이 썼어요. 그리고 패션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시는데 제가 직접 고른 건 아니지만, 코디한테 '가져올 수 있는 의상 중 가장 총천연색으로 골라 갖다달라'고 부탁했어요. 처음에는 이게 어울릴까 반신반의 했는데 은근히 잘어울리더라고요." 가벼운 캐릭터 같지만, 아픔이 있는 캐릭터다. 극 중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이나 잃었다. 일호그룹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를 사고로 잃었고, 아버지같이 자신을 보듬어주던 조폭 석주일(이원종)도 운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그가 제일 슬퍼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진우가 기억을 잃고, 자신을 못알아보는 장면이었다. "드라마 중후반부터는 촬영 때마다 가슴이 먹먹했던 것 같아요. 20부 대본을 받았을 때는 대본만 봐도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더라고요. 메이크업을 받을 때도 눈물이 나서 애먹었어요. 촬영 들어가서 아직 울면 안되는데 참아도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20부에서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연기'였다고 말하고 싶어요." 끝까지 악역이었던 남규만은 극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반성없이 끝난 결말에 대해 아쉽지 않냐고 묻자 그는 "시청자에게 짜릿한 복수를 통해 대리만족 시켜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며 "드라마에서 남규만과 서진우 모두 박동호한테 반말을 하는데 서진우가 하는 반말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못된 캐릭터가 반말하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유승호는 촬영장에서도 정말 착하고 조용한 후배예요. 리허설조차 실제 연기처럼 임해서 같이 호흡맞추다보면 감정이 울컥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쉴 때 '아재개그'를 해도 늘 웃어주는 건 승호뿐이었어요.(웃음)"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20.3%(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많은 사랑받을 수 있던 건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기 때문 아닐까요?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친해서 합도 잘 맞았고요. 애드립을 치면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캐릭터가 살고, 해당 장면이 재미있게 나오거든요. 배우간의 케미가 좋았어요." 영화 '신세계' '살인의뢰'에서 악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한 그는 2016년 '검사외전'과 '리멤버'를 통해 든든한 조력자의 옷을 입었다. 선과 악 두 가지 얼굴이 공존하는 배우로는 으뜸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로버트 드니로처럼 다양한 면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인간 박성웅은 한명이지만, 배우 박성웅은 수십, 수백명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올해 상반기 첫단추를 잘 끼운 것같고, 하반기까지 바쁘게 쉼없이 달리고 싶어요."

2016-03-15 09:00:0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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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송하윤 "화려함보다 솔직함 좇는 배우 될래요."

[스타인터뷰] 송하윤 "화려함보다 솔직함 좇는 배우 될래요." 입체적인 캐릭터 연기 호평 모성애 연기, 몰랐던 면 알게 돼 안내상과의 연기, 좋은 밑거름 젊은 나이에 두 아이를 건사해야 하는 억척 엄마, 사고로 지능이 낮아진 바보, 복수 하기 위해 죽음 앞에서 살아돌아온 여인까지. 한 드라마 안에서 이보다 입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바로 '내딸, 금사월'의 주오월 이야기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하윤은 청초한 들꽃같았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온실 속의 화초'와는 달랐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아요. 요즘에는 인터뷰와 화보 촬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호흡이 긴 주말드라마에 참여하면서 약 1년간 밖에 나가본 적도 없어서 어느 정도의 사랑을 받았는지 체감하지도 못했고요.(웃음)" MBC 주말드라마 '내딸, 금사월'은 '막장'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스피드한 전개 덕분에 33.6%(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송하윤은 주인공 금사월(백진희)의 친구이면서 악녀 오혜상(박세영)과 대립하는 주오월을 연기했다. 가족을 잃고 보육원에서 길러진 오월은 어린 나이에 남편 임시로(최대철)를 만나 고생하고, 혜상이 꾸민 사고로 인해 한동안 어린 아이의 지능으로 살아야 했다. "오월이같이 다사다난한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감정을 많이 쓰는 역할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촬영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송하윤이 오월이를 연기했다면 힘들었을텐데 오월이의 인생 자체를 받아들이고 오월이가 되고나니까 힘들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바보가 된 상태를 연기할 때 가장 편하고 즐겁게 임했던 것 같아요. 마음 놓고,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전달하기만 하면되니까 편하더라고요." 극중 오혜상의 악행을 폭로하고 제대로 벌하기 위해 죽은 척 위장하기도 했다. 멀리서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그녀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모성애 연기가 처음이었어요. 줄거리상 아이들을 피해 숨어다녔는데 역할에 몰입하려고 일부러 아역 배우들과 대기실을 따로 썼거든요. '큐' 사인 떨어지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저도 놀랐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제게 이런 면이 있구나 라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주오월은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안내상의 잃어버린 딸이기도 했다. 대선배와의 연기는 그녀에게 좋은 밑거름이 됐다. "오랜 시간 떨어져있다가 서로를 알아보고 재회하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드라마가 한번 촬영하고 끝이 아니라, 나눠서 여러 번 촬영을 하다보니까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든데, 선생님이 감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때 날씨가 정말 추웠지만, 마음만은 엄청 뜨거웠던 걸로 기억해요." 데뷔 13년차 송하윤은 긴 무명 시절을 거쳐 지금에서야 대중에게 주오월로 각인됐다. 뽀글머리 아줌마 파마에 사투리를 구사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이 '할 수 있겠냐'고 되물을 정도로 의외의 역할 선택이었다. 본인이 자신있는 역할을 더 맛깔스럽게 표현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배우도 있겠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드라마 내용과 역할에 확 꽂히더라고요. 도전해보고 싶었고, 그동안 제가 느끼지 못한 것들을 깰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다양한 역할을 해봐야 감정의 폭도 커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해보고 어려운 것을 해봐야 배울 수 있죠.(웃음) 오히려 무난한 역할을 연기하는 게 저는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본인이 평가하는 연기에 대해 그녀는 "반성의 연속"이라고 말하며 웃음지었다. 이어 주오월 캐릭터가 사랑받은 이유는 함께 연기한 선배님과 동료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극중 제 자식들, 시어머니, 남편, 사월이 등등 모든 상대 연기자분들이 오월이를 만들어주셨죠. 남편이 그만큼 모질게 대했으니까 독해질 수 있었고, 그만큼 눈물 쏟을 수 있었어요. 그런 호흡이 있었기에 드라마가 사랑받지 않았을까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선배님들 덕분에 반성도 많이 했고, 배운 것도 많았죠." 인터뷰를 마치며 송하윤은 일이 많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차기작 역시 역할 가리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연기를 해오면서 갖고 있던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하지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신념이 있어요. '절대 화려한 것을 추구하지 말자. 솔직한 배우가 되자' 캐릭터에 있어서 조미료를 치지 않는,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IMG::20160310000040.jpg::C::480::송하윤./메트로 손진영}!]

2016-03-10 14:00:5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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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동주' 최희서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 운명 같은 인연이었죠"

운명 같은 만남이 있다. 최희서(29)가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를 만난 것이 그랬다. 예고 없이 찾아온 기회였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인연 같았다. 그렇게 최희서는 스크린에 작지만 깊은 여운과 잔상을 남겼다. 배우로서도 많은 것을 느낀, 소중하면서도 감사한 기회였다. 윤동주 시인, 그리고 시인의 고종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 열사의 삶을 그린 '동주'에는 강하늘, 박정민 두 주연배우 못지않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들이 있다. 극중 동주가 일본 유학에서 만나는 대학생 쿠미 역의 최희서도 그 중 하나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쿠미는 비록 적은 출연 분량이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윤동주 시인이 겪은 고뇌를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공감한 인물로 관객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최희서가 '동주'에 출연하게 된 것은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과의 우연 같은 만남에서였다. 지하철 안에서 연극 대본을 읽고 있던 최희서를 우연히 본 신연식 감독이 명함을 건네면서 '동주'와의 인연은 시작됐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만남이었다. "신연식 감독님과 지하철에 만난 이야기를 이준익 감독님도 흥미롭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오디션을 보실 줄 알았는데 그냥 미팅으로 만나자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준익 감독님이 쿠미의 성은 어떤 게 좋은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큰 생각없이 '후카다 쿠미는 어떠세요?'라고 말했는데 이름을 써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일본어로 이름을 쓰지 못했다면 감독님이 한 마디 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웃음)." 우연 같은 만남이었지만 최희서에게는 그것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릴 적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일본과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일본어는 자신이 있었다. 윤동주 시인과의 인연도 특별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산 시집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고, 연세대학교를 다니면서는 매일 같이 윤동주 시비 앞을 지나며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동주'가 최희서에게 운명 같았던 이유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에는 쿠미가 어떤 인물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현장에서 이준익 감독이 "쿠미는 동주를 사랑하나?"라고 갑작스럽게 질문했을 때 최희서가 한 대답에는 그가 얼마나 캐릭터를 깊이 고민하며 연기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저는 쿠미가 윤동주의 시에 끌려서 윤동주에게 다가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국적은 다르지만 '시'라는 매개체로 소통하고 있다고 봤죠. 쿠미는 전시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윤동주의 시집을 펴내려는 정성과 열정이 있어요. 그런 희생은 사랑이 아닐까 싶었어요. 물론 쿠미가 그 감정을 굳이 정의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이해했죠." 오랜만의 장편영화 출연이었기에 긴장도 많이 됐다. "솔직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도 연습을 너무 많이 해 연기에 무뎌질까봐 무서웠고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을 이 캐릭터가 느끼는 대로 연기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많이 답답하고 힘들기도 했어요." 그러나 고민과 걱정은 첫 촬영을 마친 뒤 조금은 털어낼 수 있었다. 윤동주 시인이 촬영장을 잠시 다녀간 듯한 묘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전차에서 동주와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었어요. 합천의 테마파크에서 촬영을 하는데 하늘이와 서로 대사를 주고 받은 뒤 잠시 창문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었거든요. 그때 느낌이 너무 이상했어요. 전차는 계속 움직이고 바람이 불어오는데 옆에 있는 동주를 바라보니 정말로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이 참 좋았어요. 그때 이후로 힘을 얻어서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고요." 여러 번 읽을수록 여운이 오래 가는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동주' 또한 영화를 보고 난 뒤 감정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흑백 화면에 담긴 우수에 찬 정서, 그 속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열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윤동주 시인의 삶과 고뇌를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세련된 엔딩다. 강하늘과 함께 엔딩을 장식해야 했던 최희서에게는 무척 중요한 장면이었다. "쿠미에게는 감정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죠. 쿠미가 어떤 심정으로 시집을 들고 윤동주를 찾아갔을지를 끊임없이 연습했어요. 그리고 촬영하면서는 연습한 걸 잊고 연기하려고 했고요. 첫 테이크에서는 많이 떨었어요. 평정심을 찾으려고 해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새어나오더라고요. 두 번째 테이크에서는 감정이 너무 폭발해 많이 울었고요. 하지만 쿠미는 최희서보다 강한 여자이기에 그렇게 울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지막 테이크에서 눈물을 참고 연기했고 그게 영화에 들어가게 됐어요. 촬영한 뒤에도 그 장면만큼은 모니터로 확인을 못하겠더라고요. 감독님에게도 '영화관에서 볼게요'라고 말씀드렸죠." 최희서가 배우의 꿈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다. 학예회에서 '심청전'을 연극으로 올려 처음 무대에 섰다. 그때 최희서는 커튼 뒤에서 객석과 함께 서서히 불이 들어오는 조명을 보면서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연희극단을 찾아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아온 최희서는 2009년 여자 역도부의 실화를 영화화한 '킹콩을 들다'로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소속사의 영입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연기를 제대로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무대로 다시 발길을 옮겼고 연극과 단편영화 등을 통해 계속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동주'를 만난 지금, 최희서는 스스로가 배우라는 사실에 보다 감사하는 마음이다. "어릴 때 외국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어요. 어딘가 항상 허전하고 울적했죠. 외로움이 많았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치유가 됐어요. 아마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다크했을 거예요(웃음). '동주'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일이 잘 안 풀려서 좀 우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는 어린 나이에 '킹콩을 들다'에서 좋은 역할도 했고, 좋은 단편영화도 찍으면서 지금까지 왔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매일매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동주'가 그런 마음을 더 크게 갖게 해줬고요."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최희서는 연기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 선입견을 갖지 않고 캐릭터를 바라볼 것, 그리고 자신 안에서 그 캐릭터의 모습을 발견해 연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희서는 "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동주'로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은 최희서는 올 한해 동안 영화에 매진할 생각이다. 신연식 감독이 각본을 쓰는 다른 작품에 출연할 계획이 있다. 이준익 감독과도 다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 최희서가 바라는 것은 '동주'처럼 관객 마음에 오래 남을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는 것이다. "'동주'를 몇 번씩 다시 보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동주'라는 영화 안에 들어가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인 거겠죠. 앞으로도 '동주'처럼 마음에 오래 남을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2016-03-10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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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널 기다리며' 심은경 "성장통의 시간, 이제 홀로서기 시작했어요"

심은경(21)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써니'와 '수상한 그녀'로 심은경을 기억한다면 '널 기다리며' 속 심은경의 모습은 무척 낯설 것이다. 익숙했던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 대신 속을 알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캐릭터가 스크린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반된 변화만큼이나 심은경은 지난 1년여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성장통의 시간'이었다. '널 기다리며'는 15년 전 아빠를 죽인 범인이 교도소에서 출소하기만을 기다려온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심은경은 주인공 소녀 희주 역을 맡았다. 어린 나이에 아빠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희주는 그날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겉보기에는 순수해보이지만 그 속에는 복수를 꿈꾸는 잔인함이 있다. 스릴러 장르에 로망이 있었던 심은경에게 '널 기다리며'는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특히 희주의 양면성에 끌렸다. "순수함과 잔인함이라는 이중성은 다른 스릴러에서도 그려진 것이지만 희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어요. 흔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점에 제가 더 예민하게 반응했죠." 심은경은 영화 속 희주의 얼굴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희주를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고민이 이어졌다. 극단적이고 광기 어린 모습, 그리고 이중성을 하나의 성격으로 체화한 모습 중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했다. 심은경의 선택은 후자였다. "순수한 소녀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질문하는 영화"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김성오가 연기한 범인 기범이 '절대악'이라면 희주는 그런 악함과는 또 다른 결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심은경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플랫하게' 연기했다. 물론 심은경 개인으로 희주를 바라볼 때는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는 오히려 그 복잡한 마음 자체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가득한 희주의 방이 등장할 때가 그랬다. "처음 그 방에 들어갔을 때 압도되는 게 있었어요. 이 기분은 뭘까 싶더라고요. '희주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친구구나' 싶었죠. 소름 돋는 기분이 있어서 이걸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게 내 방이야, 어때?'라는 느낌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했어요(웃음)." '널 기다리며'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심은경은 유독 '성장통'이라는 말을 많이 꺼냈다.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이후 겪은 고민 때문이었다. "제가 원해서 선택한 작품이라 후회는 하지 않아요. 하지만 연기적으로 많이 실망을 했기에 힘들었어요." '써니'에서 '수상한 그녀'로 이어진 흥행과 기대 이상의 평가, 곧바로 이어진 '내일도 칸타빌레'의 저조한 성적 속에서 심은경은 누구나 한번쯤 거쳐야만 하는 성장과 고민의 시간을 겪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았어요. 매 작품마다 저의 진심을 보여주기보다 연기를 잘 하려고만 했더라고요. 행복하기 위해서 연기를 하는 건데 말이죠. 얼마 전 도쿄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열심히 연기하고 인정을 받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건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제야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 같아요. 마음도 편해졌고 연기도 더 진실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고요." 물론 성장통 속에서도 심은경은 마냥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은 역할과 작품을 찾아 쉼 없이 촬영장을 누볐다. '널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조작된 도시' '궁합' 등이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봄과 함께 '걷기왕'과 '특별시민'의 촬영도 곧 이어질 예정이다. 성장통을 이겨낸 심은경은 배우로서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작년에는 하고 싶은 영화를 막 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작품을 많이 한 건지 괜히 민망해요(웃음). 개봉을 조금 미루면 안 될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작품마다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의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해요. 제가 바라는 건 그것 뿐이에요(웃음)." [!{IMG::20160308000058.jpg::C::480::배우 심은경./손진영 기자 son@}!]

2016-03-09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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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독수리 에디' 휴 잭맨 "평범한 사람의 도전, 모두가 감동할 것"

스타는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꿈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있을 때 스타는 비로소 탄생한다. 물론 그 과정을 견뎌내는 것은 쉽지 않다. 휴 잭맨(47)이 지금처럼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힘든 시기를 이겨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이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이름을 알린 태런 에저튼과 함께 주연을 맡은 '독수리 에디'의 홍보를 위해서다.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휴 잭맨과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참석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내한인 휴 잭맨은 "서울 홍보대사로 10년 전부터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며 "늘 기쁜 마음으로 한국을 찾게 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독수리 에디'는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 당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영국의 스키점프 선수 에디 에드워즈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동계 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지닌 에디(태런 에저튼)가 영국의 유일한 스키점프 선수로 올림픽에 도전하는 과정을 80년대의 복고 분위기 속에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휴 잭맨은 미국 출신의 전직 스키점프 선수이자 에디의 코치인 브론슨 역을 맡았다. 그동안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으로 스크린에서 액션 투혼을 불살랐던 휴 잭맨은 이번 영화에서는 까칠하지만 인간미 있는 코치로 편안하고 여유롭게 연기했다. 휴 잭맨에게는 여느 작품보다 고생을 덜한 작품이다. 그는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트레이닝하는 걸 지켜보는 역할이라 굉장히 좋았다"며 "새벽 3시에 집에 들러 운동을 한 뒤 촬영하러 가지 않아도 돼 좋았다. 가장 즐겁게 촬영한 영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존 인물인 에디와 달리 브론슨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휴 잭맨은 영국의 록 밴드 크림의 드러머였던 진저 베이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브론슨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호주 출신인 만큼 스키점프도 낯설었다. 휴 잭맨은 "이번 영화로 스키점프의 매력을 느꼈다"며 "우아하면서도 아름답지만 동시에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스포츠다. 직접 본다면 그 매력을 훨씬 더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포츠 소재 영화는 성공을 주제로 삼는다. 그리고 그 성공은 늘 1등을 가리킨다. '독수리 에디'가 흥미로운 것은 1등만이 꼭 성공은 아님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디는 올림픽 당시 성적과는 관계없이 독특한 출전 이력만으로 인기를 얻었다. 영화는 에디를 통해 결과와 상관없이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휴 잭맨에게도 에디처럼 꿈을 향해 무작정 도전하던 때가 있었다. "저는 호주에서 TV 시리즈로 연기를 시작했고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뮤지컬 배우를 배우가 아닌 예능인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어서 이후에는 영화 오디션을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3~4개월 동안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거절당해 힘든 시기도 있었고요. 제 마음속에는 '나는 배우니까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을 때 힘이 들었습니다." 에디와 비슷한 고민을 지녔던 만큼 이번 영화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휴 잭맨은 "SNS가 있는 지금과 달리 80년대에는 평범한 사람이 인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 영화는 그런 시절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한국 관객들도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또한 그는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걸 알고 있다"며 "올림픽에 앞서 우리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말로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을 나타냈다. [!{IMG::20160307000084.jpg::C::480::할리우드 배우 휴 잭맨(왼쪽)과 덱스터 플레처 감독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독수리 에디'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2016-03-07 13:22:03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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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대체불가 악역' 남궁민 "이정도면 잘하지 않았나요?"

[스타인터뷰] '대체불가 악역' 남궁민 "이정도면 잘하지 않았나요?" '리멤버' 스스로 칭찬한 첫 작품 남규만은 배우인생의 터닝포인트 공감가는 역할로 시청자 만나고파 영화 '베테랑'에 조태오가 있었다면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리멤버)'에는 남규만이 있었다. 대체불가 악역으로 떠오른 배우 남궁민(37)을 강남에 있는 사옥에서 만났다. 서글서글 웃으며 등장한 남궁민은 드라마 속 남규만과 정반대의 성품을 지닌 배우였다. '리멤버' 속 남규만은 잘나가는 일호 그룹의 후계자로 자신의 실리를 위해서라면 누가 됐든 가차없이 밟아버리는 인물이다. 사소한 일로 흥분하고, 흥분했을 때는 자기 통제가 안되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다. "촬영 내내 남규만을 연기하느라 솔직히 힘들었어요. 대사 하나를 쳐도 시청자에게 '쟤는 손톱만큼도 남을 존중하지 않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제 실제 성격이 남규만처럼 화를 표출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 3주 정도는 캐릭터와 마찰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후반기에 들어서면서 편하게 연기했고, 몰입도 더 잘되더라고요.(웃음) 제일 힘들었던 점이요? 아침부터 선배들한테 반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미안함도 느끼면 안된다는 것이 힘들었죠." 폭언, 폭력은 물론, 살인도 서슴지 않는 남규만의 뒷처리는 늘 친구이자 비서 안수범(이시언)의 몫이었다.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남규만을 떠받들었다. "촬영하면서 이시언 씨한테 분풀이 많이 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시언이와 정말 사이가 좋고, '쿵짝'이 잘맞았다고 해야할까요? 둘이서 대사 연구도 많이 했어요. 애드리브로 완성된 장면도 있었고요. 만약 그 친구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남규만 캐릭터는 꽃 피울 수 없었을 거예요." 전작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는 미소 뒤에 섬뜩함을 숨긴 연쇄살인마 권재희를 연기해 호평받았다. 연속으로 악역을 맡아 이미지가 굳어지지는 않을까걱정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내성적이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권재희와 시한폭탄같은 남규만은 달라도 너무 다른 극과 극 악역이었다"며 "남규만을 거치고, 착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과 거치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었을 거다. 이번 작품은 배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리멤버' 이후 낭궁민은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됐다. 악역을 두 작품 연속으로 해서 그런지 일각에서는 남궁민 원래 본모습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주변에서 무섭다는 말 정말 많이 들어요. 그런데 그만큼 그 캐릭터를 사랑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반응들까지 좋은걸요? 다음 번 작품에서의 목표도 생겼어요. 백명 중에 백명 전부는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따뜻한 역할을 해서 사랑받아보자라는 거예요. 그동안 여러 작품을 해오면서 스스로 만족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 끝나고 처음으로 '이정도면 나 잘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게 되더라고요. 칭찬받고 싶은 연기였어요." 남궁민은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연기 잘한다. 의외네?'라는 반응이었다"라며 "갑자기 연기력이 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동안 작품은 꾸준히 해왔고, '리멤버'가 유독 사랑을 많이 받고 많은 시청자가 좋아하셔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리멤버'는 남규만의 자살로 끝이 났다. "딱 남규만스럽고, 적정선을 찾은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시청자들이 원하는 '사이다(꽉 막힌 것을 뚫어주는 통쾌함이 있는)' 결말은 아니었겠지만요. (웃음) 결말에 대해 성웅이 형이 제일 아쉬워했어요. 감독님한테 '딱 한대만 때리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하더라고요. 사실 드라마 시작할 때 회개, 반성 안하게 해달라고 감독님께 약속받았어요. 끝까지 치졸한 악역으로 남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16년차 배우 남궁민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2011년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이후 2년동안 쉰 것이 발단이었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았더라도 한두달이면 금방 잊혀지더라고요. 남규만도 곧 잊혀지겠죠? 그때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고, 인기가 지속될 줄 알았나봐요. 그때를 계기로 항상 게으르지 않고, 겸손하게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민은 연기할 때 목적을 두지 않는다. 특정한 결과물을 내려고 하면 더 안된다는 것이 이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하자 본연의 즐거움을 더 많이 알아가게 됐다고. "많은 분이 초반에 '저렇게 선하게 생긴 배우가 어떻게 악역을 하겠어?'라고 했는데 잘 해낸 것 같아요. 착한 키다리 아저씨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역할을 해본 게 저에게는 자양분이 될 거고, 자부심도 갖고 있어요. 다음 번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 출연해서 실생활에 있을 법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지고지순한 키다리아저씨도, 살인마, 분노조절장애자는 솔직히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남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욕심이에요."

2016-03-06 11:51:2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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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서강준이니까 가능했던 '치즈인더트랩' 백인호

툭툭 내뱉는 말에도 따뜻한 정이 있는 남자, 본인이 지키고 싶어하는 것을 끝까지 지키려하는 상남자. '치즈인더트랩'의 백인호 이야기다. 최근 강남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서강준은 백인호를 연기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많은 사랑 속에 드라마가 종영해서 기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백인호를 보내는 게 아쉬워요. 매 씬마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상의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게 쉽지 않은데 모든 배우들의 참여도가 높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1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순끼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서강준은 웹툰 속 캐릭터를 그대로 입기보다는 자신만의 백인호를 만들겠다고 자부했다. "주변 사람들은 제가 연기한 백인호가 따뜻하대요. 웹툰의 인호는 좀 더 차갑고 냉정하다고 해야할까요? 원작 캐릭터를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서강준 저 자체를 녹이고 싶었어요. 제 말투, 목소리, 표정들이 적절히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그렇고, 항상 지나고나면 모든 연기에 아쉬움이 남아요. '좀 더 표현했으면 어떨까? 이때는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다시 곱씹게 되더라고요." 백인호는 단순무식에 다혈질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따뜻해지는 인물이다. 유정(박해진)과는 어릴 적부터 친형제처럼 자랐으며 한때는 촉망받는 피아노 천재였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유정과 틀어지고, 유정으로 인해 손을 다치게 되는 비운의 사나이다. 서강준은 인호의 매력이 솔직함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느끼는대로 표현하고, 계산하지 않는 인호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서강준은 이번 작품으로 '여심스틸러'라는 애칭을 얻었다. "드라마 내용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그 안의 백인호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치즈인더트랩'은 어느 한 캐릭터를 위한 드라마가 아니에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 매력적이었던 거고요. 모든 캐릭터가 사랑받았고, 저도 그 중 한명인 거죠.(웃음)" '치즈인더트랩'은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안팎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남자주인공 대신 백인호의 분량이 늘면서 볼 멘 소리를 하는 네티즌도 더러 있었다. "스텝과 배우 분들이 공들여 만든 작품인데 안 좋은 댓글이 달리면 저도 마음이 편하지 않죠. 시청자가 원하는 방향성과 기대하는 것들과 다르게 그려져서 많이들 아쉬워하셨던 것 같아요. 당연히 이해는 하죠. 그만큼 드라마에 애정이 있으니까 평가도 해주시는 거고요.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분량이나 내용 권한은 배우들에게 없다는 거예요."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났다. 백인호는 재활에 성공했고, 뒤늦게 음대에 진학했다. 유정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던 홍설과는 결국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유정과는 그동안의 오해를 풀며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는 백인호에게 유정은 '헤어진 가족, 가족같이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극 중 유정은 직접 자행한 일은 아니지만, 다른 이의 손을 빌려 인호의 손을 못쓰게 만들었다. "제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친구를 못 볼 것 같아요. 꿈을 꿀 수 없게 된 건데 저한테 피아니스트라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가 더 중요하죠." 실제로 어릴 적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던 서강준은 이번 작품에서 직접 피아노 연주를 직접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생애에는 배우 한 길만 걷고 싶어요. 하지만 다음 생애가 제게 주어진다면, 그때는 다섯 살때부터 피아노 조기교육을 제대로 받아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어보고 싶어요."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그는 '앙큼한 돌싱녀' '가족끼리 왜이래' '화정' 등에 출연했다. 지난해 사극에 첫 도전해 연기력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대중의 화살을 피하지 않았다. "사극에서 감정 표현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걸 계기로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차기작이요?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 정해진 건 없지만,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나고 나면 할 수 없는 그런 역할이요. 30, 40대가 되어서는 느와르도 해보고 싶고,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대중에게 색깔있는 배우, 신뢰감을 주는 배우로 자리하고 싶어요. '아, 서강준이라서 이 역할을 이렇게 표현했구나!'라는 감탄사가 나오는, 가벼운 역할을 맡더라도 묵직한 존재감이 있는 배우요."

2016-03-04 03:00:0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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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남과 여' 공유 "진짜 사랑을 만나면 스스로 변하는 순간이 있죠"

공유(36)하면 로맨틱 코미디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전역 후 첫 작품으로 '김종욱 찾기'를 선택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보는 예상과 달랐다. 사회성 짙은 '도가니'에 이어 그리고 온몸으로 외로운 액션을 펼친 '용의자'로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버라이어티한 30대를 보내고 싶다"는 말처럼 공유의 필모그래피는 점점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남과 여'(감독 이윤기)는 공유가 2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나 한순간 강한 끌림을 느낀 두 남녀가 서울에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영화다. 공유는 건축가 기홍 역을 맡아 디자이너 숍을 운영하는 상민 역의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예전에 인터뷰에서 멜로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남과 여'는 그런 제 마음에 일치하는 작품이었어요. 더구나 상대 배우가 멜로영화로 인정 받은 전도연 선배님이잖아요. 다른 걸 고민할 여지가 없었죠. 이윤기 감독님 시나리오는 여백이 많아요. 전도연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돼 있다 보니 그 여백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어요." 오랜만에 만난 멜로지만 감정의 농도는 전보다 더 깊어졌다. '남과 여'는 사실 표면상으로는 불륜 이야기다. 두 주인공인 기홍과 상민 모두 각자 가정이 있고 아이도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제목처럼 순간의 끌림에 이끌리는 두 남녀의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내밀하게 따라간다. 공유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바로 이 섬세한 감정의 결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우려도 있었어요. 인터뷰에서 불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오해와 왜곡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대답하기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저는 '남과 여'를 그냥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만난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면 연민 같은 교감이 일어나고요. 기홍과 상민의 첫 만남이 그런 거라고 봐요. 저 역시도 그런 감정들이 도화선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고요." 영화 속에서 기홍은 '애매한 남자'로 묘사된다. 무언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성격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유는 수동적인 기홍이 상민을 만나 변하는 모습을 곧 사랑이라고 이해했다. "사랑하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기홍에게는 그 상대가 상민이었죠.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변하는 경험을 저 역시도 해봤으니까요." 누군가는 상민 앞에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뒤흔드는 기홍을 나쁜 남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영화 후반부, 상민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기홍의 모습 또한 그렇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둔다. 하지만 공유는 "기홍의 사랑은 현실도피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공유는 기홍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홍과 상민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엔딩 장면을 찍을 때 공유는 유난히도 마음이 답답했다. "감독님에게 힘들다고 말했어요. 가슴은 울음을 터트리고 싶은데 그 순간 기홍은 그럴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기홍이 남을 생을 정말 힘들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도 두발을 못 뻗고 잘테니까요." '남과 여'는 정답이 없는 멜로영화다. 공유가 바라는 것 또한 이 영화가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감정으로 다가가는 사랑 이야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공유는 지난 한해를 영화 촬영장에서 보냈다. 핀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남과 여'를 촬영했고, 곧바로 '부산행'에 뛰어들어 재난 현장을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지금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을 촬영하며 일제강점기를 살아가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 다양성이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는 그는 매 작품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선택해 필모그래피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현장에만 있다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그리워진다"는 공유의 2016년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쇼박스 제공

2016-03-03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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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박해진 "유정 선배 사랑해주셔서 감사…'절반의 성공' 거뒀어요."

[스타인터뷰] 박해진 "유정 선배 사랑해주셔서 감사…'절반의 성공' 거뒀어요." '치즈인더트랩'은 도전 인물들의 심리묘사 아쉬워 김고은과 호흡 잘맞아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유정 선배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드라마 제작 당시 캐스팅 1순위로 꼽힌 배우 박해진(32)은 몇번의 출연을 고사한 끝에 드라마에 참여했다. 결과는 tvN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로 증명됐다. '치즈인더트랩'은 덫 안에 놓인 치즈라는 해석답게 사람을 매혹시키면서도 위험한 느낌을 풍기고 있다. 드라마는 미소 뒤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과 유일하게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본 여대생 홍설(김고은)의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를 그렸다. "처음에 유정 역할이 들어왔을 때 망설였던 이유는 '잘해도 본전'일 것 같아서였어요. 워낙 인기있는 웹툰이고, 팬층이 두텁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촬영을 앞두고 웹툰을 다시 정독했어요. 그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유정의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박해진만의 유정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전했어요. 그리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해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자 옅은 미소와 함께 드라마 전개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만큼 원작에 충실할 줄 알았지만,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수년간 꾸준히 연재해온 웹툰 내용을 16부작 드라마 안에 녹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죠. 모든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원래는 드라마 속 암 유발 캐릭터 한 명 한 명도 본인들만의 사연이 있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이 되거든요. 드라마 초반은 어느정도 주요 인물의 심리묘사가 잘 드러나는가 싶었는데, 어느 새 유정-홍설-인호 이 세사람의 삼각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더라고요." 종영까지 얼마 남지않은 시점에 '치즈인더트랩'은 남자주인공 유정의 분량을 놓고 논란에 휩싸이는 등 안팎으로 시끄러웠다. 심하게는 박해진 측과 제작진의 불화설까지 확대됐다. "(웃음)이윤정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의논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갔어요.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유정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길게 풀어내면 어떨까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분량적인 부분과는 상관없이 필요한 내용들은 어느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개연성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고요. 웹툰을 보지 않고, 드라마만 시청하시는 분들이라면 유정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심하게는 유정을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로 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성장과정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관계장애를 앓고 있는 것 뿐이거든요. 유정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더라도 배경 설명은 필요했다는 거죠." 드라마 속 유정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멀쩡한 남자다. 오히려 가진 것이 너무 많아보이는 '엄친아'일 정도. 하지만 사람들을 조종해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가는 영악한 모습을 숨기고 있다. 자신의 이익과 맞물리는 상황에서 가차없이 새어나오는 그의 차가운 내면을 보통의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힘들다. 유정을 이해하기란 박해진도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배우이기 때문에 유정이 되어야 했고, 시청자는 박해진이 연기하는 유정을 받아들였다. "다행이었던 건 유정만큼은 아니지만, 유정과 성격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어요. 겉으로 전부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고민하는 것도 닮아있고, 설이와 연애하는 모습도 실제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젠틀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답답한 거죠.(웃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틀린 건 아니잖아요." 어느덧 데뷔 11년차에 접어든 박해진은 촬영장에서 동료배우를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대다수 배우가 본인보다 후배였다 "촬영장은 언제나 에너지로 가득 차있던 것 같아요. 동료 배우들이 워낙 파이팅 넘쳤고, 덩달아 저도 힘이 솟아서 더 열심히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고은 씨는 드라마도 처음이었고, 저도 달달한 로맨스물은 처음이었는데 신기하게 잘맞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강준 씨와 촬영한 것 중에는 집 앞 놀이터에서 싸우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조금 더 달려들어서 싸웠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가족처럼 친했던 친구인만큼 애정도 남다를테고, 애정이 있으니까 싸움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박해진은 오는 10일 '치즈인더트랩' 프로모션 차 중국 베이징에 방문한다. 아직 중국에서 드라마가 정식 방영 전임에도 불구하고 유정 선배를 향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팬분들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고, 오랜만의 공식 방문이라 굉장히 설레네요. '치즈인더트랩'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속 좋은 역할로 찾아뵙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서의 아쉬움은 다음 작품에서 원없이 풀어낼 거고 지켜봐주세요."

2016-03-01 12:55:1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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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좋아해줘' 이솜 "밝고 적극적인 캐릭터, 그거 저예요"

이솜(26)에게 더 이상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17일 개봉한 '좋아해줘'(감독 박현진)가 그 증거다. 영화에서 이솜은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여유롭게 연기했다. 동갑내기 강하늘과의 풋풋한 로맨스로 사랑스러움을 영화에 더했다. 첫 주연작이었던 '마담 뺑덕'을 떠올리면 색다른 변신이다. '마담 뺑덕'에서 이솜은 주인공 덕이로 순수함에서 지독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변화를 보여줬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러나 '마담 뺑덕'을 마친 뒤 일부러 밝은 캐릭터를 찾지는 않았다. 그저 실제 성격과 닮은 모습을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작에서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서 그런지 저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늘이도 저보고 '무섭다'고 이야기했으니까요(웃음). 그럴 때마다 '그 모습이 나는 아닌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좋아해줘'의 나연을 만났죠." 이솜은 '좋아해줘'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극중 나연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매력 있었어요. 밝은 모습도 비슷했고요. 그리고 술 좋아하는 것도요(웃음).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남자친구와 '밀당'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매력적이었죠." 박현진 감독도 이솜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를 바랐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 옷도 편안하게 입고 화장도 덜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나를 연기로 보여주지?'라는 생각에 어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직접 촬영을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편안했고요.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어요. 그만큼 저와 닮은 캐릭터였으니까요." 영화는 나이도 성격도 처한 상황도 전혀 다른 세 커플의 각기 다른 로맨스를 그린다. 이솜은 극중 작곡가 수호 역의 강하늘과 20대의 풋풋한 사랑을 연기한다. 극중에서 귀여움을 담당하는 '막내 커플'이다. 두 배우는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났다. 동갑내기라 처음에는 오히려 어색했다. "동갑내기라고 '안녕, 친구하자'고 바로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니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하늘이가 촬영에 들어가면 몰입을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물론 이들 커플도 시련을 겪는다. 수호가 청각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나연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은 잠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 시발점이 되는 대학로에서의 감정 신은 이솜과 강하늘 모두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이었다. "그날 촬영 여건이 좋지 않았어요. 연휴에 사람도 많았고 촬영장 바로 옆에서 공연을 해 시끄러웠거든요. 하지만 하늘이가 잘 해줘서 저도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시간 여유가 없어서 모니터를 확인하지 못해 불안하기는 했지만요. 원래는 나연이 수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집으로 그냥 가버리는 설정이었어요. 하지만 나연 성격에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 역시 나연과 같은 상황이면 수호를 기다려줄 거니까요." 이솜에게 '좋아해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제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 역할을 만나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여러모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하늘이라는 친구도 얻었고요(웃음)." 무엇보다도 자신의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아해줘'는 이솜에게 중요한 작품이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배우' 그 자체로 오롯이 선 이솜은 이제 더 다양한 역할로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하늘이가 일을 많이 해서 별명이 '하늘소'잖아요. 저도 '하늘소'가 되려고요. 그럼 '솜소'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소옴'? (웃음) 소처럼 일하는 건 아니어도 많은 작품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IMG::20160225000063.jpg::C::480::배우 이솜./손진영 기자 son@}!]

2016-02-26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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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류준열 "과분한 대중의 응팔사랑, 연기로 보답할래요"

'응팔' 좋은 사람들 선물해준 작품 '꽃청춘' 최고의 순간은 나PD 등장 때 배우로의 진로 변경, 고민 NO 지난 해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교정기를 끼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BJ 양게'를 외치던 류준열은 같은 해 방송한 tvN '응답하라 1988'에서 김정환을 연기했다. 첫사랑 덕선(혜리)을 앞에서는 무심하게 뒤에서는 살뜰히 챙기는 그의 모습에 대한민국 여심은 녹아내렸다. 방송 2회만에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를 응원하는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더니 남편이 택(박보검)으로 결정났을 때에도 아련한 여운을 남겼다. "저 또한 시청자 분들과 마찬가지로 촬영하면서 남편이 누가 될 지 궁금했고, 살짝 정환이를 응원하기도 했죠. 하지만, 굳이 '내가 남편이어야 해. 경쟁해야지' 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어요. 드라마는 쌍문동 각각의 가족 이야기에 중점을 뒀고, 덕선이를 둘러싼 러브라인도 내용의 일부였기 때문에 스토리 흐름에 맡기는 거죠.(웃음) 많은 분이 정환이를 사랑하고 아껴주셔서 감사하고, '응팔'을 통해 좋은 감독님, 스텝, 선배·동료 배우들을 알게 돼서 기쁘고 행복해요." 인기가 많아지면서 터무니없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남편이 택으로 결정난 이유가 제작진과 불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웃음)처음에는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찌라시라는 게 유명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소문이잖아요. 그런 찌라시에 저의 이름이 올랐다는 게 처음에는 와닿지가 않았죠. 그리고 신원호 감독님이 제가 속앓이 하는 걸 아셨는지 다가와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유명세라는 게 이렇다. 이번 일은 네가 얻은 유명세에 대한 세금이라고 생각해라'라고요. 그 한 마디가 힘이 됐고, 앞으로 제가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면 그런 소문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종영의 아쉬움은 지난 주 첫 방송한 tvN 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이하 꽃청춘)'가 달래주고 있다. 류준열을 비롯해 고경표, 박보검, 안재홍이 출연한다. "아프리카 여행은 또 하나의 편견을 깬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가기 전에 아프리카라는 곳은 굉장히 멀리 있는 것 같았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갔다오니까 거기도 사람사는 동네더라고요. 한국에서 미국갈 때 걸리는 소요시간도 비슷하고요." '꽃청춘'은 시청자들에게 류준열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해줬다. 멤버들을 아우르는 리더십, 하고자 하는 말을 영어로 구사하는 언어 능력은 시청자를 또 한번 '심쿵'하게 만들었다. "영어 실력이요? 과찬이세요. 학교 다닐 때 배운 영어인걸요.(웃음) 그리고 제가 원래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아마 쌍문동 친구들과 못다한 우정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겠죠? 여행에서 최고의 순간을 꼽자면, 나영석 PD님이 나타나시고 납치당하던 그 순간이 최고였죠. 정말 아무 것도 없이 훌쩍 떠난 여행의 시작이었으니까요." 오는 3월에는 류준열이 출연한 영화 '섬:사라진 사람들' '글로리데이'가 차례로 개봉한다.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는 악랄한 염전 주인의 아들 지훈을 연기한다. 분량은 짧지만 강렬한 악역 이미지를 대중에 보여줄 예정이다. 또 스무 살 처음 여행을 떠난 네 친구들이 사건에 휘말리며 무너지는 모습을 담은 영화 '글로리데이'에서는 엄마에게 시달리는 재수생 지공 역으로 변신한다. 관객은 류준열의 숨겨진 모습들을 발견할 것이다. 차기작 '더 킹'에서는 조인성, 정우성, 김아중, 배성우와 호흡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년여만에 연기 실력을 인정받으며 배우로서 훌쩍 성장한 류준열은 원래 교사가 꿈이었다. 하지만 사범대 입학에 실패하고 재수를 준비하던 중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했고, 그 결과 배우로 진로를 변경했다. 그리고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아들을 아버지는 믿고 지켜봤다. "아들의 진로에 대해 물론 걱정은 하셨겠지만, 제 결정에 반대하지는 않으셨어요. 믿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저 역시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후부터는 연기 연습에 매진했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고민할 시간조차 없었거든요." 인터뷰 내내 겸손함과 미소를 잃지 않은 류준열은 마지막으로 각오를 밝혔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으스대지않고, 늘 처음 시작했던 느낌을 기억하는 배우가 되어야죠. 사랑받은만큼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 도리 아니겠어요?" [!{IMG::20160224000104.jpg::C::480::류준열./메트로 손진영}!]

2016-02-25 00:30:29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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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남과 여' 전도연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꿈이 있죠"

'칸의 여왕' 이전에 '멜로의 여왕'이 있었다. 전도연(43)이다. 그의 대표 필모그래피(출연한 작품)가 멜로영화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보인 '무뢰한'과 '협녀, 칼의 기억'도 각각 느와르와 무협을 장르로 내세웠지만 그속에는 멜로의 감성이 녹아 있었다. 그런 전도연이 정통 멜로영화로 다시 스크린을 찾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를 통해서다. '남과 여'는 낯선 핀란드에서 아주 잠깐의 끌림을 느낀 두 남녀가 서울에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도연은 디자이너 숍의 대표이자 정신과 의사 남편과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둔 여자 상민 역을 맡았다. 직업 특성상 우아하고 세련되게 꾸미고 있지만 상민의 마음 한 구석 어딘가 공허하다. 그런 상민 앞에 건축가 기홍이 나타나 지친 상민의 마음에 슬며시 스며든다. 배우 공유가 기홍 역을 맡아 전도연과 함께 애틋하면서도 아련한 멜로 연기를 펼쳤다. 설정만 놓고 보면 멜로보다 불륜극에 가깝다. 상민처럼 기홍도 아내와 아이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상민과 기홍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함으로써 통속적인 불륜극과는 전혀 다른 정서를 만들어낸다. 전도연이 '남과 여'에 끌린 것도 바로 이 영화만의 정서였다. "사실은 피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2010년쯤 작품 제안을 받았죠. 여배우이기도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해서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시나리오가 정말 좋아서 다른 여배우라도 이 작품에 출연해 완성된 영화를 보고 싶었어요. 캐릭터보다 영화의 정서에 더 끌렸어요. 이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고요. 애틋했고 가슴 아팠으니까요."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불륜이 아닌 사랑 이야기로 보여줄지 고민했다. "상민이 힘든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기홍을 만나는 것인지, 아니면 오롯이 둘만의 끌림으로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어요. 감독님은 이들의 사랑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셨죠. 제가 생각한 상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여자였어요. 정신과 의사인 남편은 상민에게 남편보다는 상담사나 보호자의 역할에 가까우니까요. 그런 상민이 기홍을 만남으로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 거라고 이해했어요." 영화를 연출한 이윤기 감독과는 '멋진 하루'에서 한 차례 작업한 바 있다. 좋은 호흡을 보여준 감독과 배우의 재회였기에 '남과 여'에 대한 기대도 클 수밖에 없었다. 전도연은 "이윤기 감독님과 현장에서 잘 맞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멋진 하루' 때도 현장이 막 좋지는 않았어요(웃음).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본 뒤 감독님을 더 좋아하게 됐죠. 이번에도 현장은 정말 치열했어요. 서로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나오게 됐죠. 그렇게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내가 이런 이윤기 감독님을 좋아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영화에서 전도연의 연기는 잔잔한 호수에 이는 물결처럼 보는 이의 마음에 서서히 와 닿는다. 차갑고 건조해 보이는 상민이 기홍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세 차례 등장하는 베드신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느끼는 모습부터 절실함과 그리움까지 각각 다른 감정을 보여주는 걸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상민이 남편을 향해 집을 나간다고 말하는 장면도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었다. "온전히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던" 상민이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에 명확한 결말을 내리지 않는다. 열린 결말이 둘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든다. 전도연은 "상민은 울음을 토해내는 것보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하는 것에서 더 큰 홀가분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영화가 끝난 뒤에는 상민이 홀가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 같다"고 털어놨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전도연은 "사랑에 대한 판타지와 꿈을 갖고 있어서 멜로를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도연에게 멜로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남과 여'처럼 쉽지 않은 사랑만을 연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즐겁고 발랄한 멜로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전도연은 "40대 여배우이자 아이의 엄마인 만큼 구구절절한 역할을 피할 수만은 없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멜로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정통멜로로 돌아온 전도연은 이제 변화를 꿈꾼다. 차기작으로 선택한 tvN 드라마 '굿 와이프'가 그 증거다. '프라하의 연인' 이후 무려 11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다. 전도연은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작품"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남과 여'의 상민은 아름다움 속에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전도연은 그런 공허함 없이 아름답다. 누구보다도 전도연이 그 사실을 가장 잘 안다. "저의 리즈 시절이요? 지금이라고 믿고 싶어요(웃음)." 사진/쇼박스 제공

2016-02-24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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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박민지 "연기인생 2막…전부를 바쳤는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죠."

[스타인터뷰] 박민지 "연기인생 2막…전부를 바쳤는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죠." '치인트' 장보라로 대중에 각인 원작 캐릭터 '리폼' 성공적 동료 배우 김고은, 귀감 돼 중학생 커플의 아기 수호 프로젝트를 그린 당돌한 영화 '제니, 주노'(2005)에서 여주인공 제니 역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박민지가 10년 만에 '치즈인더트랩'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박민지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여주인공 홍설(김고은)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는 장보라 역을 맡았다. 연애 상담은 물론, 홍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으면 '짱가'처럼 나타나는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나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이라는 부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제 학창 시절도 보라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자기 표현도 확실하고, 활발한 학생이었어요. 수업 시간에 잘 졸고, 딴짓도 많이 해서 산만하다는 지적도 들었고요.(웃음) 아마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신 것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보라와 제가 닮았기 때문아닐까요?" '치인트'는 순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그린 드라마다. '치어머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웹툰 팬들이 많다.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에 대한 부담감이 당연히 있었을 터. 하지만 박민지는 웹툰 속 장보라를 '리폼'했고, 꼭 맞아떨어졌다. "저는 보라가 뜨거운 아이라고 생각해요. 행동력도 있고, 표현도 확실하죠. 웹툰의 보라가 시니컬하다면, 드라마 속 제가 연기하는 보라는 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친구예요. 아무래도 원작이 인기 웹툰이다보니까 부담은 있었지만, 감독님이 원작에 얽매이지 말고 저만의 보라를 만들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하지만 뜨거운 보라도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권은택(남주혁)에게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은택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게속 회피하는 모습은 제가 봐도 좀 답답하죠. 그렇지만 보라를 이해못하는 건 아니에요. 보라는 가족구성원이 아빠밖에 없어요. 때문에 자기 사람들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에요. 은택이와 이성관계로 발전해서 잘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친구 하나를 잃게 되는 거니까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용기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설마 이렇게 드라마가 끝나지는 않겠죠(웃음)"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다보니 시간에 쫓기기는 커녕, 인물 분석부터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표현해 완성도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젊은 또래 배우들의 에너지로 늘 활기찼다고. "김고은 씨는 정말 귀감이 되는 배우 중 한 명이에요. 그동안 출연한 영화들을 인상깊게 봤는데 함께 촬영하면서 느끼는 건 '정말 잘한다'였어요. 과장되지 않고, 조용히 물흐르는 것 같으면서도 힘있게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력은 본받고 싶어요." 드라마 속에서는 대학생 그 자체이지만, 실제로는 캠퍼스 생활을 경험하지 않았다. 2003년 패션지 표지 모델로 어린 나이에 데뷔한 박민지는 대학 진학 대신 현장에서 몸소 배우고 익히는 길을 택했다. 수강신청, 동아리 방, 학식(학교식당) 등 캠퍼스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캐스팅 되자마자 한 일은 친구들한테 대학 생활을 듣는 거였다고. 벌써 연예계 생활 14년차에 접어든 박민지는 '연기'를 '오래된 연인'이라고 정의했다. "'제니, 주노' 이후에 작품 활동을 접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꾸준히 활동해왔거든요. 연기자가 꼭 비중있는 역할만 할 수 있나요?(웃음) 솔직히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제가 제일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연기하는 제 모습이더라고요. '치인트'는 제 연기인생 2막을 열어준 작품이에요. 연기 갈증을 해소했냐고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갈증나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부터 시작해서 제 모든 걸 연기에 소비했는데 앞으로 더 나아갔으면 나아갔지, 그칠 수는 없죠." 올 한해 더욱 바빠질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2016-02-22 17:15:57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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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순정' 도경수 "순수한 첫사랑, 지금도 똑같지 않나요?"

많은 이들이 동경의 시선을 보내는 아이돌 스타에게도 꿈은 있다. 그룹 엑소에서 디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도경수(23)에게는 "멋있는 남자가 되는 것"이 바로 그런 꿈이다. 그 꿈을 위해 도경수는 오늘도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 그것이 진짜 자신만의 노래, 자신만의 작품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순정'(감독 이은희)은 도경수의 두 번째 영화이자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영화는 라디오 DJ 형준(박용우)이 받은 한 편지를 시작으로 23년 전 한 섬마을에서 다섯 아이들이 겪은 이야기를 그린다. 그속에는 아련한 추억과 첫사랑의 기억이 담겨 있다. 도경수는 이름처럼 모범적이고 성실한 범실 역을 맡았다.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소녀 수옥(김소현)을 남몰래 좋아하는 순박한 시골 소년이다. 무대 위 가수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도경수의 마음을 끌었다. "저의 고등학교 때와 공통점도 있었어요. 순수함이나 부끄러워하는 그런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영화의 배경은 1991년이다. 1993년생인 도경수는 겪어보지 못한 시절이다. 그러나 시대를 재현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다. 시대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영화가 담고 있는 감성이었다. "사랑의 감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믿음이 도경수로 하여금 보다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 속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 중심에는 범실과 수옥이 있다. 범실은 수옥을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 그저 수옥을 바라보기만 한다. 사랑과 우정, 그 희미한 경계에서 생겨나는 첫사랑의 감정과 추억을 영화는 이들을 통해 그려나간다. 도경수에게도 고등학교 시절 비슷한 첫사랑의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으로 범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지금의 사랑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범실이 느끼는 첫사랑의 순수함이나 부끄러움은 지금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제 첫사랑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요. 사실 풋풋함보다는 우울하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웃음).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좋은 추억이 됐죠." 영화는 전남 고흥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도경수는 "길거리를 걸어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편했다"며 웃었다. 김소현을 비롯해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등 또래 배우들과의 연기는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 됐다. "저보다 다들 어리지만 많이 배웠어요. 아역 때부터 연기를 해온 경험치가 엄청나더라고요. 순발력이나 촬영할 때의 에티켓 등을 보면 많이 놀랐어요." 도경수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노래와 연기도 그중 하나였다. 아이돌 가수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언젠가 경험을 더 쌓은 뒤에는 연기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생애 첫 시나리오였던 영화 '카트'를 시작으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너를 기억해'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최근에는 조정석과 영화 '형'(가제)의 촬영도 마쳤다.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순정'을 촬영할 때도 촬영이 없는 날에는 엑소로 무대 위에 서고는 했다. 하지만 도경수는 "힘들지만 그만큼의 경험치가 쌓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노래와 연기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도경수의 올해 목표는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한 해를 보내는 것", 그리고 "멋있는 남자가 되는 것"이다. "'멋있다'는 것은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연기를 잘 한다' '노래를 잘 한다'를 떠나서 그냥 보면 '멋있다'는 것이 떠오르는 사람이요. 조인성 선배님을 만난 뒤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숀 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잭 블랙도 제가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이고요. 이분들의 공통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걸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IMG::20160221000045.jpg::C::480::배우 도경수./손진영 기자 son@}!]

2016-02-22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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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동주' '좋아해줘' 강하늘 "24시간을 빛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난해 이맘때쯤 인터뷰에서 강하늘(25)은 자신의 꿈을 "'배우 강하늘'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나 다시 만난 강하늘은 "꿈이 조금은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멋진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뒤에는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이 있었다. 강하늘이 새해의 시작과 함께 두 편의 영화로 스크린을 찾았다.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그린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 그리고 옴니버스 형식의 로맨스 영화 '좋아해줘'(감독 박현진)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지난 17일 동시에 개봉했다. 강하늘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인 만큼 두 작품의 개봉 모두 즐기려고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강하늘이 먼저 촬영한 작품은 '동주'다.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시대를 고민하고 자아를 성찰하며 시를 쓰다 29세 나이에 요절한 시인 윤동주의 삶을 연기로 표현해야 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부담과 책임을 느낄 역할이다. "처음에는 덥석 하겠다고 했어요. 윤동주 시인님을 연기한다는 이야기에 감격스러운 나머지 기쁘고 흥분됐으니까요. 그런데 작품을 선택한 뒤 기쁨과 흥분이 걱정과 부담으로 바뀌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도망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죠. 카메라 앞에서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는데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 나면 그 연기가 평생 지울 수 없는 영상으로 남는 거잖아요. 그래서 부담이 컸어요." 강하늘은 "부담을 이겨내지는 않았다. 무엇을 해도 부담이 사라지지 않아 그냥 안고 갔다"고 말했다. 대신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깊이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 "윤동주 시인을 어떤 색깔을 가진 인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저항시인, 혹은 패배주의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가에서 벗어나 한 사람으로서 윤동주 시인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송몽규(박정민)가 더 도드라보인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동주'는 윤동주와 송몽규라는 두 청춘의 이야기"라는 이유에서다. 부담 속에서 얻은 것도 있다. 흥행 걱정에서 벗어나 영화 촬영을 즐기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동주'에 이어 '좋아해줘'를 선택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동주'에서 촬영현장의 즐거움을 느낀 만큼 '좋아해줘'에서도 최대한 현장을 즐기고자 했다. '좋아해줘'에서 강하늘은 청각 장애를 지닌 작곡가 수호 역으로 출연해 드라마 PD 나연 역의 이솜과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극중에서 풋풋하고 설레는 20대의 사랑을 보여주는 커플이다. 청각 장애를 지닌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자료를 참고했다. 그러나 로맨스 영화인만큼 강하늘이 신경을 쓴 것은 이솜과의 커플 호흡이었다. "제 파트너지만 많이 기대서 촬영했어요. 솜이의 러블리함을 믿었거든요(웃음). 사실 여자 배우와 친해진 적이 별로 없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솜이와 많이 친해졌어요. 이런저런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죠." 강하늘은 언제나 웃음이 많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실없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혼자 있을 때의 강하늘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윤동주 시인님은 자아성찰적이고 자기반성적인 시를 굉장히 많이 쓰셨잖아요. 그건 그만큼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이 윤동주 시인님과 제가 닮은 점을 찾다 발견한 접점이었어요. 저 역시도 제 자신을 제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는 하거든요." 그럼에도 강하늘이 늘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은 자신의 고민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연기를 얼마나 준비했는지는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어요. 연기에 대한 준비는 연기 자체로 드러나는 거니까요. 그 배움이 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저의 고민 역시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제 삶을 통해 드러날 테니까요." 지금 강하늘이 꿈꾸는 '좋은 사람'은 실없이 웃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자신만의 올곧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이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중에 누군가가 저를 추억했을 때 '좋은 연기자'라는 말보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좋은 연기자는 영화를 보는 2시간은 빛낼 수 있어요. 하지만 좋은 사람은 24시간을 빛내거든요. 그러니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연기자도 될 수 있는 거겠죠." [!{IMG::20160218000060.jpg::C::480::배우 강하늘./손진영 기자 son@}!]

2016-02-19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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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사랑과 이별, 스물일곱 조권의 솔직한 이야기

조권(27)이 사랑과 이별에 대한 노래로 돌아왔다. 2AM 멤버로 늘 사랑과 이별을 노래했던 조권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자신이 직접 겪은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15일에 발표한 신곡 '횡단보도'는 올해 만으로 스물일곱이 된 청년 조권의 진솔함을 담백하게 담아낸 노래다. 2012년 '아임 다 원(I'm Da One)' 발표 이후 무려 3년 8개월 만의 솔로 컴백이다. 당시 조권은 굽 없는 힐을 신고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뒤로도 조권은 2AM 활동과 뮤지컬 출연 등 쉼 없는 활동을 해왔다. 2AM 멤버들의 소속사 계약 문제 등 크고 작은 이슈들도 있었다. 오랜만에 솔로 컴백을 준비하면서 떠오른 콘셉트는 바로 '발라드'였다. "첫 솔로 앨범에서는 조권만이 독보적으로 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이번에는 2AM 멤버들이 각자 소속사가 나뉜 뒤에 발표하게 된 앨범이라 2AM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싶었어요. 조권만의 발라드를 들려드릴 기회였죠. 날씨의 영향도 받다 보니 발라드 앨범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새 앨범 '횡단보도'은 동명의 타이틀곡과 '괜찮아요' '플러터(flutter)' 등 3곡을 수록했다.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듣기 편안한 발라드 곡이다. '횡단보도'는 조권이 작사에 참여한 노래로 직접 겪은 사랑의 경험을 담았다. 수록곡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가사를 쓴 것이 박진영 프로듀서를 비롯한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 타이틀곡이 됐다. "솔직히 연애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어요. 주로 짝사랑을 했죠. 그래도 2015년에는 사랑 때문에 상처도 받고 이별도 해봤고 진심으로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만났어요. 사랑에 대해 많은 걸 깨달은 한 해였죠. '횡단보도'의 가사를 쓰게 된 것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불안함 때문이었어요. 이 사람과 영원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을 가사로 표현했죠. 제가 아무래도 생각이 많다 보니 그런가 봐요(웃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작업은 가수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싱어송라이터는 본인의 경험을 진심으로 담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8년 전 2AM으로 '죽어도 못 보내'를 발표했을 때는 간접 경험으로 이별의 감정을 표현했는데요. 이번에는 그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 있더라고요." 연예인이 아닌 스물일곱 평범한 청춘으로 노래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인 만큼 조권은 이번 앨범이 많은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앨범에 대한 평가가 좋으면 더 좋겠다"는 말에서도 가수로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조권은 데뷔 초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깝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드라마와 뮤지컬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장난기와 진지함은 '아임 다 원'과 '횡단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 두 가지 이미지 중 어떤 것이 진짜 조권의 모습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조권의 대답은 "두 가지 모습 중 어느 하나도 '진짜'는 없다"는 것이었다. "둘 다 저라고 생각해요. '깝권'이라고 불릴 때도 그걸 즐겼으니까요. 다만 여유가 생기면서 '깝권'만이 제 모든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뮤지컬에 도전했죠. 지금은 조금 더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저 자신은 똑같아요. 조용할 때는 조용하지만 친구들과 놀 때는 정말 왁자지껄하게 노니까요."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든 만큼 장난기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생길 법도 하다. 하지만 조권은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며 웃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여유와 연륜이 생겼다는 것이다. '횡단보도'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조권은 다시 사랑을 꿈꾼다. 여느 20대와 다름 없이 말이다. "20대 후반이 됐으니까 진짜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큰 욕심이겠지만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고 싶네요(웃음). 그리고 가수로서는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IMG::20160216000042.jpg::C::480::가수 조권./손진영 기자 son@}!]

2016-02-16 10:41:25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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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좋아해줘' 최지우 "자연스러운 편안함, 그게 제 진짜 모습인 걸요"

지난 1년 동안 최지우(40)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친숙한 이미지를 얻었고,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로 또 한 편의 대표작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7년여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좋아해줘'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지우의 새로운 도전일까? 그러나 최지우에게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온" 과정이며 결과일 뿐이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좋아해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얽혀 있는 세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옴니버스 형식의 로맨스 영화다. 최지우는 김주혁과 함께 티격태격 사랑을 키우는 커플로 출연한다. 최지우가 연기하는 함주란은 야무져 보이지만 알고 보면 어리바리한 성격의 스튜어디스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마음이 끌린 캐릭터였다. "오랜만에 하는 영화라서 편하고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함주란을 선택했죠. 일상적인 대사가 많다 보니 상대 배우와 호흡만 잘 맞으면 편안한 연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주혁 오빠가 촬영 첫날부터 정말 편하게 연기를 이끌어줘서 그런 예상이 적중했죠." 영화는 세 커플의 이야기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다. 유아인·이미연 커플이 드라마틱한 사랑을, 강하늘·이솜 커플이 풋풋한 사랑을 그린다면 김주혁·최지우 커플은 일상적이고 편안한 사랑을 펼쳐 보인다. 오지랖 넓은 셰프 정성찬(김주혁)과 뜻하지 않게 한 집살이를 하게 된 함주란은 늘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다정다감하게 행동하는 정성찬에게 자신도 모르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 속에서 생겨나는 소소한 웃음이 영화를 한층 유쾌하게 만든다. 최지우는 전작인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에서 주인공 하노라로 편안한 연기를 보여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좋아해줘'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로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직장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라오케에서 탬버린을 목에 끼우는가 하면, SNS에 올릴 사진을 위해 예쁜 척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코믹하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지우히메'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최지우를 떠올리면 뜻밖의 변신이다. 그러나 정작 최지우는 스스로를 내려놓겠다는 대단한 각오 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함주란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꽃보다 할배' 출연 이후 최지우가 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최지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한다. "친한 친구들은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딱 너더라'라고 말해요. 나름 토크쇼에도 나가 솔직한 인간 최지우의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웃음)." 이번 영화로 최지우와 처음 만난 김주혁이 "처음에는 깍쟁이일 것 같았는데 만나보니 아니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에서도 최지우의 진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좋아해줘'의 함주란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인간적인 최지우의 모습이 영화에 담겼기 때문이다. 배우로 데뷔한 지 어느 새 20년을 넘긴 최지우는 "청춘일 때는 정작 청춘의 매력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때는 연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어요. 연기를 할 때마다 어려웠고 치열했죠. 그래서 그때는 청춘이 귀하다는 걸 몰랐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청춘이 귀하다는 걸 알게 된 만큼 지금을 더 즐기고 싶거든요(웃음)."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두번째 스무살'과 '좋아해줘'까지 최지우가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편안함은 어쩌면 삶 속에서 찾게 된 여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좋아해줘'로 달라진 것은 없어요. 억지로 조급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은 제 인생의 목표가 아니거든요. 사실 거창한 목표 같은 것도 없어요.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하다 보면 제가 원하는 목표 지점에 다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올해는 작년만큼만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02-16 03: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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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유진 "엄마가 되고나니까 비로소 '엄마'를 알겠더라고요."

[스타인터뷰] 유진 "엄마가 되고나니까 비로소 '엄마'를 알겠더라고요." '부탁해요, 엄마' 출산 후 첫 작품 모녀간의 진한 애증관계에 끌려 출산 경험은 연기력에 깊이 더해 "출산 직후 방송 복귀가 힘들지 않았냐고요? 당연히 힘들었죠. 면역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감기에 걸려서 고생한 적도 있고, 하이힐 신고 뛰는 것도 힘들었죠. 갓난 아기 로희가 눈에 밟혀서 애먹었어요. 그렇지만 출연하고 싶은 의지가 컸던 것 같아요." 출산 후 4개월만에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로 방송에 복귀한 유진(34)은 임산옥(고두심)에게 홀대받고, 결혼해서는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을 겪기도 하는, 이리저리 치이는 캐릭터 이진애를 연기했다. 드라마 대본을 보자마자 세상에 둘도 없을 앙숙 모녀의 진한 애증관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욕심이 생겨 출연을 결심했다. "실제로 저는 저희 엄마랑 친구처럼 굉장히 사이가 좋거든요.(웃음) 현실과 상반된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드라마 속 엄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진한 모녀 간의 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극 초반 큰아들 형규(오민석)가 우선인 엄마를 미워하는 장면이 많이 그려졌는데 중후반부 부터는 아웅다웅하는 신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더라고요. 그 점이 좀 아쉽긴 해요. 제가 겪어보지 못한 서러움도 당해보면서 애증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았어요. 임산옥은 실제로 있을 법한 엄마 캐릭터이기도 하고... 아, 저희 엄마가 전화로 속상하다고 토로한 적도 있어요. 극중이지만, 본인 딸이 홀대받으니까 속상하셨나봐요. (웃음)" 14일 종영한 '부탁해요, 엄마'는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엄마=희생'이라는 소재에 많은 이가 공감했고, 큰아들 형규, 진애, 막내아들 형순 삼남매의 이야기가 개성있게 그려져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랑받았다. 시한부 판결을 받고도 끝까지 자식들을 걱정하면서 본인의 병을 숨기려고 애쓰는 모습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53회에서 진애가 엄마의 시한부 판결을 알고 오열하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 당시에 정말 치열하게 찍었거든요. 순간적인 감정몰입도 힘들지만, 그걸 여러 번 반복 촬영해야 하니까 그 점이 더 힘들었죠. 하지만 감독님과 스텝, 배우분들의 배려로 장면이 절절하게 잘나온 것 같아서 기뻤어요." 고두심, 김갑수 등 대한민국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돋보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직 요정이던 유진은 드라마에 묻히기는 커녕, 본인만의 연기력을 살려 대중에게 '배우' 유진으로 각인됐다. "가족극이 긴 호흡을 함께 하기 때문에 물론, 촬영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는 장점이 있어요. 연륜이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얻어가는 게 많아요. 제게는 감사한 작품이에요. 그리고 배우는 연기적인 욕심은 있어야겠지만, 자기 자신 혼자 돋보이고자 하는 욕심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욕심을 낸다고 해서 그 장면이 잘나오지도 않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에 이 드라마도 이만큼 사랑 받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부탁해요, 엄마'는 유진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실제로 '엄마'가 된 유진이 '엄마'를 소재로 한 가족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출산의 경험은 유진의 연기력에 깊이를 더했다. "확실히 출산하고, 제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까 '엄마'라는 의미가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 기존 작품에서는 상상과 간접경험에 의존해서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정말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기를 했기 때문에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풍부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겪어보니까 알게 된 거죠. '엄마의 사랑'이 뭔지, 어떻게 그렇게 자식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저희 드라마가 어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유기도 하고요." 7개월 동안 54부작 '부탁해요, 엄마'를 촬영하면서 에너지를 소진한 유진은 이제 기태영과 로희가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 육아에 전념할 계획이다. "기나긴 촬영이 끝나서 시원하고, 가족같던 배우분들과 헤어져서 섭섭해요. 하지만 이제는 아내이제 엄마로 제 역할에 충실할 때인 것 같아요. 작품 촬영하면서 로희랑 소원했는데 많은 시간 보낼 생각하니까 행복하네요." 휴식기를 거치고 돌아올 '로희 엄마' 유진의 새로운 차기작이 기대된다.

2016-02-15 07:00:00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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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박보검 "눈으로 연기할 때 카타르시스 느꼈죠"

느리지만 깊이 있고 조용하지만 강하게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 박보검(나이)은 꺼벙한 안경을 쓰고 세상일에는 관심 없다는 듯 오로지 바둑판 위의 상황에만 집중하던 '응답하라 1988'의 최택과 또다른 모습이었다. 예의바르고 단정한 모습만 닮았을뿐 흥이 넘치는 20대 청년이었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가족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큰 행운이에요. '응답하라 1988'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고, 제게는 '끝까지 응답하고 싶은 작품'이죠."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은 쌍팔년도 쌍문동을 배경으로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이웃간의 끈끈한 정과 친구들간의 우정을 진하게 담아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는 덕선이(혜리)와 택(박보검)의 사랑으로 끝을 맺었다. "출연진 전부 덕선이의 남편이 택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도 19화 전까지 정환이(류준열)가 남편일 줄 알았거든요. 정환이랑 덕선이의 사춘기 시절 풋풋한 애정표현들이 예쁘게 그려져서 정환이랑 이어질 줄 알았어요. 솔직히 저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애청자로서 합류 자체에 의의를 두고 촬영에 임했거든요. 누가 남편이 되도 상관 없었고,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해 '명량', '차이나타운', KBS2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 차분히 연기경력을 쌓은 박보검이지만 키스신은 처음 경험했다고. "첫 (키스신)경험이죠! 굉장히 쑥스러웠는데 혜리 씨도 처음이기 때문에 제가 리드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만큼 잘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저희 부모님도 드라마 보시다가 깜짝 놀라셨다고 전화까지 하셨다니까요." 그는 극 중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면에 신경썼다. 생애 처음으로 바둑을 배웠고 자세와 눈빛, 손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많은 도움주신 김지웅 사범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웃음) 바둑 두시는 분들이 보시기에도 바둑을 잘두는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었어요. 그리고 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말을 느리게 하려고 했다는 것과 대본에 최대한 충실하면서 모성애를 자극하려고 한 점이에요." 박보검은 연기하는 내내 외로웠다. 시끌시끌한 쌍문동 이웃집들과 달리 아버지 최무성과 단둘이 사는 택이네 집은 드라마 상에서 항상 조용했다. 해외로 바둑시합을 나가는 일도 잦아 혼자 연기해야하는 장면도 많았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행복했는데 다만,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쌍문동 5인방 친구들과 많은 시간 못 보낸 게 아쉬워요. 아마 저보다 제 방이 더 많이 나왔을 거예요. 항상 이 친구들이 택이가 없어도 택이방에서 모이잖아요? 제가 없어도 항상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서 좋았어요." 많은 이들이 박보검을 '눈으로 말하는 배우'라고 지칭한다. 그만큼 그의 눈빛은 깊이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있어보인다. "많은 작품이 뼈가 되고 살이 됐지만, 특히 드라마 '원더풀마마'를 찍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배종옥 선배님을 엄마라고 생각하고 눈을 보고 연기하는데 그때 '캐릭터를 입는다'는 것이 뭔지 조금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영화 '차이나타운'을 찍을 때 죽기 직전 김혜수 선배님을 보고 대사를 하거든요? 그때에도 눈을 보고 연기하는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고요. 그 후로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수 지망생이던 박보검은 배우가 됐다. 하지만 그의 선택에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다. 뮤지컬 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언젠가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량 내에서는 어떤 역할이라도 잘 표현하고 소화하고 싶어요. 늦기 전에 교복을 한 번 더 입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미국 드라마 '어글리 베티' 남자판이 제작된다면 주인공 욕심을 내고 싶어요." 박보검의 올해 목표는 '박보검이라는 배우와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작품의 흥행 유무와 관계없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살려고요. 평생을 걸쳐 이루고 싶은 꿈은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연기자, 감동을 주는 연기자가 되는 거예요. '좋은 방향으로 변화는 하되, 변질은 하지 말아라'는 말을 항상 되새기는 박보검이 되겠습니다. 2016년도 행복하세요."

2016-02-11 12:09:25 신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