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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박서준 "'악의 연대기', 볼 때 마다 새로운 영화"

"벌써 세번째 관람, 볼 때 마다 새로워요" '악의 연대기'로 스크린 신고 박서준 [메트로신문 김지민 기자] 배우 박서준(27)은 '따뜻한 말 한마디' '마녀의 연애' '킬미힐미' 등 여러 편의 드라마를 통해 주목받았다. 그동안 안방극장에만 얼굴을 비췄지만 최근 영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의 차동재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 배우 그리고 관객 단순히 드라마와 영화로 구분 짓지 않아도 '악의 연대기'는 그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많은 작품이 선과 악의 대립을 그리지만 '악의 연대기'는 그 경계를 뚜렷하게 나누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 최창식(손현주)이 살인을 저지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가 출연한 영화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제도 심야로 한 번 더 보고 왔어요. '악의 연대기'를 지금까지 총 세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달라요.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봤을 땐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싶었어요. 제가 나온 영화니까 내용을 다 알잖아요. 그래도 최대한 그런 시각을 배제하고 보려고 노력했더니 느껴지는 게 많더군요." 대부분의 영화 팬이 그러하듯, 박서준 역시 좋아하는 영화는 여러 번 관람하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악의 연대기'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첫 작품이니만큼 냉철한 평가가 필요했다. "두 번째 관람했을 땐 제 연기 위주로 봤어요(웃음). 어떻게 했는지 좀 확인하려고요. 그리고 어제 밤에 본 게 세 번째죠. 근데 또 새롭게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제 연기를 포함해서 흐름상 놓쳤던 부분이 눈에 띄었어요. 제 연기가 완벽할 수 없었듯 모든 게 완벽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참 신기한 게 다들 같은 영화를 봤지만 접근하는 시각은 제각각인 것 같아요." ◆ 선배들과 함께 드라마에선 주로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다면 이번 작품에선 배우 손현주, 마동석과 같은 남자 선배들과 함께했다. "사실 조금 편한 부분이 있었어요. 이성과 동성은 다르잖아요(웃음). 또 선배들이 굉장히 편하게 대해주셨고요. 전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제 역할을 잘 소화해야 작품의 균형이 깨지지 않으니까 부담이 컸죠. 잘 하려면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선배들이 곁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전 제 첫 영화니까 나름 준비를 많이 해서 갔어요. 근데 만약 선배가 '야, 그거 보단 이게 낫지'라고 말씀하면 분명 혼란스러워 했을텐데 선배가 '잘하고 있다'며 지켜봐주셔서 그게 자신감이 됐어요. 저도 나중에 선배가 되면 후배에게 그렇게 하고 싶어요(웃음)."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지 막연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단순히 반짝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오래 호흡하고 싶은 그의 소망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악의 연대기'가 먼저 개봉했지만,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영화 '뷰티 인사이드' 촬영을 했어요. 그게 바로 차기작이 되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건 없어요. 드라마도 계속 해야죠. 작품을 선택할 땐 항상 조금이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맡으려고 해요. 그게 연기자의 마음인 것 같아요."

2015-05-28 13:43:07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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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김희선 "대세 총각들과의 연기?…공통점 있어요"

[메트로신문 전효진 기자] 배우 김희선(38)이 결혼 후에도 이민호·지현우·지수 등 대세 총각 배우들과 연기하는 비결을 공개했다. "세 명 다 바보 같이 착해요. 이민호와는 SBS 드라마 '신의'를 통해 6개월 동안 같이 있었는데 참 수다쟁이죠. 지현우는 애늙은이고, 지수는 아들 같아요. 셋 다 덩치가 크니까 나이 있는 파트너가 옆에 있어도 여자 같고 여려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여배우로서 나이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 작품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운이 좋은 거죠." 김희선은 지난해 KBS2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이어 올해 MBC 드라마 '앵그리맘'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90년대 문화계 아이콘이지만 연기 비판을 받아온 그는 2007년 결혼을 기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김희선은 "나는 20년 째 '재발견'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억울해했다. "결혼 후 해왔던 역할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 자체가 호기심이 많고 지루한 걸 싫어해요. 처음 시도하는 거라 욕을 먹을지라도 항상 새롭고 싶죠. 댓글을 안 보는 편이에요. 악플이 있다고 해서 더 잘하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렇게 연기했다가는 다중 인격이 될거예요. 소신있게 연기하려고 합니다." '앵그리맘'에서 학교 폭력을 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학생 신분으로 변신한 열혈 엄마 조강자로 분했다. 과거 일진이었던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데뷔 후 처음 액션 연기를 했다. "왜 남자 배우들이 액션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 알았어요. 저는 살짝 건드렸는데 상대방이 다 떨어져 나가더라고요. 효과음까지 더해지니까 쾌감이 느껴져요. (웃음) 기회가 된다면 액션을 또 하고 싶습니다. 욕도 항상 듣는 입장이었죠. 욕 연습을 많이 했어요. 감독이 여러가지 경우를 이야기해줬고요. 실제 욕을 해서 '삐' 처리를 할지, '수박 씨 발라 먹을 래'처럼 유머있게 욕을 대신할지 조율했죠. 욕 연기를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앵그리맘' 출연 제안을 받고 한 달 이상 고민을 했다. 이유는 교복을 입는 설정 때문이다. "사람들은 김희선이 엄마 역할을 한다고 하면 '무슨 엄마? 연예인들은 애 키워주는 분들이 따로 있지 않느냐'고 반응해요. 근데 엄마 마음은 다 똑같거든요. 저는 모성애 연기를 걱정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교복을 입고 액션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같이 출연하는 아이들과 어울려야하잖아요. 또 조강자가 남자들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시청자가 납득을 해야하니까 그 부분이 어려웠죠. 엄마가 교복을 입고 학생으로 위장한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돼요. 학교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잖아요. 설정을 납득시키려면 엄마가 학교를 갈 수밖에 없었던 명분을 제대로 살리기로 했죠." 김희선은 차기 작으로 명분있는 악역을 이야기했다. "'앵그리맘'은 멜로가 없는 제 첫 드라마기도해요. 사랑이야기가 없는데 전개가 쫄깃했고 연기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뻐요. 저를 몰랐던 어린 친구들이 제 예전 작품을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으면 좋죠. 지금까지 많은 역할을 맡았는데 악역은 해본 적이 없어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악역이 있다면 해보고 싶습니다."

2015-05-27 13:37:48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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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무뢰한' 전도연 "연기 관심? 작품으로 평가받는 게 더 좋죠"

[메트로신문 장병호 기자] '무뢰한'의 언론시사회 날, 극장을 나서다 다른 상영관에서 막 영화를 보고 나온 전도연(42)의 뒷모습을 봤다. 옆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약간 힘들어 보이는 모습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방금 스크린에서 목격한 김혜경의 애잔한 삶이 떠올랐다. '무뢰한'의 김혜경(전도연)은 살인자의 애인이다. 한때는 잘 나가는 '텐프로'였던 그녀는 지금은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한없이 쌓여 있는 빚, 그리고 자신을 이용해먹으려고만 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김혜경은 사랑이라는 진심을 끝없이 갈구하며 간신히 삶을 버텨낸다. 이영준이라는 이름으로 접근한 형사 정재곤(김남길)이 "빚지기 전에는 무얼 했냐?"며 그녀의 과거를 궁금해 한다. "빚 얻으러 다녔다"는 허망한 대답에는 그녀의 애처로운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1주일의 시간이 지난 뒤 인터뷰에서 만난 전도연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조금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촬영할 때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사랑하는 방식이 굉장히 안타깝고 처절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던 것 같아요." 사랑마저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서툰 김혜경에게 전도연은 깊은 연민과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뢰한' 속 세상은 느와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드보일드한 세계다. 이곳에서 인간적인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냉혹한 현실 속에서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려나간다. 하드보일드에 녹아든 멜로에 전도연은 서슴지 않고 작품을 선택했다. 무엇보다도 남자들에 둘러싸여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김혜경을 대상화하지 않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 이 거친 세계 속에서 이토록 연약한 여자가 어떻게 "공존해서 살고 살아남고 버티고 견뎌내는가"를 보여주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전도연의 연기는 여전히 빛난다. 영화는 정재곤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정재곤의 처연한 표정으로 끝나지만 관객 마음에는 그런 정재곤이 지켜본 김혜경의 모습이 더 오래 남는다. 얼음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순간 전해지는 처절함, 그리고 정재곤을 향해 "진심이야?"라고 물을 때의 그 간절한 표정이 그렇다. 이토록 애잔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인간적인 연민이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전도연은 "저를 불쌍히 여기면 어떻게 연기를 하냐"며 웃음으로 대꾸했다. 역할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모습에서 그가 왜 프로페셔널한 배우인지를 엿볼 수 있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생긴 뒤 전도연은 늘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전도연은 "작품보다 연기가 부각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제가 영화를 띄엄띄엄 해서 생긴 관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칸의 여왕'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여전히 고맙고요. 하지만 좋은 작품에서 연기가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해도 티켓 파워가 없다면 사실 힘들어지는 거니까요." 전도연이 지금 바라는 것은 '무뢰한'이 '차이나타운'에 이어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과 '무뢰한', 그리고 개봉을 앞둔 '협녀, 칼의 기억'과 '남과 여'까지 전도연은 최근 몇 년 동안 조금은 무거운 주제의 작품에서 감정의 폭이 깊은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러나 의도한 선택은 아니었다. "보고 싶고 찍고 싶은 영화"라는 생각에서 선택했을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로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영역을 너무 좁혀놓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도연은 맨날 저런 역할만 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 저 같은 배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그저 작품 안에 저를 가두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블랙 코미디나 밝은 작품처럼 장르적으로는 언제든 열려 있으니까요."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5-26 14:09:14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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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채시라 "40대도 기회 얻을 수 있는 시대"

[메트로신문 전효진 기자] 30년차 배우 채시라가 다작하지 않는 이유를 공개했다. 그는 "40대지만 젊은 배우 못지 않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대"라며 "작품을 자주 하는 건 두 번째 문제"라고 말했다. "저도 선배가 돼 가요. 장미희, 김혜자 선배는 한 획을 그어 놓고 그 길을 계속 걷고 계시죠. 저 역시 제가 잘 닦아 놓으면 후배들이 그 길을 걸어가지 않겠어요? 후배들을 위해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죠. 다행히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에요. 출연했을 때 나오는 결과, 영향력을 고심해요. 많이 생각하고 선택하다 보니 다작을 안 하게 되더라고요." 지난 14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채시라는 강순옥(김혜자)의 첫째 딸 김현숙 역을 맡았다. 작품은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채시라는 억울한 누명으로 고등학교에서 퇴학 당한 채 패배자로 살아 온 김현숙의 성장기를 몰입감 있게 표현해 호평 받았다. 극 초반 아줌마 파마 머리를 하며 연기 변신을 했다. "요즘 아가씨들이 하는 파마인데 자꾸 아줌마 머리래요. (웃음) 김현숙은 무직이고 학력도 중학교 졸업이죠. 시놉시스에는 꾸미는 걸 좋아하는 김현숙으로 설정돼 있었어요. 실재감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감독도 깨끗한 느낌을 원했어요. 극이 진행될수록 파마 굵기에 변화를 주면서 김현숙의 성장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본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네 필모그래피에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저 역시 시청자에게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죠. 그동안 주로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했잖아요." 채시라는 김현숙만큼 가정에 열정적이다. 슬하에 딸(15)과 아들(9)을 둔 그는 "집안 일이라면 온몸을 던진다"고 말했다. "촬영을 하느라 손을 놨더니 둘째 아들 성적이 떨어졌어요. 원래 문제집을 같이 풀었었거든요. 또 집안 곳곳에 구멍 난 게 많더라고요.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나' 싶더라고요. (웃음) 평소에는 운동 삼아서 학교를 아침마다 데려다 주죠. 남편 김태욱은 식구끼리 모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시간 나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죠." 작품은 장르물, 청춘 로맨스가 대부분인 시간대에 가족 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졌다. 채시라는 주인공 한 명에게 치우치지 않는 내용 전개를 만족해했다. "24부작으로 끝나니까 하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동안 아무리 짧아도 30부작이었거든요.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지 않았기 때문에 밤 새우는 일이 없었어요.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건가' 싶었죠. 미니시리즈 주인공들은 회가 진행될수록 말라 가는데 저는 잘 먹고 잘 잤죠. 우리 드라마는 모든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인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차기작으로 다양한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분간 사극에는 출연하지 않을 거 같아요. 지방을 오고 가는 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인수대비'(2011) 이후 현대물을 선택해온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사극 영화는 고려해봤어요. 우리 것을 알리고 해외에 출품할 수 있는 작품이요. 한국 배우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래도 김현숙을 연기하면서 현대물을 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연하남과의 진한 멜로는 조금 닭살스럽지 않을까요? 괜찮은 게 있다면 '콜'입니다. (웃음)" 사진/라운드테이블(이완기)

2015-05-25 11:29:50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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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무뢰한' 김남길 "돈과 명예? 좋은 작품·캐릭터 원할 뿐"

'무뢰한'의 정재곤은 냉혈한 형사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건 수사 과정에서 만난 여자 김혜경에게서 비슷한 아픔을 발견한 그는 한 순간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진심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비정한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사랑은 사치일 뿐이다. "나랑 같이 살면 안될까?"라며 아주 잠깐 진심을 드러내지만 이내 "그걸 믿냐"며 마음을 닫아버리는 정재곤은 제목처럼 진정한 무뢰한이다. 김남길(34)이 '무뢰한'의 정재곤과 만나게 된 건 우연에 가까웠다. 처음 정재곤 역에 캐스팅된 이정재가 어깨 수술로 하차하게 되면서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자신 이전에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던 작품에 출연하는 것 마뜩잖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남길은 오히려 선배인 이정재가 선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궁금증이 컸다. "시나리오를 구해달라고 해서 읽었는데 중반쯤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보기 드문 남자영화에 클래식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폭풍전야'처럼 어두운 영화라는 점에 끌렸어요. '폭풍전야' 찍을 때가 스물아홉 살이었는데 그때는 표현에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지금은 조금 더 성숙했으니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욕심이 났죠. 그때까지만 해도 상대역인 김혜경을 전도연이 연기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시나리오에 좋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작품을 결정했더니 전도연 누나가 딱 있었던 거죠(웃음)." 배우로서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을 덜어낼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을 위해서는 앙상블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통해서였다. "네가 잘해야 나도 산다"는 전도연의 말도 김남길을 한층 편안하게 만들었다. 정재곤을 연기하면서 김남길이 가장 신경 쓴 것은 "무엇이든 최대한 표현하지 말자"는 것이었다.이전까지는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자신의 어두움을 밑바닥부터 보여주기 위해 힘을 줬다면 이번에는 얼굴 근육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힘을 뺀 상태에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범죄자보다 더 악랄하게 묘사되는 전형적인 형사 캐릭터에서 탈피하고도 싶었다. 그래서 정재곤이 대하는 인물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에서 정재곤이 긴 여운을 남기는 순간은 바로 엔딩이다. 비정한 세상 속에서 무뢰한 같이 살아온 한 남자의 감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김남길도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신이다. "'폭풍전야'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어요. 마지막 대사로 감정을 전하는 거였죠. 배우 혼자 모든 감정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걸 그때 느꼈어요.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이번에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사랑, 미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으로 연기했는데 그중 정재곤의 성격에 가장 어울리는 장면이 영화에 쓰인 것 같아요." "연기 내공이 있는 배우와 같이 작업하면서 성장하는 스타일"이라는 김남길은 이번 영화에서 전도연, 박성웅, 곽도원 등과 호흡을 맞추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전도연과 연기를 하면서는 자신의 경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내공에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속상함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최선을 다해 작품에 임했다. 그리고 지금은 5년 내에 전도연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는 "도연 누나도 나도 블랙 코미디를 좋아한다"며 "도연 누나와 다시 만나서 누나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고 싶다"는 농담으로 전도연과의 재회를 기원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시작으로 '무뢰한'까지 온 김남길의 행보는 계속해서 영화로 이어진다. 류승룡, 수지와 함께 한 '도리화가'는 이미 촬영을 마쳤다. 현재는 '연가시'의 박정우 감독이 연출하는 '판도라'를 촬영 중이다. '무뢰한'으로 처음 칸영화제를 다녀왔지만 그는 "배우로서 달라진 건 크게 없다"고 말했다. "저는 돈이나 명예 같은 건 바라지 않아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죠. 영화를 찍는 것도 칸에 가기 위해 찍는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열심히 연기할 겁니다."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5-21 13:03:46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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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간신' 김강우 "폭군 연산군, 연민 느끼길 바랐죠"

배우는 늘 변신을 기다린다. 한 가지 모습에 머물러서는 배우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변신의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신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배우에게는 독이 된다. 김강우(36)도 다른 배우들처럼 변신의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나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기를 묵묵히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신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간신'(감독 민규동)을 만나면서 현실이 됐다. 강직하고 올곧은 청년의 이미지로 김강우를 기억하고 있다면 '간신'에서 그가 조선시대 최고의 폭군인 연산군을 연기한다는 사실이 의외처럼 여겨질 것이다. 김강우도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의아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연산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준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민규동 감독, 그리고 제작사 수필름과의 친분 덕분에 보다 빨리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고민도 많았다. 기존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진 연산군과의 차별화 때문이었다. 다행히 연산군이 등장하는 작품을 거의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담이 아닌 용기를 갖게 했다. 시나리오 속에 연산군 캐릭터의 차별화에 대한 실마리가 잘 담겨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폭군으로서의 연산군의 모습은 이미 많이 나왔잖아요. 하지만 '간신'에서처럼 예술가로서의 연산군을 보여준 적은 없을 거예요. 역사에도 연산군이 처용무를 추면 여자들이 다 울 정도였다고 기록돼 있다고 해요. 그만큼 감성과 에너지가 풍부했던 거죠. 시대를 잘못 태어난, 천재는 아니어도 기인은 될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영화는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기 다른 욕망으로 뒤얽힌 인물들을 통해 헛된 욕망의 비극을 그려낸다. 그 중심에는 광기에 사로잡힌 연산군이 있다. 예민한 성격으로 평소 음악을 잘 듣지 않는 김강우지만 이번 만큼은 촬영 전 늘 음악을 들으며 "감정의 워밍업"을 했다. 촬영 직전 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여놓지 않으면 연산군의 '광기'에 빠져들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핀이 나가" 자신도 모르는 연기가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그러나 김강우가 방점을 둔 것은 욕망과 광기가 아니었다. 폭압적인 모습 이면에 감춰진 연약한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떤 캐릭터든지 연민이 없으면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정자에서 임숭재(주지훈)와 같이 춤을 추던 연산군이 자신을 죽여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이야말로 연산군 캐릭터의 완성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연산군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잽도 보여줘야 하는데 스트레이트만 보여준 느낌이랄까요?" 영화에서 펼쳐지는 연산군의 만행을 보다 보면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서 도덕적·윤리적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았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나 김강우는 "연기이기 때문에 그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연산군의 광기 또한 연기로서 즐기고자 했다. 물론 그 광기를 느껴보기 위해 촬영 전 1주일 정도를 외딴 방에서 보냈다는 일화는 그가 연기를 즐기기 이전에 얼마나 노력하고 집중하는 배우인지를 잘 보여준다. '간신'을 마친 뒤 김강우는 연산군을 너무 빨리 연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수록 표현의 폭이 점점 넓어져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역할 비중에 상관없이 다작을 해온 것도 그만큼 연기의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다. "나이를 먹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잖아요. 인생에 무언가가 하나씩 덧붙여지고 있죠. 그럴수록 표현력이 좋아지는 걸 느껴요. 그만큼 연기도 재미있고요. 앞으로도 연기를 오래 하고 싶어요. 연기한지 이제 횟수로 13~14년쯤 되는 것 같은데요. 100세 시대니까 지금부터 35년 정도는 더 하지 않을까요? (웃음)"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5-20 09:40:48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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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엔플라잉 "비상은 지금부터…'하이브리드' 음악으로 승부"

FNC 엔터테인먼트의 신예 밴드 엔플라잉(N.Flying)이 장르를 뛰어넘는 '하이브리드 음악'으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메인보컬 겸 래퍼 이승협, 베이스 권광진, 기타 차훈, 드럼 김재현으로 구성된 엔플라잉은 국내 데뷔에 앞서 일본에서 2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첫 인디즈 싱글 '바스켓(BASKET)'으로 오리콘 인디즈 주간차트 2위, 두 번째 인디즈 싱글 '원 앤 온리(One and Only)'로 일본 타워레코드 1위를 차지하며 스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 그토록 기다려온 순간 이들은 이미 리얼리티 프로그램 '청담동111'과 '원나잇 스터디'로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국내 데뷔 앨범 '기가막혀'를 발표하기까진 무척 긴 기다림이 있었다. 이승협과 차훈은 5년, 김재현과 권광진은 무려 8년과 9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그 사이 FT아일랜드, 씨엔블루, AOA는 회사의 기둥이 됐다. 그토록 바라던 가수의 꿈을 이뤘지만 선배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손을 가로저었다.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많이 갈고 닦았어요. 신인이라 카메라 앞에서 어설퍼 보일 순 있겠지만 실력에선 두려울 게 없어요. 불안하지도 않고요." (권광진) "떨리기 보단 설레요. 일본에서 공연하고 한국에 돌아와선 다시 연습생으로 지냈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거든요. 데뷔하면 공연 기회가 더 많아질 테니 설레죠." (차훈) "저희 4명이 모여서 데뷔를 준비한 지 벌써 5년이 됐어요. 가족 같아요. 아니 가족이죠. 이젠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어요." (이승협) 이들이 더욱 돈독해진 계기는 바로 일본에서의 생활 덕분이었다. 국내 데뷔에 앞서 일본에서 매니저나 회사의 도움 없이 살았다. 문자 그대로 '생고생'을 했지만 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공부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매니저 없이 6개월 정도를 저희끼리 살았어요. 처음엔 일본어를 잘 못해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한참 돌아가기도 했죠. 근데 그렇게 직접 부딪히며 산 덕분인지 일본어는 급속도로 늘었어요. 재현이는 일본어 공책 위에 '생존노트'라고 적어두기 까지 했어요(웃음)." (차훈) "아무래도 일본 밴드 시장이 넓으니까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갔죠. 이틀에 한 번씩은 거리 공연을 다녔어요. 악기 무게를 다 합치면 거의 200㎏ 가까이 되는 데 그걸 저희끼리 나눠서 들고 다녔죠. 또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배고프기도 했고요(웃음). 근데 힘들기 보단 재밌었어요." (김재현) ◆ 익숙하지만 새로운 음악 엔플라잉은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의 계보를 잇는 FNC 엔터의 세 번째 보이 밴드다. 익숙한 구성이지만 이들의 음악은 선배들과 다르다. '뉴 플라잉(New Flying)'이라는 뜻의 팀명에서 알 수 있듯,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힙합·펑크·록 등 여러 장르를 결합한 신선한 음악을 첫 앨범에 담았다. 특히 이승협은 AOA 지민과 혼성 유닛 '지민 엔 제이던'을 통해 래퍼 제이던으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어릴 땐 힙합을 즐겨 들었어요. 오히려 록은 시끄럽다는 편견이 있어서 잘 안 들었는데 회사에 들어와서 친구들이랑 합주하면서 그 매력을 알게 됐죠. 후바스탱크, 오프스프링 노래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고 있더라고요(웃음). 그 뒤로는 또 록에만 빠져 살았죠. 한 5년 간 록만 듣고 다른 장르는 배척했었는데, 이젠 모든 장르를 거의 다 들어요. " (이승협) "전 오히려 승협이 형이 힙합을 하고 록을 한다는 게 새로웠어요. 사실 밴드가 힙합을 하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드물죠. 그게 아마 저희만의 매력이지 않을까요?" (차훈) "엔플라잉이라는 이름처럼 언제든지 다른 장르를 시도할 생각이에요." (김재현)

2015-05-19 13:27:19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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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연극 '데스트랩' 이충주 "꾸준한 러브콜에도 더 도약해야죠"

배우 이충주(30)는 연극 '데스트랩' 클리포드 앤더슨 역으로 데뷔 후 처음 연극 주인공을 맡았다. 희곡 '데스트랩' 대본을 차지하기 위해 스승 시드니 브릴의 성 정체성을 이용하고 죽은 사람에게 "죽었나요?"라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클리포드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온전히 보여준다. "성공을 위해서 물불가리지 않는 치밀한 사이코패스임을 강조하려고 했어요. 1막에선 순진한 모습을, 2막에선 관객들이 충격을 받도록 클리포드의 이중성을 더 극명하게 연기했죠. 요즘 쳐다만 봐도 무섭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잘 하고 있구나 싶죠. 클리포드의 파마 머리는 제가 제안했어요. 정돈되지 않은 스타일이 더 사이코스럽다고 생각했거든요." 첫 연극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연기의 깊이가 다르다. 그동안 이렇게까지 고민하면서 연기한 적이 있나 싶다"고 말했다. "연극을 꾸준히 했던 배우와 하지 않았던 배우의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뮤지컬과 달리 연극은 배역에만 몰입하죠. 이름이 알려지고 있는 시점에 연극을 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들이 연극하라고 했던 걸 실감하고 있죠. 관객이나 제작자에게 '이충주는 뮤지컬이 더 괜찮다'는 평가를 들으면 저는 실패한 거예요. 벼랑 끝에서 도전한 작품이 '데스트랩'입니다. 아직은 들리는 평가가 좋아서 뿌듯해요." 뮤지컬 '더데빌'(2014) 속 악마 엑스, 뮤지컬 '마마돈크라이'(2015)의 드라큘라에 이어 연극 '데스트랩' 클리포드까지 어둡고 강한 인상의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그러나 차기작 뮤지컬 '사의 찬미'에선 일제시대 선구적 극작가이자 연극 운동가였던 김우진으로 분해 변신을 예고했다. "실제 성격과 달라 처음엔 어두운 역할이 어색했어요. 행동이나 말이 비현실적이잖아요. 그런데 무대에서 표현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하지만 '사의 찬미'에선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원래 제안 들어온 역할은 김우진이 아니었어요. 공격은 충분히 해봤으니까 이젠 공격 당해보려고요." 이충주는 성악가인 고모 내외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뮤지컬 음악 감독의 추천으로 무대에 처음 올랐다. "처음엔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주인공을 하면 재미있겠지. 해보고 그만 두자'는 목표로 버텼죠. 그런데 할수록 보람이 있더라고요. 저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요. '근본 없는 연기를 한다'고 항상 말하죠. 제가 승부볼 수 있는 건 진정성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던 친구가 아니고 타고난 아이도 아니다보니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충주는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더 도약해야한다"고 자신의 현 위치를 돌아봤다. "저는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내년이든 언제든 더 컸으면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계획은 없어요. 섭외가 들어오면 안 할 이유는 없죠. 대중의 인지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어요. 근데 제 꿈은 무대 연기를 하는 거예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대중 매체도 필요하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분야에서 잘 될 거 같지도 않아요.(웃음)"

2015-05-18 11:04:50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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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간신' 주지훈 "다양한 필모그래피? 타고난 성격이죠"

주지훈(33)을 배우로 다시 보게 된 것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부터였다. 지성, 이광수와 함께 출연한 이 영화을 통해 주지훈은 폭넓은 감정을 자유롭게 소화하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주지훈은 '좋은 친구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로 관객 앞에 섰다. 영화 데뷔작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함께 했던 민규동 감독과 8년 만에 재회한 '간신'이다. 조선 연산군 11년, 전국에서 1만 미녀를 모아 왕에게 바쳤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주지훈은 1만 미녀를 왕에게 바친 채홍사 역할을 한 간신 임숭재 역을 맡았다. 제작사 수필름과 함께 한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민규동 감독의 집에도 놀러갈 정도로 친분이 깊은 주지훈은 대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감독에 대한 믿음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간신'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민규동 감독의 전작과는 달리 다소 폭력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출연을 결심한 주지훈은 당황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손에 쥔 순간 이미 주지훈의 마음은 임숭재를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찼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임숭재 역할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표현 방식은 감독님이 원한 것과 조금 달랐죠. 저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감독님의 뜻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영화를 보면 연산군(김강우)과 임숭재는 물론 다른 등장인물들, 심지어 단희(임지연)까지도 자신들의 욕망을 다 드러내요. 그렇다 보니 감독님은 여러 감정을 인물에 따라 확실하게 나누길 바랐죠. 물론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제가 한 가지 연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임숭재는 '간신'의 등장인물 모두와 엮이는 화자이자 중요한 갈등의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왕의 입장에서는 충신이지만 다른 신하들 입장에서는 간신인 미묘한 캐릭터다. 때로는 점잖다가도 때로는 거침없이 욕망을 드러내며 입체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영화는 각각의 인물의 욕망이 빚어내는 갈등으로 긴박한 전개를 보인다. 그러나 임숭재와 단희 사이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영화는 좀 더 감성적인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간다. 임숭재를 연기하면서 주지훈이 가장 괴로웠던 것은 "명분을 갖고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는 "임숭재가 단희 때문에 변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천민들을 바라보며 임숭재가 느끼던 죄의식에 단희가 작은 불씨를 지핀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갖추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지만 실제로 반영되지는 못했다. 그는 "예산 문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민규동 감독님이 워낙 친하다 보니 의견을 내도 '안된다'고 잘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도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는 이야기에서 그가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배우를 넘어서 연출자의 입장에서도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다. 모델 출신인 주지훈은 따로 연기 공부를 하지 않고 배우로 데뷔했다. 첫 작품부터 주연을 맡았던 그는 그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역할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아무 것도 모르고 연기를 시작했기에 힘든 순간도 많았다. 리딩을 앞두고는 긴장 때문에 우황청심환을 먹는 일이 다반사였고 현장에서도 긴장과 스트레스로 늘 위경련에 시달렸다. 하지만 주지훈은 정작 촬영에 들어가거나 무대에 서는 순간은 떨리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촬영된 장면은 지울 수 없잖아요. 절벽 끝에 선 기분이죠. 그 순간 너무 겁이 난 나머지 정신이 '틱' 돌아요. 연기를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런 강제적으로 집중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지훈은 자신의 연기가 지닌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쉽게 잘 바뀌는 편이에요. 연기에서는 캐릭터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되죠. 물론 잘못하면 가볍게 보일 수 있는 단점도 있지만요. 맛있는 자장면을 한 번 먹고 나면 계속 그것만 먹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맛있는 자장면에 한 번 만족하면 다른 맛있는 걸 찾아요." 그래서일까. 크게 흥행한 작품이 없어도, 매번 '주지훈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어도 주지훈은 한결 같이 연기를 생각한다. 타고난 대로 연기하는 것, 그것이 지금 주지훈이 보여주고 있는 연기의 핵심일지 모른다. "제 필모그래피도 일부러 다양성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에요. 어쩌면 타고난 것일지도 모르죠. 아직 액션이나 순수한 멜로처럼 안 해본 장르가 남아 있어요. 그러니 계속해서 재미있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5-17 09:1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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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고독을 견뎌낸 묵직한 눈빛, '악의 연대기'의 손현주

드라마 '추적자' 이후 손현주(50)의 필모그래피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옆집에 사는 푸근한 이웃 같았던 그는 어느 순간 재벌과 대통령처럼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었다. 작품에 무게감이 더해질수록 그의 연기도 묵직함을 더해갔다. 데뷔 22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던 영화 '숨바꼭질'에서도 손현주는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캐릭터로 고스란히 담아내는 열연으로 56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년 만의 영화인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에서도 손현주의 묵직한 연기는 계속된다. '숨바꼭질'과 마찬가지로 시나리오에 대한 흥미로 선택한 작품다. 반전이 중요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숨바꼭질'과 닮은 구석이 많다. 그러나 손현주가 매료된 것은 '반전 스릴러'라는 표면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반전 자체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전체적으로 시나리오가 주는 느낌이 굉장히 컸어요. 보통의 영화는 선과 악의 구분이 확실한데 '악의 연대기'는 그 구분에 대해 질문을 갖게 만들더라고요." 영화는 승진의 기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사람을 죽인 경찰서 강력반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손현주가 연기한 최창식 반장이 그 주인공이다. 출세를 위해 시체를 은폐하지만 그 시체가 건설현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나타나면서 최창식 반장은 더 큰 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스릴러답게 영화는 맨몸 액션과 추격신 등 액션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손현주는 "나는 평범하게 생겨서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뛰어야 진짜 뛰는 것처럼 화면에 나온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육체적인 고통도 정신적인 고통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비밀을 숨겨야 하는 캐릭터 특성상 현장에서도 고독을 마주하며 감정에 빠져들어야 했다. 촬영 전 받은 갑상선암 수술로 인해 동생 같은 후배 배우들과 술잔을 기울일 기회도 많지 않았다. "촬영하는 동안 나 자신을 절대 고독으로 만들어준 몸에게 감사하다"는 그의 농담에는 현장에서 느낀 남모를 고충이 슬며시 녹아 있다. '악의 연대기'에서 손현주는 대사보다 눈빛으로 많은 감정을 전한다. 사람을 죽인 뒤 112에 전화를 하려던 최창식 반장이 경찰서장의 전화를 받고 난 뒤 느끼는 복잡한 심정을 손현주의 수심 깊은 표정과 눈빛으로만 오롯이 담아냈다. "감독님의 '디테일한' 디렉션 때문에 힘들었어요. 카메라도 고정된 앵글로 얼굴을 잡는 장면이 많았고요. 감독님이 '분노·슬픔·좌절·배신 등의 감정을 눈으로만 표현해주세요'라고 말하는데 정말이지…. (웃음)" 사건의 거대한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최창식 반장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세속적인 때를 타기 전 순수한 열정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알고 보면 최창식 반장처럼 과거의 자신을 잊고 현실과 타협하며 삶을 살아간다. 손현주는 "나 역시도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하며 살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만 과거의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배우로서의 출발점이 된 대학로 시절을 늘 떠올리고 있다. 그리고 후배들을 끌어주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막극 드라마는 재능 있는 배우·작가·감독의 등용문"이라며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화 내내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손현주지만 단 한 장면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 있다. 영화 초반 최창식 반장이 후배 형사들과 함께 회식을 하는 신이다. 박상철의 '무조건'을 부르며 환한 미소를 짓는 손현주의 모습은 짧은 순간이지만 보는 이에게 알게 모르게 반가움을 남긴다. '추적자'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친근하고 푸근한 손현주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봤더니 제가 색깔로 본다면 마치 쥐색 같은 느낌의 드라마나 영화를 해오고 있더라고요. 예전에 저를 좋아해준 어머니·고모·이모 팬들로부터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다음 작품도 스릴러이기는 한데요. 제가 스릴러 전문 배우도 아니고 어머니 품도 그립네요. 이제는 예전처럼 친근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2015-05-14 09:44:44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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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솔로 나선 비스트 장현승, 날라리와 초딩사이

"가수라면 좀 날라리 같아 보여야죠" 솔로 활동 나선 비스트의 장현승 그룹 때와 달라보이려 노력…실제 성격은 과묵하지만 무대 서면 '180도' 돌변 그룹 비스트와 혼성 유닛 트러블메이커로 활동하던 장현승이 최근 첫 솔로 앨범 '마이(My)'를 발표했다. 이번 활동의 콘셉트는 '19금 순정남'이다. '19금'과 '순정'이라는 모순된 두 단어의 조합은 타이틀곡 '니가 처음이야' 뮤직비디오를 통해 풀어냈다. 배우 황승언과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장난기 넘치는 그의 모습에선 트러블메이커의 '퇴폐적 섹시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 힘 뺀 장현승, 괜찮다 여섯 명에서, 두 명, 그리고 혼자. 장현승은 비스트 멤버 중 한 명에서 트러블메이커 현아의 남자로, 다시 솔로 가수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비스트가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를 주로 선보였다면 트러블메이커는 두 남녀의 호흡에서 느낄 수 있는 섹시함을 내세웠다. "이번에도 섹시 콘셉트이긴 하지만 전 좀 귀엽게 했다고 생각해요(웃음). 트러블 메이커와 비스트 로 활동할 땐 너무 힘만 보여준 것 같아요. 대중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비스트보단 트러블메이커 이미지가 강한 것 같은데 그 땐 빼빼 말라가지고는 화장도 진하게 하고, 약간 퇴폐스럽기도 했잖아요. 그걸 덜어내고 싶었어요. 앨범 재킷도 카리스마보다 캐주얼한 느낌을 담으려고 했어요." 그는 이번에 소속사인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색깔을 벗어나고자 했다. 랩 피처링도 비스트 래퍼 용준형이 아닌 언더신 래퍼 기리보이와 토끼의 도움을 받았다. "비스트의 색깔이 싫은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힙합 R&B 장르를 기반으로 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저희 회사엔 그런 색깔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트러블 메이커나 비스트의 연장선으로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개인적으로 만족해요. 들었을 때도 그냥 장현승 솔로앨범 같고요." ◆ 내가 바로 '장초딩' 그는 자신의 성격을 '초딩같다'고 정의했다. 초등학생처럼 장난기 넘치는 성격이지만 그런 모습은 '친한 사람'에게만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은 과묵한 청년에 가깝고, 발랄한 모습은 다른 멤버들의 몫이었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신중하게 단어 하나, 하나 내뱉는 그의 모습에서 무대 위 '날라리 같은 장현승'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스트로서 공식석상에 서면 다른 멤버들이 말 잘하니까, 전 그냥 있어요.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하지만 무대 위에 올라갈 땐 세트 바닥이 부서지거나 내 다리가 부서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돌변해요. 그게 제 장점인 것 같아요." 무대에만 서면 순식간에 바뀌는 비결이 무엇일까. 조심스럽게 문장을 이어가던 그의 입에서 놀라운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냥 (가사가) 나쁜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사람은 좋아하는 걸 따라가고,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쁜 가사와 멜로디의 발라드와 거리가 먼 곡들만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 같아요(웃음). 사실 전 가수는 무대 위에서 좀 까져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음악을 하는데 풍기는 이미지가 모범적이면 좋을 게 없는 것 같아요. 좀 까져 보이고 뭔가 놀았을 것 같은? 아, 물론 실제 인성과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날티는 다른 거죠. 오해하시면 안 돼요(웃음)."

2015-05-13 13:45:03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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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차이나타운' 엄태구 "정답 없는 연기, 늘 쿵쾅거리죠"

많은 배우들이 말한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카메라 앞에 서지만 정작 스크린에 담긴 자신들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엄태구(31)는 그런 연기의 고민을 "쿵쾅쿵쾅"이라고 표현했다. "이게 참 어려워요. 답이 없으니까 일단 하기는 하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답은 없잖아요. 그래서 끝도 없이 계속 '쿵쾅쿵쾅' 하는 느낌이에요. 어떤 작품이든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 쿵쾅거리는 순간 속에서 빛나는 한 순간을 잠시나마 발견할 때, 엄태구는 비로소 안도한다. 물론 관객들이 그 장면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의문으로 남겨놓은 채 말이다.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에서 엄태구는 엄마(김혜수)의 오른팔이자 일영(김고은)을 묵묵히 지켜주는 우곤 역을 맡았다.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선 굵은 외모와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깊이 있는 목소리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남겼다. "우곤은 남자가 봐도 멋있었어요. '모래시계'의 이정재 선배 생각도 났고요.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우곤이 치도(고경표) 패거리에 맞서 일영을 구하고 죽는 설정이었거든요.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인물이었죠." 영화 속 우곤은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엄마와의 첫 만남은 물론 엄마의 오른팔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영화는 우곤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엄태구는 우곤으로 살기 위해 영화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수없이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그때마다 엄태구의 마음은 고민들로 인해 "쿵쾅쿵쾅"거렸다. 엄태구는 "쿵쾅거리면서 찾아간 답이 만족스러웠던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순간 다행스러운 느낌이 드는 장면을 포착할 때는 있다. 눈 밑에 상처가 난 일영을 바라보는 우곤의 눈빛, 쏭(이수경)에게 일영이 어디 갔냐고 물으면서 바지주머니에서 손을 빼던 모습, 그리고 일영과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곤이 "엄마 미워하면 안 돼"라고 말한 뒤 "미안해"라고 말하기까지의 아주 잠깐의 순간. 엄태구가 '차이나타운'에서 꼽은 인상적인 장면들은 실제 영화 속에서도 우곤의 존재감이 가장 빛나는 장면들이다. "촬영하다 보면 '살아있는 느낌이 나온 것 같다'는 기분이 충동적으로 들 때가 있어요. 나중에 그 장면이 완성된 걸 보면 비슷한 만족감을 느끼죠. 물론 관객의 반응에 대한 궁금증과 부담감은 남아요. 그건 배우를 하기 위해서는 평생 가져가야 할 고민이겠죠." 19세 무렵 교회 촌극을 통해 연기를 접한 엄태구는 엑스트라를 시작으로 단역과 조연을 거치면서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단편영화와 장편영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그리고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단막극 등 영역에 상관없이 다양한 작품들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도 쌓았다. 지난해 형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잉투기'의 주연을 맡으면서 류승완 감독-류승범에 이은 제2의 '감독-배우' 형제로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 관심 속에서도 엄태구는 영화 '인간중독'과 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하녀들' 등에 출연하며 변함없는 속도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왔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 그에게 한때 배우를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무작정 열심히 하는" 타고난 성격, 그리고 종교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 엄태구가 롤모델로 꼽는 배우는 뜻밖에도 김혜자다. 그만큼 편안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뜻에서다. "제 연기에 만족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럴 때 위로가 되는 건 선배 배우들의 말이에요. 김혜자 선생님이 '연기가 잘 안 되면 집에 가서 운다'고 말할 때, 저런 선생님들도 나처럼 힘들어 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거든요." 사진/라운드테이블(이완기)

2015-05-12 14:24:1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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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빅뱅 "우리는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팀"

약 3년 만에 멤버 다섯 명이 모두 모여 '완전체'로 돌아온 빅뱅은 지난 1일 신곡 '루저(LOSER)'와 '배배(BAE BAE)'가 담긴 싱글 앨범 'M'을 발표, 열흘이 넘은 현재까지 음원 차트 정상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그 반응도 뜨겁다. ◆ 빅뱅이기에 가능했던 도전 이번 앨범은 'MADE'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빅뱅은 이번달 'M'을 시작으로 오는 8월까지 매달 1일마다 차례로 'A' 'D' 'E'라는 이름의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데뷔 9년차이지만 정규 앨범은 2장이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이번엔 정규 앨범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저희도 (정규) 앨범으로 내고 싶었어요. 근데 한 곡, 한 곡 집중하면서 뮤직비디오를 다 찍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정규 앨범에선 그게 불가능해요. 그래서 일부러 싱글로 내면서 최대한 많은 노래를 보여드리려고 이렇게 진행하게 됐어요." (태양) 8월까지 발표된 4장의 싱글은 9월 1일 '메이드(MADE)'라는 앨범으로 완성된다. 이 앨범이 앞서 발표한 싱글로 채워질지, 아예 새로운 곡이 담길 지는 미지수다. "데뷔 때도 한 달에 한 장씩 싱글을 발표했어요. 그 땐 우리를 알리는 게 목표였고, 곡도 저희가 만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한다 기 보단 시켜서 하는 느낌이 강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색깔과 방향성이 잡힌 상태에서 저희가 원하는 걸 하면서 즐기고 있죠. 재밌어요." (지디) ◆ 가장 '빅뱅스러운' 음악 그렇다면 빅뱅의 색깔과 방향성은 무엇일까. '루저'와 '배배' 중 빅뱅의 기존 음악과 더욱 가까운 것은 또 무엇일까. "빅뱅의 색깔을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자신 있는 것들을 찾은 것 같아요. '루저'와 '배배'를 제일 처음 발표했다고 해서 이 곡들이 약한 것도 아니고 제일 좋은 곡인 것도 아녜요. '앞으로 나올 노래가 더 좋아요!' 라고 말하기도 어렵죠. 모두 듣는 귀가 다르니까요. 저희한텐 모든 노래가 좋기 때문에 무대에서 어떻게 보여드릴지 고민할 뿐이에요. 다른 건 생각 안하려 해요." (지디) 빅뱅은 멤버 각자의 개성이 매우 뚜렷한 팀이다. 이들은 유닛 또는 솔로로 활동하며 각자의 음악적 욕구를 해소한다. 하지만 빅뱅으로 모였을 땐 철저하게 빅뱅다운 음악을 한다. 리더 지디는 "대중 가수니까 대중적인 노래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저희 노래를 대중적이다, 아니다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좋은 노래가 결국엔 대중적인 노래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 좋아할 노래를 하고 싶죠." (탑) 빅뱅의 보컬라인은 태양-승리-대성이다. 많은 이들은 태양이 빅뱅 노래의 후렴구를 부르리라 예상했지만, '루저'에선 막내 승리가 모두 도맡아 불렀다. "지용이 형이 요즘 절 좋아해서 그렇게 됐어요(웃음). 사실 후렴구는 꼭 누가 불야 한다는 건 없었어요. 원래 가이드는 여자 목소리였는데 제가 불러보니 나쁘지 않아서 그대로 가게 된 거죠." (승리) 빅뱅은 긴 공백만큼이나 길게 활동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탑은 SNS 계정까지 새로 만들어 팬들과 소통 중이다. "팬들이 서운해 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사실 새 앨범 홍보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팬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폭풍 업데이트' 중이예요." (탑)

2015-05-11 11:20:12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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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안방 신고 손수현 "외모 지적 댓글 신경 안 쓰여"

아쟁 전공…부모님, TV 나와 좋아하셔 아오이 유우 이미지 "노력해서 바꿀 것" 외모 관련 댓글보다 연기 지적 더 신경 배우 손수현(27)은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를 닮아 주목 받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아류로만 존재하기엔 손수현의 연기 열정은 확고했다. 지난 4월 종영된 KBS2 '블러드'를 통해 처음 드라마에 출연했다. 뱀파이어임을 숨기고 사는 민가연 역을 맡아 박지상(안재현)을 향한 풋풋하고 안타까운 외사랑을 표현했다. "'대본을 보면서 함부로 상상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요. 준비를 너무 많이 해가도 제가 생각한 것과 현장에서 요구하는 게 다르면 혼란스럽더라고요. 특히 혼자 대본을 읽을 때는 괜찮았는데 상대방이 대사를 하면 외워간 말이 소용 없어질 때도 있어요. 민가연이 뱀파이어인 건 저 역시 나중에 알았죠.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라는 설정만 갖고 연기했어요. 제가 대본을 잘못 읽은 줄 알았어요." 손수현은 한국의 아오이 유우라는 별명에 대해 "노력해서 바꾸고 싶다"고 각오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전문 모델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는 그만한 신체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웃음)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피팅 모델을 했을 뿐이죠. 그렇다 보니 온라인에 사진이 많이 있고 아오이 유우라는 굳어진 이미지가 있어요. 연기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외적인 부분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공식석상에서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옷을 소년스럽게 입었죠. 그래도 평가는 똑같더라고요. 외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배웠죠." 악성 댓글에 상처받을 법하지만 "개이치 않는다"며 자신의 털털한 성격을 이야기했다. "악성 댓글을 보면 울컥할 때가 있어요. 해명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근데 원래 안 좋은 걸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에요. 편하게 사는 거죠, 대부분의 댓글은 '아오이유우 따라 한다' '유우보다 못 생겼다'에요. 저 못생긴 거 알아요. (웃음) 외모에 관한 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죠. 오히려 '연기 못한다' 이런 글을 보면 상처 받아요. 우울해진 적은 없지만 '두고 보자! 다음엔 잘 할 거다'라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죠." 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한 손수현은 대학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소속사가 없는 상태에서 지인의 소개로 그룹 빅뱅의 대성 뮤직비디오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세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은 '누나가 왜 연예인인지 모르겠다'고 해요. 처음 국악을 시작한 이유는 엄마가 하라고 해서였죠. 그런데 아쟁을 잘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연기는 악기를 다룰 때 움직임을 익혀야 해서 배운 적이 있죠. 연예인 활동은 지금 소속사 대표를 만나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아버지는 악단에 들어가 공연하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 모두 'TV에 나오니까 좋다'고 말씀하세요."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을 중시했다.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제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중의 호응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작품이 공개되는 순간 저만의 것이 아니죠. 대중과 저의 교집합을 계속 고민할 거예요.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꾸준히 대쉬할 겁니다. 결론은 파이팅이에요.(웃음)"

2015-05-10 14:22:04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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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위험한 상견례2' 홍종현 "밝은 캐릭터, 갈증이 있었죠"

영화 '위험한 상견례2'에서 홍종현(25)은 실제 모델 출신답게 멋있는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상담을 하러 온 선생님의 마음까지 빼앗아 버리는 매력적인 청년은 그러나 첫눈에 반한 사랑 때문에 멋을 버리고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으로 180도 달라진 모습이 된다. 과묵하고 차가울 것 같은 홍종현의 모습을 떠올리면 의외의 변신이다. 홍종현에게 '위험한 상견례2'는 상업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쌓아가던 홍종현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작품을 선택했다. "밝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냉소적인 캐릭터를 주로 해서 약간의 갈증이 있었거든요. 제가 극의 중심이 돼 코미디를 이끌어 가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망가지기도 하고 액션도 하는 등 여러 모습이 담겨 있어서 좋았어요." 영화는 원수지간과도 같은 경찰가족과 도둑가족 사이의 소동, 그리고 이들 가족에서 태어나 결혼을 꿈꾸는 영희(진세연)와 철수(홍종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첫 눈에 반해 7년이나 사귀었음에도 여전히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영희와 철수의 모습은 교과서에 나올법한 이름처럼 고전적인 로맨스를 보여준다. 전설적인 도둑들을 부모로 둔 철수의 이야기도 조금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홍종현은 철수를 "나쁘게 말하면 바보 같지만 좋게 말하면 우직하고 욕심 있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다소 만화적인 설정에 대해서는 "코미디 장르인데다 경찰가족과 도둑가족의 추격전도 '톰과 제리' 같은 유쾌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미디와 로맨스, 액션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지만 홍종현이 가장 신경 쓴 것은 "관객이 보고 즐거운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영화에서는 일상적인 캐릭터보다 과장된 캐릭터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웃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눈 밑에 다크서클을 칠하고 쓰레기를 뒤집어쓰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고요." 영화 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망가져가는 홍종현의 모습은 팬들에게 신선한 선물일 것이다. 주택가 옥상에서 펼쳐지는 액션 신 또한 홍종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홍종현에게는 처음 도전하는 맨몸 액션 연기였다. "처음에는 액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분량이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액션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감독님에게 직접 의견을 냈죠. 파쿠르도 배웠고 액션 스쿨도 두세 번 갔어요. 다만 영화 촬영 전 드라마를 하고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게 아쉬웠죠." 진세연과 호흡을 맞춘 로맨스 연기는 조금 닭살이 돋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경험이 됐다.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난 진세연과는 '오글거리는' 로맨스 연기를 하다 보니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홍종현은 "철수와 영희는 요즘 세대와는 다른 커플 같다"면서도 "실제 연애 스타일은 철수와 영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드라마, 예능에 이어 영화까지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홍종현은 아직 배우로서 목마름이 크다. 최근 걸스데이 유라와 함께 가상 부부로 출연했던 '우리 결혼했어요'에 대해서는 "덕분에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됐지만 제 이미지로 인한 오해도 생긴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직 대표작이 부족한 것 같다는 질문에는 "앞으로 배우 활동으로 이름을 더 알리고 사랑 받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 속 철수와 같은 반듯한 모습처럼 진심이 담겨 있는 모범답안이었다.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5-07 11:24:14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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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어벤져스2’ 수현 “룰을 깨는 배우 될래요”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소녀가 있었다. 영어 실력을 잃고 싶지 않았던 소녀는 한국에 온 뒤에도 미국 문화와 음악을 즐기며 언어를 넘어 문화로서 영어를 체득하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활용해 TV 앵커나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어른이 된 뒤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한때는 그 길의 방향이 자신의 뜻과 맞는 건지 깊이 고민하기도 했다. 때로는 편견과 맞서야 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배우의 길을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배우 수현(30)이다. ◆ 노력으로 일궈낸 할리우드 진출 사람들은 수현을 '마블의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어벤져스2'로 신인에서 세계적인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배우가 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활약도 남달랐다. 기존의 아시아 배우들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소모되는 캐릭터로 등장한 것과 달리 수현은 영화의 중요한 캐릭터인 비전의 탄생에 일조하는 과학자 닥터 헬렌 조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수현이 '어벤져스2'에 출연하게 된 것은 신데렐라처럼 누군가가 걸어준 마법 때문이 아니다. 데뷔 때부터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쌓아온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2006년 '게임의 여왕'으로 드라마에 데뷔할 무렵 아는 분을 통해 성룡 측에서 연락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러시아워' 3편 캐스팅 때문에 연락이 왔었죠. 연기를 해본 적 없는 때라서 도전할 수가 없었어요. 대신 한국보다 더 큰 시장의 기회가 있구나 싶었죠. 같은 소속사인 다니엘 헤니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욕심도 생겼고요." 2010년 출연한 드라마 '도망자 플랜 B'에서 한 영어 연기도 해외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했다. 2012년 드라마 '브레인'을 마친 뒤 본격적인 할리우드 오디션에 나섰다. 언어와 국적의 장벽을 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두 차례 오디션으로 경험을 쌓은 수현은 2013년 11월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오디션을 봤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대신 수현을 눈여겨본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넥플릭스에서 제작하는 미국 드라마 '마르코폴로'에 캐스팅됐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어벤져스2'의 오디션을 봤다. "기자회견을 했던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오디션을 봤었어요. 주변에서는 한국에서의 제 인지도 때문에 우려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조스 웨던 감독이 그런 걸 개의치 않고 저를 선택해줬다고 했더라고요. 실제로 오디션 볼 때도 케미스트리가 좋아서 붙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오디션을 마친 뒤 '된 것 같다'는 기분에 눈물이 났죠(웃음)." ◆ 편견과 전형성 벗어난 배우가 꿈 수현이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TV 앵커와 기자 등 미디어 쪽 일을 생각했던 수현은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 1위에 입상했고 이후 2006년 드라마 '게임의 여왕'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첫 경험은 수현으로 하여금 3년이라는 긴 고민의 시간을 갖게 했다. "일을 하면서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많잖아요. '나는 누구인가' 같은 고민이요(웃음). 저는 그런 슬럼프를 일찍 겪었어요. 얼떨결에 '게임의 여왕'을 찍으면서 연기에 대한 재미도 느꼈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났어요. 그런데 이전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세계와 만나다 보니 제 모든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돈과 유명세에 중점을 두고 살아간다면 크게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여전히 두렵지만 그래도 연기를 해보자고 결심했을 때 '도망자 플랜 B'를 만났죠. 배우를 하는 게 우연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몇 차례 할리우드 오디션을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재미도 더 느끼게 됐다. 수현은 "할리우드 오디션은 나에 대한 편견 없이 오로지 연기만으로 승부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고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오디션은 제가 어디서 어떻게 자라났고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먼저 살피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 보니 제 이력 때문에 아무래도 '차도녀' 캐릭터에 묶이게 되더라고요. 할리우드 오디션은 오로지 제 연기만으로 승부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것, 그것은 수현이 배우로서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룰을 깨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많은 작품을 하면서 새로운 모습, 여러 가지 역할에 도전하는 건 당연한 거고요. 사실 젊은 여배우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역할이 노출을 한다든가 센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전형적인 면이 있잖아요. 그런 편견을 깨고 저만의 스토리를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수현은 자신의 롤모델로 마리온 꼬띠아르를 꼽았다. 국적이라는 경계, 그리고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라는 경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배우, 수현의 진가는 앞으로 더욱 빛날 것이다.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5-06 12:07:31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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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위험한 상견례2' 진세연 "연기의 한계, 영화로 여유 찾았죠"

진세연(21)은 안방극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나타내 왔다.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2011년 '내 딸 꽃님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닥터 이방인'까지 드라마 주연작만 벌써 5편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만으로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도 받고 있다. 데뷔 5년차 배우치고는 눈에 띄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진세연이 늘 탄탄대로를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배우라면 한번쯤 부딪히게 되는 연기의 한계를 진세연도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한계를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바로 '닥터 이방인'을 마친 뒤였다. "보통은 극이 진행될수록 감정이 깊이 쌓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닥터 이방인'은 시작부터 비극적인 감정을 가진 채 출발해야 했어요. 그러면서 극의 정점으로 갈수록 감정이 더더욱 깊이 쌓여야 했죠. 그 깊은 감정을 보여주고 싶은데 정작 저 자신이 그걸 못 따라가더라고요. 답답했죠. 바스트 샷을 찍을 때는 무섭기도 했고요.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진세연은 '닥터 이방인'에 이은 차기작으로 유쾌한 코미디 영화인 '위험한 상견례2'(감독 김진영)를 선택했다. 코미디인데다 여러 배우들이 어우러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첫 주연 영화라는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준 어두운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펜싱도 하고 섹시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배우로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진세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찰가족'이라는 가제처럼 영화는 경찰 가족과 도둑 가족의 딸과 아들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첫 눈에 반해 7년째 사랑을 이어오고 있는 영희(진세연)와 철수(홍종현) 커플의 로맨스와 이들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경찰 가족과 도둑 가족의 합동 작전이 극의 중심에 있다. 인물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 영화지만 진세연이 신경 쓴 것은 영희와 철수의 관계였다. 7년 동안 사귄 커플인 만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플의 다정함이 영화에 묻어나기를 바랐다. 영화 초반 고시원 옥상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철수와 영희의 모습이 그러했다. '모태 솔로'인 진세연에게는 오래 사귄 연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 장면이 우리 영화의 첫 촬영이었어요. 종현 오빠가 저를 '세연 씨'라고 부를 때였죠(웃음). 그런데 오히려 만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그 장면을 촬영하니 그 다음부터는 종현 오빠와의 연기가 많이 편해졌어요. 애교요? 그건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제가 생활 애교가 있기는 한데요. 영희처럼 대놓고 하는 애교는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영희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참 다행인 기분이에요." 철수 앞에서는 마냥 귀여운 영희지만 일할 때는 온몸을 내던지는 의욕적인 경찰이기도 하다.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접대부를 가장해 룸살롱을 급습하는 장면, 그리고 연쇄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비밀 클럽에 잠입하는 장면에서는 그동안 진세연이 보여주지 않았던 섹시한 변신이 눈에 띈다. 특히 클럽 신에서 입고 나오는 비키니는 언론시사회 이후 숱한 화제가 됐다. 물론 극의 흐름만 놓고 보면 꼭 등장해야 했을지 의문이 생기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세연은 "영화가 편집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장면 전에 철수와 영희가 냉전 상태를 겪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비키니 신은 그런 둘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일 때문에 비키니까지 입으며 일해야 하는 영희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요." 배우는 연기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진세연은 첫 상업영화 주연작인 '위험한 상견례2'를 통해 보다 여유를 갖고 즐기는 연기의 재미를 조금이나마 느꼈다. 촬영현장의 유쾌함 속에서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었다. 진세연이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던 것은 어쩌면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기 때문은 아닐까. '위험한 상견례2'에서 자신의 나이대에 딱 맞는 밝고 귀여운 역할을 만난 진세연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지금 진세연이 바라는 것도 보다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다. "배우로서의 목표를 이야기할 때마다 좀 부끄럽기는 한데요. 그래도 꿈은 크게 가져야겠죠? (웃음) '믿고 싶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제 이름 앞에 붙을 때 저 스스로 배우로서 성공했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은 '진세연? 누구야?'라는 느낌이 있잖아요(웃음). 언젠가는 '진세연? 좋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5-05 09:00:0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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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달샤벳 "데뷔 5년차 위기는 우리와 먼 이야기"

걸그룹 달샤벳(세리·아영·지율·우희·가은·수빈)이 1년 3개월만에 여덟번째 미니앨범 '조커 이즈 얼라이브(Joker is alive)'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은 막내 수빈이 국내 걸그룹 최초로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했다는 점과 오랜 공백 끝에 발표한 새 음반이라는 점에서 뜻 깊다. 공백기가 길어진 이유는 수빈은 교통사고로, 우희는 기흉으로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 건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달샤벳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지친 기색은 커녕 "바빠서 정말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 시련은 또 다른 기회 이번 앨범은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타이틀곡 '조커'의 일부 가사가 욕설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KBS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 달샤벳은 문제가 된 가사를 수정하고 재심의에 통과해 KBS2 '뮤직뱅크'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전 울었어요. 전혀 예상 못했는데 부적격 판정을 받으니까 완전 놀란거죠. 가사, 안무, 의상을 다 수정했어요. 근데 그렇게 하니까 또 새로운 버전이 되더군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아영) "듣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활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으로 보는 거죠." (우희) 전곡을 프로듀싱한 수빈에겐 무척 속상한 일이었을 터. "1년 3개월이나 쉬었으니까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단 각오로 준비했는데, 섹시한 부분만 부각되니 무척 속상했어요. 특히 제가 만든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하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게 볼까 걱정도 했었거든요. 제가 프로듀싱했지만 언니들 의견도 많이 물어봤어요. 어떻게 보면 저희 여섯 명이 함께 프로듀싱한 앨범이죠." (수빈) "일단 자랑스러워요. 막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준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저희한테 또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면 더 고맙죠." (지율) ◆ '5년차 위기'는 우리와 먼 얘기 난관에 봉착해도 서로를 다독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모습에선 자매애가 느껴졌다. 가은은 입맛을 잃은 수빈이 걱정 돼 옆에서 밥을 떠먹여 줄 정도로 친자매처럼 지낸다고 했다. 데뷔 이래 지난 5년 동안 이사 한 번 가지 않고 같은 숙소에서 줄곧 같이 산 덕분일까. 아이돌 가수에게 데뷔 5년차는 위기의 시기로 통하지만 달샤벳에겐 먼 얘기다. "주변에서 '이제 슬슬 개인 활동 시작해야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전 저희가 잘 하고 있다고 봐요. 지금 활동하면서도 다음 앨범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룹에게 좋은 일 아닐까요?" (수빈) "저희 데뷔할 때도 걸그룹이 많았지만 요즘엔 정말 많더라고요. 포화 상태라는 말이 딱이죠. 쉬는 동안 다른 그룹들 활동하는 것 지켜보면서 조바심도 났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죠. 그래서인지 요즘엔 작은 것들에도 감동을 많이 받아요. 눈물은 많아졌지만 내면은 강해졌어요." (아영) "얼마전 홍대에서 처음으로 게릴라 공연을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팬들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고, 저희를 잘 모르시던 분들도 지나가다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해요." (가은) 지난 5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달샤벳.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너네 이제 떠야지, 1위 해야지'란 말을 들으면 속상했어요. 저희는 언제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활동했거든요. 그저 앞으로 더 잘하자는 생각뿐이죠." (우희) "'조커' 활동은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으니 대중도 저희를 보면서 즐기셨으면 해요.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오래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세리)

2015-04-29 13:12:57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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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담백함 속에 숨겨둔 폭발력, '차이나타운'의 김고은

"저는 항상 부담스러운 장면이 영화에 있었잖아요(부끄러운 듯 웃음). 그럴 때마다 항상 지칠 때까지 고민을 해요. 혼자서 지지고 볶다 촬영 당일이 되면 '나 할 만큼 했다. 안 되면 밤새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내려놓고 촬영을 하게 되죠(웃음). 그러다 보면 연기에 집중이 되는 것 같아요." 오는 29일 개봉하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의 마지막 장면은 김고은(23)이 왜 20대 여자 배우들 사이에서 유난히 빛을 발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선배 배우인 김혜수를 상대로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온전히 보여주는 그의 표정과 몸짓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고은 스스로도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해 만들어낸 장면이다. 김고은의 연기는 담백하다. 그는 과잉되지 않은 감정으로 꾸밈없이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감정이기에 폭발할 때의 진폭도 여느 배우들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은교'에서도 '몬스터'에서도 늘 김고은은 그렇게 연기를 해왔다. '차이나타운'에서 김고은은 또 다른 소녀 일영을 만났다. 지하철 코인로커에 버려져 거지들의 손에서 자라난 소녀다. 차이나타운에 팔려온 일영은 부모 없는 자식들을 거둬 기르는 보스 같은 존재 엄마(김혜수)를 만나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세상의 엄혹한 생존법칙을 따르게 된다. 김고은이 '차이나타운' 시나리오를 받게 된 건 '은교' 때 프로듀서로 만났던 제작사 폴룩스픽쳐스의 안은미 대표와의 인연을 통해서였다. "멜로영화 노래를 부를 때였어요(웃음). 그때 대표님이 '멜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멜로일 수도 있다'며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먹먹하고 울컥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죠. 그런 끌림 때문에 덥석 물게 됐어요." 김고은은 일영을 "자신의 세세한 감정에 귀를 기울이거나 속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인물로 받아들였다. 엄마를 비롯해 한 식구처럼 지내는 우곤(엄태구), 홍주(조현철), 쏭(이수경), 그리고 엄마가 시킨 일 때문에 만나게 되는 석현(박보검) 등 다른 인물을 만날 때마다 태도와 심리도 다르게 드러나기를 바랐다. 한 가족이지만 그런 사실마저 굳이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 그렇게 차이나타운에서 살아남은 인물이 곧 일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영화 속 갈등의 계기가 되는 석현과의 관계는 보다 신중한 태도로 접근했다. "남녀 간의 멜로나 사랑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일영이 석현을 바라보는 눈빛이 점차 달라지잖아요. 그것마저도 무엇 하나로 단정 지을 감정선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일영이 석현의 손을 잡고 도망가는 짧은 신도 사실은 오랜 고민 끝에 완성된 장면이다. 그 정도로 김고은은 조심스럽게 일영의 감정에 다가가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표현했다. 주먹을 휘두르는 작은 액션 연기에서도 일영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기를 원했다. '은교'의 은교, '몬스터'의 복순, 그리고 '차이나타운'의 일영까지 김고은이 지금까지 쌓은 필모그래피에는 여자보다는 소녀에 가까운 캐릭터가 중심에 있다. 의도한 선택은 아니었다. 김고은은 "차근차근 하다 보면 여인으로 넘어갈 시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그의 연기가 이런 캐릭터들과 만나 높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올해로 데뷔 4년차지만 김고은은 "데뷔 때와 크게 변한 건 없다"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 은교와 복순과 일영의 모습이 겹쳐 있었다. '협녀, 칼의 기억'과 '성난 변호사'의 개봉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이제 '계춘할망'의 촬영에 들어간다. 담백하지만 폭발력 있는 연기 스타일처럼 그의 필모그래피 또한 넘쳐남 없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우리는 동시대를 대표할 배우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4-28 13:34:30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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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거미, 익숙하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다

가수 거미(34·박지연)가 지난 17일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했다. 방송이나 콘서트 무대에서 동료 아티스트와 선배 가수의 노래를 부른 적은 있지만 리메이크 음반을 발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 인 메모리(Fall In Memory)'라는 앨범 제목처럼 추억에 잠기기에 좋은 1990년대 발라드 곡을 엄선해 담았다. ◆ 익숙하지만 새로운 노래 최근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 시작된 1990년대 복고 열풍을 거미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해석했다. "요즘 90년대 음악이 다시 사랑받고 있는데, 대부분 댄스곡이더라고요. 당시엔 록발라드 등 다른 장르도 많은 사랑을 받았었잖아요? 그래서 발라드 곡들 위주로 다시 불러봤죠. 리메이크를 하다보면 장르를 아예 바꾸거나, 어려운 코드를 쓰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전 그게 아쉽고 또 어렵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원곡에서 벗어나지 않는 방향을 택했어요. 변화가 너무 없다고도 하실 수 있겠지만 제 목소리로 변화를 주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남자 가수들 곡을 리메이크 하게 됐죠." 타이틀곡은 박효신의 데뷔곡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메가 히트곡이란 점과 남자 가수의 노래라는 점, 특히 친한 친구의 노래라는 점이 거미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걱정이 컸어요. 녹음을 마치고 효신이에게 검사받는 기분으로 들려줬는데, 구석에 가서 이어폰을 끼고 진지하게 듣고 오더니 '잘 했다'고 해주더라고요. '해줄 수 없는 일'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노래를 듣는데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지났구나 싶었거든요. 이번 앨범 만들면서 저 스스로도 추억에 빠졌는데, 들으시는 분들도 그러리라 믿어요. 음악의 힘이 그런 거 잖아요. 어떤 노래를 들으면 계절, 공기, 냄새 등이 떠오르면서 그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요. 전 이 노래만 들으면 연습생 시절이 생각나요." ◆ '기술'로 노래하는 거미? 앨범 수록곡들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풀어놓는 그의 모습은 가수 거미가 아닌 가수를 꿈꾸는 소녀 박지연이었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되는 인터뷰에서 음악 이야기만 하기에도 부족하지만 이 질문은 피해갈 수 없었다. 바로 남자친구 조정석에 대한 것. 그는 지난 2월 배우 조정석과의 열애 사실을 인정하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됐다.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긴 해요. 저나 그 친구나 각자 일하는데 서로가 연상되면 안 좋은 것이니 자제하려고 하죠. 하지만 다들 궁금해 하시는 것도 알고 있고 거기에 답하는 게 제 도리라 생각해요. 조심할 이유는 있지만 숨길 이유는 없으니까요." 음악관만큼 연애관도 뚜렷했다. 사랑에 푹 빠져 한창 행복할 때 이별 노래를 부르면 어떤 기분일까. "저도 예전에 좀 의아했던 부분이었어요. 결혼하거나 공개 연애하는 선배들이 이별 노래를 부르면 묘하게 몰입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한 선배가 '듣는 사람이 자기 경험을 떠올리며 듣지, 가수를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노래를 듣는 사람은 없다'고 말해주시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죠. 노래의 감정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제가 가수니까 가수의 입장만 생각했던 거예요(웃음)." 그는 자신의 애절한 목소리는 슬픈 기억이 아닌 행복함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오히려 누가 옆에 있는 게 음악 할 때 더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이 없을 땐, 그러니까 '연애세포'가 죽어있을 땐 막연하게 옛날 기억 끌어와서 기술적으로 노래를 해야 했거든요. 그러면 노래가 무미건조하고 재미없게 느껴져요. 이별 노래를 부를 땐 제 옆에 있는 사람이 절 떠난 다는 생각을 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슬퍼져요. 가수가 가사와 똑같은 일을 겪을 순 없어요. 노래와 감정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웃음)."

2015-04-27 14:45:25 김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