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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코너 > 스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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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엄혹한 현실을 위한 파격,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의 포스터와 스틸이 처음 공개됐을 때 김혜수(44)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짧게 잘라 헝클어진 머리에 기미가 가득한 얼굴,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거친 외양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김혜수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버리는 파격이 있었다. 얼굴에 피가 묻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김혜수의 또 다른 변신이다. '차이나타운'은 쓸모가 있어야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각자만의 생존 방식으로 살아남은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느와르다. 김혜수가 연기한 엄마는 차이나타운을 이끄는 보스다. 거지의 손에서 자라나 차이나타운에 팔려온 소녀 일영(김고은)을 비롯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자식처럼 거느리고 있는 엄마는 오직 '쓸모'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 쓸모가 없어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오직 죽음뿐이다. 영화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1984년생이다. 장편영화는 처음인 신인 감독의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시나리오, 그리고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꽤 충격적이었어요.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라 반가웠지만 엄마도 일영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였거든요. 강렬하고 충격적이면서도 잘 짜인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소년이 앉아 있는 거예요. '은하철도 999'의 철이 같은? (웃음)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감독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게 생겼어요. 정말 좋았어요." 영화는 얼굴에 피를 묻힌 위압적인 태도로 일영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섹시함과 우아함으로 영화제 레드카펫을 빛내던 김혜수를 떠올리면 분장을 통해 만든 거친 얼굴에 보형물을 넣어 두툼한 뱃살까지 만든 영화 속 엄마의 모습은 파격 그 자체다. 영화에서는 엄마의 과거가 그려지지 않는다. 대신 김혜수는 엄마의 외적인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를 바랐다. 파격을 통해 관객 스스로 인물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를 원했다. "엄마는 일영 이상의 강도와 시간을 몸으로 버텨낸 사람이에요. 어떤 이유에서건 누군가에게 버려졌을 것이고 생존만이 목적인 채로 처절하게 살아남아 지금의 엄마가 된 것일 테니까요. 이렇게 처절하게 잔혹한 삶을 버텨낸 사람에게 일말의 여성성이 남아 있을까요? 외모와 몸매를 바꾼 건 절대 권력자로 엄마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어요. 피부, 몸, 내장, 머리, 손톱 모든 것이 내부적으로 완전히 망가진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젊은 배우들과의 작업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김고은 외에도 고경표, 엄태구, 이수경, 그리고 아역배우 김수안 등 신예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김혜수는 "캐릭터들 사이의 충돌도 앙상블도 좋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일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 김수안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는 굉장한 에너지가 있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렇다고 김혜수가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선배라는 책임감을 떠안고 작업에 임한 건 아니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영화다운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할 자격이 있다면 다 배우라고 생각해요. 신인 배우나 중견 배우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죠." 그렇게 김혜수는 '차이나타운'에서 배우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스크린에 강하게 새겨 넣었다.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차이나타운'의 주제는 결국 이 시대의 슬픈 진실을 보여준다. 범죄자의 이야기로 극화된 부분이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결국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늘 가치를 평가 받는 배우에게는 더욱 엄혹한 진실일 수도 있다. 김혜수는 "그래서 나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우의 삶이라는 것도 그래요. 자신의 쓸모가 있는지를 매번 검증 받게 되고 또 그것이 드러나는 일을 하니까요.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쓸모가 있나? 쓸모가 있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기도 했죠(웃음). 프란시스 베이컨의 자화상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괴하게 일그러진 자신을 바라보는 그런 강렬함이 우리 영화에 있는 것 같아요." [!{IMG::20150426000070.jpg::C::480::배우 김혜수./CGV 아트하우스}!]

2015-04-26 13:30:22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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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오연서 "깍쟁이 이미지 억울…전 야망 없어요"

배우 오연서(28)가 깍쟁이 이미지에 대해 억울해 했다. 그는 "나는 야망이 없는 사람이다. 되지 않는 일에는 욕심을 아예 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오해를 받아요. 보기와 다르다는 걸 알리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지인들은 안타까워하죠. 빠른 시간에 평가받아야하는 게 연예인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차근차근 제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 해요. 콤플렉스는 보조개예요. 없애려고 성형외과를 간 적도 있죠. 누군가에겐 매력이겠지만 저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요. (웃음)" 오연서는 지난해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선 발해 마지막 공주 신율로 호평 받았다. "장보리는 연기적으로 정말 생각을 많이 한 인물이에요. 근데 신율은 신나게 연기했어요. 특히 남성 팬이 늘었어요. (웃음) 신율은 남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죠. 제 아버지 나이 대 팬도 생겨서 신기해요. 팬카페에 자주 들어 가는데 40대 분들이 '팬미팅 가도 되냐'고 물어보죠. 인스타그램(SNS)도 저 때문에 막내 딸에게 물어봐서 배운 분들도 있대요." 슬럼프를 빨리 극복하는 법을 알게 됐다. 그는 "감정적으로 변하니까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한다. 무엇보다 바쁜 게 최고다. 슬럼프를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야 할 길이 많지만 그동안 열심히 달렸다고 생각해요. 연예계는 재능이 있다고 다 되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적절한 운도 필요하죠. '맙소사! 그래도 여기까지 왔어'라며 벅차고 고마울 때가 많죠.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우울할 때도 있어요. 그때마다 가족들이 큰 도움이 돼죠. 현재 엄마, 남동생과 함께 살아요. 저를 위해 서울로 왔어요. 아빠는 여전히 지방에 있어요. 의도치 않게 기러기 신세가 되셨어요. 저는 연기할 때도 가족들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죠. 그런데 주변에서 힘을 줄 때마다 연기 욕심이 커져요." 털털한 성격이다 보니 남자 친구들이 많다. '썸'이란 단어가 "가벼워서 싫다"는 오연서는 "진득하게 사랑하고 싶다"고 연애관을 고백했다. "어렸을 때는 외모적인 부분을 봤는데 이제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안정적인 사랑을 할래요.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연기할 때도 몰입이 됐어요. 현대 극이면 다른 남자를 만나면 되잖아요. (웃음) 근데 사극이다 보니 한 사람만 사랑하다 죽는 설정, 썸이 없으니까 운명처럼 받아들여져서 집중할 수 있었어요." 미니시리즈부터 사극, 장편극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차기 작으로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를 희망했다. "아직까지는 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밝고 재미있는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거요. 저 스스로도 캐릭터가 사랑스러워야 관심이 가더라고요. 10년 후에는 '배우'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성장했으면 해요. 후배들이 롤모델로 뽑는 선배, 제작진에겐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5-04-23 11:13:17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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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약장수’ 김인권 “예술가는 끊임없이 불평해야 해요”

영화 '약장수'(감독 조치언)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예전 인터뷰에서 김인권(37)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정한 광대가 되려면 슬픔이 깔려 있어야 한다"던 그의 말이 '약장수'의 마지막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인권은 '약장수'에서 신용불량자인 일범을 연기했다. 아내와 아픈 딸을 둔 가장인 일범은 대리운전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안쓰러운 가장이다. 신용불량자라는 이유로 취직도 쉽지 않은 일범은 친구의 도움으로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홍보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각박한 현실에 내몰린 이 평범한 소시민과 주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으며 소소한 드라마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담고 있다. 그동안 남편을 연기한 적은 있었지만 아빠 역할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세 딸을 둔 아빠인 김인권에게 일범은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캐릭터에 끌린 건 아니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는 완성된 영화보다 좀 더 전지적인 작가 시점이었거든요. 다행히 감독님이 일범의 많은 부분을 저에게 맡겨주셨어요. 그래서 제 경험이 영화에 많이 들어가게 됐어요." 힘든 현실에서도 순수함만을 잃지 않으려 했던 일범은 그러나 불법 강매가 이뤄지는 홍보관에서 자신의 신념과 마주하게 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홍보관을 찾아온 할머니들에게 아들 같은 마음으로 다가가던 일범은 아픈 딸의 병원비를 얻기 위해 비열하고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라는 홍보관 점주 철중(박철민)의 명령에 서서히 굴복하게 된다. 일련의 사건 속에서도 끝내 홍보관을 떠나지 못한 채 돈을 위해 광대로 변신하는 '약장수'의 마지막 장면이 가슴 아픈 것은 실종된 순수함을 웃음으로 애써 승화시키려는 일범의 애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 촬영할 때 연기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은 착잡했죠. 분장하면서부터 울컥했어요. 일범이 결국 자기 영혼을 돈에 파는 거잖아요. 먹고 살기 위해서 순수한 영혼을 뭉개 버리고 분장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울컥함은 순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어요." 김인권은 "나 역시도 일범처럼 때로는 처절하게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순수성을 많이 잃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순수함과 포부도 있었지만 지금은 점점 더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지키려고 하는 보수적인 면도 있어요." 그러나 김인권이 마냥 돈만 쫓는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코믹한 감초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그는 어떤 연기든 늘 진지하게 임하는 진중한 배우다.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 그로 인해 생겨나는 열등감은 김인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연기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저는 완벽주의자에요. 존재감에 대한 욕심도 있고요. 아무래도 대본을 받았을 때 제 역할이 작으면 자괴감을 느끼게 돼요. 존재감이 작아지는 것에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거죠. 직업병 같은 거라고 할까요? (웃음) 훌륭한 예술가는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불평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래 활동한 배우들 중에서는 열등감이 동기가 돼 긴 세월을 이어온 경우도 있으니까요." '신의 한 수' '타짜-신의 손' '쎄시봉' 등 상업영화에서 코믹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남겨왔던 김인권은 저예산 영화인 '약장수'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를 마음껏 펼쳐 보였다. 지금 촬영 중인 '히말라야'에서는 또 다른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이다. "의리를 지키는 산사나이에요. 역할도 좋고 미덕도 발견할 수 있는 캐릭터죠.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2015-04-22 11:16:05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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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엉뚱하고 섹시하게 돌아왔다, '장수상회'의 황우슬혜

2008년 황우슬혜(35)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영화계에 등장했다. 데뷔작이었던 '미쓰 홍당무'에서 청순함 속에 엉뚱함을 간직한 러시아어 교사로 눈도장을 찍은 그녀는 흥행작 '과속스캔들'에 이어 박찬욱 감독의 '박쥐'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충무로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시작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던 그녀의 행보는 그러나 해를 넘기면서 점점 더디어졌다. 드라마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데뷔 초만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소속사 문제로 활동을 잠시 쉬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황우슬혜는 묵묵히 연기 연습을 하며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날을 기다렸다. '장수상회'(감독 강제규)가 바로 그 기회였다. 70대 노년에게 찾아온 로맨스를 그린 '장수상회'에서 황우슬혜는 성칠(박근형)과 금님(윤여정)의 로맨스를 응원하는 박양을 연기했다. 다방 레지면서 동시에 중국집 배달부이기도 한 박양은 장수마트의 사장 장수(조진웅)에게 저돌적으로 대시하는 영화에 유쾌함을 더하는 활력소 같은 존재다. 그동안 청순한 모습으로 각인됐던 황우슬혜가 보여주는 뜻밖의 변신이다. "출연 이유요? 당연히 강제규 감독님 작품이라서 했어요.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와 정말 달랐어요.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저에게 제안한 건가 싶을 정도였죠." 황우슬혜는 극중 박양을 "전설의 미친X"이라고 소개했다. "원래 설정이 그랬어요(웃음). 영화에서는 편집됐지만 문신도 있었거든요." 다른 작품에서도 그래왔듯 황우슬혜는 이번 영화에서도 박양의 전사까지 디테일하게 생각하며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다방 레지로서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서 배어나오도록 커피를 타는 것도 일일이 연습했을 정도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주로 조용하고 차분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실제 황우슬혜의 성격은 무척 털털한 편이다. 그래서 박양의 솔직하고 엉뚱한 면을 연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신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배꼽티나 힐 같은 거 잘 입지도 신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촬영 전부터 연기 연습하면서 그런 옷을 입고 다녔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는 그런 의상이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장수상회'는 황우슬혜에게 엉뚱함과 섹시함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했다. 다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박양의 캐릭터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편집됐기 때문이다. 박양이 왜 장수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장수의 딸 아영(문가영)의 갈등이 어떻게 생겨났고 극복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열심히 연습해서 준비한 걸그룹 씨스타의 춤도 완성된 영화에는 실리지 않았다. 황우슬혜는 "박양이 나오는 장면이 다 담겼다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다음에는 더 편집이 안 되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예계에서는 주목을 받아야 살아남는다. 데뷔 초반 받았던 큰 주목에 비하면 지금 황우슬혜가 받고 있는 관심은 조금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배우로서는 힘든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황우슬혜는 "연기 연습을 계속하고 있어서 힘들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도 작품이 없을 때는 연기 연습실을 다니면서 해보지 않았던 역할에 도전하면 열심히 연기력을 갈고 닦고 있다. "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말에 연기에 대한 욕심이 담겨 있다. '장수상회'를 마친 뒤 황우슬혜는 연기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옛날에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어요. '장수상회' 첫 촬영을 앞두고는 긴장한 나머지 잠도 잘 못 잤죠.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캐릭터라 긴장감도 높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연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한결 같이 연기하는 것, 그것이 배우 황우슬혜의 꿈이자 목표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 나 자신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차곡차곡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다음 작품에는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그것만을 생각하려고 해요(웃음)." 사진/라운드테이블(한제훈)

2015-04-21 12:09:27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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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임슬옹 "예쁜 여자?…공감대 형성이 더 필요"

그룹 2AM 출신 임슬옹(28)은 "신입이 아닌 경력 사원"이라고 연기자로 홀로 선 소감을 전했다. "처음 가수로 데뷔했을 땐 아무 것도 몰랐죠. 지금은 연예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배우로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느낌이 달라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앨범은 계속 낼 생각이에요. 가수에서 배우로 완전히 전업했다기 보단 제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줄 뿐이죠. 2AM이었을 때도 가수이기 때문에 역할에 제한을 받은 적은 없어요. 다만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저만의 모습이 많았을 뿐이죠. 배우로선 신선한, 정체되지 않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철두철미하고 인간미가 부족한 변강철 역을 맡았다. 2010년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개인의 취향'은 손예진과 이민호가 주연이라고 해서 했어요. (웃음) 이후 단막극을 하면서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고 영화 '26년'을 통해 진지하게 임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연기 수업을 따로 받고 있어요. 출연하는 작품으로 공부하기도 하고 어떤 한 작품을 정해 놓고 카메라에 녹화하기도 하죠. 멋있는 대사가 있으면 혼자 녹음해서 선생님에게 보내기도 해요." 캐릭터 설정은 임슬옹 자체에서 비롯된다. "캐릭터 연구는 저와 캐릭터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서 시작해요. 변강철은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인물이죠. '가구를 바꿔야 겠군' 처럼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딱딱한 말투를 써요.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적절한 감성선을 찾으려고 했어요. 결벽증도 있죠. 저도 더럽게 살지는 않아요. 혼자 산 지 3~4년 됐는데 정리 정돈을 하는 편이에요. 변강철과 또 비슷한 건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는 거예요. 때론 외롭지만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힘들어요. 특히 '호구의 사랑'에선 확신에 차 찍었던 장면이 많이 없었죠." '개인의 취향'과 '호구의 사랑'에서 게이와 연관된 역할을 맡았다. 그는 "변강철과 달리 여자를 좋아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저 정말 여자 좋아합니다. (웃음) 최근에는 애인이 없었어요. 진심이에요. 어릴 때는 예쁜 여자가 좋았어요. 예쁜 여자도 만나 봤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얼굴보단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몸이 뒤로 물러나죠." "귀는 얇은데 뚝심이 있다"고 애매하게 자신을 평가한 그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세 살 차 누나가 한 명 있어요. 어머니는 주부고 아버지는 건축업을 하죠.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현장에서 감독을 하세요. 제가 겉모습은 부드러워도 내면은 남성적이거든요? 특히 일적인 면에선 뚝심이 있죠. 원래 그런 성향이었는데 연예인이 된 이후 더 다져졌어요. 아버지를 보면서 저 역시 나이 들어서도 일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겠다고 느껴요. 입대 문제도 있죠. 불안하기도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그런 걸 생각하느라 힘 빼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입대하면 연예계 활동 이외의 다른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봅니다."

2015-04-20 14:32:13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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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4인4색 마블 슈퍼히어로, 한국을 사로잡다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는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다. 국적과 세대,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마블 슈퍼히어로에 빠져드는 것은 바로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이제 스타를 넘어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주역들이 지난 16일 한국을 찾았다. 17일 기자회견과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한국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특히 이들은 영화 속 캐릭터를 쏙 빼닮은 팬 서비스로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내한 기간 이들이 보여준 4인4색 매력을 살펴봤다. ◆ 유머와 여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블 슈퍼히어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뭐니 뭐니 해도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다. 아이언맨은 배트맨 브루스 웨인과 마찬가지로 갑부지만 고뇌에 빠진 무겁고 진지한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자신감이 곧 아이언맨이 사랑 받고 있는 이유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어벤져스2'로 세 번째 한국을 찾은 그는 이번 내한에서도 변함없는 유머와 여유로 웃음을 선사했다. 17일 오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쇼핑이 밀려서 바쁘다"는 너스레로 인사말을 전했다. 실제로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인사동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같은 날 저녁에 열린 레드카펫에서는 인기에 걸맞게 등장만으로도 가장 뜨거운 함성을 이끌어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나는 매일 토니 스타크와 사랑에 빠진다"며 캐릭터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 진심으로 전한 감사,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하는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아이언맨과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캐릭터다. 도덕과 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진중하고 냉철한 성격으로 어벤져스 멤버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유머와 여유로 한국 팬들에게 화답했다면 크리스 에반스는 진심이 담긴 말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해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당시 공항에서 팬들이 보내준 뜨거운 환대를 언급하며 "마치 비틀즈의 멤버가 된 것 같았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레드카펫에서도 크리스 에반스는 팬들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며 '캡틴'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한국 팬들을 향해 "여러분이 우리가 작품을 열심히 만드는 이유"라며 "여러분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크나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 알고 보면 수줍은 남자, 마크 러팔로 분노하면 헐크가 되는 브루스 배너도 마블 슈퍼히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어벤져스' 개봉 당시 헐크가 로키를 무자비하게 '패대기치는' 장면은 헐크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평소에는 조용하고 수줍은 모습이야말로 브루스 배너의 진짜 매력이다. 이번 내한의 진정한 주인공을 꼽자면 바로 브루스 배너 역의 마크 러팔로였다. 첫 한국 방문이었던 만큼 팬들의 반응은 아이돌 가수 못지않았다. 기자회견에서 "레드카펫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겠다"고 자신있게 말한 그는 정작 레드카펫에서 예상을 넘어선 팬들의 환대를 받자 감격에 찬 표정을 연신 지어보였다. 브루스 배너가 스크린에서 튀어나온 듯 수줍어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는 "팬들에게 이토록 열정적인 환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 마블 신데렐라의 눈물, 수현 '어벤져스2'는 지난해 한국 촬영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또한 한국 배우가 출연한다는 소식도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블 신데렐라' 수현이다. 수현은 '어벤져스2'에서 닥터 헬렌 조 역할을 맡았다. 토니 스타크와 친분이 있는 과학자다. 기자회견에 앞서 공개된 20분 분량의 푸티지 영상에서 수현은 한국어와 영어 대사를 동시에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줘 영화 속 활약에 기대감을 더했다.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순백색의 드레스로 우아하게 등장해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는 "세트장에 처음 들어선 날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세트도 정말 멋있었다. 이 배우들 사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기뻤다"고 출연 소감을 말했다.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뭉클해진 나머지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수현은 "이 배우들처럼 멋진 배우가 될 수 있도록 계속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2015-04-19 10:37:15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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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약장수' 박철민 "'전국노래자랑' 같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

"작년 여름에 출연하기로 이야기하던 작품이 두 세 편 있었어요. 그런데 작품들이 한두 달 사이에 다 잘 안 됐어요. 출연료도 맞췄는데 말이죠. 다시는 무대에 못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절대적인 외로움에 빠진 시간이었어요." 박철민(48)은 익살스러운 사투리와 즉흥적인 애드리브 연기가 장기인 배우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스크린 속에서 주로 코믹한 감초 캐릭터를 맡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해왔다. 그러나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야 하는 배우가 대중에게 하나의 이미지로만 각인되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박철민이 지난 여름 배우로서 깊은 외로움과 마주하며 고민의 시간을 보낸 이유다. 돌이켜보면 박철민이 코믹 연기에만 능한 배우는 아니었다. '혈의 누'에서는 악역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또 하나의 약속'에서는 절절한 부성애 연기로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박철민 스스로는 자신의 연기가 점점 더 식상하고 전형적이 돼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을 무렵 새로운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영화 '약장수'(감독 조치언)였다. '약장수'는 어머니들을 모아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홍보관을 무대로 소시민의 애달픈 삶, 그리고 독거노인 문제를 다룬 영화다. 박철민은 극중에서 홍보관을 운영하는 철중 역을 맡았다. 늘 친절하게 웃는 얼굴이지만 자신의 이익과 목표를 채우지 못했을 때는 악랄하게 변신하는, 영화의 주인공인 일범(김인권)을 각박한 현실로 내모는 악역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받고 '이런 독특한 캐릭터가 나한테 왔네?'라고 생각했어요. 이전까지 안 해본 역할이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저예산의 작은 영화임에도 선택할 수 있었어요." 박철민은 철중을 "돈만 지향하는 각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보니 비열하고 악마 같은 행동을 하는 인물"이라고 이해했다. 악한 인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수긍할 부분도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철중의 신념은 단 하나, 자신이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보상이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없이 선한 얼굴로 무료한 노인들에게 '효(孝)'를 제공하는 철중이 그 대가로 돈이 입금되지 않는 순간 악랄한 인물이 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박철민은 이전과 달리 진지한 정극 연기를 펼쳤다. 노인들 앞에서 제품을 홍보할 때는 특유의 애드리브 연기를 펼쳤지만 일범과 감정을 주고 받는 신에서는 웃음을 누른 채 연기에 임했다. 철중이 웃지 않을 때 입가의 주름을 통해 전해지는 서늘한 기운은 이번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박철민의 새로운 모습이다. "나도 이전까지는 몰랐던 표정이에요.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만족스러웠어요. 철중이 일범과 사람들을 다그치는 장면을 찍다 보니 연기가 신이 나서 스스로 발전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초반보다는 후반에 연기한 장면들이 더 마음에 듭니다." '약장수'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같은 날인 오는 23일 개봉한다. 박철민은 "우리 영화가 지닌 진정성의 힘을 믿는다"며 "엄청난 규모의 오락영화에 맞서는 제작비 4억원의 절절한 한국영화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솔직한 기대를 나타냈다. 박철민의 소망은 소박하다. 홍보관을 통해 독거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를 조금이나마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다. 박철민은 "완벽한 연기, 최고의 연기를 할 배우가 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전국노래자랑'처럼 어딘가 부족해도 희로애락을 전하는 배우"로 대중의 기억에 남고 싶을 뿐이다. '약장수'로 새로운 역할을 경험한 그는 자신이 만나보지 못한 인물로 또 다시 관객과 만나기 위해 배우의 길을 부단히 걸어가고 있다.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4-15 10:34:47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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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스물' 정주연 "화려한 배우보다 행복한 배우 될래요"

무엇을 해도 서툴고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욱 빛나는 스무 살. '스물'(감독 이병헌)은 '병신' 같아도 소중한 스무 살의 감성을 유쾌한 웃음으로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다. 그러나 그 유쾌함 가운데에서도 애잔함을 전하는 인물이 있다. 극중에서 치호(김우빈)와 엮이는 신인 배우 은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은혜를 연기한 정주연(26)은 2010년 드라마 '폭풍의 연인'으로 연기를 시작했으며 '오로라 공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저예산 영화 '차이나 블루'로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던 그녀는 '스물'을 통해 첫 상업영화라는 의미 있는 경험을 쌓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한결같이 배우의 꿈을 키워온 그녀에게 '스물'은 보다 대중적인 배우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늘씬한 키에 도회적인 이미지, 부드러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외모가 눈에 띈다. 영화 속에서 유독 또래들보다 성숙하게 묘사되는 은혜에 정주연이 캐스팅된 이유다. 정주연 또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은혜에게 가장 끌렸다. 배우로서 추구해온 캐릭터의 매력이 잘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 배우들은 착하고 가녀리거나 예쁜 모습으로 캐릭터가 소모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조금 극단적일지라도 선명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캣우먼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밀라 요보비치처럼요. 그동안 주로 센 역할을 연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요. '스물'의 은혜는 제가 추구하는 캐릭터에 가장 가까웠어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멋있잖아요. 카리스마도 있고요. 그런 점에 많이 끌렸어요." 극중 은혜는 실제 자신과 비슷한 신인 배우라는 점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주연은 은혜와 달리 데뷔 때부터 현재의 소속사인 싸이더스HQ를 만나 안정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러 작품을 통해 쌓아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은혜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유쾌한 영화 속에서 다소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은혜는 스무 살답지 않은 피곤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는 이병헌 감독의 말을 믿고 편안하게 연기했다. 영화 속 은혜는 유난히 외롭게 느껴진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은혜는 연기라는 일에 묶인 채 홀로 있는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정주연도 은혜를 연기하면서 외로움을 깊이 느꼈다. "은혜는 치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인물이라 많은 분들이 부러워해요. 김우빈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 때문에도 그렇고요. 하지만 은혜의 감정은 정말 외로웠어요. 결국 영화에서는 은혜가 배우로 성공한 모습이 나오지만 그 뒤에는 쓸쓸함과 공허함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주연은 은혜의 외로움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졌기를 바란다. 조용하고 낯가림이 많은 편이라는 정주연은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배우라는 꿈을 선택했다. 배우가 지닌 화려함과 환상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원까지 다니지는 못하고 책으로 연기를 공부했던 그녀는 안양예고에 진학한 뒤 실제로 연기를 해보면서 재미와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린 나이에 그동안 느낀 감정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데 연기를 통해 여러 가지로 공존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그걸 끝냈을 때 울컥하게 되는 감정에서 희열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를 계속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건국대학교 영화과에 들어간 정주연은 스물한 살 때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매년 한 작품씩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지금은 배우라는 꿈을 '화려함과 환상'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영화 속 은혜와 실제 정주연의 다른 점은 여기에도 있다.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저도 연기를 하고 집에 돌아갈 때 공허함과 쓸쓸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서 배우는 감정기복이 심한 직업이라고 하나봐요. 그런데 결과만을 생각하면 그런 공허함과 쓸쓸함이 채워지지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기도 해요. 그래서 평소에는 더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해요." 지금 정주연의 꿈은 행복한 배우다. "사람들에게 많이 기억되면 당연히 좋죠(웃음). 하지만 그것만으로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만 바라지 않고 성장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것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끼는 배우가 될 거예요."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4-14 10:54:17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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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최우식 "신선한 여자, 소개팅에 나왔으면 해요"

배우 최우식(25)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맑은 미소를 지녔다. 선으로 그려놓은 듯한 깔끔한 이목구비는 순수한 면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그는 "외모 때문에 캐스팅에 제한 받은 적이 많았다"며 순수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A라는 배역으로 미팅을 가도 B로 역할이 바뀐 적이 있어요. 영화 '거인'에 출연한 후로는 화보를 찍어도 고민하는 표정, 시크함을 연출하죠. 순수하게만 보는 분들이 많아요. 솔직히 저 흡연하거든요. 근데 제가 담배 피우거나 술 마시는 걸 보면 '안 어울려요' '왜 마셔요~'라고 하죠. 그래서 일부러 '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다녀요. (웃음)" 지난 3월 종영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은 최우식의 매력을 온전히 담아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순수한 남자 강호구로 분한 그는 출연을 확정하기 전 업계의 우려를 받았다. 그러나 웹툰 원작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로 원톱 주연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댓글을 잘 보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주연이다 보니 반응이 궁금했죠. 처음 '호구의 사랑'을 한다고 했을 때 말이 많았어요. 왜 검증되지 않는 배우를 쓰느냐, 최우식이 어떻게 16부작을 끌고 갈 것인지의 문제죠. 그런데 댓글이 큰 힘이 됐어요. 싱크로율이 좋다는 글을 보면 통쾌했죠." 강호구처럼 모태 솔로는 아니지만 주변에 여자가 없어서 연애를 못한다는 그는 "신선한 여자"를 이상형으로 뽑았다. "주변에 여자가 없어요. (웃음) 연애를 못 하니까 드라마를 통해 대리 만족 했죠. 신선한 여자와 소개팅을 하고 싶어요. 여자 연예인들은 정말 다 예쁘거든요. 일반인으로 범위를 정하는 건 아닌데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분이 소개팅에 나온다면 좋을 거 같아요. 또 웃음 코드가 맞았으면 해요. 제가 개그감이 정말 없거든요." 강호구와 비슷한 점은 여유로운 성격이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자의 여유죠. (웃음) 주변에서 '집안 배경이 좋니' '아버지 뭐하시니'라고 농담 삼아 물어볼 정도예요. 그런데 제 아버지는 회사원입니다. 일곱 살 차이 나는 형도 있어요. 부모님과 달리 형은 밖에서 제 자랑을 해요. 여자 연예인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부러워해요. 저랑 전혀 다르게 생겼어요. 형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키가 작고 통통한 편이죠." 어렸을 때 캐나다로 이민 간 최우식은 연출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사귄 여자친구의 권유로 배우 오디션을 보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처음 치른 오디션에서 합격한 그는 이후 현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로 옮겨 활동 중이다. JYP 소속 배우로서 "대형 기획사의 여유"를 이야기 했다. "이젠 가수와 배우의 활동 범위가 나눠져 있지 않죠. 배우가 국내 3대 기획사에서 가수들과 함께 활동하는 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대형 기획사는 배우가 원하는 방향을 존중해주는 여유가 있어요. '호구의 사랑'을 통해 주연을 했다고 차기 작도 꼭 주연을 해야 된다는 논리가 아닌 거죠. 앞으로도 전 저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면 조연이라도 할 겁니다."

2015-04-13 15:38:22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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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곽시양 "사랑 고백 많이 안 해봤지만 성공률 55%"

배우 곽시양(28)은 2014년 영화 '야간비행'으로 데뷔한 후 1년 만에 엠넷 '칠전팔기 구해라'를 통해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반듯한 이목구비와 중저음 목소리,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외모 관리에 관심 있을 법하지만 그는 "폼클렌징으로 세수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의외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운동하러 밖에 나가는 걸 제외하곤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옷도 운동복을 즐겨 입죠. 꾸미는 데 취미가 없는 거 같아요. 최근 들어서야 폼클렌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비누로 세수를 했죠. 저를 차분하게 보시기도 하는데 실제 성격은 장난기가 많아요. 누나 세 명이 있는데 맞으면서 자랐죠. 까불거렸고 맞을 짓을 한 거 같아요. (웃음) 또 정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죠. 연예인 야구팀인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6년 동안 야구를 하고 있어요. '칠전팔기 구해라'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운동을 하려고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그는 군대까지 다녀온 준비된 스타다. "토목을 전공한 공대생이었어요. 그런데 1년 만에 자퇴했죠. 연예인이 하고 싶은데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공부를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가수인지 배우인지 정확한 목표를 정할 수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데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죠. 24세에 군대를 갔고 제대할 때쯤 드라마를 보다가 '나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걸 느꼈어요." 1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칠전팔기 구해라'에 출연했다. 다섯 번 오디션을 보면서 오기가 생겼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품에서 분한 강세종은 구해라(민효린)의 곁에서 혼자 가슴 앓이를 하는 인물이다. 곽시양은 강세종의 사랑 법에 대해 "답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론 감정에 솔직한 편이에요. 그렇다고 고백을 쉽게 하진 않고 지켜보면서 확신이 들면 말합니다. 성공률은 55% 정도요? (웃음) 고백한 횟수 자체가 적었죠. 차인 적도 많았고요. 이별할 때는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가 뭔지를 먼저 물어보는 편이에요. 근데 말해주진 않더라고요.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부모님을 떠올리면 해야 할 것도 같지만요. 언젠간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하겠죠?" 주연 작을 무사히 마쳤지만 늦깎이 데뷔에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조급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며 "토끼와 거북이 중 거북이처럼 한발한발 밟아가면 굵직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이후 행보를 각오했다. "지상파 주연을 하면 좋죠. 하지만 지금 제 위치는 감독들에게 어필을 해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야 하는 거예요. 소처럼 일하려고요. (웃음) 욕심이 나요. 올해 영화, 드라마 상관 없이 네 개 작품을 했으면 합니다. 이제는 '칠전팔기 구해라'의 강세종처럼 힘든 사랑 말고 로맨틱 코미디나 액션 느와르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살아있는 느낌이죠. 작품을 하면서 변화하는 느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그런데 '배우' 곽시양으로 불리기엔 아직 어색해요. 부끄럽지 않으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5-04-12 11:39:43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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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개그우먼 신보라 "가수로 인정받는 것이 내 숙제"

개그우먼 신보라(28)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생머리를 어깨 위로 싹둑 자른 채 나타났다. 심경의 변화가 있던 것일까? 그가 머리를 자른 이유는 새 앨범 '미스매치(Feat. Vasco)'를 위해서였다. 2013년 발라드 곡 '꽁꽁'으로 가수로서 첫 걸음을 내딛었던 그가 이번에 부른 '미스매치'는 힙합 리듬을 접목한 곡이다. 짧아진 머리만큼이나 그에게 낯선 장르다. ◆ 노래 잘하던 개그우먼 그의 목소리는 정직하다. 화려한 기교 없이 고음을 향해 쭉 뻗어가는 목소리는 시원하기까지 하다. 그가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팬들은 그가 가창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발라드 곡을 들고 나오리라 예상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발라드 음반을 낼 거라 생각하시더라고요. '꽁꽁' 때는 '개콘' 활동도 했을 때라 음원만 내고 다른 활동은 하지 않았어요. 이번엔 음악 방송에도 출연할 계획이에요. 안무라고 하기엔 좀 쑥스럽지만 춤도 조금 추려고요." '미스매치'는 래퍼 바스코가 피처링에 참여했으며 힙합듀오 배치기의 '눈물샤워'를 만든 랍티미스트가 작곡했다. 마이너 탱고 코드 진행에 스트링과 힙합 비트를 더한 감각적인 곡으로 오래된 인연이 이별을 결심하고 서로에게 독한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컴백 대란'으로 불리는 이달 가요계에 '미스매치'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지 기대된다는 말에 그는 손을 가로저었다. "제가 '4월 대란'을 견제하면서 준비하는 것도 웃기잖아요(웃음). 만약 정말 신경 썼다면 발매일을 바꿨겠죠? 요즘 힙합이 대세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의도한 건 절대 아녜요. 랍티미스트 오빠가 '미스매치' 후렴구만 작업해 둔 걸 듣고 마음에 들어서 불러보겠다고 했는데 완성된 걸 보니 힙합 장르더라고요." ◆ 이젠 진짜 가수 그는 2010년 KBS 25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개그콘서트'에서 그가 처음 맡았던 코너는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슈퍼스타KBS' 였다. 이후 '용감한 녀석들' 등을 거치며 노래 잘 하는 개그우먼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그가 앨범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원래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못생겨서 개그맨이 된 후에 노래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웃음). 전혀 아녜요. 그런 시선 때문에 개그우먼으로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많은 분들이 제 개그를 좋아해주셨고 사랑도 받았죠. 제가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아시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서운하지 않아요. 개그우먼이 되고 나서 제 목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단 걸 알았고, 그렇게 용기를 내게 된 거죠. 재능이 있어도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다행히도 좋은 회사를 만나 이렇게 노래할 수 있게 됐어요. 노래는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이죠." 그는 지난 설 연휴 MBC 파일럿 방송 '복면가왕'에 출연해 뛰어난 가창력으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엔 용감한 녀석들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용기백배 콘서트'도 진행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두와 나누면서 기쁨을 느낀다. "'용기백배 콘서트'는 2012년부터 작년까지 했어요.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뤄지는 공연인데, 좋은 취지의 콘서트니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어요. 여러 가수들이 나오니까 관객들도 많이 찾아주셨죠. 용감한 녀석들로 콘서트하면 누가 오겠어요. 박성광 랩을 누가 들으러 와요(웃음)." 이날 신보라는 음악에 대해 진지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틈틈이 농담을 던지며 개그우먼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제 노래하는 제 모습을 낯설어 하는 분들은 많이 안 계신 것 같아요. 다행이죠. 하지만 가수 신보라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분들도 분명 계실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까지 가수로서 인정받는 게 제 숙제죠."

2015-04-10 08:00:00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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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장수상회' 강제규 감독 "이제는 성숙을 생각할 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영화가 급성장하던 시기, 충무로의 중심에는 강제규(52) 감독이 있었다. 연출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1996)를 시작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제시한 '쉬리'(1998), 그리고 1000만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세운 '태극기 휘날리며'(2003)까지 그의 영화는 한국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영화산업의 외연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거듭됐던 성공은 '마이웨이'(2011)에서 한풀 꺾이고 말았다. 2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국내에서 214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치며 강제규 감독에게 처음으로 흥행 참패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그로부터 만 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강제규 감독은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에 대한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잃은 것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얻은 것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영화라는 본질에 대해,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는 굉장히 값진 시간이 됐습니다." 시나리오 작업과 중국과의 합작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쉼 없이 시간을 보내온 강제규 감독은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로 연출을 재개했다. "영화인으로서의 행복이 아닌 개인 강제규로서의 행복을 찾아가고 싶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의 행복감이라고 할까요? '민우씨 오는 날'은 그때마침 단편 연출 제안을 받아서 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민우씨 오는 날'에 이어 선보이는 '장수상회'는 강제규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소박한 규모의 작품이다. 순제작비 37억원에 서울 변두리 마을을 배경으로 소시민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은 '장수상회'에 대해 "의도적인 변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진화의 한 과정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규모가 달라졌을 뿐 가족이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화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70대 노인에게 찾아온 황혼의 사랑, 그리고 이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소박한 감성을 잘 그려내기 위해 강제규 감독은 서울 수유동과 우이동 일대를 주요 촬영장소로 선택했다. "조금은 비현실적이더라도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사는 동화적인 느낌, 따뜻한 정서를 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이 한곳에 밀집할 수 있는 장소를 찾다보니 수유동이 가장 잘 어울리더라고요. 실제로도 마을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인간의 온기가 남아 있는 동네가 있구나 싶었어요." '장수상회'가 강제규 감독의 전작과 다르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영화 곳곳에 웃음과 여유가 녹아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극중에 등장하는 중국집 이름이 '태극기 휘날리며'를 패러디한 '철가방 휘날리며'인 것은 강제규 감독 스스로 전작들의 무게감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의도로 다가오기도 한다. 실제로는 미술팀 스태프가 직접 본 중국집 이름이 모티브가 됐다. 강제규 감독은 "특별한 의도는 없는 설정"이라며 "관객도 큰 부담 없이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고 밝혔다. 따뜻하고 착한 분위기의 영화지만 다소 무겁게 다가오는 주제도 있다. 바로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다. 재개발을 찬성하는 듯한 영화의 메시지는 관객 입장에 따라서는 의문이 생길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제규 감독은 "재개발은 서브플롯인 만큼 큰 의미를 갖고 보지 않고 노년의 사랑을 진행하는 서포트의 기능을 하는 설정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재개발이라는 소재가 클리셰 같아 빼는 것도 고민했어요. 하지만 재개발의 의미가 과거의 추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잊고 사는 성칠이 현재 처해 있는 환경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 덜어낼 수 없었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희생을 이야기하기 위한 설정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강제규 감독은 "그동안은 한국영화의 성장기였기에 스스로 기름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규모를 확장시키고 외국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금 강제규 감독이 생각하는 화두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다. "지금은 한국영화가 많이 성장했잖아요.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감독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역량이 한국영화를 더 윤택하게 만들 것 같고요. 다음 작품은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지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장수상회'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진/라운드테이블(한제훈)

2015-04-08 11:24:06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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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장수상회' 윤여정 "아픔·아쉬움 있어도 즐기며 살아야죠"

흔히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이 굳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윤여정(67)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에게는 나이나 세월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 유연함이 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감독들에게도 "나는 감독의 도구니까 내 나이는 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자신을 '대(大)배우'가 아닌 '노(老)배우'라고 눙칠 수 있는 여유에 그 유연함이 있다. 최근 주연을 맡았던 영화 '돈의 맛'과 '고령화가족'에서 윤여정은 중년을 넘어선 나이에도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당당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관객의 뇌리에 남았다. 그러나 오는 9일 개봉하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에서는 앞선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꽃집을 운영하는 소녀 같은 할머니 금님이다. 한국 상업영화에서는 흔치 않은 노인 중심의 영화다. 윤여정은 "사명감 같은 걸 갖고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늙으면 기우가 많아지잖아요. 나는 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라 반가움 반 걱정 반이었어요. 박근형 선생님과 나의 황혼의 로맨스를 누가 궁금해 할까 싶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이 영화가 잘 돼 이런 종류의 작품이 많이 나오면 좋은 일이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영화는 무뚝뚝한 성격의 70대 노인 성칠(박근형)이 앞집에 이사 온 꽃집 여인 금님을 만나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사랑을 그린다. 영화 후반부에는 성칠과 금님,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비밀을 통해 뜻밖의 감동도 함께 선사한다. 금님은 반전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시나리오 읽을 때 처음에는 좀 오그라들기도 했어요. 금님이 왜 성칠에게 접근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다 읽고 나서는 나를 설득할 수 있었어요. 영화가 '황혼의 로맨스'로 소개되고 있지만 나는 이 영화를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어요. 금님을 보통 사람처럼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고 봤거든요." 평소 꽃무늬 옷이나 분홍색 옷은 입지 않는다는 윤여정은 이번 영화에서 화사한 톤의 의상을 입고 부드러운 매력을 펼쳐 보였다. 성칠과 금님의 놀이공원 데이트 신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금님의 소녀다운 면모를 잘 보여준다. "놀이기구 타는 거요? 그거 정말 힘들었어요. 금님은 놀이기구 타는 게 좋다고 하지만 저는 안 좋았거든요. 그 장면은 정말 '연기'였어요(웃음)." 영화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금님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연기한 복잡한 감정들이 반전의 극대화를 위해 편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여정은 강제규 감독의 디렉션을 큰 불만없이 따랐다. "이제는 스펀지처럼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라는 여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사람들은 배우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냥 '다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라고 특별히 무언가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요. 연기할 때는 나에게 맡겨진 일이니까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이에요." 젊은 시절에는 열등감을 원동력으로 삼아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기를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금 저는 연기를 즐기는 단계에요. 나이 60이 넘은 뒤부터 일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거든요. 그래서 두 가지 룰을 정했어요. 지난번에 한 역할은 안 할 것, 그리고 작품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할 것이요. 버킷리스트 같은 것도 없어요. 지금까지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아프지 않고 아쉽지 않은 인생은 없거든요. 그래서 내 일을 즐기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지금 제 인생은 보너스와도 같아요(웃음)."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4-07 14:18:01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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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김우빈 "원톱 주연 고집했으면 '스물' 출연 안 해"

김우빈(26)은 영화 '친구2'(2013) '기술자들'(2014) '스물'(2015)을 통해 흥행력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느와르부터 액션, 코믹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그는 원톱 주연에 욕심낼 법하지만 "분량을 생각했으면 '스물'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주인공을 해야 해'라는 욕심이 전혀 없습니다. '기술자들'에도 출연했지만 분량은 저한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배우로서 좋은 작품에 참여를 하는 것뿐이죠. 차기작도 드라마, 영화 구분하지 않고 보고 있죠. 다양한 장르를 했지만 의도적으로 출연한 적은 없어요. 그동안 센 역할을 많이 했고 사람들은 '이젠 그만 해야 한다'고 했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센 이미지의 캐릭터를 배제하고 싶지 않아요. 작품만 좋다면 더 강렬한 것도 할 수 있어요. '스물'도 일정에 무리가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하고 싶었죠. 만약 다른 배우가 치호 역을 소화하는 걸 봤다면 후회했을 거 같아요." '스물'(감독 이병헌)은 갓 스무 살이 된 세 청춘의 이야기다. 김우빈은 섹드립을 즐기는 치호 역을 맡았다. 특히 치호의 명대사는 "너의 엉덩이에 내 XX를 비비고 싶어"다. 노골적이지만 관객은 폭소한다. "난감했던 대사가 정말 많았죠. 가장 많은 경우의 수를 갖고 촬영한 건 '엉덩이' 대사였어요. 감독에게 준비한 걸 다 할 테니까 골라달라고 했어요. 귀여운 버전, 변태 같은 버전 등 많았습니다. (웃음) 12세 등급은 아예 포기했고요. 15세를 받기 위해 대사 수위를 낮추기도 했죠. 근데 실제로 남자들은 영화에서처럼 섹드립을 즐기지 않아요. 여자들도 야한 얘기를 한다면서요? 그 정도 수준일 겁니다. (웃음)" 강하늘·2PM 이준호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준호 팬들의 함성에 큰 힘을 얻었다. "함께 개봉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이준호 팬들을 봤는데 공연을 보러 다니는 분들이다 보니 발성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처음으로 소리에 몸이 밀려나는 기분을 느꼈어요. 제 팬들이 주는 힘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죠. 제 팬은 배려심이 정말 많아요. 제가 열심히 일 하게 끔 도와주는 원동력이죠.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생각나는 사람들이에요. '상속자들'(2013) 이후엔 누나 팬들이 생겼어요. 저를 향한 각별한 애정이 느껴져서 든든해요. 가족처럼 언제나 제 편일 것 같거든요." 투어를 하면서 아시아 팬을 만난다. 출연했던 작품의 명장면을 따라하는 이벤트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스물'에선 어떤 장면을 재현할 지 망설였다. "드라마는 연기니까 하는 건데 팬미팅에서 재현하는 건 정말 오그라들어요. 특히 팬미팅을 담당하는 작가는 유독 일상 생활에선 안 할 법한 대사만 시켜요. '스물'로는 할 게 없죠. 했다가는 소송 걸릴 지도 몰라요. (웃음) 치호의 대사는 평소에 쓸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무대인사를 다니면서 가장 우려된 부분은 문제의 '그 대사'였어요. 학생들이 따라할까봐 항상 죄책감에 시달려요. 특히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오는 친구들이 눈에 밟힙니다. 부모님들이 잘 지도해주리라 믿어요."

2015-04-06 11:14:20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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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노엘 갤러거 "K팝? 술이름 같다…투어 전 한국 들어갔는지 꼭 확인"

밴드 오아시스(Oasis)의 전 리더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가 솔로 프로젝트 하이 플라잉 버드(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로 한국을 찾았다. 갤러거는 3, 4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시어터에서 하이 플라잉 버드 정규 2집 '체이싱 예스터데이(Chasing Yesterday)' 발매 기념 투어를 개최, 이틀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첫 공연이 열리기 전 3일 오후 5시55분, W호텔에서 리허설을 마친 갤러거와 만났다. ◆ 변함없는 미스터 갤러거 이날 갤러거는 인터뷰 장소에 검정색 점퍼 차림으로 등장했다. 지난 2012년 내한 당시 한 팬이 사인을 요청하다 갤러거가 입은 점퍼에 볼펜 자국을 낸 일이 있었다. 평소 팬들에게 욕설이 섞인 멘트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갤러거답게 "오늘 검정색 재킷을 입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내 옷에 볼펜을 묻힌 녀석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넌 정말 XXXX야. 그거 진짜 좋은 재킷이었단 말이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한국에 다시 와서 좋다. 2005년 오아시스로서 처음 내한했을 때만해도 아무 것도 몰랐다. 그저 일본과 가까이 있단 이유만으로 일본과 비슷한 나라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부턴 투어 스케줄에 한국이 포함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이번 앨범은 갤러거의 첫 셀프 프로듀싱 작품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꼽은 오프닝 트랙 '리버맨(Riverman)'를 포함해 오아시스 시절을 연상케하는 '록 올 더 도어스(Lock All The Doors)' 등 그의 음악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담겨있다. 갤러거는 오아시스를 결성해 '제 2의 비틀즈'라는 찬사를 받으며 브릿팝의 부흥기를 이끌었고, 총 7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동생 리암 갤러거와의 불화로 인해 오아시스는 해체됐다. 형 노엘과 동생 리암은 각각 하이 플라잉 버드와 비디아이라는 밴드로 각자의 길을 걸었다. 최근 리암의 비디아이는 해체를 결정했다. 사이가 나쁘다 해도 형으로서 한 마디 해줄 수 있을 법했다. 그러나 갤러거는 "글쎄, 딱히 할 말이 없다"고 짧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 그 가수에 그 팬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리버맨'으로 꼽은 이유에 대해 "사운드가 최고니까. 한 노래를 다른 노래보다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것 참 바보 같은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 "특별히 더 좋은 노래는 없다. 수록곡 전부 다 들어보라"고 주문했다. 세계적 밴드 '블러'의 데이먼 알반과 같이 작업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냥 뭐하느냐고 물었더니 별 거 없다고 해서 같이 한 것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시종일관 독설가다운 답변으로 취재진을 들어다 놓기 일쑤였다.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무대 위나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여기나 내겐 다 똑같다. 내가 흰 머리를 왜 그대로 두고 있겠나." 짧은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한 중국인 기자가 투어 일정에 중국이 빠졌다고 묻자 갤러거는 "예전에 U2, 비스티 보이즈 등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티베트 독립 지지 공연을 했던 것 때문에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 당했다"고 답했다. 이어 혹시 K팝 중 아는 곡이 있느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엔 "싸이의 '강남스타일'만 안다. 애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른 곡은 모른다. K팝이 뭐냐. 꼭 술 이름 같은데"라고 답했다. 입에 발린 말은 절대 하지 못하는 갤러거다운 멘트였다. 한편 갤러거는 4일 공연에서 약 20곡을 불렀다. 그는 "헬로우" "땡큐" "엑설런트" 외에 별 다른 멘트 없이 공연을 이어갔다. 그러자 관객들은 "오아시스!" "뭐라고 말 좀 해봐, 멍청아! (Say Something, Pig!)"라며 짓궂게 소리쳤다. 그 가수에 그 팬이었다. 갤러거가 앞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이날 공연에선 오아시스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앙코르 무대에서 전설적인 히트곡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가 흘러나오자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됐다. 한국 팬들의 열성적인 '떼창'에 갤러거는 "씨유순(See You Soon)"이라고 짧게 인사한 뒤 다음을 기약했다.

2015-04-05 12:30:51 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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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스물'과 이병헌 감독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영화를 보고 나면 감독이 궁금해질 것"이라는 홍보 관계자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영화 '스물'의 이병헌(35) 감독 이야기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재기발랄한 영화를 만든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첫 상업영화 준비 과정도 알고 싶었다. 이병헌 감독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 20대에 쓴 시나리오로 데뷔 이병헌 감독은 충무로에서 시나리오로 먼저 소문이 났다.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의 각색에 참여했던 그의 첫 장편 연출작은 지난 2013년 개봉한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다. 감독 입봉을 앞둔 30대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재치 넘치는 연출력으로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영화를 꿈꾼 건 아니었다. 대학에서도 전공은 영화와 무관한 국제통상학이었다. 다만 글쓰기 실력은 중학교 때부터 남달랐다. "특히 야설에 있어서는 제가 독보적이었어요. 옆의 학교에서도 제가 쓴 야설을 못 따라갈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친구들 연애편지도 대신 써줬고요.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남들보다 영화를 조금 더 챙겨볼 정도였던 그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건 대학 졸업 즈음이었다. 26~27세에 쓴 시나리오가 운 좋게 영화사에 팔리자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그때 팔린 시나리오는 여러 번 각색을 거쳐 엄태웅·정려원 주연의 '네버엔딩 스토리'로 만들어졌다). '스물'은 그 당시에 쓴 습작 같은 시나리오였다. 30대가 돼 다시 '스물'의 시나리오를 집어든 이병헌 감독은 실제로 20대를 만나며 그들의 삶을 반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자신의 생각과는 조금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됐다. "제 생각보다 지금 20대의 정서가 세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은 올드하게 느껴질지라도 그냥 제 정서대로 갔습니다." 경재가 커트 코베인을 좋아하고 치호가 '아비정전'을 보는 등의 설정은 이병헌 감독의 취향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그렇게 '스물'은 20대를 넘어 전 세대가 공감할 코미디 영화로 탄생했다. ◆ 친구·자신 반영한 캐릭터 '스물'의 출발은 지금과 달리 20대 전반에 걸친 이야기였다. "스무 살부터 서른 직전까지를 담고 있었어요.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가 산만하게 펼쳐진다는 느낌이 있었죠. 하나로 집중할 콘셉트를 생각하다 보니 스물아홉보다 스물이 더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물은 성인으로 시작하는 단계이자 어설프면서도 재미있는 기억이 많은 시기니까요." 영화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 치호(김우빈),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는 이병헌 감독 자신의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섞어서 반영한 캐릭터다. 동우와 경재는 캐릭터의 바탕이 된 실제 친구의 이름이기도 하다. 특히 만화가를 꿈꾸는 동우는 최규석 작가의 만화 '울기엔 좀 애매한'의 캐릭터도 함께 빌려왔다. 셋 중에서 이병헌 감독과 가장 맞닿아 있는 캐릭터는 치호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 촬영현장을 접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병헌 감독의 인생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치호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대드는 모습 등도 비슷하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 상징적인 공간 '소소반점' '스물'에서 빠질 수 없는 공간은 바로 주요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중국집 '소소반점'이다. 극중 세 친구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치호의 여자친구인 소민(정소민)의 오빠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소소한 감성을 표현한 이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은 "소민의 오빠 이름을 소중으로 설정했다. 소민과 소중의 이름을 합쳐서 '소소'반점이 된 것"이라며 거창한 의미를 담은 이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스무 살이 되는 날, 동우의 생일, 그리고 스무 살도 끝나가는 날까지 영화 속 청춘들은 소소반점에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그중에서도 영화 말미에 펼쳐지는 격투 신은 '스물'의 하이라이트다. 에어 서플라이의 '위드아웃 유(Without You)'와 함께 흘러나오는 이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 속 소소반점은 주인공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아지트 같은 장소이자 조금만 더 머물고 싶은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영화 후반부에서 이들이 소소반점에서 쫓겨나게 되는 것을 통해 20대는 물리적으로라도 앞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나이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들 소소반점 시퀀스 못지않게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노래방 신이다. 여자를 만나겠다며 세 친구가 함께 찾아간 노래방에서 경재는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를 절규하듯 부른다. 이 노래가 이토록 슬픈 노래였나 싶을 정도다. 이병헌 감독은 주저없이 선택한 노래라고 말했다. "그 장면은 웃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감정 신이에요. 20대의 시작과 함께 마주한 양갈래 길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이들의 답답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니까요. 답답한 감정을 의미 없는 외침으로 표현할 노래로 '이름이 뭐예요?'가 딱 떠올랐어요." 영화 촬영현장을 경험한 치호가 '아비정전'을 보며 춤을 추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병헌 감독은 "'아비정전'은 장국영 때문에 꽂혀서 본 좋아하는 영화"라며 "한류스타인 김우빈이 장국영의 춤을 따라한다는 점에서 중화권 팬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서비스 컷"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동우가 가족들과 함께 치킨을 먹는 장면은 '스물'에서 가장 따뜻한 순간 중 하나다. 부도가 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옹기종기 모여 치킨을 먹는 모습은 각박한 현실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이병헌 감독은 "나 역시 좋아하는 장면"이라며 "지금은 고단하게 살고 있어도 이들이 풍족하게 살 때는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서른, 그리고 어른이란? 이병헌 감독은 지금 자신의 모습은 영화에서 박혁권이 연기한 영화감독의 모습에 담겨 있다고 했다. "나른하면서도 조울증이 있고 무기력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불만은 엄청 많은 캐릭터죠. 완전히 기성세대가 되기 전인 제 나이대가 그런 것 같아요. 사회에 대해 알 건 다 알게 된 나이니까요. 치호가 겪어야 하는 다음 단계가 아마도 영화감독의 모습이겠죠. 영화에서 그 감독이 넘어지는 것은 제가 영화를 준비하다 몇 차례 엎어진 것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웃음)." 그렇다면 이병헌 감독이 생각하는 30대는 무엇일까? "20대나 30대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스무 살이 시작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애매함을 30대에서도 계속해서 알아가야 하니까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겪지 못한 걸 겪게 될 테니까요. 나이는 어른이지만 어른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웃음)." '스물'이 공개된 뒤 주변에서는 속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병헌 감독도 "이번에 함께 한 배우들을 데리고 '서른'을 찍고 싶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병헌 감독은 장편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씨'를 통해 30대의 삶을 그린 경험이 있다. '힘내세요, 병헌씨'의 마지막 장면은 "사람의 마음을 적시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자막으로 끝난다. 이병헌 감독은 그 장면에 대해 "사실 기술적인 문제로 임기응변식으로 만든 장면이었다. 조금 오글거리는 표현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진심으로 한 말인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디자인/최송이

2015-04-02 14:29:01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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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정미선 SBS 아나운서 "얌전한 두 아들, 예능은 글쎄요"

정미선 SBS 아나운서(34)는 입사 13년 만에 'SBS 8시 뉴스' 앵커가 됐다. 결혼과 출산이 여자 아나운서의 활동을 제약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겐 오히려 도약의 계기가 됐다. "예능은 반드시 웃겨야 하고 뉴스는 뉴스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기를 낳고 생각이 달라졌죠. 육아 휴직을 하면서 시청자가 돼 방송을 보니까 예능, 교양, 뉴스 모두 그냥 방송이더라고요. 뉴스도 진실된 마음으로 편안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첫째를 출산하고 주말 뉴스 오디션을 봤는데 예전보다 목소리가 커졌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입사한 후 이유 없이 위축됐고 스스로 벽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자신감이 없었는데 애 두 명을 낳고는 무서운 게 없어졌죠. (웃음)"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문성현 씨와 장기간 열애 끝에 2008년 결혼했다. 두 아들을 둔 정미선 아나운서는 육아 예능 출연을 반신반의했다. "연년생 남자 아이 둘이에요. 셋째가 딸이라는 보장이 있어도 나을 자신이 없습니다. 가족 예능에 출연하면 녹화 자체가 불가능할 거 같아요. 애들이 굉장히 내성적이거든요. 남자애들이지만 얌전하죠. 제가 어릴 때 수줍음이 많았어요. 쑥스러워서 중국집에 주문 전화도 못할 정도였죠. 아이들이 제 성향을 닮은 거 같아요. 그렇다 보니 낯선 사람들이 있는 방송에 출연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오후 1시쯤 출근하지만 오전 내내 육아에 집중한다. 그는 "앵커 일에만 집중할 수 없으니 속상하기도 하다. 그래도 적당히 알고 적당히 모르는 게 중요하다"고 그만의 뉴스 진행 비결을 공개했다. "소소한 이슈도 챙기죠. 머릿속에 늘 집어 넣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아는 내용이어야 시청자에게 전달할 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15초 멘트로 시청자를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앵커를 판매원에 비유하기도 해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지 않은 선에서 타방송사 뉴스와 다르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알아도 시청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시험 응시생 중에도 지나치게 절실하면 면접관 입장에서 부담스럽거든요. 뉴스도 오버하면 안 되죠." 전임 앵커 박선영 아나운서에 대한 부담감도 드러냈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고 외모도 뉴스에 적합했고 전달력도 똑부러진 친구예요. 갑자기 본인 의사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저도 당황했어요. '모닝와이드'를 진행하다가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하는 부담감, 전임자로 인한 부담감을 모두 느껴야 했죠. (박선영에 비해) 저는 카리스마가 없어요. 그런데 선배들은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의 여자 앵커도 있는 거라고 말해줬죠. 또 현재 지상파 3사 메인 뉴스 앵커가 모두 숙명여대 출신이에요. 이왕이면 제가 선배니까 더 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입사할 때도 말했지만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아는 잔잔한 아나운서로 남고 싶어요. 이름 알리는 게 다 부질없더라고요. (웃음)"

2015-04-01 11:37:44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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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장수상회' 박근형 "사랑 연기? 제 마음에서 다시 끄집어냈죠"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는 고층 건물보다 논과 밭이 더 많았던 50~60년대 서울 변두리의 풍경으로 막을 연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꽃을 들고 서 있던 소년은 버스에서 한 소녀가 내리자 그녀를 쫓아가 들고 있던 꽃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오래 전 소설에 나올 법한 순정 어린 장면이다. 그러나 박근형(74)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이 첫 장면에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그의 첫사랑의 기억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제 고향이 정읍입니다. 하루는 측백나무가 길게 늘어서있던 정읍의 천주교회 앞에서 좋아하는 여학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여학생은 전주로 유학을 앞두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직접 그려서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를 주면서 '널 좋아한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차마 그 말을 못해서 카드만 손에 쥐고 도망치듯 나온 기억이 있어요. 그 친구가 초등학교 동창이어서 나중에 60살이 넘어 동창회에서 만나 그때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나도 아직 그때 그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껄껄껄' 웃은 적이 있습니다." '장수상회'는 재개발을 앞둔 서울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첫사랑과 같은 설렘과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게 된 70대 노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58년 배우로 데뷔한 이래 연기라는 한 우물만 깊이 파온 박근형에게 '장수상회'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커다란 행운이자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애착을 느꼈다. 70대의 노배우의 로맨스 연기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박근형은 "70대의 사랑도 10대나 20대와 마찬가지로 초조하고 흥분되면서도 열정적인 기대감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젊은 날 많은 작품을 하며 쌓여왔지만 제 마음 밑에 가라앉아 있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는 작업이라 어렵지 않았습니다." 배우로 한 시대를 함께 지내온 윤여정이 상대 역인 금님을 연기한다는 사실도 큰 안심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형이 이번 작품에서 무난하게 연기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작품보다 더 치열하게 캐릭터를 연구하며 감정에 몰입했다. "연극학도의 마음으로 캐릭터를 세분화해서 연기 플랜을 세운 것은 영화에서는 '장수상회'가 처음이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성칠의 반전이 크게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갈등이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세세하게 해석을 해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로 '로맨티스트'라는 별명을 얻은 박근형은 이번 영화에서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할아버지로 낭만적인 면모를 마음껏 보여줬다. 성당에서 성칠과 금님이 함께 왈츠를 추는 장면은 '장수상회'의 가장 예쁜 장면 중 하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박근형은 "성당 안에서 춤을 추려니 죄송했다. 그런데 화면으로는 그렇게 예쁘게 나올 줄 몰랐다. 특별한 장면이었다"며 웃었다. 백일섭의 깜짝 출연에 대해서는 "촬영 3일 전에 알았는데 반가웠다. 재미있게 연기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오직 연기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는 "이제야 철나는 배우가 됐다는 걸 이번 영화로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가 나려면 50년이 걸린다는 게 맞는 말 같아요. 젊을 때는 자기 모양을 가지고서, 혹은 이야기꾼으로서 연기를 하죠. 그렇게 여러 형태로 변화하다 보면 철학이 생기고 '이것이 연기다'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50년은 지나야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저도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왔지만 실제로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런 선배와 함께 연기를 하면서 그것을 이어 받는 것이죠. 그렇게 50년을 연기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 억지 이론이 생깁니다(웃음)." '꽃보다 할배'를 통해 전 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전에 느끼지 못한 강한 힘을 느낀다는 박근형은 그러나 후배 배우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서는 "가끔은 그 열정을 연기에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변함없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연기에 대한 변함없고 확고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장수상회'로 스크린에서 건재함을 다시 보여준 이 명배우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3대가 연기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박근형의 아들은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 '황금의 제국' 등에 출연한 배우 윤상훈이며 손주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연기 공부를 하고 있다). "3대가 연기를 하는 집안은 대한민국 최초일 겁니다. 아들과 손주와 함께 무대에 선다면 얼마나 가슴이 터질 것 같을까요? (웃음)"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3-31 10:03:05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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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스물' 이유비 "또 여동생? 마냥 어린 여동생은 아니에요"

아직까지 이유비(24)를 '견미리의 딸'로 기억하고 있다면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은 그런 편견을 깨는 작품이 될 것이다. 스무 살 동갑내기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스물'에서 이유비는 이들 속에서 빛나는 여자 캐릭터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새겨 넣었다. 이유비가 '스물'에서 맡은 소희는 모범생 경재(강하늘)의 여동생이자 경재의 친구인 동우(이준호)를 짝사랑하는 고등학생이다.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연기한 강초코에 이어 또 다시 맡은 여동생 캐릭터지만 솔직하고 당돌하다는 점에서 전과는 다르다. 19금 단어도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발칙한 매력도 있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었어요. '구가의 서'랑 '상의원'까지 두 편의 사극에서 어두운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해서 밝은 걸 하고 싶었거든요. 감독님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소희 역에 저를 생각했다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죠. 소희는 예전에 해본 여동생 캐릭터와 달리 조금 더 현실적이에요. 마냥 어리기만 한 여동생은 아니죠."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은 캐릭터인 만큼 연기에 있어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다. 소희의 리액션도 평소 이유비가 하는 행동들과 비슷했다. "감독님이 연기에 대해 지시하는 게 없었어요. 처음에는 소희를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닌가 불안했죠(웃음). 그만큼 저를 믿어주신 것 같아요." 드라마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도 '스물'에서 얻은 좋은 경험이었다. "첫 촬영 전에 소희의 대사 표현이나 리액션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갔어요.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사전에 준비해온 것보다 상황에 따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여유를 갖고 연기하다 보니 조금 더 재미있었어요." 또래들이 함께 한 촬영현장은 늘 유쾌했다. 이유비는 "배우들끼리 촬영하고 모니터링하면서 늘 '빵' 터졌다"며 "그런 분위기가 모여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완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이준호와는 촬영 기간에 음악 방송 MC와 출연자로 다시 만나기도 했다. "준호 오빠랑 새벽까지 같이 촬영한 날이었어요. 때마침 2PM이 컴백한 때였거든요. 저는 MC라서 잠깐이라도 잠을 자다 나갔는데 오빠는 잠도 못 자고 사전 녹화를 했대요. 방송국에서 오빠를 다시 만났는데 새벽에 본 후줄근한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천의 얼굴'이라고 생각했죠(웃음)."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귀여운 여동생의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실제 이유비는 여동생과 남동생을 둔 장녀다(여동생은 최근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이다인이다). 다른 첫째들과 마찬가지로 집안에서는 늘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자라왔다. 그럼에도 이유비가 지금처럼 여동생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앳되고 귀여운 외모의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지금의 이미지가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유비는 "지금은 '스물'이 개봉했으니까 소희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해서도 "다른 작품에서 기회가 온다면 그때 생각하려고 한다"며 "지금 머릿속은 소희 밖에 없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려준 어머니의 존재가 부담이 될 법도 하다. 하지만 이유비는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서 대중들에게 편안하게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에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연기하면서 한 단계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테니까요." 사진/라운드테이블(이완기) 디자인/최송이

2015-03-29 15:02:37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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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아픔과 상처 지닌 중년으로 돌아오다, '화장'의 안성기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곁에 두고 있는 중년 남성이 젊은 여자에게 마음이 빼앗긴다. 다음달 9일 개봉하는 영화 '화장'(감독 임권택)은 시놉시스를 보고 누군가는 아침 드라마에 나올 법한 막장 스토리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중년 남성을 연기한 배우가 안성기(63)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부드러운 이미지 속에 세월의 질곡을 담고 있는 그의 감정 연기는 남자의 욕망을 넘어 서러움과 서글픔,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복잡한 내면을 마음 깊이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훈 작가의 소설 '화장'을 좋아했어요. 중년의 이야기라 와 닿은 부분도 있었고, 수려한 글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죠. 하지만 영화화가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 세월을 살아본 임권택 감독님이 연출을 맡아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4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국민배우'의 타이틀을 얻은 안성기에게도 '화장'에서 연기한 오정석 상무 역은 쉽지 않은 배역이었다. 복잡한 심리와 감정을 촬영 내내 유지하기 위해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촬영이 끝난 시간에도 감정이 계속 연결됐어요. 이 사람의 심리가 단선적이지 않잖아요. 와이프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고, 직장에서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스스로는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데다 부하 직원에 대한 사랑까지 싹트는, 굉장히 복잡한 심리 상태였죠. 자칫 잘못하면 감정의 끈을 놓칠 수 있어서 그것을 유지하느라 힘이 많이 들었죠." 안성기는 "'화장'은 남성의 욕망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 인간적인 아픔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아내가 죽음의 향기라면 젊은 여직원인 추은주는 사랑의 향기에요. 오 상무는 그 중간에 있죠. 오 상무가 아내를 외면한 채 추은주의 향기에 취했다면 다른 형식의 삼각관계 드라마가 됐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영화 속 오 상무는 의도적인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사랑의 향기를 맡게 되는 인물이에요. 이 지점이 우리 영화가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와 차별화 되는 독특하지만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임권택 감독과는 이번 작품이 7번째 작업이다. 2002년 '취화선' 이후 12년 만에 다시 만난 임권택 감독과의 작업 스타일은 한결 같았다. "감독님과 영화를 디지털로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필름 찍듯 영화를 찍으시더라고요. 디지털이니까 여러 번 찍어도 되는데도 필름 찍듯 한 번 오케이면 그걸로 끝이었어요. 오히려 집중력이 있는 현장이라 더 좋았어요." 오랜만에 공감 가는 작품을 한 만큼 흥행에 대한 기대도 있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할 때 관객들이 진심이 담긴 박수를 보내주더라고요. 우리 영화가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반응이 좋아 기뻤고요. 그래서 지금은 개봉한 뒤 일반 관객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서 더 많이 궁금하네요." 아역 시절까지 포함해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영화와 함께 한 안성기는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라면 누구나 우러러보는 위치에 서있지만 있지만 정작 그는 "아직도 연기에서 나아졌으면 하는 부분이 많다"고 자신의 연기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많은 역할을 해봤지만 여전히 해보고 싶은 역할은 많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보면서 순화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누구보다도 깊은 영화에 대한 애정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이제는 한 세대가 지나면 쉽게 잊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통해 좋은 시간, 행복한 시간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진/라운드테이블(김민주)

2015-03-26 11:37:14 장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