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硏, 서울시 대중국 도시외교 중·장기 전략 부재
미중 패권 경쟁과 북핵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협력의 가교 구실을 해야 할 수도 서울이 그간 중·장기 전략 없는 대중국 도시외교를 추진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발간한 정책리포트 제359호 '한중관계 30년 비판적 진단과 전환기 서울시 대중국 도시외교 전략' 보고서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5G, 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 분야로 확장되면서, 미중의 기술 경쟁과 줄세우기 사이에서 한국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딜레마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장개방과 국제무역 규범 및 제도 준수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간 무역전쟁이 발발했다"며 "한국은 직·간접적 군사·안보 관련 제재는 물론 미중의 자국 중심적 글로벌 가치 사슬로의 편입을 강제 당하게 될 위험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미경중 관계를 구축해온 한국은 중국의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기술·장비 도입과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국가안보 위협을 빌미로 한국 기업들에 암묵적으로 요청한 중국 기업과의 거래 중지와 기업 정보 제출은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하는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간 협력의 주춧돌이 되는 서울시의 대중국 도시외교를 두고 연구진은 중·장기 도시외교 실행 전략이 부재하고 행정력이 부족해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한중 수교 다음 해인 1993년 베이징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대중국 교류협력을 시작했다. 시는 2008년 중국 산둥성·장쑤성·광둥성과, 2009년 저장성·톈진시와, 2014년 상하이시·쓰촨성과, 2019년 충칭시와 우호도시를 체결했다. 이 같은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시는 중국 도시와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중국 자매·우호도시 공연단 초청 등으로 양 도시 간 문화교류에 나섰고, 서울시 주최 행정교류 프로그램을 개최해 중국 도시 공무원들과 상호 이해 기회를 창출했다. 특히 2013년 서울시-베이징시 자매도시 체결 20주년을 맞아 설립한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는 지속가능한 한중 도시 교류협력 모델, 공동이익 추구의 어젠다 기획·관리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시외교 플랫폼이다. 연구진은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라는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외적 수준 제고와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양 도시 교육팀 간 양해각서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통합위원회 틀 내에서의 교육 분야 교류협력 필요성에 대한 인지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직 확대와 기구 설치 등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중국 도시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지 못하면서 정책 시행의 동력이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도시 간 국제기구를 주요 플랫폼으로 한 어젠다 중심의 대중국 도시외교 강화, 온·오프라인 결합 교류 체계화를 서울시 도시외교 전략으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대중국 외교의 속성을 '관계 구축 지향'에서 환경, 빈곤·불평등, 평화 구축, 도시 안전 등의 '문제 해결 중심'으로 전환해 '단기적·의전' 중심의 교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또 과거에는 시장의 해외순방과 의전 업무가 중심이었기에 실무자급 교류협력이 제한적이었다. 실무자급 교류 부족 문제 해소와 해외순방 전 의제 사전 논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화상회의를 실시, 업무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플랫폼 기반의 통합적 교류협력 추진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서울-중국 자매·우호도시 도시외교회의'(가칭)를 신설해 중국 자매·우호도시를 정기적으로 서울에 초청, 한중관계 전반과 양 도시 간 비교를 통한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