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2분기 기대하는 이유는?
반도체 업계가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회복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시장 호재가 이어지는 데다, 정부가 직접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돕기로 하면서 체질 개선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지난달 마무리했다.
성적은 처참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47%, SK하이닉스는 69% 떨어진 성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2위인 마이크론도 미국 회계연도 기준으로 45% 떨어진 실적을 기록했다.
3사는 한 뜻으로 반도체 시장 불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공급 과잉 사태다. 서버 업체가 재고 조정을 시작하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고,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CPU 공급난도 문제였다. 인텔이 신형 CPU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팹을 이전하면서 공급 문제가 생겼다. 이에 따라 CPU 가격이 크게 치솟았고, 서버와 PC 시장 모두 얼어붙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업계는 마냥 어두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 상황이라며, 2분기부터는 실적 하락이 주춤해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시장 안정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업계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3월 시장은 오랜만에 활력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서버사들이 다시 반도체 구매를 시작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5G가 상용화도 시장에 활력을 되찾아 줄 것으로 보인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용량 메모리 수요가 높아지는 분위기, 스마트폰 주력 제품도 메모리 용량을 D램 12G, 낸드 256G 등으로 키우는 추세다.
공급량 조정도 본격화됐다. 올 초 마이크론이 5% 감산을 공식화한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신규팹 증설 등으로 일부 감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감산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감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 시장 회복에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서버사들의 재고가 여전하고, 인텔이 CPU 공급 안정화 시기도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5G 통신이 활성화되려면 2020년이 지나야 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1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램 평균 가격은 3.948달러로 한달전보다 10% 이상 추락했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낸드플래시도 다시 가격이 하락하면서 2분기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부진에도 대응책을 마련한 눈치다. 2분기부터 시장 회복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감을 표하면서도, 생산량을 늘리는 조치보다는 효율성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D램에서는 2세대 10나노 공정을 확대 적용하고 3세대 10나노 공정 도입 시기를 조율한다. 5세대 V낸드 확대 등도 기술력을 이용한 위기 탈출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세대 10나노 D램을 확보하는 동시에 2세대 D램 공정 개발을 마무리하기로 약속했다. 32단과 48단 낸드 대신 64단과 96단 4D 낸드를 확대해 생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강화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체질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2030년까지 133조를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이다.
이미 4월 30일 EUV(극자외선) 공정 7나노 제품을 출하하는데 성공하면서 압도적인 기술을 증명해냈다. 당장 삼성전자는 1분기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고 발표했다. 2분기부터 수주를 확대하면서 실적 안정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