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5년까지 공업용수 공급시설 폐쇄
#. 노들로를 따라 김포공항으로 가다 보면 양화교 부근에 얕은 산 하나가 있다. 한때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내·외국인들에게 관광명소로 알려졌던 '양화인공폭포'가 위치했던 '쥐산'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선유도 근처에 이웃하고 있었던 '고양이산'(산유봉)과 대칭으로 쥐모양을 닮았다 해 '쥐산'으로 불렸다. 오늘날 영등포구의 유일한 산이 돼버린 이 '쥐산'의 정상에는 1960년대 말에 준공된 서울시 유일의 공업용수 시설이 현존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 남은 마지막 공업용수 공급시설이 2025년까지 모두 폐쇄된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부터 시작돼 해방 이후 대한민국 근대 산업화를 견인했던 서울시 공업용수도가 약 9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서울시는 1969년 영등포구 일대에 건설돼 50년 이상 된 관내 마지막 공업용수 공급시설을 오는 2025년까지 폐쇄한다고 15일 밝혔다. 서울의 공업용수 공급시설은 일제강점기 부평과 영등포 일대 군수공장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39년 한강1·2철교 남단의 노량진에 건설하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해방 직후 상수도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상수도정수시설로 개조되기도 해 1960년대 말까지 공업용수 시설이 잠시 부재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들에게 생소한 '공업용수'는 완벽한 정수공정을 거쳐 공급하는 일반 수돗물과 달리 원수 그대로 또는 간이 정수공정을 거쳐 산업단지로 공급하는 수도를 말한다. 복잡한 정수과정을 별도로 거치지 않고, 취수구를 통해 끌어올린 한강물을 그대로 공급하기 때문에 수돗물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수요처에서는 특성에 맞게 정수처리 후 냉각용수·보일러용수·청소용수 등으로 이를 활용한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공업용수 공급은 산업화 시대에 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기반 중 하나였다. 현재 서울 시내에 남은 마지막 공업용수 공급시설은 1969년 지금의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가 위치한 양화동 수원지 부근에 하루 5만t 규모로 1차 준공됐는데, 한강물을 퍼올려 인근의 공장 밀집 지역인 양평동·문래동·당산동·영등포동·구로동·도림동 등에 공업용수를 공급했다. 1960~1970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정부가 구로동에 한국수출산업공단을 조성하면서 서울시는 지역경제 육성을 위해 1969년 영등포정수장 내에 1일 5만t 규모의 공업용수 시설을 지었고, 1977년까지 1일 13만t 규모로 시설을 확장했다. 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정점에 오른 서울시 공업용수도는 1974년 48개 업체에 하루 7만1000t을 공급했으나, 산업환경 변화로 대부분의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해 올해 초에는 3개 업체(CJ제일제당, 수화기업, 롯데제과)와 도림천 유지용수로 하루 1만5000t을 공급하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중 2곳은 올해 폐전해 현재 공업용수 본래의 목적으로는 1개 업체만이 하루 2000t을 공급받고 있다. 시는 공급량 급감에 따른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구로구 등 4개 구와 도림천 유지용수(일 최대 3만t) 공급 협약을 체결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업용수 공급시설의 노후화로 대규모 시설 개량 시점이 도래하고, 최근 2년간 영등포 일대 700~800mm 공급관로에서 8건의 잦은 누수가 일어나는 등 안전상 문제도 발생한 상황이었다. 시 관계자는 "지난 5월 시설유지 효율성에 대한 전문가 안전진단을 실시했고, 그 결과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공업용수 공급시설을 완전히 폐쇄할 것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업용수 공급 중단에 따른 기존 공급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폐쇄 일정을 조정하는 등 지속적인 이해와 설득 끝에 수요 업체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올 초까지 공업용수를 공급받던 수화기업(양평동), CJ제일제당(구로동)은 금년 3월과 5월에 각각 공업용수를 폐전했고, 마지막으로 남은 롯데제과(양평동)는 2025년까지 최종 폐전에 합의했다. 시는 현재 남은 공업용수 수요처와 도림천 유지관리용수의 공급 중단 시기인 오는 2025년에 맞춰 공업용수 공급관로와 관련 시설을 모두 폐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