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2021 카드업계 이슈] 포스트 코로나…돌파구 마련 분주
2021년에도 카드업계는 변화와 도전의 시기가 예상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언택트의 가속화가 이뤄지면서 마케팅, 소비 트렌드 등에서 변화가 생겼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업계 전반에 걸쳐 두 자릿수가 넘는 성장을 기록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호실적의 이면에는 허리띠를 졸라맨 '불황형 흑자'라는 점은 리스크로 남아있다. 여기에 오는 7월 예정된 법정 최고금리 4%포인트 인하(연 24%→20%)와 코로나19로 인한 건전성 악화 우려 등 리스크가 산적해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견조한 실적…비대면의 시대 코로나19 이후 결제 형태별 동향. /한국은행 먼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자 비대면 결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지급카드 일평균 이용규모는 2조5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가량 증가했다. 형태별 이용규모 별로는 비대면 결제 규모가 8330억원으로 같은 기간 17% 증가한 반면, 대면결제는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비대면 결제의 급성장으로 대면 결제의 하락분을 상쇄한 셈이다. 비대면 결제의 증가는 자연스레 카드사들의 마케팅 변화로 이어졌다. 예년 같으면 소비 대목인 여름철과 연말을 맞아 카드사에서 항공권, 워터파크, 스키장 등 각종 프로모션을 내세웠겠지만 이마저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면 중단됐다. 이를 대신해 비대면 업종인 배달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트리밍 서비스 등 비대면 특화 상품이 쏟아졌다. 늘어난 배달앱 고객을 붙잡기 위해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는 '배달의 민족'과,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요기요'와 손을 잡고 카드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여행, 항공 등 마케팅비용 지출이 큰 부문을 아끼게 되면서, 카드사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각 카드사별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카드전업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약 56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4395억원) 대비 28.9%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버는 돈보다 소모한 비용이 더 감소해 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라고 설명한다. 실제 3분기 순익 증가폭이 가장 컸던 삼성카드의 경우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0.4%가량 감소했지만, 영업비용에서만 19.2%가 감소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난해와 같은 불황형 흑자가 한동안은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리스크 관리와 돌파구 마련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정부가 유예조치를 시행하면서, 잠재부실 위험이 커진 점도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앞서 정부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서도 오는 3월까지 대출원금과 이자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개인채무자에 대해서도 대출 원금 상환을 6월까지로 연장했다. 카드사 연체율 추이. /금융감독원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 장기카드대출(카드론)과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을 합친 카드대출 이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해 5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3분기(7∼9월)에도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하반기까지 카드대출 규모가 더욱 확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출규모 확대에도 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카드사 연체율은 1.38%로 전년 동기 대비 0.23%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유예 조치가 끝난 이후 연체율 상승 가능성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보험·비은행산업 환경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업에 대해 상환 유예 조치 종료 이후 한계차주·한계기업 부실 표면화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는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으로 이어져, 올해 수준의 수익성 지속은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7월 예정된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주요 수입원인 카드대출 수익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저금리로 인한 마진 축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가 또 한 차례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새해에도 카드사들은 줄어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금융사의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는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본허가 심사를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카드사들은 기존 사업을 영위하며 축적한 방대한 양의 결제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유통업 등 비금융회사와의 업무협약, PLCC 출시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외에도 지난해부터 이어온 자동차금융 확대, 동남아 법인 진출 등의 수익 다각화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 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신사업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며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신사업이라고 불리던 자동차금융이 이제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마이데이터 등의 새로운 분야 진출 기회가 생기는 만큼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석기자 ysl@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