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日 '잃어버린 20년'될까
우리 경제, 日 '잃어버린 20년'될까 정부, 재정·금융 등 총동원해 경기 활성화 돈빌려 경기부양, 과잉 부실투자 우려 논란 "현재 상황을 조속히 반전시키지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크다." 24일 새 경제팀이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는 이런 위기감이 반영됐다.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며, 사상 초유의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의 거시경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위해 기존의 경제정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과 과감한 정책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경제혁신'이라는 틀안에서 자금을 풀어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이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세제·금융 등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지원을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불황 그대로 따라가나 정부는 일본과 우리경제가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최근 상황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초기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우선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흑자'의 거시 경제 왜곡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 중 패턴과 비슷하다. 실제 경제성장률면에서 일본이 1981~1990년 4.0%, 1991~2010년 1.0%와 비교해 우리는 지난 2001~2011년 4.4%, 2012~2013년 2.6%였다. 물가상승률에서도 일본이 1981~1990년 2.1%, 1991~2010년 0.3%였고 우리는 2001~2011년 3.3%, 2012~2013년 1.8%와 유사한 흐름이다. 경상수지 측면에서도 일본이 1981~1990년 2.3%, 1991~2010년 2.9%다. 우리도 2001~2011년 1.6%, 2012~2013년 5.1%다. 여기에 장기간 지속되는 자산시장 부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며 급속한 고령화 진전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도 닮은 꼴이다.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감소세로 전환됐고, 우리의 경우 2017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당시 일본 정책당국자 등의 그릇된 경제상황 인식과 정책대응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일본의 정부, 연구기관 등이 경기침체를 일시적 부진으로 인식해 과감하고 근본적인 대응에 실패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철저하게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을 경우 우리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율 낮춰 정부는 당초 우리 경제가 경기순환상 회복국면에 진입해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최근에는 경기 회복세마저 주춤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도 세계경제 둔화, 경쟁국 추격 등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처럼 경기회복 모멘텀이 미약한 것은 겹겹이 쌓인 구조적인 문제가 표출되며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임금상승 둔화로 '가계소득부진→내수부진'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등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보신주의가 팽배하며 시중의 자금흐름이 경색되고 서민·중소기업, 실물경기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이미 수치로도 제시됐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6%성장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2년 3분기(0.4%) 이후 7분기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해 5분기만에 성장률 증가세가 꺾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3.7%로 낮춰 잡았다. 정부는 현 상황을 조속히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성장과 물가''수출과 내수''가계와 기업'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균형'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재계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박용만 상의 회장도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5단체장 회동에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느냐 쇠락하느냐의 골든타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재정·금융 등을 묶은 40조원의 거시정책 패키지를 내놓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한국 경제에 군불을 지피겠다는 것이다. 기업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환류시키고 비정규직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무게를 실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수경기 활성화 실효성은 '글쎄' 벌써부터 새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 부족분이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재정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40조원에 이르는 투자가 가능한지 여부에 의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추경예산이 아닌 금융지원을 통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새 경제정책 방향에서 금융·외환 지원책은 전체 40조원 중 26조원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지원은 추가경정예산처럼 돈을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라며 "자금이 실제 대출로 연결될지 미지수고, 다른 곳에서 빌리려 했던 자금을 정책금융으로 조달한다면 순수하게 투자가 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LTV·DTI 규제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 ▲국책은행을 통한 정책금융 확대 ▲외평기금의 외화대출 지원확대 등의 정책은 결국 부채를 키워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부채공급 증가에 의한 성장 유인책은 기업의 투자시장이 많이 남아 있고, 추가의 채무 부담 여력이 있는 성장단계에서 유효하다"며 그러나 "현재 경제여건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정부 발표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우려를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키우는 측면이 있다"며 "확장적 재정정책과 부동산 규제완화는 기본적으로 '빚 내줄테니 투자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런 정책은 과잉부실 투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진입창구를 낮춰 부동산거래는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가장 큰 부작용은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다. 거래활성화의 대가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져,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외부쇼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