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가오는데…' 大·中企 9월 경기엔 '먹구름' 잔뜩
내수 침체, 미중 무역분쟁, 日 제재 등 악영향 중소기업 55%, 추석 자금사정 '곤란하다' 30% 대책 없고, 52%는 결제연기로 충당 대기업 9월 전망 BSI 87.8…2개월째 80선 예년보다 빠른 추석이 다가오는 가운데 9월 대·중소기업 경기에 먹구름이 잔뜩 끼고 있다. 계속되는 내수 침체 등으로 추석 특수는 찾아볼 수 없는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본격 시행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갈수록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기획재정부 1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뿐만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장, 시중은행장 등이 두루 참석하는 금융지원위원회를 29일 열고 추석 대비 자금 지원 방안,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830곳을 대상으로 '추석자금 수요 설문조사'를 실시, 28일 내놓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이 넘는 55%가 '자금사정 곤란'을 호소했다. '곤란'(40.8%)과 '매우곤란'(14.2%)을 합친 수치다. '보통'은 37%였다. '원활'(매우원활 포함)하다는 답변은 8%에 그쳤다. 특히 추석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기업들의 답변은 최근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관련 응답은 45.5%(2016년)→46%(2017년)→51.9%(2018년)→55%(2019년)를 각각 기록했다. 중소기업들의 9월 경기 전망도 녹록치 않다. 중기중앙회의 '9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중소기업건강도지수) 조사 결과 9월 SBHI는 8월보다 5.6포인트(p) 상승했지만 지난해 9월에 비해선 5.3p하락했다. 올해 9월의 SBHI와 최근 3년간 동월 항목별 SBHI 평균치와 비교한 결과에서도 제조업은 경기전반, 생산, 내수판매, 수출, 영업이익, 자금사정 전망은 물론 역계열인 설비·재고·고용 전망이 모두 이전 3년 평균치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비제조업도 경기전반, 내수판매, 수출, 영업이익, 자금사정, 고용전망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7.8로 2개월째 80선에 걸쳐있다. 8월 BSI의 경우 80.7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대기업들의 9월 BSI가 8월보다는 다소 상승했지만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준치(100)에는 한참 못미치고 있는 것이다. BSI가 100선 아래에 머물러 있는 것은 2015년 4월 당시 101.3을 기록한 이후 52개월째다. 한경연 김윤경 기업연구실장은 "대기업들의 (경기에 대한)부정적 전망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생산차질 우려 외에도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인한 교역량 감소가 주요 이유"라면서 "하반기 기대요인이었던 미중무역전쟁의 해결과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개편, 규제 개혁과 함께 대외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보다 부정이 많고, 자금 여력도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추석을 맞아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결제연기'(51.7%)나 '납품대금 조기회수'(37.9%), '금융기관 차입'(30.8%)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곳 중 3곳 정도인 30.3%는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 51.7%가 응답한 '결제연기'도 줄 돈은 안주고, 일단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대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추석 자금사정이 지속적으로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가, 투자 및 수출부진 지속, 판매부진에 따른 내수침체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건비와 원부자재 구입에 주로 쓰이는 추석자금은 새로운 상품이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당국에서 추석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자금흐름을 면밀하게 점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연구원은 이날 펴낸 'KOSBI 중소기업 동향-일본 수출규제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일간 높은 무역의존도와 밀접한 산업 밸류체인, 일 수출기업의 부담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일본의 규제가 전면적인 수출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출규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소제조업 생산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취약한 대응여력 등을 감안하면 직접적 피해 확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및 운영·시설자금 지원 확대 ▲중소 부품소재기업 연구인력 확보 지원 ▲핵심 소재부품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인력 채용 세제혜택 강화 ▲협업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 구매조건부 연구개발 예산 확대 등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