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보에도 의대생들 ‘여전히 투쟁’…“원칙대로 유급 강행”
지난해부터 의료계 반발을 촉발했던 의대생 정원 확대가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투쟁이 이어지면서 대량 유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대생들은 내년 의대 정원뿐 아니라 정부 의료개혁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규모 유급 사태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21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학가에 따르면, 전날(20일)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궐기대회'에 의대생 6000명 포함 2만5000명이 참석하며 수업 거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7일 2026학년도 각 의과대학 모집 정원은 증원 전인 3058명으로 환원한다고 밝혔지만, 의대생들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를 정부가 수용해야 수업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2026학년도 모집인원 3058명은 한시적인 모집 인원에 불과하다면서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도 동결 혹은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이선우 의대·의전원학생협회장은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료정책 패키지는) 탁상행정만 하는 문과 관료들의 태만과 무능력을 절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우리는 1년 만에 대학에 휴학할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숭고하고 어렵다던 이 길(의사)을 걸어야 할 이유를 모두 빼앗겼다"고 토로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도 "의대생 후배들은 현재 '수업에 복귀할 명분이 없다'고 되뇌고 있다"라며 "정부가 의료개혁 정책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대학 7개 학년 평균 16일 기준 수업 참석율은 25.9%에 그쳤다.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은 참여율이 평균 40%에 육박한 반면, 증원이 많이 된 지방 대학은 평균 22%에 그치고 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이 확정된 이후 공식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언론간담회에서 "현재 온라인 수업에 40% 정도 참여하고 있고, 60%는 온라인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 한 의대 관계자도 "(동결 발표 이후에도) 대면 강의 참여율이 10%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는 사이, 대학의 유급 결정 시한도 다가오고 있다. 각 의대는 본과 3·4학년 중 각 실습 강의에 불참한 의대생들에게 지난주부터 유급 결정 사항을 개별 통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의대는 한 과목이라도 한 학기 수업 일수의 4분의 1 또는 3분의 1을 이수하지 않아 F학점을 받으면 유급을 받게 된다. 유급이 누적되면 학적 말소, 즉 제적된다. 의대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고려대, 서울대, 아주대, 연세대, 울산대, 인하대, 전북대 등 13곳의 유급이 확정됐고, ▲16일 전남대 ▲18일 경희대, 순천향대 ▲가천대, 가톨릭관동대, 을지대, 원광대, 인제대 ▲22일 한양대, 한림대 등에 이어 이달 말 동국대 의대를 마지막으로 전국 32개 의대의 유급 기한이 돌아온다. 다만 각 대학은 수업 불참 학생에 대해 당장은 유급 결정을 하기보다는 통상적인 시점인 학년 말에 확정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의대생들 복귀 사항을 이달 말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학사유연화도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교육부 정례브리핑에서 "수업 참여 추이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안내한 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라며 "각 대학 유급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데, 원칙대로 (학사유연화 없이) 한다는 것은 변화가 없고 각 대학 총장·학장님들이 학기 말에 처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주호 부총리는 22일 오후 대한의료정책학교 주최 간담회를 통해 약 20여명의 의대생을 만나, 수업 복귀 독려 및 의대교육정상화를 위한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