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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정책과 공감

정책은 국민적 공감을 얻었을 때 그 효력을 발휘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출범 후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현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직을 수행한 이들을 살펴보면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김현미 장관과 변창흠 장관은 집값 안정과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기를 잡지 못했다. 20여개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오히려 집값이 불안정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25개 정책이 발표되는 동안 국민과 언론은 정부의 실책을 끊임없이 지적했다. 그러나 공감을 얻지 못한 정책은 제동장치 없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후 서울 아파트가격은 4년 만에 79.8% 급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의혹까지 번지며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시장 안에서 국민정서를 읽지 못한 결과다. 부동산 분야에서 만큼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정부다. 결국 문 대통령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새로운 카드로 내세우며 신뢰회복에 나섰다. 노장관은 지난 14일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신뢰회복을 당부했다. 더불어 그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변화는 문제점을 경청하는 데서 시작된다. 국민이 정부에게 원하는 것은 목소리를 들어주는 일이다. 노 장관은 취임사에서 "열린 자세와 소통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장관이 취임사에서 했던 말처럼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더 이상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현 정부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 장관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기존 정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 지 경청하고 공감해보자. 국민은 규제보다는 자유로운 시장의 흐름을 원한다.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쉽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2021-05-16 15:18:40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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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 통계는 '착시', 경기 회복 맞나?

정책사회부 원승일 기자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고용동향 등의 통계 수치를 자세히 보면 증가율 앞에 붙는 전제가 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을 두고 지난해 코로나19 때 생산과 소비, 고용이 줄어든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워낙 지표가 나빴기에 올해는 무엇과 비교해도 수치가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각종 경기 지표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통계 수치가 만들어 낸 착시현상이다. 한 경제 전문가의 경기 회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머리를 때렸다. 실제 경기가 반등해 회복세에 접어들었는지 냉철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4월 취업자가 65만명 늘었는데 비교 대상이 된 지난해 4월에는 47만6000명 줄었다. 1999년 2월 이후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코로나19 때 너무 낮았던터라 지난달 취업자 수가 급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1년 전 보다 46만9000명 급증했다. 반면 30대는 -9만8000명, 40대 -1만2000명으로 각각 줄었다. 경제 허리인 30~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든 공간을 고령층 취업자가 메운 셈이다. 고령층이 끌어올린 취업자 수, 정부 주도의 공공 일자리나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정부는 고용 회복세라고 평가했는데 노동시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생산 지표 증가세도 업종별로 보면 그 편차가 너무 심하다. 올 1분기 광공업 생산지수는 113.9로 1980년 1분기 이후 최고였다.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반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108.4였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 서비스업 생산지수 109.2보다 낮다.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는 기저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수장의 현실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국장급 이상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6월 초까지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내부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제정책방향은 6월 중순 발표 예정인데 예전보다 한 달여간 일정을 앞당겼다.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 연설에서 "올해 4% 이상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언급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민생 경제는 착시라고 하는데, 하반기 경제정책은 경기 회복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채워지겠다. 단지 기우일까.

2021-05-13 13:50:20 원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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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태제과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않았다

사람이 2층에서 떨어졌다. 두달 전엔 대형 화재가 났다. 최근 충남 천안의 해태제과 천안 2공장에서 잇따라 안전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오전 해태제과 천안 2공장에서 외부 청소업체 근로자 4명이 건물 내 2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3월에는 같은 공장에서 불이 났다. 11일 발생한 사고는 외부 청소업체 직원들이 지난 3월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생긴 건물 천장 내 그을림을 청소하던 도중 추락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해태제과 공장 사고에서 사망자가 없단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김용균법'에 이어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입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재난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고용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19년(855명)보다 27명 늘었다. 4월에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용직 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23세 대학생이 평택항 화물 컨테이너에서 300㎏ 지지대에 깔려 숨졌다. 어떤 입법이 나오더라도 회사와 현장에서의 경각심이 없는 이상 노동 현장에서 되풀이되는 사고는 막기 어렵다. 소방당국은 본관동 앞 외부에 쌓아놓은 수백 개의 플라스틱 팔레트를 지난 3월 해태제과 화재 원인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팔레트 자재를 사전에 제대로 관리·점검했더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후 사전 관리·점검 등 각종 안전관리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11일 근로자들의 추락도 없었을 것이다. 해태제과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경영에 무관심한 기업이 아니다. 해태제과는 최근 충남 아산에 친환경 과자 공장을 신축하고, 홈런볼의 플라스틱 트레이도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환경에 너무 집중했던 나머지, 불타버린 외양간을 고치는 데 소홀했던걸까. 여러 우선 순위에 밀려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위협받아야 하냐'는 성토가 절로 나온다. 전거가감(前車可鑑)의 자세가 필요하다. 떨어진 기업의 실적과 평판은 회복할 수 있지만, 인간의 생명은 잃은 뒤에 돌이킬 수 없다. /조효정기자 princess@metroseoul.co.kr

2021-05-12 16:41:34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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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재산등록'

공무원이던 아버지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 대상자였고, 나는 매해 그 미션 과정을 함께 수행했다. 재산 등록은 생각보다 골치 아픈 작업이었다. 꽤 복잡했던 재산등록 시스템은 해를 거듭하며 '원클릭' 수준으로 간단해졌지만, 평범하고 크게 상향 곡선을 탈 리 없던 우리 집 재산을 굳이 국가에 등록해야 하느냐는 나의 의문은 해를 거듭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성인이 된 자녀의 재산까지 고스란히 자동입력되면서, 부끄러운 '통장 잔고'를 그대로 아버지께 공개하는 민망함도 감수해야 했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그곳'에서 벗어났다. 혼인한 딸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최근 '재산등록'을 두고 각계에서 논란이 거세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 부동산 투기 사태 대책으로 정부가 재산 등록 대상을 전체 교원 및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공직자재산등록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등을 막기 위해 일정 직위 이상 공무원들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현재 재산등록 대상은 공공기관 임원, 4급 이상 공무원 및 경찰·소방·국세·관세 등 특정 분야 7급 공무원 이상이다. 총 인원은 약 23만명이다. 이 가운데 1급 이상 공직자는 매년 재산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각계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추진대로라면, 갓 임용된 9급 공무원은 물론 현장 출동 소방관과 교원도 대상이다. 이럴 경우 향후 재산 신고 대상은 15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대비 7배 가까이 늘어는 셈이다.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재산도 신고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00만명에 이르는 국민 재산 정보가 신고 대상에 오른다는 게 전문가 추계다. LH의 부동산 투기를 발단으로 국민 5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이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공무원의 재산등록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든 공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납득되는 부분이다. 공무원 대부분은 부동산 개발 정보 등에 접근이 어려울뿐더러, 최근 공직사회에서 불거지는 일부 투기 의혹이 '차명 거래'가 중심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계도 있다.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등록 재산 검증 등 관련 업무를 위한 인원과 조직도 대거 확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청렴치 못한 공직자를 색출하기 위해 전체를 감시하는 모습에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2021-05-11 10:33:14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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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카드업계의 생존과 '일탈'

카드업계에서 사내 문화를 바꾸기 위한 일탈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수직적이고 딱딱했던 사내 분위기를 바꿔 수평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그 속에서 혁신을 일궈 미래 산업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최근 신한카드에서 디지털과 뉴노멀 시대에 맞는 사내문화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조직문화 혁신방안 12가지 과제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CEO, 부서장 등 모든 직챙명을 대신해 모두 '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수평적인 문화를 통해 속도감 있는 업무처리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겠다는 설명이다. BC카드에서도 최원석 신임 사장이 조직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간 부르는 호칭을 대신해 각자가 정한 닉네임을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영어 이름을 고집했던 일부 회사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특징할 수 있는 닉네임이면 한국어, 영어 등 무엇이든 가능하게 배려했다. 최 사장의 경우 이름인 원석을 외국어로 변환해 '원스틴'(1을 뜻하는 영어 '원'+돌을 뜻하는 독일어 '스틴')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의 일탈은 사업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주요 업무였던 신용판매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업으로의 변모를 꿈꾸고 있다. 이종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 동맹을 구축해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결합·분석·유통하는 민간 데이터댐을 구축하겠다고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몇년 전부터는 오토금융부터 렌탈·리스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일탈은 예견된 일이었다. 현재 가맹점 중 96%에 달하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증가했지만 가맹점수수료는 전년대비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적격비용 산정 논의 본격화하면서 한 차례 더 인하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 오는 7월부터는 최고금리 인하로 금융상품 수익의 감소까지 겹치면서, 작년의 호실적이 올해의 호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은 쉽지 않다. 호칭을 바꾼다고 해서 대기업이 일순간에 스타트업처럼 바뀌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시도가 모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지 모른다. /이영석기자 ysl@metroseoul.co.kr

2021-05-10 16:03:05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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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쌍용차 법정관리 조기 졸업위해 노사간 대승적 결단 필요

국내 자동차 시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픽업트럭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쌍용자동차가 또다시 벼랑 끝에 섰다.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지 10여년 만이다. 문제는 10년전과 비교해 현재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쌍용차는 경쟁업체와 비교해 친환경차 등 미래 기술 경쟁력에서 뚜렷하게 내세울게 없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큰차 시장을 둘러싸고 완성차 업체간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며 SUV와 주력 차종의 차별화도 힘겨운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 체어맨 같은 명차를 만들고 코란도로 SUV의 명가라는 타이틀을 확보했지만 자동차 시장 트랜드에 집중하는 사이 쌍용차 본연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만약 회사의 위기 상황을 조기 종식을 바라고 과거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쌍용차 노사간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한다. 최근 쌍용차는 임원수를 38%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내놨다. 상근 임원수 26명이 16명으로 줄였다. 2019년 말 35명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54%) 감소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기업 회생절차, M&A추진 관련 업무의 대응 체계 강화 ▲경영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경영정상화 기반 마련 ▲신차개발 등 조직운영 측면의 비효율성 개선을 위한 조직 통폐합 차원에서 진행된다. 또 조직 개편과 더불어 상근 임원 급여도 현재 2019년 대비 20% 삭감 운영 중인 상황에서 전사적인 임금절감을 위해 임원 급여도 선제적으로 추가 삭감할 예정이다. 또 임직원들은 2019년 말부터 20여개 항목의 복리후생 중단 및 임금 20% 삭감 등을 통해 매년 1200억원 상당의 인건비성 비용을 절감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쌍용차의 조직 개편을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은 곱지 않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조기졸업을 위한 인수합병시 어느 정도는 국민 혈세가 지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쟁력 잃은 부실기업에 국민의 세금을 무턱대고 쏟아 부을 순 없다" "회사 생산성대비 직원수가 많은데 벌면 뭐하나" 등의 반응이다. 쌍용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른 만큼 생존은 필요하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의 경영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길 바라는 모습이다. 회생이 어려운 기업을 정치논리가 개입해 세금으로 연명하고, 다시 위기에 빠져 국민 부담을 확대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쌍용차 노사 간 대규모 인력 감축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기보단 생존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2021-05-09 13:18:19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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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보의 금기’ 군인연금 수술

몇 달 전 '공적연금 수익률 꼴찌 군인연금, 이젠 손 볼 때'(1월 26일 자 본지 1면)라는 기사를 썼다. 적자가 늘어가고 있는데 불평등한 지급 구조가 바뀌지 않아 수 조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연금 기존 수급자의 기본연금액이 늘었으니 군인연금도 더는 개혁을 늦출 수 없다고도 적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국가결산 자료를 살펴보면 2020회계연도 말 기준 2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부채의 절반 이상(1044조7000억원)이 연금충당부채로 집계됐다.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시장 금리 등 재무적 요인에 따라 매년 수십조원씩 급증·급감하고 있다. 국가부채 전체가 연금 문제에 갇혀 왜곡된 셈이다. 국민연금은 시한폭탄처럼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정한 국민연금의 적자 전환 시점은 2044년이다. 고갈 시점도 2051년으로 당겨졌다. 사학연금은 더 심각해서 2029년이면 적자 전환된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늘어나는 지금 추세로는 이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기초연금에라도 매달려 살아야 할 수많은 이들은 고갈이 눈앞에 다가오면 불안감을 느껴 한 번에 받으려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현상은 문제를 말해준다. 노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개혁의 가닥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군인연금을 비롯한 전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재설계는 미래가 아닌 현실의 문제다. 개혁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 부담만 커질 뿐이다. 계급 정년이 있고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 군 업무의 특수성을 도외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 방식을 노후보장 성격의 연금하고 명확히 구분 짓자는 것이다. 군인아파트 확대나 주택수당·주거보조금 지급, 자녀양육 지원과 교육 시설 건립, 최종적으로 급여 수준을 올리는 것까지 여러 수를 생각해볼 수 있다. 노동력 재생산비 영역에서 해결하면 될 문제다. 더는 군인연금 개혁을 진보의 금기로 여겨 성역에 가둬선 안 된다. 해가 갈수록 국민연금 보험료는 올라가는데 연금혜택은 줄어든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재정 안정화라는 명분만 내세우며 그냥 수긍할 것을 강요하면 특수직연금과의 극단적 불균형이라는 모순에 대한 저항만 더 세질 뿐이다. 이미 연금개혁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올리는 등의 부과 체계를 바꾸는 것 정도로 풀어낼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됐다. 납부액을 늘려 연금운용에 숨이 트인다 해도 잠시일 것이다. 구멍 난 재정과 심각한 불형평성이란 두 문제를 모두 치료하기 위해선 군인·공무원 연금의 수술이 유일한 해법이다. 천장에서 비가 새면 빨리 뜯어고칠 생각을 해야지 언제까지 바가지를 놓고 물만 받는 땜질만 할 텐가.

2021-05-05 10:19:02 송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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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과 규제

"글쎄 1200% 룰 제도가 보험업계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잘 모르겠다. 이미 과도한 수수료로 소위 말하는 한 몫을 두둑이 챙긴 보험 설계사들은 나이가 들어 업계를 떠난 지 오래됐다. 남아있는 보험설계사만 과도한 영업 규제에 발이 묶이게 되는 건 아닐까 싶다. 업계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은 비판받고, 꾸짖음 당하는 게 당연하지만 잘못된 과거의 사례로 피해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보험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규제가 나온 뒤 한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과하다는 것. 실제로 보험업계는 올해 초부터 시행된 1200% 룰과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1200% 룰은 보험 설계사들의 계약 1년 차 수수료와 시책비 등을 포함한 보험 판매수수료 총지급률을 월납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제도다. 보험 설계사를 둘러싼 불완전판매, 수수료 부당지급 등의 논란이 지속해서 이어지자 아예 수수료를 제한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소법은 불완전판매 등 금융상품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한 금융회사에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상금액이 많아질 수 있고, 금융소비자의 이탈에 가속이 붙을 수 있는 만큼 금융상품의 모든 절차를 재정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포부가 담겼다. 하지만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설계사 중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이들의 비중은 각각 26.5%, 2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설계사 네 명 중 한 명이 월 100만원의 수입도 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설계사를 넘어 보험사를 향한 규제는 지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3년 신지급여력제도(K-ICS)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번 제도는 한발 늦지 않은 것일까? 초저금리·손해율 상승 등 업황 악화로 보험업계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정말 필요한 규제와 제도는 무엇일 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2021-05-03 14:18:47 백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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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좋좋소'를 아십니까

파격은 우리 주변에 있었다. 유튜브와 왓챠에 제공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좋소좋소좋소기업(이하 좋좋소)'이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 심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를 안겨주고 있다. '좋좋소'는 가상의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를 배경으로 그동안 미디어가 담아내지 않던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저마다의 중소기업 흑역사를 댓글로 쏟아내고 있다. 이래서 중소기업은 안된다는 '무용론', 빨리 도망가야 한다는 '탈주론', 그래도 참고 버텨야한다는 '참을 인(忍)'론까지 많은 중소기업만큼 그 양태도 다양한다. 감독과 출연진도 남다르다. 세계여행 유튜버로 유명세를 탔던 빠니보틀(구독자 63만 명)이 감독을 맡았고, 중소기업에 다니며 중소기업들을 리뷰하는 유튜버 '이과장'(구독자 39만 명)이 실제로 극 중 이과장 역을 맡았다. 회식으로 간 삼겹살 무한리필집에서 술값은 각출해서 받는 정필돈 사장, 토익 500점의 신입사원 조충범 주임, 외국 바이어와의 통화에서 파파고 번역기를 들려주는 이미나 대리, 정필돈 사장의 조카 정정우 이사, 정승네트워크의 주력 사업을 빼앗아 자기 회사를 차리려고 하는 백진상 차장이 현실감을 더한다. 주먹구구식 면접·근로계약서 미작성·막내 직원의 탈주·믹스커피와 사발면이 전부인 복지·불만 있는 직원들만 올려주는 연봉 등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현실을 그려내는 '좋좋소'에 공영방송류의 '중소기업이 미래다'는 없다. 2014년 티비엔 드라마 '미생'이 정글같은 대기업 정규직을 뚫어내려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의 판타지적 악전고투를 그린다면, 정승네트워크의 신입사원 조충범에게 시청자들은 '1년만 돈벌고 공무원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악순환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 의욕과 소속감을 잃고 사용자도 적합한 인재 채용과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채용 시장의 현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취준생의 마지노선은 요지부동이고 사장님은 구색 좋은 계약직 인턴을 찾아나선다. '믿음은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실의 적'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좋좋소'에서 신입사원들이 근로계약서를 요구할 때마다 정필돈 사장은 "믿음으로 가는거지"라고 얼버무린다. 본인 혼자 굳건히 갖고 있는 그 믿음, 600만개의 중소기업과 여기에 다니는 1700만명 재직자의 적이다.

2021-05-02 13:05:01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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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옵티머스 사태와 판매사

"나중에 어쩌려고 판매사 100% 반환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국내에서 라임, 옵티머스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는 게 이번이 마지막일까?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금감원이 또 다시 100% 전액 반환을 내뱉을 자신이 있는지 궁금하다." 옵티머스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온 뒤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판매사에게 100% 책임을 지는 결정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금감원은 NH투자증권에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옵티머스펀드의 투자원금을 투자자에게 전액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그 근거다. 이미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펀드가 약속했던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만큼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NH투자증권이 해당 권고안을 받아들이게 되면 3000억원의 투자원금을 반환해야 한다.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결과 계약취소 결정이 나온 것은 지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두번째다. 당초 NH투자증권이 주장한 다자배상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수탁사와 사무관리사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해외 금융시장은 국내와 달랐다. 2008년 미국에서는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낸 버나드 매도프가 650억달러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행각을 벌였다. 20여년 가까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시장의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펀드를 평가하는 사무관리사와 투자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 기관이 사모펀드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펀드 운용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무관리사와 수탁 기관도 공동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은 판매사에게 100% 책임을 물었다. 사무관리사와 수탁사는 '권한이 없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할 뿐이다. 운용사와 판매사의 책임이 명백한 점은 사실이다. 다만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금감원, 사무관리사와 수탁사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형 금융사고가 또 터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다음번에도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2021-04-29 16:36:39 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