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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에 '지능정보'란 구시대 용어, 왜?

인공지능(AI)을 취재하며 AI 윤리에 관심이 많던 기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AI 윤리원칙을 하반기에 발표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언제 나올지 궁금했다. 어느 날 보도계획에서 '이용자 중심의 지능정보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원칙'을 보고 AI 원칙인가 했는데 예감은 적중했다. 이름만 봐서는 이 원칙이 AI에 활용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정부 부처 중 처음 AI 윤리를 내놓은 것이었는데, 이름 때문에 의미가 희석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방통위는 이후에도 '지능정보사회'라는 타이틀을 고수했다. 세계적인 AI 전문가들이 참석한다고 해 관심을 모아온 글로벌 AI 윤리 콘퍼런스도 마찬가지였다. 5일 개최된 이 행사는 '지능정보사회 이용자보호 국제컨퍼런스'로 명명됐다. 이름만 보고 AI 윤리 콘퍼런스가 맞나 갸우뚱거려질 정도였는데 주제를 'AI for Trust'를 정해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담당자에게 "왜 AI 대신 '지능정보사회'를 사용하는지" 물었다. 이 관계자는 "지능정보 용어를 이전부터 사용해왔고 나름 많은 의미를 담은 것이어서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지능정보기술은 4차 산업혁명에 활용될 정보통신 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AI 정부를 외칠 정도로 AI가 핵심이 된 시대에서 왜 구시대적인 용어가 이어지는 걸까. AI의 가장 큰 협회도 협회명에 '지능정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협회측에 왜 '인공지능'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2016년 창립될 당시에는 인공지능으로 인가를 받기 어려웠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후 용어 사용이 자유로워지면서 다른 협회가 인공지능 타이틀을 발빠르게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바꾸게 되면 혼동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 정부는 2017년 4차 산업혁명 종합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을 신설했다. 하지만 추진단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국에 통합돼 해체됐다. 이처럼 정부도 인공지능이라는 명확한 타이틀을 내걸고 발빠르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무슨 뜻인 지 모호한 명칭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

2019-12-26 10:33:21 채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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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30위한 부동산 정책

"서울에 똘똘한 한 채 장만하는 게 필수다." 내 집 마련을 목표로 둔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다. 그러나 사회 기반을 쌓고 있는 20~30대 청년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강남권의 경우 시장 안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20억원에 달한다. 비 강남권만 해도 대부분 9억원에 이른다. 금수저 현금부자가 아니면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새 아파트만 봐도 수 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 입주는 '그림의 떡'이다. 매매는 꿈도 꾸지 않는다. 전·월세도 힘들다. 결국 부동산 거래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다. 고시원 거주자의 75%가 20~30대 청년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 정책 개선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부동산 자산 격차의 대물림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며 "상속·증여로 발생한 재산 규모가 연평균 59조원 정도인데 상속재산의 66%, 증여재산의 49%가 부동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거지원 정책과 관련해 청년의 출발선을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부동산 시장 내에서 공정 경쟁을 실현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다. 서울에 직장을 둔 청년이라면 공공임대주택 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 분양 아파트를 바라봐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결국 '현금 부자'들의 놀이터다. 주인공은 늘 정해져 있다. "가난한 청년이 가난한 중년이 되고 빈곤한 노인이 되고 있다"는 박 시장의 발언처럼 집은 사는 곳이 아닌 살 것이 되어 버린 게 지금의 현실이다. 2030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투자 수단으로서의 재산이 아닌 따뜻한 보금자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질 좋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은 사치일까. 지금의 부동산 생태계는 30대 청년이 도전하기에 너무나 가혹하다.

2019-12-25 10:11:57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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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쌍용차 노사 협력…위기의 한국 제조업 본받아야

국내 제조업의 노사 관계는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진행되면 극도로 악화된다. 임금 및 복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 있지만 안타까운 부분은 회사의 경영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로 회사가 적자를 기록했지만 노조는 임금 인상을 외치며 파업을 단행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쌍용자동차 노조는 회사 경영 정상화에 발벗고 나서 귀감이 되고 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9월 비상 경영에 참여한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상여금 200%와 생산격려금 등을 반납하고 연차지급률도 현행 150%에서 100%로 낮추는데 합의했다. 쌍용차 노조가 현재 회사의 위기에 공감하며 한 발작 물러서면서 연간 1000억원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이라는 성과로 정리할 수 없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2300억원을 직접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물론 산업은행이 지원에 나설 경우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쌍용차 노사 관계를 지켜보면서 회사가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당장 새롭게 출시할 신차가 없어 단기간 실적 정상화를 이루긴 쉽지 않지만 쌍용차 노사의 모습을 보면 위기 극복을 위해 서로 협력 자세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소비자 신뢰는 물론 향후 성장 동력을 갖추게 됐다. 반면 경쟁 업체들은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여전히 쳇바퀴를 돌고 있다.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지만 노조는 당장 내년 월급을 올리겠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6월 '2018년 임단협'을 마무지한 지 6개월 만에 또다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임협에서 기본급 8%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파업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르노삼성은 노조의 파업으로 본사로부터 신차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량 반 토막 위기에 처한 상태다. 르노삼성은 모회사인 르노 그룹이 로그를 대체할 신차를 배정하지 않을 경우 2022년 부산공장 생산량이 9만5000대를 기록,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자 전환과 생산직의 절반인 약 900명 규모 구조조정마저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2018년 임단협 과정에서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12시간의 파업을 벌여 회사에 30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즉, 회사의 손해보다 최대한 임금을 인상하자는 모습이다. 기아차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노사간 갈등폭을 좁히는듯 했지만 원점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노사 관계는 악화된 모습이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눈치를 보며 돌연 파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철강과 조선업계도 비슷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철강 실적이 하락하고 있지만 현대제철 역시 올해 임단협을 끝맺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총파업과 천막농성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노조가 기존의 성향을 그대로 물려받는다면 노사간 갈등이 장기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노조가 총 파업을 진행하며 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올해 부분파업과 파업을 수시로 벌여왔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들은 과거의 낡은 관행에 얽매여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회사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쌍용차 노조가 뼈를 깎는 쇄신안에 동참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2019-12-22 10:25:02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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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투협회장의 자격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20일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을 선출한다. 고(故) 권용원 금투협회장의 후임 선임을 위해 이뤄지는 선거다. 회원사 과반이상의 신임과 지지를 받아야 가능한 자리다. 후보는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 신성호 IBK투자증권 전 대표,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가나다순)이다. 세 후보 모두 금융투자업계에서 굵직한 요직을 맡아 왔기에 누가 선임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이번 5대 금투협회장 자리는 지금까지의 선거와 다르다. 새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보다는 권 회장이 남긴 과제를 잘 이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권 회장이 남기고 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권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유난히 길게 하는 회장이었다. 보통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추진할 과제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자료에는 숫자 1부터 12까지 추진 과제가 나열돼 있었다. 늘 기사를 쓰기엔 까다로운 기자간담회였다. 도대체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 것인지 아리송했고, 그래서 제목을 뽑아내는 것도 힘들었다. 한 번은 권 회장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과제냐"고 물었다. 권 회장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하나를 강조해서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모든 걸 다 내놓고 그중에 하나라도 진척이 있다면 그게 성과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권 회장은 임기 동안 숫자를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금융투자회사의 정보교류 차단기준(차이니즈 월)'을 '업권 단위'에서 '정보 단위'로 전환했고, 내년부터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가 시행된다. 자산운용업계는 총 50개의 규제 완화를 얻어냈다.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은 공론의 장에 올려놓은 과제를 법 개정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 손실 이월공제, 퇴직연금제도 개혁 등 정당성을 입증하고 폭넓은 동의를 얻었지만 실제 법 개정까지 이어지진 못한 상황이다. 권 회장이 나열했던 과제를 하나, 둘 지워나갈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한 시기다.

2019-12-17 14:35:54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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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많은 복지비는 어디로 갔나…청년층 좌절·박탈감만

고용노동부의 임금직무정보시스템 임금수준 진단결과, 대한민국 만 19~34세의 연봉평균은 3250만원이다. 월 환산금액은 240만원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1000명 중 개인소득이 저임금 근로소득 기준 월 140만원 미만인 비율은 46.2%에 달했다. 청년층 사이에서도 수입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최근 청년층 민심잡기를 위해 20·30대 목소리를 듣겠다고 나섰다. 이 자리에선 "현 정부가 여성 우대정책을 하는 거 같아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일선의 처우가 열악하다" 등의 작심 발언이 쏟아졌다. 역차별과 박한 봉급에 대한 서러움을 토로한 것이다. 특히 '2030 남성은 특혜 받은 것이 없다'는 취지의 한탄이 이어지면서 청년층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을 자아냈다. 젊은 세대뿐만이 아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은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도 되지 않았다. 또 지난 13일 '대한민국 사회동향 2019'에 따르면 1인 가구의 35.9%는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도 되지 않았다. 빈부격차와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날에는 180조5000억원의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 기존 편성안보다 1조1000억원을 순감했지만, 여전히 전체 25%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전년 대비 12.1%라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복지 혜택을 받았다는 목소리는 듣기 어렵다. 야당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복지 혜택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몇 달 전 서울시 관악구에서 42세 탈북민 여성과 5살 아들이 아사(餓死)했다.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20만원이 전부였다. 이 가족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지원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한부모 가족 지원제도, 긴급복지지원 제도 등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180만원 넘는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정부는 기초적 생계 보장도 하지 않았다. 청년층과 저소득층 모두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정부가 일일이 챙겨주지 못한다면 한 눈에 볼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19-12-16 14:48:07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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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니콘이 국가경쟁력이라던 중기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0일 에이프로젠이 11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됐다고 깜짝 발표했다. 박 장관은 "이로써 한국은 세계 5위 유니콘 기업 보유 국가가 됐다"고 자부심을 내비치며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유니콘에 대한 박 장관과 중기부의 관심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박영선 장관은 취임 이후 지속해서 유니콘 기업을 강조했고,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 등재를 목표로 하겠다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11월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 2019'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유니콘 기업 수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 13일 한국 유니콘 기업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됐다. 정부가 자랑하던 국가경쟁력이 독일에 넘어간 것이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11개에서 10개로 줄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 사태를 파악 중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이날 중기부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보유하고 있던 유니콘 기업을 지키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커가고 있는 벤처기업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타다는 어떠한가. 박영선 장관은 지난 10월, 검찰의 타다 기소에 대해 "타다는 공유경제에 기반한 혁신이라고 본다"며 "중기부는 혁신을 응원하는 부서이기에 이들의 규제 애로 사항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차기 유니콘으로 언급되던 VCNC(타다)는 중기부의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유니콘 기업 수를 자랑만 할 때가 아니다. 국가경쟁력이라 천명했으면 이를 보호하고 육성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비유니콘 보증 외에도 규제 철폐나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우아한형제들의 이탈과 타다의 고사를 계기로 중기부가 유니콘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2019-12-15 15:46:39 배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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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난감한 환경부의 규제

[기자수첩]난감한 환경부의 규제 최근 환경부가 내놓은 재활용 및 1회용품 사용 관련 정책에 대해 관련 업계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환경부가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달 25일 '재활용을 극히 저해하는 재질·구조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은 종이팩, 유리병, 철캔, 알루미늄캔, 페트병 등 9개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하던 현행 기준을 세분화해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으로 나눴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주류업체들은 맥주 페트병과 와인·위스키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트병은 '무색'으로 만들어야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맥주 페트병은 갈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지만, 주류 업체들은 소주와 다르게 맥주는 제품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갈색 페트병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짙은 색상을 사용한 와인 및 위스키병 등도 재활용 용이성 '어려움' 등급을 부여받는다. 업체들은 병 색깔로 재활용 용이성을 규정하는 것은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1월 1일부터 대형마트 내 종이박스 포장재 사용 중지와 관련해서도 업체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4개 대형마트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당시 박스 테이프나 노끈 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이를 퇴출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해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최근 대형마트 관계자들과 협의를 가졌다. 유통업체는 환경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원했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4개 대형마트는 추후 재논의를 통해 나온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환경부는 재활용 규제 시행을 앞두고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재활용 및 1회용품 사용 관련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 업계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하길 기대해 본다.

2019-12-12 12:58:41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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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람이 미래다

'글로벌 기술은 시장을 만들지만 글로벌 인재는 미래를 만듭니다. 사람이 미래다'. 무료한 주말 오후 리모콘으로 TV프로그램을 이리저리 돌리다 이 광고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사람이 미래였던 그 회사는 그 해 미래의 90%를 해고했지만 말이다. 금융당국이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인 만큼 기술이나 지식 등 무형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통로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혁신 중소기업들은 기술력만 있으면 걱정없이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내년에는 IP회수전문기관도 설립해 해당 기관이 담보 IP를 매입해 은행이 우려하는 대출 손실을 보전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당국의 열정과 달리 금융기관은 안절부절이다. IP 담보대출을 위해선 특허권, 상표권과 같은 지식재산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 데 IP담보대출 평가를 할 수 있는 인력은 한참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대출 심사기간도 3주 이상으로 오래 걸린다. 혁신 기업에 필요한 자금은 공급할 수 있어도 제때 공급하긴 어렵다. 전문인력 부족은 더 큰 리스크를 만든다. IP 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고 리스크가 높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IP 담보대출 실적 평가로 '줄 세우기'가 되면 은행은 실적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인력보단 실적에 치우쳐 부실은 커지고, 그 몫은 은행, 국가로 확대될 수 있다. IP 담보대출 활성화 방안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IP 담보대출은 창업기업이나 초기 중소기업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잘 되면 은행들에게도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우선 금융기관의 전문인력 양성과 채용이 병행돼야 한다. 올바른 데이터가 쌓여야 올바른 평가 심사도 할 수 있다. IP 담보대출 활성화 정책과 IP회수전문기관으로 시장은 만들 수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혁신 미래는 IP전문인력 양성으로 이뤄질 수 있다. 가슴만 뭉클한 광고는 하나로도 족하다.

2019-12-11 16:28:45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자꾸 오르는 車보험료

보험사들이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올해에만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인상했는데 내년에 또 올리겠다는 것이다. 인상분은 5%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근거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손해율에 있다. 손해율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통상 78~80%를 적정 손해율로 본다. 올해 10월까지 손보업계의 누계 손해율이 90.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포인트 올랐다.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에서 영업적자가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겨울철에 교통사고와 차 고장이 빈번해 적자 규모가 10∼12월에 더 커지기 때문이다. 자동자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은 여러가지다. 특히 올해에는 노동자 가동연한 상향과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중고차 보상 확대,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 원가 상승 요인들이 즐비했다. 보험사들이 자동자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고 손해율 상승이 계속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자동차보험 인수심사를 강화해 손해율 관리에 나서거나 긴급출동 서비스, 특약 할인 등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다. 업계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당국은 내년 총선 국면에 접어든 만큼 추가 인상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자동자보험료 인상이 이슈화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결국 궁극적인 피해자는 소비자다. 자동차보험은 선택이 아닌 의무 보험이다. 보험료가 오른다고, 보험 혜택이 줄어든다고 가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보험사는 보험사기 등 보험금 누수를 철저히 통제하고, 가입자들도 수리비, 치료비 등 과도한 보험금 청구를 지양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19-12-10 15:12:05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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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태움 근절하겠다던 서울의료원의 '혁신' 없는 '혁신안'

지난 2일 서울의료원은 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과 조직·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5대 혁신대책을 공개했다. 이는 올해 1월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했던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태움'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내놓은 대책이다. 의료원 측이 발표를 마치자 장내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인적 쇄신 방안과 책임자 처벌 관련 내용이 빠졌다"며 즉각 반발했고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층과 1층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서울의료원은 진상대책위의 권고를 100% 반영한 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진상위 소속 강경화 한림대 교수는 "혁신안을 보니 서울의료원의 인적 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의료원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시스템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진상대책위는 3인 감사제도와 간호부원장 제도를 요구했지만 혁신안에 해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 서울시는 진상대책위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조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경화 교수는 "진상 조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저희 위원들끼리 회의한 내용을 이미 서울의료원에서 다 알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진술자 보호 차원에서 도저히 줄 수 없었다"며 "제가 2~3일 들어가서 본 서울의료원의 문제를 서울시 조사과에서는 왜 못 보냐. 저는 못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결할 의지가 없는 거다. 혁신의 의지가 없는 거고.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고 일갈했다. 서울의료원은 이날 기존 인력의 업무가 가중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지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60명 인력충원을 내년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서울의료원은 나가는 간호사는 많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오겠다고 신청하는 간호사가 없다"고 전했다. 서지윤 간호사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이 정도 수준의 대책을 내놓은 서울의료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역량을 강고히 하고 서울시, 시민의 지지와 성원을 더 많이 받아 구성원들에게는 더 좋은 일터로 탈바꿈하고 시민에게는 최고의 공공병원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9-12-09 15:57:33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