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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이 정부를 대신한다?

인간 문명 역사에서 성공한 정부는 단 한번도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면 더 큰 문제에 봉착했고,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와 실패를 반복하는 연속이었다. 자본주의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유력한 해결 방안은 기업이다. 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이익을 취하는 대신, 일자리 창출과 개발, 복지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일리언 등 일부 SF영화에서 이런 미래를 어둡게 그리기는 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매력적인 대안으로 논의되는 분위기다. 작은 정부와 큰 기업, 전세계 부자들이 앞다퉈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이다. 발렌베리그룹은 국가로부터 경영 승계를 보장받는 대신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으며, 5대에 걸쳐 스웨덴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재계도 이런 변화를 따를 준비를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며 전세계 기업들과 접촉을 확대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청년 교육과 창업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그 밖에 기업들도 사회 기여도를 높이려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아직은 부족하다. 최근 몇년간 취업난은 더 심해지고 빈부 격차도 더 커졌다. 그럼에도 기업은 여전히 무리하게 채용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면 사회 갈등이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국민 정서도 아직은 반기업에 가깝다. 최근 오너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차등의결권을 벤처기업에 한해 적용해주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부결됐다. 법정에 서는 재계 총수들을 향한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다. 재계가 조금 더 힘내주기를 바란다. 정부가 정책마다 연패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이제 믿을 곳은 기업뿐이다. 기업과 국민의 '윈-윈'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12-08 15:18:53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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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脫대부 'P2P금융'

기존 대부업체였던 P2P(개인간 직접거래) 금융 플랫폼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이란 새로운 금융산업 명칭을 얻으면서 안전한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P2P금융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온라인 중개업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빌리는 금융 서비스다. 이번 법 제도화는 우리나라가 세계최초이며 오는 2020년 8월27일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P2P의 법제화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암흑에 갇힌 국내 경제 상황이 투자금을 갈 곳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선 장기화된 저금리는 은행 예·적금이 1%대 혹은 그 미만으로 떨어뜨렸고 국내 증시 또한 힘을 내지 못했다. 또 파생결합상품에서는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터지는 등 투자자들이 딱히 매력있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여기서 등장한 P2P금융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이 등장한 투자처다. 연 수익률 10%가 넘는 투자 상품들이 즐비하다. 높은 수익률에 사기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중금리 대출도 법의 보호 아래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기존에도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과 중소 사업자들이 P2P금융을 통해 중금리 대출을 원활하게 받아왔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31일을 기준으로 협회 회원사의 누적 대출 취급액은 5조3077억원을 넘는다. 공시를 시작한 2016년 6월 말 1525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법의 제도를 받기 전 P2P금융은 제대로 된 규제가 없어 대출, 투자사기가 난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산업의 핀테크 활성화와 중금리 대출시장 확대 등 밝은 청사진을 기대했고 결국 P2P금융은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섰다. P2P 제도에 따르면 P2P업체는 최소 5억원의 자기 자본을 갖춰야만 영업 등록을 할 수 있고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가 강화된다. 세금은 현재 투자로 얻은 소득에 27.5%가 적용되지면 내년부터는 15.4%로 낮아진다. 시중은행 예·적금 수준이다. 이제 막 서막을 올리기 시작한 P2P금융이 건전하고 안전한 투자 대안처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19-12-05 13:10:37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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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 큰일하러 어서 가시게

출입기자들이 전주로 대거 몰려갔다. 지난해 4월의 어느 날이었다. 경남 진주에 있는 한 공공기관 이사장의 첫 기자간담회가 전북 전주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장이 취임하고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오찬을 겸한 간담회 이후 기자들은 전북 군산으로 이동했다. 한국지엠 사태로 군산지역의 경기가 말이 아니어서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이날 발걸음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보였다. 경상남도 진주에 터를 잡은 공공기관과 전라북도 전주 그리고 군산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항공사 창업주 출신인 해당 공공기관의 장은 지난 19대 국회 당시 전주 완산을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오면서도 언젠가는 정치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해당 기관 이사장의 행보는 상당부분이 전주, 군산 등 전북지역에 머물렀다. 전주의 전통시장에서 캠페인을 하고 전북도청, 군산시 등과는 새만금에서 미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손을 잡기도 했다. 지역에 있는 본부는 이사장의 구미에 맞는 이벤트를 수시로 만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해당 기관의 서비스 대상은 전국에 골고루 흩어져있고, 몸은 진주혁신도시에 있지만 마음은 늘 고향과 자신이 의원을 역임했던 지역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당시 출입기자들과 상견례를 겸한 첫 자리가 전북 전주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국감에서 한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출마 여부를 묻자 "현업에서 예산확보에 주력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기관의 이사장과 같이 차기 국회 입성을 노리는 기관장들이 수두룩하다. 현업에 재직중임에도,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구에 돈을 돌리고, 잠재적인 유권자들에게 명절 인사를 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건 모습이 포착됐다는 뉴스와 소문이 무성하게 들린다. 문제는 이들이 국민 혈세를 쓰는 공공기관에서 녹을 먹고 있는 현역이라는 점이다. 판공비도, 관용차도, 예산도 모두 특정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쓰라고 주는 것이 아니다. 소를 키울 사람은 얼마든지 많다. 지금 국민들에겐 사리사욕 챙기지 않는 우직하고 충직한 공복이 필요한 때다.

2019-12-04 14:37:21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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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기저기 OTT 외치는데 정책은 제자리걸음

"요즘은 어딜 가든 'OTT', '한류 콘텐츠'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 OTT 토론회도 수없이 생겼고요. 통신사에서도 '웨이브' '시즌' 등 OTT도 출범했는데 치열해진 시장경쟁 속에서 과연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열린 OTT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푸념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대변되는 국내외 미디어 환경 변화가 관련 업계를 최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관련 토론회와 공청회도 국회와 학계, 업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방송 융합 환경에 맞춰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손잡고 OTT 서비스 '웨이브'를 출범했으며, KT 또한 이에 맞서 지난달 29일 '시즌'으로 맞불을 놨다. 글로벌 미디어 공룡에 대응하려는 국내 업체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인 알파베타의 조사결과에 따지면, 한국 미디어 콘텐츠의 경쟁력은 글로벌과 비견해서도 결코 낮지 않다. 오는 2022년 국내외 한국 VOD 콘텐츠 투자 규모는 7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소비자들의 토종 콘텐츠 소비량도 높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류'를 중심으로 강력한 팔로워십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다. 언제, 어디에서도 구애받지 않는 OTT의 생명은 자유로움이다. 편성표에 얽매이지 않고 '빈지뷰잉' 등 자유로운 소비패턴과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추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미디어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OTT에 기존 방송에 부여되는 규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실정이다. 글로벌 OTT 서비스는 강력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몸집을 키워가는데 국내 OTT는 제대로 시작도 전에 발목 잡히는 모양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도 뒷받침 돼야 한다. 넷플릭스 콘텐츠 투자액은 지난해에만 한화로 14조가 넘는 12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사업자는 투자액도 이에 한참 못 미칠 뿐더러 콘텐츠 제작 환경도 열악하다. 국내 OTT가 제작한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규제보다는 진흥이 수반되는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아울러 시즌제, 장르물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는 만큼 각 장르별로 전문화 된 콘텐츠 제작 환경을 수립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2019-12-03 15:34:31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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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데이터 3법' 통과 난항…당리당략보다 경제 봐야

이번에는 통과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또다시 발이 묶이게 됐다. 지난 29일 국회 법사위에서 데이터 3법중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이 여야간 정치 대립으로 통과되지 못하면서다. 데이터 3법이 국회에 올라온 지 1년이 흘렀고, 이번에는 여야 3당 대표가 처리를 합의한 법안이었던 만큼 IT(정보기술) 업계가 갖는 실망감은 상당하다. 업계가 데이터 3법의 통과를 외치는 이유는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중요성이 큰 4차산업혁명시대에 한국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IT 강국으로 불리지만 정작 데이터 경쟁력은 OECD 최하위에 속한다. 이미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규제에 막혀 서비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매번 통과에 난항을 겪어 규제로 꽉 막힌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데이터 선진국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데이터 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며, 신용정보법은 상업적 통계 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 정보를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가명 정보를 활용하겟다는 게 중심이다. 물론 통과만이 능사는 아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칫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요소가 발생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를 우려해 법안 통과를 막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것과 같다. 그사이 기술 격차는 더 심해지고 있다. 최근 만난 한 IT 업계 관계자는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여태 막혔던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다"며 "이대로라면 한국데이터 산업은 사망 선고를 받게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치가 경제·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2019-12-02 17:08:16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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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눈물…정부 가이드라인 명확해야

'하도급업체 논란, 한국지엠만의 문제라고 생각해?' 최근 한국지엠이 창원공장의 생산량 감소에 따라 올해 계약이 종료되는 하도급업체 7곳에 계약해지 입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던 중 이같은 질문을 들었다. 한국지엠이 기존 하도급업체를 유지하기 위해 전체 하도급업체의 임금을 절반으로 줄여 유지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지난해 우리 정부에 8100억원을 지원받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지엠이 유휴인력의 증가로 비용 부담된다는 부분에서 현실화되긴 힘들다. 현재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있는 하도급업체는 모두 8곳이다. 그 중 포장업무를 하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소속 하도급업체만 제외하고 7개 하도급업체는 사측으로부터 해고예고통지서를 받은 상태다. 한국지엠은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스파크와 라보 등의 생산 물량 감소로 정규직 노조와 2교대에서 1교대로의 근무체계 전환을 논의 중이며 이 같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도급업체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한국지엠이 하도급업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도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은 2006년 사내하도급 근로자 불법 파견 논란 이후 2007년 8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노동조합과 합의해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공정을 재배치했다. 이와 관련해 2012년에는 사내하도급 운영 우수업체로 선정돼 고용노동부와 '사내하도급 서포터즈 협약'을 체결했다. 또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 창원공장에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으며 사내하도급 운영이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결국 한국지엠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랜기간 몸담고 열심히 일했던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다. 하도급업체를 이끌어온 대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는 한국지엠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제조업 전반에 깔려 있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을 대거 적용하고 있다. 조선업계 특성상 수주 물량에 따라 인력 배치도 큰 폭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지엠 창원공장 논란으로 또다시 비정규직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업체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 원청업체는 하도급업체와 노동자를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반면 하도급업체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펼치기보다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또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2019-11-28 15:23:35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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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젠 등록금 인상 등, 대학에 '개혁' 자율권 줘야

[기자수첩] 이젠 등록금 인상 등, 대학에 '개혁' 자율권 줘야 최근 전국 사립대 총장들이 내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일부는 이를 '엄포를 놓고 있다'고, 나아가 일각에서는 '개혁이 시작됐다'고 한다. 정부는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재정 지원 사업 선정이나 국가장학금 지급에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2009년부터 11년째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대학 총장들이 등록금 동결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국내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질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으나 이 같은 혁신이 일어날 여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우수 교수진 영입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우리만 등록금 동결에 발목 잡혀 대학 교육이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사립대의 1년 평균 등록금은 약 744만원으로 2009년에 비해 약 2만원(0.28%) 오른 수준으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질 등록금은 하락한 셈이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에 대해서는 꿈도 못 꿨다. 물론 상당수 학생에겐 부담스러운 액수지만 이는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통제할 것이 아니라 국가 장학금 확충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게 맞다. 더 큰 문제는 인재양성의 산실인 대학이 정치 포퓰리즘의 희생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반값 등록금' '등록금 무상지원' 등을 내세우며 표심을 얻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여당에서는 입학금 폐지를 자신들의 업적인 양 거리에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대학이 연구나 건축, 장학 등의 목적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그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적립금부터 소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강사법 도입과 입시제도 개편 등 무리한 정책까지 밀어붙이니 대학 교육이 뒷걸음질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대학의 자생적 경쟁력 강화 노력이 결실을 보도록 재정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허나 인위적인 등록금 책정 등 교육부의 온갖 규제 아래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며 재정 지원이라는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대학에서 무슨 혁신이 일어나겠는가. 대학 총장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의 기지이어야 할 대학의 경쟁력 추락은 곧 국가 경쟁력의 동반 추락을 의미한다.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면 학사 운영과 학생 선택권 등에서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스스로 개혁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가 대학을 쥐락펴락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2019-11-26 11:44:42 손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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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증권가 CEO인사의 기준

인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연말 혹은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는 증권사가 어디인지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자들은 인사 기사를 쓰기가 만만찮다. 회사 관계자의 말대로 "인사는 발표나기 직전까지 본인도 알 수 없는 게 대부분"이기에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안 쓸 수가 없는 뉴스거리다. 때문에 CEO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기준은 '실적'으로 삼는다. 올해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서 줄어 들었다면 '연임 빨간불', 개선됐다면 '연임 청신호'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가장 확률 높은 '추측'이다. 하지만 최소 증권업계에서는 실적을 중심으로 연임 여부를 판단하는 분위기는 바뀌어야 하는 것 같다. 현재 증권업계는 몸집이 아닌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할 때여서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CEO의 재임기간이 길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석훈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재임 CEO들이 전반적으로 단기 혹은 중기재임 CEO보다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임연차가 경과함에 따라 경영성과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CEO가 선임된 직후 2~3년 간 경영성과는 전임 CEO에게 물려받은 경영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새로운 경영전략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실적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CEO 선임 후 2~3년 동안의 경영성과로 CEO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CEO 재임 초기에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 이후 경영성과에 따른 CEO 교체 정책을 확고하게 수립해 CEO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토록 유도해야 한다. 실제 국내 증권업계 CEO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체질'을 개선시키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명실상부 투자은행(IB) 명가로 대규모 빅딜(Big deal)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신 SK증권 사장은 녹색채권, 인프라 사업에 특화된 중소형증권사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제 2, 제 3의 좋은 선례들이 만들어져야하는 시기다.

2019-11-25 15:56:30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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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누가 국민을 '광장'으로 불렀나

지난 14일 국회 기자회견장 정론관을 찾은 고 김민식 군의 엄마는 바닥만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진작 통과할 수 있었던 '어린이 안전법안'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이 전국에 방송으로 나가서야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21일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법'을 가결했다. 하지만 여전히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통학차량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음이법은 특수학교 차량에 방치돼 어린이가 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설치 의무화 법안이다. 해인이법은 어린이가 응급상황에 처하거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면 응급조치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하준이법은 주차장 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했다. 이들 법안은 어린이 안전을 위해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이 담겼지만, 짧게는 두 달에서 길게는 3년 넘게 국회에 묶여 있다. 특히 20대 국회는 유독 정쟁에 따른 법안 심사 보이콧(불참)을 남발했다. 법안 처리율은 30% 안팎으로, 역대 최악이란 오명을 받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한국 사회는 이른바 '광장 정치' 추세로 들어섰다.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광화문은 물론 서초동 집회와 여의도 집회까지 바람 불고 있다. 이런 광장 정치의 발단은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기대가 증오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정치에 맡긴 민생은 벼랑 끝에 섰고, 시민은 광장으로 직접 나왔다. 대의 민주주의가 직접 민주주의로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정치가 국민을 광장으로까지 내몰리듯 나오게 하고 있다.

2019-11-24 13:37:23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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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바릴라와 리그레인드의 '오픈 이노베이션'

며칠 전 공유주방 위쿡에서 연 '밋업 행사'에서 러스티 슈왈츠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자신의 공유주방 '키친타운' 출신 스타트업 한 곳을 소개했다. 맥주 제조 공정에서 버려진 부산물로 곡물가루를 만드는 '리그레인드(ReGrained)'다. 두 명의 대학생이 만든 리그레인드가 음식물의 40%가 버려지는 미국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러스티 대표가 리그레인드를 소개한 이유는 따로 있다. 리그레인드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모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러스티 대표는 리그레인드의 두 대표를 세계 최대 파스타 기업인 이탈리아의 '바릴라'에 보냈다. 대량 생산 기술, 연구·개발, 엔지니어링 등에서 도움을 받고 오란 뜻에서였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로 이 작은 팀은 몇 조 달러 규모의 회사를 뒤흔들어놓고 왔다. 리그레인드의 전략을 인상 깊게 본 바릴라는 '업사이클링'을 회사의 중요 전략으로 삼고 관련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식료품 회사 중 한 곳이 작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이다. 바릴라는 지난해 9월 리그레인드는 25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두 회사는 손을 잡고 지속가능한 식품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큰 회사와 작은 회사의 좋은 협업 사례로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됐다. 이렇듯 최근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의 52.4%는 적극적으로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선다. 이 중 상위 100개 업체의 스타트업 협력 비율을 68%에 달한다. 이들은 기술 자문·제품 및 서비스 공유·인큐베이터 운영 등의 방식으로 스타트업과 손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여전히 오픈 이노베이션에 소극적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트레이드 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기업의 83%는 혁신의 주체로 '자체 개발'을 꼽았다.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폐쇄형 이노베이션 구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도 개방형 혁신 문화가 필요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펼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대기업의 산업 기반이 힘을 합친다면 산업 전체에 혁신의 바람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에도 제2의 '바릴라와 리그레인드'가 탄생하기를 기원한다.

2019-11-21 15:48:36 배한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