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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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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 낭송회'와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

지난 27일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 책을 사러 갔다가 '아벨 서점'을 들렀다. 오후 1시50분쯤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갔더니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분주하게 간이의자를 옮기고 있길래 옆에서 거들며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참빗으로 정갈하게 다듬은 머리가 인상적인 할머니 한 분이 곧 소월 김정식 시인을 추모하는 시 낭송회가 열리니 꼭 참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고개만 끄덕이고 그냥 갈 생각이었는데 옆에 앉으라는 손짓에 붙들려 얼결에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부터 친구와 배다리 헌책방 골목길 탐방을 온 대학생, 중년 부부, 흰 눈이 내린 듯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아벨 서점 주인장인 곽현숙 대표의 인사말로 시 낭송회가 시작됐다. '양문사, 청문사, 구미서관, 남창문화사, 연암사, 한림사···.' 그는 김소월 시인의 시를 세상밖에 내놓은 258개 출판사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출판사명을 일일이 거론한 것에 대해 곽 대표는 "우리 책방에 있는 모든 책들에 제사 지내는 마음"이라며 "지루해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시를 낭송했다. 눈에 총기가 가득한 학생이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인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학생은 평소 책방에 자주 오는 단골이라고.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을 통해 김소월 시인의 시에 담긴 한민족의 아픔과 설움을 알게 됐다며 '진달래꽃'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객석에서 "아이고 귀한 보석! 아름다운 청소년!"이라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기쁨'이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상징색인 노란색이 아닌 '슬픔'이의 시그니처 컬러인 푸른 빛을 띠는 것처럼, 이날 시 낭송회엔 웃음과 울음이 공존했다. 티셔츠에 땀 자국이 선명한 노인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와 시 한 편을 읊었다. 사회를 맡은 신은주 시인은 "오랜만에 오셨어요. 많이 야위셨네. 올여름이 참 덥죠?"라고 안부를 물었다. 노인은 짙은 병색을 들킨 게 부끄러워서인지, 전할 말을 고르지 못해서인지 대답 않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연변 사투리를 쓰는 한 남성이 "선생님을 따라왔습니다. 저는 가장 짧은 시를 하나 골랐습니다" 하고는 씩씩한 목소리로 '맘 켕기는 날'을 낭송했다. 그의 웃음 뒤에 감춰진 슬픔을 눈치챈 이웃들은 조용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앞에 선 이가 단지 시를 읊었을 뿐인데, 그의 삶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통째로 쏟아져 들어왔다. 공공이 나서서 '배다리 시 낭송회'처럼 나이도 배경도 다른 생면부지의 타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피는 마을공동체를 많이 만들어 지원한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풍족해질까. 안타깝게도 서울시에서는 이런 훈훈한 광경을 보기 힘들 듯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2년 12월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를 폐지했다. 사업 과정에서 특정 단체에 혜택이 집중되고 각종 비효율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2022년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본 폐지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주민 의견을 받았다. 나흘 만에 총 1160건의 의견이 시의회에 제출됐는데, 모두 조례안 폐지를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2024-07-30 15:26:11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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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영배, 국민·언론 '졸'로 보나

약 18일간 이어진 '티메프 사태'에 자취를 감췄던 구영배 사장이 29일 입을 열면서 여론이 들끓고있다. 구 대표는 지난 18일 티메프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한국에 긴급 귀국했지만 공식 입장을 표명한 건 10일 만이다. 입장문만 배포 했을 뿐 모습은 여전히 감추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국민과 언론은 졸로 보냐며 비난과 논란은 더욱 불거지는 분위기다. 구영배 사장은 29일 오전 9시 입장문을 통해 "긴급한 상황이다 보니 입장 표명이 늦어진 점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태 발생 직후 양사는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실시했고 앞으로도..." 이 같은 구 대표의 입장문에 언론과 국민들의 화살이 구 대표에게 향하고 있다. '긴급해 입장이 늦어졌다'는 그의 입장문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티몬은 사태 발생 직후 곧바로 건물을 폐쇄하면서 현장을 찾은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티몬 직원들 역시 일제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 티몬 피해자들은 같은 계열사인 위메프 본사로 향했다. 티메프 사태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25일 자정을 넘은 시간, 티몬과 위메프 수 백명의 피해자들이 모인 강남 위메프 본사 앞에 선 류 화현 대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과하며 폭염 속에서도 직원들에게 '피해자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현장에서 피해자들은 직원들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붓기도 했고 질책과 분노를 참지 않았다. 몇 명의 위메프 직원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인 모습도 포착됐다 . 이 와중에도 류 대표는 티몬 피해자들의 환불 접수도 받게 지시했다. 환불이 중복으로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68명으로 접수를 중단했지만 현장 취재를 하던 기자들은 모두 그의 대처에 고개를 끄덕였다. 류대표를 포함한 현장 관계자들은 구대표의 행방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임에도 불구하고 지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구대표와 류대표의 상반된 행보에 큐텐 경영에 대한 의구심으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간 구 대표를 통해 팩트를 확인할 수 없었던 현장에선 '구 대표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등 소위 '지라시'로 불리는 잘못된 정보나 악성 루머들 뿐만 아니라 오보까지난무하면서 상황은 극에 달하기도 했다. 수 백명의 피해자들이 폭염 속에서 환불과 외치고 있을 때 구 대표는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대한민국은 그의 모습을 궁금해 하고 있다. 그의 입을 통해 그간 행적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대답해주길 바란다. 만약 그가 이를 져버리고 '지라시'에 응한다면 국민과 언론은 '졸'이된다

2024-07-29 13:55:47 최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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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뒷목 잡는 자동차보험

"교통사고 나면 뒷목부터 잡고 내려라" 운전을 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가벼운 접촉이라도 뒷차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다면 신체상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일단 뒷목부터 잡고 운전석에서 내리라는 의미다. 최근엔 '한방병원'으로 가라는 말도 나온다. 한방병원에서는 교통사고 환자들을 위한 '풀코스'를 안내해준다. 오히려 교통사고를 당하면 누릴 수 있는 힐링바캉스인 셈이다. 진짜 환자가 아니면서 보험금 등의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한 '나이롱환자'라는 용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될 정도다. 이에 자동차보험으로 지급된 한방병원 진료비도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한방병원 진료비는 지난 2014년 2722억원에서 지난해 1조4888억원으로 10년새 5.5배나 폭등했다. 한방병·의원 교통사고 환자수도 일반 병·의원 환자수를 역전했다. 지난 2019년 일반 병·의원 환자수는 197만429명으로 한방 환자수 132만9836명 대비 약 64만명 많았으나 2022년 한방 환자수가 일반 병·의원 환자수를 추월했다. 지난해는 한방 환자수가 162만8905명, 일반 병·의원 환자수가 145만265명으로 한방 환자수가 약 18만명 많아졌다. 한방 병·의원의 교통사고 환자수 증가와 한방진료비 규모는 한방병원의 확장과도 연관된다. 자동차보험을 청구하는 전체 의료기관(일반·한방 포함)은 지난 2014년 1만6245개소에서 2023년 2만594개소로 26.8% 증가했으나 한방병원은 224개소에서 534개소로 무려 138.4% 폭증했다. 지난해 신고된 한방병원 559개소 중 95.5%가 교통사고 환자를 받아 진료비를 청구한 셈이다. 특히 한방병원 진료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0%에 육박해 적자 가시권에 들어섰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상승이 지속된다면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병·의원의 꼼수치료와 나이롱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겹치면서 자동차보험을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험과 뗄 수 없는 도덕적 해이의 뿌리가 과연 이번에는 뽑힐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김주형기자 gh471@metroseoul.co.kr

2024-07-28 12:01:02 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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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2009년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온 첫 해, 카카오톡을 깔고 친구가 늘어나면 "너도 스마트폰 샀어?" 반가워했다. 당시 카카오톡은 혁명이었다. 귀엽고 친근한 공지와 단출한 기능, 점점 발전하는 성능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누군가와 돈 걱정 없이 맘껏 연락할 수 있다니! 지금은 전혀 다른 기업의 또 다른 플랫폼 명이 됐지만, '틱톡'이라는 메신저도 있었지만 카카오톡의 아성을 넘을 순 없었다. '디지털 디톡스'의 첫 번째가 카카오톡 삭제가 될 만큼 카카오톡이 빠져나갈 수 없지만 탈출하고픈 족쇄가 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범수의 카카오 왕국이 붕괴했다. 23일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보다 높게 설정,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기의 카카오를 구하기 위한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인 그가 구속 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쇄신에도 차질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0명의 CEO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과거 김 위원장이 밝혔던 꿈이다. 김 위원장은 꿈을 정말로 이뤄내고야 말았다. 카카오 내에서 수도 없이 많은 CEO가 탄생했다. 회사를 다니며 회사의 지원을 받아 CEO로 다시 태어나는 것, 야망 있는 직장인이라면 꿈꾸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의 꿈은 결국 카카오와 카카오톡이라는 거대한 독점체제 속에서 골목 상권 몰락과 독점적 지위 남용 등 온갖 오점을 남기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대기업의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만 알려줬다. 각 개인의 일탈도 덤이다. 정채봉 시인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가 생각난다. 김 위원장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시 제목은 마음을 말하지만 시의 내용은 잘못된 만남, 조심해야 할 만남, 비참한 만남, 시간이 아까운 만남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란 무엇인지 말한다.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가장 잘못된 만남은/생선과 같은 만남이다/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가장 아름다운 만남은/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

2024-07-24 14:07:55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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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현실사회, 축복인가 재앙인가

영화 '리브 더 월드 비아인드'에서는 미국이 공격받아 하루 아침에 IT시스템이 마비되고 멸망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IT를 바탕으로 한 모든 인프라가 동시에 멈추자 각종 범죄가 휩쓸고 사회가 몰락하는 내용이다. 위 영화같이 'IT 블랙아웃'으로 글로벌 재앙이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19일 전 세계를 강타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스템 장애는 초연결 사회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요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금융 및 통신 서비스 등 모든 인프라가 동시에 멈추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가 보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MS의 운영체제(OS) 윈도와 충돌을 일으켜 MS 클라우드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며 발생했다. MS의 시스템에서 발생한 오류가 전 세계에 전파되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국내 기업들까지 피해를입었다. MS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업데이트 충돌로 영향을 받은 윈도 기기가 850만대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윈도 기기의 1%미만의 비율지만, 경제적, 사회적 영향이 컸던 이유는 중요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초열결 사회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MS라는 단 한개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전 세계를 '셧 다운' 시킨 것. 이에 따라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초열결 사회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기업은 물론 공공시장까지 대다수가 외산 SW를 사용하고 있다. OS 분야만 보면 외산 비중이 98.26%에 달한다. 실제 위 영화에서도 "사이버 테러 뒤에는 한국이 있을 것이다"라는 대사가 언급된다. 그만큼 한국이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대표하는 스마트 강국이라는 것을 뜻한다. 다만 스마트 강국이 축복인지 재앙인지는 구별해야 할 문제다. 초현실 사회로 인해 스마트 기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한 사회에 살고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우리는 뉴스를 신문을 통해 알았고 금융문제도 은행을 가서 해결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 기차표는 물론 비행기 표 하나도 창구에서 구매하기 어렵고 뉴스도 온라인 미디어가 없으면 접하기 어렵다. 은행은 오후 16시 전에 문들 닫는 것은 물론, 대다수 업무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어져있다. 결국 앞으로 초현실사회가 더욱 팽창된다면 전세계는 물론 단번에 국가적 재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부디 이번 MS사태로 급격한 디지털 정보화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되새기고 취약점을 깊게 고심해야 할 때이다..

2024-07-23 22:24:35 구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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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뷰티의 날갯짓

최근 K뷰티 인기를 직접 체험하게 됐던 계기가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 사거리에서 서울시청 방향으로 길을 건너 온 외국인 관광객 가족이 '명동'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길 안내 끝에, 그 외국인 가족에게 '명동'은 무슨 이유로 찾아가는지를 되물었다. 그들은 화장품 쇼핑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가족 중 20대 자매라고 자기소개를 한 젊은 여성은 명동에 가면 한국 화장품 브랜드 매장들이 한 데 모여있어 여러 곳을 둘러보며 쇼핑하기 편하다고 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친구들에게 한국여행 기념으로 선물하기로 약속한 제품 목록도 보여줬다. 새로웠던 건 브랜드 종류와 다양성이었다. 각각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들은 마스크팩, 자외선 차단제, 클렌징 등으로 즐비했다. 마스크팩만 살펴봐도, 과거에는 낱개 포장된 얼굴 전체를 덮어주는 마스크 시트 제품을 묶음으로 구매해 선물세트를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동그랗고 얇은 화장솜을 토너에 적셔 통에 담은 '패드' 제품이 등장했다. 마치 오이를 곱게 썰어 얼굴에 올리는 오이마시지를 현대화시킨 것 같기도 하다. 색조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특히 메이크업을 위한 파운데이션 제품을 '쿠션' 형태로 내놓아 뷰티 혁신을 이뤄낸 것은 K뷰티가 원조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뷰티 시장에서 '쿠션' 제품은 파운데이션 본연의 메이크업 기능에 간편함과 휴대성을 더해 소비자 인기를 끌고 있는데, 쿠션이 일상 속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 브랜드들은 해외 소비자 맞춤형 전략으로 제품 차별화에도 나섰다. 이밖에 국내 브랜드들은 자연주의 성분을 기반으로 한 비건 화장품, 뷰티테크를 실현한 뷰티 디바이스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K뷰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 따라 K뷰티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을 '명동'으로 이끌어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아마존은 '프로젝트 K뷰티 고 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한국 뷰티 브랜드가 온라인 수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K뷰티가 단순하게 소비자 인기와 매출 증가를 견인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제품력과 기술력으로 글로벌 뷰티 산업을 선도해 나갈 기회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24-07-21 14:18:22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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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당대회가 끝나도 엔딩 크레딧은 안 올라가요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엔딩 크레딧은 말 그대로 영화의 '끝'을 상징한다. 기자에게는 '이 이야기가 끝났으니 현실 세계로 돌아오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는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고 해서 여당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혹은 어느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화면이 전환되고 스크린에 '주연 ○○○'라는 글씨가 뜨진 않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당대회의 슬로건을 'NEXT 보수의 진보'라고 정한 것은 미래 정당으로 개혁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수'도, '진보'도, 'NEXT'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달여의 기간 동안 당권주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했다. 사실 치열한 경쟁이라는 말은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이전투구'가 따로 없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으로 갈라졌다. 4·10 총선에 끝나고 당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외쳤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문자 무시' '사과 방해' '여론조작' '공소 취하 청탁' '색깔론' 등 지엽적인 내용만 주목을 받고 있다. 위에 나열한 이야기는 반대 진영에서 나온 이슈가 아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도중에 나온 것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을 보는 것 같다"는 한탄이 나왔을까. 급기야는 후보 연설 현장에서 의자가 날아다니는 모습까지 나왔다. 이런 폭력 사태는 보수 진영에서는 생소한 장면이다. 이러다보니 전당대회가 끝난 후 당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원래 당내 경쟁이 더 치열하고 아픈 법이라지만, 그 과정에서 '마지노선'을 지키는 것이 기존의 정치권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무너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각을 세웠고, 골이 패였다. 이제라도 당권주자들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폭로들이 '반성하고 나아가자'는 취지인지, 아니면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이 영화라면 전당대회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만, 현실에서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새로운 지도부가 첫 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4-07-18 15:44:44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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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랑 쳐야 가재 잡는다

14년 전 인도와 네팔에서 1년 가까이 지냈다. 주로 인도에 있었고 네팔은 비자 갱신을 위해 2개월간 머물렀다. 씨티은행에서 발급받은 현금카드만 가지고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네팔까지 기차와 버스에 몸을 맡긴 채 5일 밤낮을 이동했다. 인도에는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신용카드 단말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중간 규모쯤 되는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도 현금만 취급했다. 인도루피(INR)와 네팔루피(NPR)를 적당히 섞어 한화 150만원정도를 인출했다. 당시 인도에서는 50만원이면 4인 가구가 한달은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워낙 큰 액수인 만큼 잘 때도 고무줄로 꽁꽁 싼 뭉칫돈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잤다. 출퇴근을 위해 공항철도를 타는 일이 잦다. 매일 출근길에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14년 전 나처럼 현금다발을 가진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구멍가게도 신용카드 단말기를 구비한 나라에 왜 현금다발을 챙겨서 오는 걸까?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결국 인프라 부족에 있다고 본다.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모바일 QR결제 공통규격을 마련했다. 카드사별 QR코드 규격이 모두 다르니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취지다. 국제 표준인 EMVCo의 QR규격을 따른 만큼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편리하게 QR결제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 발표했다. 카드업계에서도 언젠간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진짜 시급한 것은 근거리 무선 통신(NFC) 단말기 보급이다. 각종 'OO페이'의 등장으로 결제 편의성을 높여줄 도구가 신용카드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제는 지갑에서 카드를 빼드는 시간도 아깝다는게 소비자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결제 시장의 유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본고장인 미국은 NFC단말기 보급률이 100%에 가깝다. 현금을 선호하기로 유명한 일본만 하더라도 지난 2006년부터 NFC단말기를 출시했고 최근 확산 속도가 가파른 것으로 전해진다. NFC결제가 세계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발맞출 필요도 있다. QR결제 가맹점을 확보하면서 NFC단말기 보급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여행에서 소비는 필수 요소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비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선 NFC단말기 보급률을 높이는 것은 필수다. 도랑 쳐야 가재도 잡는다고 했다. 한국의 오프라인 결제 시장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해야한다. /김정산기자 kimsan119@metroseoul.co.kr

2024-07-17 14:46:57 김정산 기자
[기자수첩] 해상풍력, 치솟는 비용에 발목 잡히다

해상풍력이 작은 면적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너무도 높은 설치 비용으로 인해 그 성장이 지지부진한 현실이 안타깝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은 2050년까지 유럽연합(EU) 전체 에너지믹스의 약 23%를 차지하며 주요 발전원이 될 전망이다. 이에 에너지 관련 업계들은 풍력 발전량을 늘리는 데 집중 중이나, 여전히 해상풍력 사업은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설비와 건설 비용이 치솟으면서 여기저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은 설치할 선박의 대수가 학정돼, 설치비와 해상풍력 케이블 연결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해상풍력이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장은 더딘 상황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은 초기 투자비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현재 고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설비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더욱 상승하고 있다. 이는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원에 투자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해상풍력발전 단지 설립 또한 비용압박이 크다.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폴에 따르면 터빈과 같은 부품 및 장비와 인건비 등 해상풍력발전 단지 건설비용은 지난 2022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실제로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였던 전남 영광 낙월 프로젝트는 지난 2023년 6월 좌초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전남 영광 낙원 프로젝트는 사업비 2조3000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였으나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손을 뗐다. 사업 주체였던 서부발전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자 490억원 규모의 출자를 철회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부의 지원과 금융 솔루션이 필요하다. 정부와 금융 기관이 나서서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 차액 지원제도를 유지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투자자들 간의 경쟁이 가능한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이 우리 미래 에너지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차현정기자 hyeon@metroseoul.co.kr

2024-07-16 15:38:18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STO 시장 성장 위해선 신속한 법제화 필요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활성화가 수요자들의 기대와 달리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주요 글로벌시장에서는 STO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가 명확하게 이뤄져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지키면서 급성장 중이다. 옆 나라 일본만 놓고 봐도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일본의 STO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토큰증권 발행액이 976억엔으로 2022년 166억엔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미공개 사모로 발행된 토큰증권을 포함한 시장 규모는 1000억엔 이상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STO 발행에 주식과 동등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2020년 5월 개정된 금융상품거래법에서 금융기관의 토큰증권발행이 허용된 이후 토큰증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토큰증권시장의 성장은 부동산 토큰증권이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발행된 부동산 토큰증권은 823억엔으로 일본 토큰증권 시장의 85%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보다 1년여 늦게 부동산 STO를 출시했지만 장내 거래소 개설 등 관련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일본은 정부가 시장 확대를 견인한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STO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제도가 정비되지 않고 있다. 연구기관에선 국내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2030년 367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등 토큰증권 시장이 유망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제도화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속도를 냈으나 결국 법안 마련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관련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했음에도 STO 제도와 관련된 연속성 있는 법안 마련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치 놀음에 빠져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속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가 힘든 만큼 글로벌 STO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원관희기자 wkh@metroseoul.co.kr

2024-07-15 13:32:03 원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