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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동훈 위원장이 받은 '기대 이하' 성적표

이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이 새삼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실력이 검증된 '스타'의 정계 진출은 세간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여당은 가장 많은 선거구가 있는 수도권에서도 이번에 역시 선전하지 못하며 참패했다. 총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 민주당의 집중 유세장인 용산역 광장과, 국민의힘의 집중 유세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민주당은 고(故) 해병대 채 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 의혹을 위해 나선 예비역 해병대원을 연사로 세워 분위기를 띄웠다. 용산역 일대는 퇴근길 직장인들과 푸른색 옷을 입은 지지자들로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 청계광장도 비교적 많은 지지자와 직장인들이 모였지만, 20대 대선 당시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 윤석열 대통령을 응원하며 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그 때보다는 한산했다. 정치혐오와 막말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은 한 위원장에게 '색다름'을 원했으나, 그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정치인은 민생을 다루는 직업이다. 정당의 최고위원회의나 원내대책회의를 살펴보면 정쟁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민생과 관련한 주요 현안을 언급하지 않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전 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심판론을 내세우기보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신음하는 서민들을 위한 '경제민주화'나 '민생' 정책을 연설의 주요 골자로 내세웠으면 어땠을까 싶다. 민주당의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부겸 전 총리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전국을 다니며 후보와 지지자를 만나면서 바닥을 훑고 다녔다. 그는 유세차에 올라선 정쟁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보단 서민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민생을 민주당이 챙기겠다며 호소했다. 시장 상인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후보자에게는 어떻게 하면 유권자의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꿀팁'을 주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민주당의 부족한 부분을 김 전 총리가 채운 것이다. 국민의힘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들은 본인 선거에 너무 바빠서 그런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김 전 총리의 유세를 보며 정치는 민생을 다루는 것이고 함께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한 전 위원장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 정치인으로서 매를 일찍 맞은 것이길 바라본다.

2024-04-16 15:58:18 박태홍 기자
[기자수첩] 한국만 거꾸로가는 재생에너지

고등학생 시절 열정적으로 학업에 임하며 성적이 좋은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나에게 종종 걱정을 자주 털어놓곤 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취업의 선에 뛰어들어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다행히 국가 장학금 제도 덕분에 친구는 무사히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학자금을 충당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어느 정도 본인이 노력할 수 있는 선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으며 지금은 취업도 성공했다.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적절한 뒷받침이 없다면 그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업계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국가적인 제도와 지원이 없다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세계적인 흐름임에도 한국만 유독 뒤처진다는 평가가 따른다.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가장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국가로 드러났다. 한국 내 RE100 가입사 중 약 40%가 한국 내에서 RE100을 달성하는 과정에 장애물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로는 선택권 부족과 높은 가격, 제한적인 공급량이 꼽혔다. 심지어 같은 기업이더라도 해외 사업장에서는 손쉽게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RE100 기업들의 경우, 지난 2023년 국내 사업장에서 조달한 재생에너지의 양은 5094GWh(기가와트시)인 반면 해외 사업장에서는 이의 2배 수준인 1만2573GWh를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제동을 걸고 신규 원전 설비 확충 및 재생에너지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진영의 영향이 커지면서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금이나마 커진 모양새다. 자국 내 재생에너지 지원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점점 엄격해지는 국제 사회의 탄소 감축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데 있어서 정부의 더 많은 노력과 자원이 투입되길 바란다.

2024-04-14 13:45:13 차현정 기자
[기자수첩] 너무 성급한 금투협 야구대회 폐지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데는 스포츠만큼 좋은 것이 없다. 몸을 부딪치면서 땀을 흘리는 운동만큼 효과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야구대회, 마라톤대회 등을 개최하며 회원사들의 화합과 친선 도모를 다져왔다. 올해도 한국거래소는 마라톤 대회를 열고 금융투자인들이 화합하는 장을 마련했다. 주 행사인 마라톤대회 외에도 회원사별 대왕제기차기 대항전, 어린이 종이비행기 멀리날리기 대회와 에어바운스 챌린지 등 다채로운 활동들이 진행됐다. 성황리에 끝난 행사에 금융투자업계 임직원과 가족 8000여명이 참여했다. 이 같은 금융인의 친목활동 일환이었던 스포츠 대회에 찬바람이 불었다. 금융투자협회는 '업계의 소통과 화합의 행사'인 야구대회를 폐지한 것이다.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야구대회는 10년 동안 증권사, 운용사, 유관기관 등의 친목을 이끌어왔던 대회였다. 야구대회는 20개~22개 팀이 참여, 6개월간 진행된 업계 최대 행사였다. 단순히 친목 모임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회 참가팀들이 모은 자선후원금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기부도 하는 등 금융투자업계의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뜻깊은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행사 폐지에 대해 협회는 소수의 인원만 참가하는 야구 외 다양한 스포츠나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 지원 요구가 회원사로부터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협회는 특정 스포츠보단 사회공헌 활동을 더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야구 대회에 투입되던 예산을 다른 사회공헌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봉사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란 계획이다. 이 같은 협회 입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야구대회가 참여업체의 호응도 없이 유명무실하게 진행된 행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면서 조금은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별다른 설명도 없었고 폐지된다는 소식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오랜 기간 참여했던 대회였던 만큼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협회 나름대로 입장이 있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던 업계의 대표적인 행사를 쉽게 없앤 것은 문제가 없지 않은 결정이다. 봉사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협회 입장에 맞는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충분한 역할을 한 야구대회를 다시 살리는 방안도 강구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4-04-11 13:34:05 원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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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잊지 말아야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배경에는 3·1운동이 있었다. 1919년, 이 땅에서는 국권회복을 위한 3·1운동이 일어났다. 3·1운동은 일제 강점기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으로 석 달 동안 200여만 명이 참여했다. 이후 독립을 위한 역량을 한 데 결집하고 독립운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지도부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3·1운동은 독립운동을 넘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뿌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프랑스 조계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첫 헌법으로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 공포했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제를 채택했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전환되면서 국민이 국가의 주권을 갖는 시대의 막이 열린 것이다. 제105주년이 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기념하며 우리 역사의 중요성을 되새겨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수립된 정부로서 독립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독립신문을 발행해 국내외에 임시정부의 소식을 알렸다.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침략 사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한민국 독립을 외치며 외교 활동에 적극 나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군사 활동도 전개했다. 한국광복군을 창설하고 연합군과 함께 일본에 선전 포고를 하는 등 무력 투쟁에 앞장섰다. 또 임시정부를 운영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할 자금도 조성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재정확보를 위해 독립의연금을 모집하고 독립공채를 발행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비록 타국에 있었지만 온 겨레의 지지를 받아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다. 일제의 모진 탄압 속에서 해방이 올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최고 기관으로 존재했다. 이러한 우리 역사가 남긴 독립에 대한 열망과 민주주의 정신은 현 시대에도 계승되어야 한다. 오늘날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주권 행사가 가능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꽃이 피려면 뿌리로부터 영양분과 수분이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2024-04-10 14:15:01 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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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숭고한 직업, 의사 되는 길’ 주사위는 학생들 손에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숭고합니다.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사회의 존경과 사랑을 받지만, 무거운 사회적 책임 또한 뒤따릅니다. 6.25 전쟁 당시 포탄이 날아드는 교실에서도, 엄중한 코로나 방역 상황에서도 우리는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가천대와 가천대길병원 설립자 이길여 총장의 호소가 눈길을 끌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2월 20일 시작 이후 8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이 총장이 의대생들에게 보내는 글이다. 가천대 의대는 1학기 학사 일정상 대량 유급 사태를 피하고자 지난 1일 개강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 수업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경북대 의대는 8일부터 수업을 재개했지만, 실제 강의실은 텅 빈 모습이다. 학생 불참을 예견한 대학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교수진이 자료를 올려 놓으면 학생들이 다운받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학생 수업 참여율은 극도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의대도 이날 개강했고 전남대도 이달 중순부터 예정된 학사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 개강 대학에서도 의대생 참여율은 낮고, 의정갈등도 팽팽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들이 속속 강의를 재개하는 이유는 학생 때문이다. 개강 및 수업을 더 미룰 경우 학생들이 집단 유급에 처하고 본과 4학년은 졸업하지 못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들이 의대 수업을 재개하고도 학생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출석 일수 미달로 특정 과목에서 낙제(F)를 받아 유급 받게 된다. 유급 시 학생들은 등록금도 돌려 받을 수 없다. 주사위는 의대생 손으로 넘어왔다. 그동안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휴강과 개강 연기를 이어온 대학들이 '막바지' 개강을 결정하며 '수업일수' 미달로 인한 유급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 거부를 이어갈 경우 '출석 일수' 미달로 인한 유급은 막을 수 없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결국 학생 피해가 누적됨을 잊으면 안 된다. "여러분이 강의실로 돌아올 때, 지금 하루하루 위급상황에서 노심초사하며 절망하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 국민 모두 작은 희망을 품게 될 것입니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4-04-08 12:25:17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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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심판의 시간

파생결합펀드(DLF)·라임·디스커버리 등의 펀드사태가 잠잠해진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 은행권에서 금융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사태다.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권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쟁조정기준안(분쟁조정안)이 발표됐고, 은행들은 분쟁조정안에 맞춰 자율배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쟁조정안에 투자자와 판매사들은 황당한 입장이지만, 이를 제시한 금융당국은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제 다음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로 인한 은행권 징계 수위다. 금감원은 지난달까지 진행한 현장 검사에서 일부 은행에서 불완전 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원금 보장 등 안전 지향성인 투자자에게 고난도(고위험) 상품인 ELS 가입을 유도하거나, 직원이 강제적으로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하도록 개인성과지표(KPI)를 설계하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 홍콩H지수 ELS 전체 판매 규모가 18조9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최대 수조 원 단위로 추정되는 과징금 규모도 은행권이 긴장하는 이유다. 현행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은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저버리거나 부당권유행위를 했을 경우 위반행위로 얻은 수입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입은 투자액 또는 대출금 등이다. 금소법 시행 이후 은행권 전체 홍콩 ELS 판매액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다음 주부터 은행, 증권사 등 홍콩H지수 ELS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본격 전달하고 세부 검사 결과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후 판매사들은 소명의견서를 다시 금감원에 보내면 금감원은 적용 법규 등을 따져본 뒤 제재안을 만들어 제재심의위원회 등에서 제재 수위를 논하게 된다. 홍콩H지수 ELS 사태는 빠르게 마무리 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어설픈 배상과 제재로 피해자들은 기만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논란을 종식시키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

2024-04-07 17:11:14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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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중기부와 외교부의 '케미'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의 '케미'가 본격화됐다. 성질이 급해 결론부터 말하면 장관이 바뀌어도 두 부처간 케미는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부처간 칸막이도 빨리 제거해 중앙부처 상호간 시너지도 다양하게 창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중기부와 외교부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외교부에서 베트남대사와 차관을 역임한 외교관 출신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외교력'을 발휘하면서다. 골자는 해외 진출을 원하거나 이미 나가 있는 중소기업 등을 전 세계에 있는 재외공관이 주재국 정부와 맞닿은 외교채널을 활용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재외공관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현지에 있는 협회 및 단체, 해외 진출 국내 금융기관, 그리고 대기업 등 민관이 합심해 현지 정보 제공, 애로접수 및 해소, G2G 협력 대응 등을 효과적으로 펼치게 된다. 국내에 있는 중소기업 등에도 외교부가 공관 소통채널을 활용해 현지 시장 및 주재국 정책 정보, 기업 애로 등을 중기부에 제공, 기업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대사관, (총)영사관, 대표부 등 재외공관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67곳에 이른다. 유럽에 가장 많은 48곳이 있고, 아주(47곳), 미주(35곳), 중동(19곳), 아프리카(18곳) 순이다. 오 장관은 "재외공관은 가장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네트워크가 가장 잘 돼 있는 곳이다. 현지 정보가 가장 많이 모이는 등 장점이 많은 곳"이라며 "재외공관이 구심점이 돼 협의체를 꾸려 중소벤처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기부와 외교부는 또 올해 튀니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하노이, 호치민,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7개 공관을 통해 우선적으로 'K-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워킹 지원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따로 놀았던 중기부와 외교부가 중소기업 수출, 진출을 지원하기위해 손을 잡은 것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부처간 철옹성 같은 '칸막이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관련 해외 수출·진출만 놓고보면 중기부, 외교부 뿐만 아니라 중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간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산업부 산하의 코트라(KOTRA),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간 해외에서의 추가 협력이 대표적이다. 중기부 출신 상무관 자리도 새로 만들어 중소기업들이 많이 나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재외공관에 배치해야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 중소기업 현장에선 외국인력을 더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중기부, 고용노동부, 법무부간 긴밀한 협력없인 해법이 요원하다. 중기부와 외교부간 이번 출발이 나비효과가 돼 다른 부처로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모처럼 잡은 손이 어쩌다 등판한 외교부 출신 중기부 장관 한 명의 호기로만 끝나지 않기를 제발 바란다.

2024-04-07 10:25:20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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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율주행 속도보다 신뢰가 중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선점하려는게 무모했던거죠.(자율주행 부문 개발자)" 글로벌 완성차업체 뿐만 아니라 IT 기업들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두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먼저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해 성공했음을 자랑하고 싶은 모습이다. 자율주행 부문의 기술적 진보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 분야의 차새대 먹거리로 급부상하면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오리혀 조급하다는 느낌이 들정도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테슬라마저 해메는 모습을 보면 어려운 기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속도전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대중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선두 기업으로 주목받은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회사인 크루즈가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무인 택시 사업을 시작했지만 굴절버스 후미 추돌, 소방차 추돌, 구급차 진로 방해 등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고 갑자기 정차한 뒤 운행을 정지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특히 다른 차에 치여 횡단보도에 쓰러진 보행자를 크루즈의 자율주행 택시가 인지하지 못하고 끌고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우버 무인 택시도 초반 꽤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버 무인 택시도 전복 사고가 발생하며 창업자는 결국 회사를 떠났고 주인이 바뀌는 사태를 맞았다. 자율주행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긴 테스트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분위기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1월 2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무려 93%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오작동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고 답했다. 61%는 가족과 함께 무인 자동차에 탑승하지 않겠다고 했다. GM 메리 바라 회장이 2030년까지 크루즈가 500억 달러(한화 약 67조34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처럼 완성차와 IT 업계는 자율주행 기술 선점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알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 자율주행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한 무리한 도전은 오히려 독이 된다. 속도보다 신뢰를 쌓는게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2024-04-04 16:02:30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연금개혁과 '폭탄 돌리기'

국회 연금특위는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연금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9%의 보험료율을 3~4%포인트(p) 올리고,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은 유지하거나 10%p 인상하는 방안이다. 이는 기금 고갈을 7~8년 늦출 뿐이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해선 그조차 시급하다. 지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이미 1998년, 2007년 두 차례의 개혁을 거쳤다. 출범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은 40%까지 내려왔다. 국민연금이 미래세대에게 비용 부담을 넘겨주는 구조인 이상 출생률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기금 고갈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생률 감소세는 이례적이지만, 소득 증가에 따른 출생률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앞서 캐나다, 스웨덴, 일본 등 선진국도 출생률 감소로 공적 연금의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했다.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 사이에 퍼진 불신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보험제도로 국가의 책임은 관련된 법안에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젊은 세대 사이에선 연금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에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인식이 많다. 납입액은 앞선 세대를 부양하기 위한 세금으로, 연금개혁은 고령자 부양을 위한 증세로 여겨진다. 정치권에서 연금개혁은 지지율을 담보로 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설계 과정에서 경제 성장에 따른 출생률 감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도입 이후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의 역할과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데에도 실패해서다.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가입자가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 소득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애 소득을 재분배하고 소득 규모에 무관한 최소한의 노후를 준비하도록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금개혁안이 통과되더라도 기금 고갈을 잠시 늦추는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연금 제도의 구조를 손보는 연금개혁은 필연적이다. 구도 자체를 손보는 개혁은 수치만 조정하는 개혁보다 국민의 거부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이른 시일 안에 국민 사이에 만연한 오해를 풀어내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수치만 조정해가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반복하게 된다.

2024-04-03 11:19:29 안승진 기자
[기자수첩] 결혼할 때 3억을 줘야하는 부모들

지난해 결혼 또는 출산시 1억원의 증여재산 추가 공제를 실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존에는 5000만원 이상의 증여에 대해서 세금을 내야 했지만, 이제는 모두 1억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됐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혼인할 때, 1억5000만원을 줄 수 있는 부모와 그럴 수 없는 부모가 갈릴 것이라고 말이다. 또 다른 형태의 채무 부채가 생겼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혼인증여공제 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은 소수이다. 이용우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1억5000만원 이상을 증여할 수 있는 가구는 약 25~35%에 불과하다고 짚기도 했다. 결국 해당 제도는 상위계층을 위한 일명 '갈라치기 세법'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연결되는 의문은 근거가 부족한 '부자 감세'는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정작 기업의 안정·영속성과 관련돼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온 상속세 저감문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될 시점에도 시장은 상속세 규제 완화와 관련된 사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의 다양한 기대감을 빗나간 세부안만 발표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을 높은 상속세로 꼽기도 한다.주요 7개국(G7) 등 다수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상속세율을 낮추고 있다. 반면,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에서 2000년 50%로 인상됐으며,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상속할 때는 평가액의 20%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할증 과세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상속세율이 최대 60%까지 오르기도 해 세계 1위 수준으로 치솟는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의 성장과 부의 국내 유치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공개한 '4·10 총선 조세 재정 정책 인식 및 투표의향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62.4%는 '부자감세'를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총선은 게임이 아닐 뿐더러, 선거가 끝난다고 '대한민국 게임'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소수의 어떤 계층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나라 경제를 위한 세법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재고되길 바란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4-04-02 16:15:45 신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