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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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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공천인가

여야의 공천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제22대 총선 대진표가 속속 완성되고 있다. 공천작업은 쉽지 않다. 아무리 공정하게 공천을 하더라도 당내 잡음이나 불만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각 정당들은 공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데 힘을 쏟는다. 이번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공천에서 강조한 것은 '시스템 공천'이다. 그러나 그 시스템이라는 것은 온데간데없어 보인다. 청년 후보자에 대한 경선 보장이라든가, 경선에 대한 방식, 전략지역 지정, 지역구 변경 등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운 공천이다. 그나마 여당인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잡음 없이 공천작업이 이뤄지는 모양새인 반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과정 중 벌써 10여명의 의원들이 탈당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리얼미터의 2월 4주차 정당지지율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39.5%)이 국민의힘(43.5%)에 역전당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은 40%대의 정당 지지율을 유지했고, 탄핵의 반사이익으로 문재인 정권 탄생에 이어 지난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어 국회 내 압도적인 다수당을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40% 안팎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공천 파동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오히려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의 현 상황은 2012년 19대 총선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당시 이명박 정권 말기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낙관했고, 정권 심판론에만 안주한 나머지 계파싸움과 공천 갈등이 극에 달했다. 반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띄워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하며 김종인 현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영입해 경제 민주화를 내세운 결과 152석이라는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민심은 바람과도 같다. 수권정당의 능력을 보이는 정당이, 진정성 있게 민생을 위한 정당이 이번 22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공천이 아닌, 국민을 위한 공천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2024-03-04 12:37:04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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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생아특례대출도 '대출'일 뿐

"그건 대출이 아니냐?" 저출산 대책 중 신생아 특례대출 상품을 두고 임신을 준비중인 지인이 말했다. 시중은행의 주택대출과 비교하면 낮은 금리이지만, 연 1%로 제공하든 연 0.5%로 제공하든 자신이 갚아야 하는 대출이란 의미다. 0.65명. 지난해 가임기여성(15~49세) 1명이 가임기간(15~49세)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가 0.65명으로 집계됐다. 가임여성 한명이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부에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 혼인·출산시 증여금액 중 최대 1억원은 증여세 과세액에서 공제하고, 주거안정을 위해 신생아 특별·우선공급도 시행한다. 다만 이 같은 정책엔 한계가 있다.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여받은 돈이 없다면 세액공제도, 갚아야 할 소득이 충분치 않다면 아파트도, 대출도 소용이 없단 소리다. 우선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보모(베이비시터)가 충분치 않다. 얼마전 부영에서는 출산한 직원에 한해 1명당 1억씩 지급하며 화제가 됐다. 주변에서는 1억원을 받으면 아이를 낳을 의사가 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시불로 현금을 지급해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베이비시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나 혼자 산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 몇 개월전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 국회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미혼청년들이 혼자사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으니, 이런 프로그램을 없애 결혼 비중을 늘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년들은 출산하지 않는 이유를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현실의 삶이 녹록지 않은데 이와 같은 환경을 누구도 접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무엇보다 지금 청년들의 삶, 지금 육아를 접하고 있는 가정이 행복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 허왕된 저출산대책이 아닌 현실에 발을 둔 대책이 필요할 때다.

2024-03-03 16:23:22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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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승만기념관 건립으로 혹세무민 말아야

"이승만이 뭘 대단히 잘했던 간에 자국민을 학살한 것 하나로 이미 독재 악마 등극이다. 히틀러는 공이 없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승만기념관을 경복궁 옆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3일 열린 제322회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최재란 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변했다. 조성 장소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동 공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작년부터 꾸준히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이승만대통령기념재단에 기념관 건립 기금으로 400만원을 투척했다. 이달 1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승만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면 혹은 초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이 나라와 우리 민족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며, 국운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그분의 공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로잡힌 역사가 대통령기념관에서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고 적었다. 이어 2월19일엔 "지난 60년 이상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선 공은 애써 무시하고 철저하게 과만 부각해왔던 '편견의 시대'였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초대 대통령의 공과를 담아낼 기념관 건립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승만기념관에 공과를 모두 적시하겠다 했지만, 그간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공'만을 부각해왔다. 지난 27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지금까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인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사료를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보니 '이런 공도 있더라' 하는 건 분명히 후세대들에게 잘 넘겨줘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SNS 계정에선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치켜세우며 "독립운동-자유민주주의-한미동맹 이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다"고 주장했다. 기념관에 공과 과를 전부 담겠단 말이 믿기지 않는 이유다. 시민들은 "제주 4.3 학살사건, 3.15 부정선거, 2.28 대구민주화운동, 4·19 혁명 등을 통해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인물이고 국민들에게 쫓겨난 게 명백한 사실인데 이런 사람을 대체 왜 영웅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지 모르겠다", "영구집권, 양민학살, 종국에는 국적까지 포기한 사람을 기념하겠다고 도심 속 허파 같은 공원을 없애겠다는 거냐. 헌정사에 패악질만 하다 쫓겨난 자, 다시 대통령 앉히지 말라고 헌법 전문에도 '4·19 정신' 적어 놓은 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사를 모르는 자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역사를 왜곡해 그게 진실인 양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다'고 한 현인의 말이 떠오른다.

2024-02-28 14:33:26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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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헛소문에 흔들리지 말자, K칩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거래 끊겠다 선언' 충격적인 찌라시는 순식간에 온라인 공간을 달궜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신뢰를 잃고 HBM 협력도 중단한다는 내용, 실존 인물 이름까지 등장해 믿을 수 밖에 없게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 여부를 떠나 또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나쁜 찌라시겠다 싶었다. 엔비디아가 문제를 삼은 이유가 5년도 더 전에 양산했던 제품, 아직 생산을 하는 게 더 신기할법한 구세대에 사용하던 칩이다. 내부 사정을 아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유포했거나, 사실이라도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 '갑질'을 하는 모양새였다. 반도체 업계 이야기는 중국과 미국, 대만에서 특히 많이 쏟아진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보도가 나오면 관련 부서 구성원 스마트폰을 모두 압수한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보안이 철저하다. 때문에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알아도 모른척하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반도체 업계 소식은 대부분 국내 업계, 특히 삼성전자에 부정적이다. 삼성전자 수율이 떨어졌다, 기술력이 뒤쳐졌다, 거래가 끊겼다는 등 당장이라도 망할 것같은 이야기가 많다. 국내에서조차 삼성전자 제품을 근거없이 낙인 씌워 불매를 유도하고 비슷한 해외 제품을 추켜세우는 기묘한 광경까지 연출된다. 실제 확인해보면 대부분 사실과 정 반대다. 여러 현직자 말을 종합해보면 삼성전자는 최소한 메모리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지키고 있다. 깊이나 높이, 구조 등에서 경쟁사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가 됐다. 웨이퍼 베벨 관리 등 다양한 노하우로 수율 확보에서도 충분히 '초격차'를 벌렸다. 마이크론은 이제 경쟁 조차 되지 못할 정도, SK하이닉스만이 더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것만이 예전과 다른 분위기다. 그럼에도 악의적인 소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한국 반도체, 삼성전자가 '눈엣가시'라서일테다. 반도체 업계 역사를 다룬 책이나 문헌을 보다보면 삼성전자를 마치 악덕 기업처럼 묘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강력한 경쟁자를 견제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단기간에 성장한 삼성전자, 한국 반도체 산업을 낮춰 보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해외 목소리를 그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쉽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하청국가로 남길 바라는 해외 경쟁사 및 헛소문들과 고군분투하는 상황, 우리만이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떨지, 걱정스럽게 당부해본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4-02-27 16:33:38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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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신용자 '둑' 모두 함께 막아야

미국의 동화 작가인 매리 맵스 닷지(Mary M Dodge)의 소설인 '한스 브링커의 은빛 스케이트'에는 둑의 구멍을 맨손으로 막아 마을을 지켜낸 소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인 나머지 이를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 줄 아는 사람들이 왕왕 보인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미성숙한 소년의 신체로 수천 톤(t)에 이르는 물을 막을 수 있을리 없다. 아무리 건장한 사람이라도 혼자 힘으로는 제방의 구멍을 막을 수 없다. 설령 구멍을 메꾸더라도 몸이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 일부가 거대한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최근 카드업계를 살펴보면 둑의 구멍을 맨손으로 막고 있는 소년이 투영된다. 밀려드는 중저신용자에게 급전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신년부터 카드론과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사가 취급하는 대출 서비스의 잔액이 모두 상승했다. 특히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에 이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급전마저 빌리지 못해 나중에 갚겠다는 차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카드업계 또한 연체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만큼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같은 서민금융기관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의 대출 취급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전국 저축은행 79곳이 취급한 여신액은 104조936억원이다. 소비가 늘면서 목돈 나가는 연말임에도 한 달 사이 2조원 넘게 줄었다. 이를 2022년 12월과 비교하면 격차는 10조원 넘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도 대출 취급액이 감소했다. 한 달 사이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의 여신잔액은 각각 2700억원, 1조6200억원씩 줄었다. 결국 카드사가 중저신용차주를 모두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여신취급을 줄이고 있는 금융기관은 건전성 관리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그도 맞을 것이 지난해 3분기 기준 2금융권 내에서 연체율이 가장 낮은 곳이 신용카드사다. 유일하게 1%대에 그친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에 연체율이 순식간에 불어난 것 처럼 카드사의 부담이 급속도로 확산할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한다. 카드사가 저신용자라는 둑을 혼자 막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애당초 중저신용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형편 어려운 차주를 위한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이다. 어렵다는 경제 한파, 모두 함께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2024-02-26 14:19:07 김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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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통법 폐지, 표심잡기로 그치지 않으려면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심을 잡기위한 공략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정부는 민생안정을 목표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내걸며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를 추진 중이다. 당초 업계에선 단통법 폐지보다 개선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정부는 '폐지'를 해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단통법 폐지안을 발표한 직후 참석한 행사에서 "앞으로도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 주는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것이 정부가 통신비 부담 완화방안의 하나로 중저가폰 출시 확대 등을 내세웠지만 여론은 좋지 않았다. 통신비 절감을 체감하려면 근본책인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 정치권에서도 가계통신비 인상의 주범으로 단말기 가격을 지적하며 단통법 폐지를 촉구했다. 과거 정부는 불법 보조금이 활기치자 지원금을 제한하고 보조금을 규제하는 단통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통신사들 간 마케팅 경쟁이 축소되면서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졌을 뿐만 아니라 보조금도 줄었다. 이에 소비자의 단말기 가격이 대폭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은 "정부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통신 요금 개편을 촉구했지만 주원인은 고가단말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휴대폰 단말기 평균가격은 지난 7월 기준 약 87만3000원으로 2014년(약 62만원) 대비 41% 늘었다. 이 기간 소비자 단말기 구매 비용은 연평균 4%씩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 평균상승률(1.62%) 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단통법 시행 전의 이동통신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다 LTE의 등장으로 이통사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5세대(5G)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통사가 과거만큼 지원금을 확대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다. 또 정부가 알뜰폰 사업을 적극 밀어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단통법 폐지를 내세우는 것은 '표심잡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정부의 지원 아래 크게 확장된 알뜰폰 시장이 단통법이 폐지되면 대폭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업계는 이통 3사와의 위약금 대납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고, 가입자들이 이통3사로 대거 이동하면서 이들의 과점체제가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통법 폐지 시점은 알 수가 없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법안 폐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4월 총선 후인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표심잡기용이 아닌,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지원책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구남영기자 koogija_tea@metroseoul.co.kr

2024-02-25 16:55:41 구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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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우리 엄마, 위암 말기래". 수화기 너머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가 떨렸다. 친구는 다시 '불효녀' 신세가 됐다. 석 달 전 세 남매 중 마지막으로 늦깎이 혼인하며 "드디어 불효녀 신세는 면했다"던 친구였다. 여중생 시절 내 인생 첫 '모밀 소바'를 손수 만들어주셨던 그녀가 앞으로 겪을 투병 생활을 생각하니 내 마음도 갑갑했다. 유난히 더 마음이 쓰인 이유는 연일 이어지는 '의대 증원 이슈'와 직결된다. 정부의 의대생 증원 발표에 맞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5년간 2000명씩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연구 결과에 따라서다. 정부 발표로 의료계는 뒤집어졌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실시한 '희망 의대 신입생 증원 규모'에서 전국 의대 40개교는 총 2500여명 규모로 증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몇 달 새 의료계는 이 수치를 '최대 350여명이 한계'라며 태세를 바꿨다. 전국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 증원 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전공의들은 결국 집단 사직 후 병원 이탈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엄정 대응' 방침을 유지하며 업무 개시 명령 등으로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발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전국 의대생들도 집단을 휴학하며 이에 가세하고 있다.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들의 반론은 '기득권 싸움'에 불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일부 의사들의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라거나 '남들보다 더 공부해서 의사 됐으니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란 취지의 발언 등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나 가족의 고통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친구 어머니 또한 "두렵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A병원에서 "당장 다음 주 화요일 수술 날짜를 잡아주겠다"며 보여준 서두름과 달리 '빅5'로 꼽히는 서울 B병원에서는 "지금 '사태'를 알지 않느냐"는 말까지 환자에게 스스럼없이 던지며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기 위해 환자 곁을 떠나는 방식의 투쟁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은 안 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제네바 선언을 되새김할 때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4-02-22 12:44:35 이현진 기자
[기자수첩] 월세 상승과 주거비 부담

지난해 비아파트(연립·다세대, 오피스텔)를 중심으로 역전세,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 '전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가 월세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라서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비아파트의 월세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101.9로, 전년 동월(101.1)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100.07을 기록하며,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도 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2월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해(1~12월) 비아파트 준공물량은 6만1387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2.3%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새로 짓겠다고 인허가를 받은 주택 10가구 중 9가구가 아파트로 나타나면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비아파트 공급 축소가 청년·서민층의 주거비용 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누계 주택 인허가 물량 38만8891가구 중 비아파트는 4만6600가구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비아파트가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으면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아파트 전셋값뿐 아니라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 실제로 비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이동하면서 서울 지역에선 아파트 전세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은 상승하고 매물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동향'을 보면 2월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05% 상승하면서 39주 연속 올랐다. 전세 물건(이날 기준)은 3만3567건으로, 전달 매물량(3만4931건)과 비교하면 3.9%(1364건) 감소했다. 전세 대신 월세로 집을 구하는 수요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은 월세화 및 월세 가격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 감소를 위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 추가 규제 완화를 고민해야 한다.

2024-02-21 13:41:53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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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합의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생활 속에서 이 표현은 '혼인신고서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이혼을 하느냐'는 식으로 많이 쓰인다. 그만큼 식상한 표현이지만 지금 개혁신당을 보니 저 문구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명절 연휴 첫날인 9일, 급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3지대 4개 세력이 통합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기존 개혁신당(이준석)과 새로운미래(이낙연)의 합당은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들려온 이야기 역시 양측의 골만 깊어지는 내용이라서다. 그럼에도 이들은 합당에 성공해 '개혁신당' 깃발 아래 뭉쳤다. 합당 과정이 '톱다운' 방식인 만큼 내부 충돌도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러나 4·10 총선에 대비해 진용을 꾸리려면 합당 결정은 빠르게 내리는 것이 맞았다. 그로 인한 당원들의 반발은 그들이 감내하고, 해결해야 할 몫이다. 문제는 지도부의 갈등인 것 같다. 이준석 공동대표 측과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선거 정책 지휘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및 공천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앞서 이준석 공동대표는 선거 정책 전반 결정 및 지휘권, 최고위에서의 배 전 부대표 거취 결정 등을 요구했지만, 이낙연 공동대표 측은 선거 총괄의 전권은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인 이낙연 공동대표에게 있다고 맞섰다. 결국 19일 최고위에서는 이준석 공동대표가 제안한 몇 가지 안건이 가결됐는데,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떠났다. 거기에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온 직후 취재진에게 '전두환 국보위'을 빗대며 비난했고, 이낙연 공동대표 측은 '이준석 사당화'라며 비판하는 입장문까지 냈다. 이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총선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질적인 정치세력이 뭉쳤을 때 보이는 주도권 싸움이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물과 기름을 섞었으니 휘저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래서 이 표현이 생각났다. '합의서에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갈등이 터지는구나.'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 다툼에 골몰한다면, 대안세력으로서의 제3지대를 기약할 수 있을까. 이들이 갈등을 봉합하고, 제3지대로 뭉친 이유에 대해 기억했으면 좋겠다. 연휴 첫날 극적으로 합당에 성공한 이유를 다시 한 번 떠올리길 바란다.

2024-02-19 14:14:11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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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中의존도 낮춰야 韓게임 경쟁력 키운다

최근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총32건의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여기에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기원', 넷마블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등 3종의 한국산 모바일게임이 포함됐다. 확실히 중국의 외자 판호 발급 규모는 지난해부터 눈에띄게 늘었다. 지난해 중국은 1075개의 게임판호를 발급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한번에 105개의 판호를 발급한데 이어 올해 1월에도 115종을 발급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은 고강도 게임 규제안인 '온라인 게임 관리 방법' 규제 초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런 중국당국의 행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중국 게임시장 트렌드'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연간 게임시장 매출액은 2658억8400만 위안(약 49조원)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20.4%를 차지하며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배틀그라운드, 쿠키런 등의 한국게임이 중국시장에서 큰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시장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자국보호를 최우선으로 두는 중국이 제시한 고강도 게임 규제안이 완전히 폐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 개발 기업들의 자체 경쟁력이 눈에띄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 당국의 변동성에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의 경제 위축도 한 몫한다. 아울러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고 해도 국내게임의 인기가 오래갈 거라는 기대감도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내 게임 시장의 구조에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문체부가 공개한 2022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이전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글로벌 경제불황 등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해 게임사 대부분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 올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손 놓고 중국시장에만 배팅을 할 수 없다. 결국 답은 자체경쟁력을 키우는데에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각 사에 맞는 신기술을 키우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확장하는 등 다양한 방안 마련에 속력을 내야 한다. 중국의 판호발급에 따른 미래의 기대감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판호발급 소식 후 주식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경쟁력을 키워야 장기적으로 게임시장이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24-02-18 15:12:29 최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