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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안 돼도 개정은 이뤄져야

학생인권조례(조례)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도입 13년여만이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 요구가 커지면서다. 취지와 달리 조례 일부 조항이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침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폐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시도교육청은 전국에 6곳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과 자유, 권리 보장을 위해 지난 2010년에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됐다. 이후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등 모두 7곳에서 시행돼 왔다. 최근 충남에서 조례가 폐지된 데 이어 폐지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가시화하자 전국의 시도교육감 17명 가운데 9명이 반대 입장에 뜻을 모았다. 이들은 조례를 폐지하지 않고도 '교권'과 '학생 인권'은 양립할 수 있다며 폐지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3일부터 서울을 순회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조례에 따라 교사가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어 온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간 교사는 우수 학생을 칭찬할 수 없었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칭찬받지 못하는 학생'에 대한 '평등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봐도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교사는 이를 압수할 수 없었다. 자는 학생을 깨우면 '휴식권' 침해가 됐다. 조례가 폐지되면 이런 부분들이 모두 가능해진다. 교총이 전국 교사 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 이상이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담은 초중등교육법 등 이른바 교권회복 4법이 통과되고, '정상적인 수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도 나왔지만, 현재까진 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올해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모든 국민이 피부로 느낀 한 해다. 조례를 무조건 폐지해야 하는 데는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폐지든 개정이든 변화는 필요하다. 진영논리를 떠나 모두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해 현장의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 지금이 기회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3-12-20 14:17:25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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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뫼비우스의 띠

무엇인가 뜻하지 않게 반복되는 현상을 우리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혔다고도 표현한다. 시작점은 있지만 도착점이 없는 느낌.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돈을 풀었지만 정작 체감하는 차주는 별로 없다. 올해도 금융권의 화두는 이자장사다. 차주들의 '대출이자'를 통해 은행권이 역대급 이자장사를 기록하면서 곳간을 배불리 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으로 내부 잔치를 진행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못 마땅히 여겨 '돈잔치', '갑질', '독과점'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눈치를 본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고, 3년간 10조원 공급이라는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조 단위 지원 뒤에는 '효과'라는 단어가 붙었다. 보증 재원 상승분을 출연금에서 메꿨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민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 대책이 필요했지만 금융당국과 정부는 그냥 넘어가면서 상생금융 시즌1이 끝났다. 하지만 현재는 상생금융 시즌2 방안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은행권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서민들이)은행 종노릇', '갑질', '횡포' 등의 비판을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이후 상생금융 시즌2가 시작되면서 은행들은 1000억원 규모 지원책을 내놨지만 금융당국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주들의 현실적인 체감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가지고 오라는 의미다. 결국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민생금융 지원방안 테스크포스(TF)를 구축해 ▲상생금융 규모(2조원) ▲지원대상 ▲분담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상생금융 시즌2에 가장 중요한 점은 은행들의 진심이 더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즌1처럼 '일회성'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권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에 억지로 실행할 수도 있지만 차주들이 체감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시즌3, 시즌4 등 계속 나올 수 있다. 은행들이 항상 강조하는 '고객을 위하는 은행'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번 상생금융 시즌2에서 보여줘야 한다. '돈만을 위한 은행'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체감'이 중요하다.

2023-12-19 15:30:05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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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항공업계, 결항·지연 보상 논란…'항공사·소비자 이게 최선인가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다. 최근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 정비를 이유로 자사 항공편의 운항을 타 항공사로 대체했으며 티웨이항공도 기체 결함으로 결항을 결정, 승객들에게 환불을 진행한뒤 버스를 이용해 김해에서 김포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국내 LCC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면서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저가항공은 피해야한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는데 버스로 이동했다"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항공사의 영업 방식을 보면 이같은 생각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외국계 항공사 중 P사의 경우 항공기 기체결함에 따른 이유로 발생한 결항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당시 해당 항공사는 출발예정일부터 10일 이내에 자사 항공편의 공석에 대한 예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타 항공편 이용시 보상이 불가하고 추가 체류비나 경비 등에 대한 비용 부담도 지급하지 않았다. 또 V사의 경우 항공기가 활주로서 10시간 가량 대기한 뒤 결국 결항을 결정했지만 당시 탑승객을 위한 서비스는 일절 제공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도 천재지변이나 결함으로 발생하는 결항에 대해 탑승객들에게 알리고 환불을 진행해도 문제될건 없다. 일부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재지변이나 결함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소비자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만족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라'는 등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소비자원에서는 천재지변에 따른 보상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으며, 항공기 결함의 경우도 해당사의 귀책에 따라 일부만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사의 출발 지연이나 결항에 대해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항공사들도 항공기 운항 지연과 결항이 잦아질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2023-12-18 16:12:12 양성운 기자
[기자수첩] 행방불명된 장기투자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장기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는 호황기가 찾아왔고,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과도하게 높아진 것은 아니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당시 투자자들의 증가와 함께 수익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때 수익을 챙겼던 투자자라면 웬만한 수익에는 배부르지 못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를 주도했던 '테마주' 열풍도 단기간 고수익을 노린 '단타투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개 주식은 기업가치나 미래 성장성 등에 근거하지만 올해는 비논리적인 주가 상승률을 보인 종목들이 증시를 주도하기도 했다. 물론 장기투자가 필승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주식은 꾸준한 공부가 필요한 분야이다. 장기투자에 성공하고 싶다면 현재가 아닌 미래, 보통 10년 뒤 경제·산업 흐름을 읽어내야 하는데 단타가 성행할수록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10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마라"라고 말할 정도로 장기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버핏이 14년 동안 보유했던 중국의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 주식의 경우, 매수 이후 약 10년 간 상승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당시 이를 두고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가 우세했었지만 14년 만에 수익을 얻은 비야디는 약 20배의 수익을 안겨 줬다. 주변의 평가보다는 자기 확신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필자가 알고 있던 한 선배도 주식 공부에 열정이 남다른 인물이었다. 어떠한 종목을 매수할 때 해당 종목의 산업 전망,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까지 모두 고려하는 편이었다. 실제로 그 선배가 추천했던 종목은 몇 배의 수익을 냈고, 그 순간에도 그 선배는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목표 수익률이 정확하게 있었고, 그 수익률을 내기 전까지는 매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표했던 수익률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넘기기까지 했었다. 성공 유무를 알기 전에는 이들의 투자 방식이 무모한 기다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근거 있는 자신감에 있었다. 사실 주식의 대가들은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버티기에 자신 있다면 미래 성장성이 보이는 기업을 고심해 장기투자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

2023-12-17 16:01:15 신하은 기자
[기자수첩] 효율성보다 안전성이 먼저

최근 메가커피에서 굿즈로 선보인 '미니언즈 빨대&덮개'가 수입 부적합을 받아 논란이 됐다. 통상적으로 수입 부적합 판매를 받은 제품은 반송 또는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제의 제품이 전국 매장을 통해 판매됐기 때문이다. 폐기되지 않고 판매될 수 있던 이유는 해당 제품을 메가커피에 납품한 수입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안전 검사가 통과된 이력이 있는 수입품은 서류만으로 심사한다는 점을 악용해 유통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수입식품에 대해 자동으로 검사하고 신고수리하는 '전자심사24' 시스템을 지난 9월부터 운영했다. 해당 시스템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행정업무를 완전 자동화한 첫 번째 사례다. 식품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다 반복적으로 수입되는 식품에 한해 자동 수입신고 수리를 적용해 효율적으로 수입검사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시스템 도입으로 업무시간에만 가능하던 서류검사가 24시간 가능해졌고, 길게는 48시간 걸리던 처리기간이 최대 5분 이내로 단축됐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한번 안전 검사에 통과한 이력이 있으면 서류만으로 쉽게 국내에 제품을 들여올 수 있던 것.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입업체인 티에프코리아는 지난달 30일 '미니언즈 빨대&덮개' 일부를 이전에 검사에 통과한 제품과 섞어서 거짓으로 신고해 국내로 들여왔다. 그리고 나머지를 첫 수입신고했는데 식약처의 정밀 검사에서 유해성이 확인돼 수입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제품은 '폴리염화비닐(PVC) 총용출량'이 n-헵탄 기준으로 리터당 2705㎎이 검출됐다. 해당 용출량은 기준치 150㎎ 이하를 18배 초과한 수치다. PVC 내 물질이 용액에 기준치보다 18배 녹아나왔다는 의미다. 이 제품은 현재 판매 중단된 상태로 시중에 유통된 제품은 수입업자를 통해 회수 예정이다.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시스템 도입도 좋지만, 확실하게 안전성을 입증한 제품을 판별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황에서 전량 회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현행 시스템을 악용한 사례가 재발하기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2023-12-14 16:26:35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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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에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것 아닐까

현실정치에 막힌 민주당 초선 국회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본업이었던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13일 오늘만 2명의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홍성국(세종갑) 의원은 평사원에서 시작해 증권사 대표까지 올라가며 '월급쟁이 신화'를 써내려간 인물이다. 경제와 사회 전 분야에서 팽창을 거듭하던 한국사회가 이제 '수축사회'로 접어드는 위기에 진입했다는 저서 '수축사회'는 호평을 받아 경제와 미래 전문가로서 민주당에서의 역할이 기대가 되던 인물이기도 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모셔온 영입 인재였다. 그런 그가 오늘 불출마 이유로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 받기도 했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기자들을 만나서 "이런 생각을 3~4년전부터 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인데, 월급쟁이 신화를 썼던 홍 의원도 극한의 대립 정치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환경에 적응을 못했나 보다. 홍 의원은 기자들에게 "인재 영입으로 들어온 사람은 준비 없이 들어온 측면이 많다. 정치를 했던 분과 안 했던 분이 바라보는 시각이 틀리다"라며 "저 역시 그랬었고 준비가 없다보니 앞으로 양당에서 영입하시는 분들은 당내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정치나 사회를 함께 공유하고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입법부, 즉 국회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별도의 입법고등고시를 두고 따로 뽑는다. 그만큼 입법부의 일이 전문적이고 복잡한 영역이기 때문일테다. 아무리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들이 사회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아도 적응에 애를 먹는 곳이 국회라고 한다. 심지어, 비례대표 의원은 국회 지리 익히는 데만 8개월이 소요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영입인재들에 대한 정당들의 교육 강화도 필요할테지만 정당도 국회 경력이 많은 보좌진이나 내부 당직자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먼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인재 영입과 불출마 소식이 엇갈려 들려오는 이 때,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고 바로 입법과 예산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정당에 많이 등장해주길 바란다.

2023-12-13 15:24:25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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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 만드는 곳인데 법 지키기가 어렵다

어릴 적 학교에서 정치에 대해 공부할 때, 국회를 '입법부'라 한다고 배웠다. 입법부는 말 그대로 '법(法)을 세우는(立) 곳'이라, 필자는 단순하게 법을 만드는 곳이라고 외웠다. 말랑말랑하던 시절에 외운 것은 커서도 잘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20여년 이상 지나 국회를 출입하는 지금도 국회는 '법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곳인데 법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내년 4·10 총선 120일 전인 12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후보자들의 등록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국회가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나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확정하지 못해, 일부 예비 후보자들은 자신의 지역구와 선거 룰도 모른 채 후보 등록부터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일 1년 전에 국회의원 지역구를 획정해야 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이 법정기한을 넘기는 것은 관행처럼 돼 버린지 오래다. 그리고는 총선을 앞두고 부랴부랴 획정한다. 18대 총선 때는 선거일 47일 전이었는데 갈수록 더 촉박해져 19대 44일 전, 20대 42일 전, 21대 39일 전에 정해져, 후보가 선거 직전에 자신의 지역구를 아는 일도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역시 국회는 법정기한을 훌쩍 넘겼다. 지난 4월에 정했어야 했는데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확정하지 못해서다. 결국 국회에서 선거제 논의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예산안은 또 어떤가. 2014년 국회 선진화법 통과 이후 국회가 예산안 법정처리기한을 지킨 것은 2014년과 2020년 단 두 차례 뿐이다. 대부분은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서 협상이 늦어지고, 예산안 통과도 늦어졌다. 심지어 지난해 국회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202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러다 2024년도 예산안은 2024년 1월 1일에 통과시키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법 만드는 사람들이 법에 정해진 기한을 매번 어기지만, 이들이 반성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입에 반성을 올려도 레토릭일 뿐이며, 반성이 행동으로 옮겨지지도 않는다. 이들이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자신들에게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

2023-12-12 15:11:53 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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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만으로 풀 수 없는 저출산

몇해 전 동물원에 살고 있는 미어캣이 새끼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태어난 새끼가 관람객에게 그대로 노출되자 스트레스를 받아 잡아먹은 것이다. 때마다 주어지는 충분한 음식은 소용이 없었다. 미어캣의 입장에선 본인이 살고있는 환경이 이미 안정적이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합계출산율 0.7명. 우리나라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앞서 2006년 세계적 석학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을 '인구소멸 국가 1호'로 지목했다. 당시 출산율은 1.13명. 그때부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약 30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외려 출산율은 감소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육아휴직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출생아 100명당 남성과 여성을 합친 육아휴직자 비율은 29.3명에 불과하다. 아이돌봄서비스는 기준이 높고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몇달을 기다려도 매칭이 되지 않는다. 이런부분을 개선해야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2030세대의 삶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자리는 2645만개로 1년 전보다 87만개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절반은 60대 일자리(44만개)였고, 20대와 30대의 일자리는 각각 1만개, 5만개에 불과했다. 빈곤율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20대와 30대의 기초생활수급자수는 지난 2018년 2만8591명에서 지난해 4만1509으로 45.1% 늘었다. 개인회생 신청건수도 지난해 전체 신청건수의 46.6%를 차지했다. 회생 이후 정상적인 경제 생활을 하기 위해선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출산후 자녀가 본인과 같은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다. 미어캣보다 지적으로 진화 됐기 때문에 계산을 미리했을 뿐, 미어캣과 동일한 상황이란 의미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구조개혁을 하면 성장률은 2% 이상 갈 수 있다"며 "어떻게 저성장을 탈출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렸다"고 했다.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정책으로는 300조원의 예산으로 충분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2023-12-11 16:54:04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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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세훈 시장의 시정 철학, 약자와 동행? 약자를 연행!

필자가 중학생일 때 한문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희는 스스로를 비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모두 예비장애인이다" 과연 스승의 말은 참이었다. 지하철역 안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쪽에 늘어선 수백개의 계단을 보며 한숨 쉬는 노인을 본 적이 있다. 어르신은 "에휴. 나는 더 못 가. 저리로 돌아갈게"라고 일행들에게 말하고는 다리를 절뚝이며 엘리베이터가 있는 머나먼 반대편 출구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노화로 인해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 중 하나였다. 결혼, 출산 연령이 증가하면서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 한 해 접한 지인들의 출산 소식 중에는 심장 한쪽이 더 크지 않는 희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와 다리 하나가 자라지 않는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장애를 지닌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절망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장애인을 두고 그들은 약자가 아닌 '비뚤어진 강자'라고 했다. 강도 높은 비난뿐만 아니라 강경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들을 풀어 장벽을 세우고는 휠체어 탄 장애인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해 국민의 기본권인 시위의 자유를 빼앗거나, 간담회에서 일부 장애인 단체장이 동료 장애인을 비판한 발언을 추려 보도자료를 제작·배포해 약자들을 갈라치기 했다. 시민들이 미워해야 할 건 장애인 예산을 증액해달라고 시위하는 이들이 아닌, 오세훈 시장이다. 장애인 예산은 결국 생의 어느 순간에 약자가 될 모든 시민을 위해 쓰인다. 엄마가 된 친구들이 어딜 갈 때마다 꼭 하나 묻는 게 있다. "거기 유모차 끌고 다니기 편해?" 이들이 찾는 건 '배리어 프리(장벽 없는 생활 환경)' 시설이다. 장애인이 휠체어로 편하게 오갈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등은 모든 보행 약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만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있다면, 같은 처지의 약자인 장애인 단체가 아닌 오 시장에게 항의하길 바란다.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 그간 당신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누린 모든 편의는 장애인들이 철길에 드러눕는 시위까지 불사하며 이뤄낸 투쟁의 결실이다. 당신의 출근을 방해하는 건 약자와 동행한다면서 약자를 연행하는 오세훈 시장이다.

2023-12-10 13:57:4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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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까마귀 고기를 먹을 것인가?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 누군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거나 깜빡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이는 다른 사람이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도 사용한다. 대개 실수는 경각심의 부재에서 나온다. 통상 한 번은 실수지만 반복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한 번 들인 습관을 고치는 것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나쁜 습관은 굳기 전 바로 잡는 것이 상책이다. 지금 새마을금고에 꼭 맞는 말이다. 오는 21일 차기 새마을금고를 이끌 중앙회 회장이 결정된다. 이달 6~7일에는 후보자 등록을 실시한다. 사실상 공식 선거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이번 선거는 쇄신안을 이끄는 것과 동시에 박차훈 전 회장의 금품 수수 혐의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는 자리인 만큼 차기 회장에게는 청렴, 결백을 바탕으로 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올해 선거를 무탈하게 마쳐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새마을금고 출범 60년 만에 직선제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이다. 그간의 투표 대상은 전국 300여명의 대의원으로 한정했지만, 이제는 1291명의 지역 이사장이 모두 한 표씩 행사할 수 있다. 더 많은 유권자의 권한을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이 높아진다. 유감스럽게도 선거 시작 한 두달 전부터 업계에서는 '무지성 난타전'이 발생한 바 있다. 타 후보의 치부를 들춰 제 몫을 챙기려는 장면이 포착됐다. 바뀐 계절 만큼 꽁꽁 언 민심을 녹여야 하는데 실망감만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인 부회장과 김현수 중앙회 이사 사이에서 발생한 일이다. 표적 감사 논란도 나왔다. 김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 남대문충무로금고에서 고객 돈 5억1000만원을 빼돌린 의혹에 이어 김 이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대구 더조은금고에서는 비위 및 업무과실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김 이사가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전국 3200여곳의 금고를 감독하고 이끌 자질에 대해 물음표가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강조한 것 처럼 이번 투표는 신뢰 회복의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선거다. 소비자 신용을 되찾을 기회일 수도 있다. 디지털뱅킹에 익숙지 못한 고령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 '엄지런'은 피했지만 이제는 미래 소비자 확보 방안도 등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한테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3-12-06 10:47:24 김정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