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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늘어나는 슈링크플레이션에 정부 대처는

한 봉지에 5개가 들어있던 핫도그가 4개로 줄어들었고, 김은 10장이 들어있던 것이 9장으로 줄었다. 가격은 올리지 않은 채 대신 식품의 용량을 줄인 것이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략이 눈총을 사고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이 전략은 가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식품의 내용량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변화를 인지하기 어렵다.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식품업계가 슈링크플레이션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정부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비용과 재료비 원가도 오를 대로 오른 상황.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이 오른만큼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대놓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정부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이 가격은 유지하되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조금 더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풀무원은 '탱글뽀득 핫도그'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였고, 동원F&B는 양반김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줄였다. 참치 통조림 용량도 100g에서 90g으로 낮췄다.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물적 용량을 줄이는 것은 향후에 더 큰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믿고 구매했는데, 알고보니 중량이 줄었거나 재료의 원산지가 바뀌었을 때 배신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기업 스스로 소비자의 신뢰도를 낮추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가격이 올라도 구매 가치가 있는 품목이면 구매하는 게 시장 이치다. 기업의 슈링크플레이션이 성행하고 있지만, 기업 탓만 할 수는 없다. 현재 한국에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규제하거나 소지바들에게 용량을 줄였다는 것을 고지해야하는 법안은 없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그저 방관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은 정부에게도 책임은 있다. 사례가 늘자 뒤늦게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가이드라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탁상공론만 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을 선택하기까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고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할 것이다.

2023-11-19 15:43:03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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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스페인 총리 대행의 사면 거래

필자의 스페인 마드리드 숙소 앞에는 하원 의사당이 보인다. 양원제인 스페인에서 4년 임기로 구성되는 350명의 스페인 하원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이곳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숙소에 갈 때 마다 총기를 휴대한 스페인 경찰들은 목적지를 확인한다. 방송국은 야외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중계차도 진을 쳤다. 정권 연장을 위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대행이 '사면 거래'라는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스페인사회노동자당(PSOE)는 지난 9일(현지시간) 카탈루냐(스페인의 북동부 자치주) 분리주의 정당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 정당과의 협상에서 정부 구성에 대한 지지를 확보했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지난 5월 사회노동자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7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다. 조기 총선 결과, 어느 정당도 과반을 점하지 못했다. 원내 1당이자 야당인 국민당(PP)이 정부 구성을 위한 총리 인준 투표에서 과반을 점하지 못해 부결되자 산체스 총리 대행에게 기회가 넘어왔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좌파 정당들과 분리주의 정당들의 지지를 확보해 정부 구성 인준 투표 의결정족수 확보에 나섰다. '캐스팅보터'인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과 협상에서 합의에 이른 것은 1400명에 달하는 카탈루냐 독립운동 연루 인사의 사면이었다. 그중엔 2017년 분리독립 운동 관련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를 앞두게 되자 벨기에 브뤼셀로 망명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주 자치정부 수반도 있었다. 카탈루냐주는 첨단 산업과 농업 등이 발전해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부유하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지난 2017 카탈루냐주의 독립을 선포했지만, 중앙정부가 주의회를 해산하고 자치권을 박탈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집권을 위한 '사면 거래' 소식이 알려지자, 스페인 우파 정당과 지지자들은 사회노동자당 당사가 있는 마드리드 페레즈 거리에 모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스페인의 판사와 검사들은 행정부의 사면권 남용이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카탈루냐 독립'이라는 스페인의 오래된 사회 균열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15일과 16일 하원 의사당에서는 정부 구성 인준을 위한 토론과 표결이 있어 스페인 정국은 더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2023-11-16 14:24:14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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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바야흐로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각 정당들은 총선기획단 등을 구성하며 제22대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선과 총선 등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도 있다. 바로 인재영입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인재영입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직접 인재위원장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좋은 인재'를 각자의 당으로 영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시작됐다. 정치권에서의 인재영입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겸비한 성공한 인사들이라는 점과 외부 인재들이 당내로 들어오며 새로운 바람을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영입된 인재들이 '좋은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영입인사들에 대한 부실검증 논란도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둔 당시에도 각 정당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외부 인재들을 영입하고, 대대적으로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일부 영입인사들의 '갑질', '미투', '논문표절' 등 대형 의혹들이 연달아 불거지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정치는 종합예술의 집합체다. 수많은 이해 및 갈등 관계를 조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 단 하나의 법안이라도 그 법안을 통과시키고, 실제 행정에 작동하기까지의 과정도 수반한다. 이런 점에서 각 정당 내 각종 상설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비롯해 기초의원, 광역의원 등의 영역과 정당의 당직자, 의원실 보좌진으로 많은 경험을 쌓은 인재들의 발탁이 실제 정치 영역에서 작동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이들이 현장 정치를 통해 국민의 고단한 삶을 목도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각 정당들은 당내에서 육성된 인재들을 발탁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아울러 이제부터라도 당내 인적기반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을 통해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고 헌신할 인재들을 키워내야 한다. 국민의힘도 인재영입위원회를, 더불어민주당도 인재위원회를 꾸렸다. 인재영입이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못지않게 내부에서 치열하게 성장한 인사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수 있지 않을까.

2023-11-15 16:22:35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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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인정보 유출'과 방지대책

"이해도 안되고, 양도 많아서 그냥 덮어뒀어." 부모님은 법원에서 내앞으로 무언가 보내왔다면서 뜯겨진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무거운 서류 무게만큼 내가 잘못한 것이 있었던가 생각하던 찰나 문득 11년전 사건이 떠올랐다. KT홈페이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사고 였다. 2012년 KT는 2월부터 7월까지 모 IT업체 직원으로부터 홈페이지를 해킹당했다. 이로 인해 고객의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1000만건이 유출됐다. 당시 대학생이던 기자는 법무법인을 통해 소를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한 것만 보고 사건을 잊었다. 왜 잊었는지 되짚어 보자면 우선 먹고사느라 바빴고, 위자료 여부를 떠나 잘못한 것을 잘못됐다고 확인받았다면 결론은 당연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재판이 정반대로 흘러갔다. KT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법원은 "KT가 개인정보 유출방지에 관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KT의 정보 유출에는 책임은 있지만, 당시의 정보보안 기술수준으로는 KT의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근데 이 같은 결론은 현 시점에서만 봐야만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아닌가. 당시 기업은 최선의 정보 보안 기술을 토대로 상품을 판매했고, 소비자는 이를 보고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그 기술 수준이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선 낮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들의 보안기술을 믿고 개인정보를 제공했기에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10여년간 끌어온 대법원의 판결이 아쉬운 이유는, 나의 판결도 같을 것이라는 생각보다 이로인해 개인정보보호에 안일한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정보보호 실태조사를 보면 개인정보 유출요인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답은 '관리 실수로 인한 유출'이었다. 범죄기술은 늘 기존의 기술보다 한발 빠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안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로, 소비자들은 하루에도 여러개의 리딩방 문자, 피싱사기 문자를 받는다. 향후에는 유출된 개인정보에 챗GPT를 더한 피싱도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눈가리고 아웅아닌 실질적 대책, 법안, 판례가 필요한 때다.

2023-11-14 16:49:35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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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민에게 붙은 빈대는 누구인가

필자는 웬만해선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겪은 억울한 경험(?) 때문이다. 분명 전날 밤새서 숙제를 했는데 가방에 수학책이 보이지 않았다. 과제 검사 시간에 "숙제를 했는데 안 가져왔다"고 털어놓았다. 선생은 "우리 집에 황금 송아지가 3마리가 있다"며 "이 말이 믿겨지냐"고 물었다. 필자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선생은 "지금 네가 한 말이 이처럼 허황되다"며 매타작을 했다. 이때의 일이 가슴에 사무쳐 그 후론 집에 뭘 놓고 오거나, 어디에 뭘 두고 오는 일이 없어졌다. 최근 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빈대 제로 도시 프로젝트 전문가 간담회'에서 빈대 대처와 관련해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며 그때 왜 선생이 봐주지 않고 가차없이 매질을 했는지 알게 됐다. 선생은 '말은 됐고, 결과로 증명하라'는 깨달음을 준 것이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빈대 제로 도시 프로젝트 전문가 간담회'에서 오 시장은 "지난 10월24일로 기억된다. 서울시 전 부서에 선제 대응을 지시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국내 언론에 빈대가 출몰했다는 기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직전이었다"며 "외신 기사를 보면서 '(빈대가) 한번 퍼지면 그다음 단계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방법이 없겠다' 하는 위기의식을 느꼈던 거다. 그래서 매우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던 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선제적인 대응을 지시했으면, 서울에서 빈대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지난 8일 오픈한 '서울시 빈대발생 신고센터'에 온라인으로 접수된 신고 건수는 현재까지 총 18건에 달한다. 신고자 거주지(주소지)도 강남·강북·강서·관악·광진·금천·도봉·동대문·동작·마포·서대문·용산·은평·중랑·중구로 다양하다. 오늘(13일) 오후 2시까지는 6건의 신고가 추가로 들어왔다. 시가 빈대 현황을 '유일하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온라인 신고센터만 이 정도이니, 여기에 각 자치구 보건소와 다산콜센터 등에 접수된 것까지 합치면 실제 신고 건수는 이를 훨씬 웃돌 터.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빈대가 무서워 자리가 나도 앉지 않는데, 9일 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은 '오세훈 시장, 빈대 제로 도시 서울 선언'이었다. 이런 '선언'은 서울의 412개 지하철 열차, 3600개칸을 전수 조사했는데 빈대가 나오지 않았다던가, 서울시내 쪽방촌·고시원 등 빈대 발생 가능 시설을 전부 점검했는데 빈대가 없었다는 '증거 자료'를 들이밀며 하는 게 맞지 않나.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됐는데 빈대가 두려워 벌벌 떨며 지하철을 타야 하는 서울시민들이 딱하고 안됐다. 시는 빈대가 서식할 수 있는 직물 의자를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재질 등으로 바꾼다고 했다. 이 말 또한 믿기 어렵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화재에 취약한 천의자를 전부 스테인리스로 교체한다고 했던 시가 아니던가. 이 약속은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체 좌석 가운데 58%가 여전히 직물 의자다. 빈대부터 쥐까지 지하철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데 서울시는 공사 노조와 안전인력 감축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시민에게 붙은 빈대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2023-11-13 15:52:4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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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도체 리더십 다시 잡아야

반도체 업계가 새 시대로 돌입한다. 금속 산화막 반도체, 모스펫(MOSFET)이 현대 반도체 표준처럼 자리잡은 이후에는 공정을 어떻게 미세화하는지만 중요했다. 그러나 더이상 미세화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만 발전할 수 있게 됐다.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오랜 기간 압도적인 기술로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주장도 여기에서 나온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일찌감치 미세 공정 대신 패키징으로 눈을 돌린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HBM 경쟁은 새로운 시대 서막과 같은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여전히 더 작고 빠른 D램을 만들고 있지만, 더 쌓아올렸다는 SK하이닉스에 수주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삼성전자와 경쟁 구도를 부담스러워하던 SK하이닉스도 이제는 자신있게 점유율 50%를 외치고 있다. 당장은 한국 기업들간 선의의 경쟁이지만, 국가 경쟁으로 보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TSMC는 물론 인텔과 마이크론까지 전세계 곳곳에 패키징 거점을 만들면서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나 마이크론은 EUV를 뒤늦게 도입한 대신 한 발 먼저 3D D램 등 차차세대 기술을 겨냥해 역전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가 그냥 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약점을 파악하고 패키징 부문인 AVP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내부적으로도 하이브리드 본딩은 물론 4F 스퀘어 등 아예 새로운 구조도 연구 과제에 올리고 초격차 사수를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생태계를 확대하며 턴키 방식 수주를 앞세웠다. 그러나 예전만큼 혁신적인 조치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자신감이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반도체가 삼성전자 시작과 끝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개혁 노력이 재개되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인재 유출도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뉴삼성 선언도, 국가적 지원도, 국민적 격려도 절실하다. 파운드리 공정 수율에 성능이 좌우된다는 등 말도 안되는 소문들도 현장에 힘을 빠지게 한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

2023-11-12 14:14:58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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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마을금고, 비단옷 입고 고향 가길

최근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비리가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시의 한 금고직원은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시의 한 금고는 부실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 회장이 사임서를 제출한 지 한달이 지나지 않은 만큼 실망감은 배가 된다. 대학생시절 여름방학이면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경상남도 산청군으로 내려갔다. 숙식이 가능한 펜션에서 한 두달 아르바이트 하면서 용돈을 벌었다. 당시 마을에서 사귄 어른들과 매년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취직을 하고 금융부에 배치받았다고 하니 제일 먼저 새마을금고 이야기를 꺼냈다. 새마을금고는 산청의 자랑이라고 했다. 근래 고향 민심이 뒤바뀐 모양새다. 새마을금고에 관해 물으니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역의 자랑이 어느새 '비리의 온상'이 돼버렸다고 역정을 냈다. 옛말에 '비단옷 입고 고향 간다'는 말이 있다. 고향을 떠난 사람이 성공해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대로 고향에 가면 외면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새마을금고가 민심을 찾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두 가지 과제를 잡음 없이 마쳐야 한다. 우선 경영혁신위원회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8월 경영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7월 뱅크런 사태 이후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요구되는 만큼 내부통제방안, 지배구조 혁신, 예금자 보호 강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등장해야한다. 중앙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경영혁신위원회는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오는 17일 최종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한가지는 내달 치러지는 차기 중앙회장 선거다. 새마을금고 출범 60주년만에 치러지는 직선제 선거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유력 후보군의 윤곽은 아직이지만 업계에서는 김인 회장 직무대행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간혹 사람들은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미화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지금 새마을금고에 필요한 것은 공정한 과정에 입각한 결과다. 조합원과 시민들로 하여금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신뢰회복만이 새마을금고 역사관이 있는 고향 사람들의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2023-11-09 08:30:20 김정산 기자
[기자수첩] LFP, 비싸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의 화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생산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주력은 '비싸지만 오래 멀리 가는 배터리', 즉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였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의 판도가 빠른 속도로 LFP로 옮겨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른바 'LFP 대세론'은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구축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NCM 배터리가 탑재된 고가의 전기차에 대한 소비 심리는 위축됐지만 LFP 배터리로 가는 중저가 전기차 시장은 활발한 거래가 진행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테슬라, KG모빌리티, 국내 완성차업체들까지 중국산 LFP 물량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해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로 늘었으며 2030년 40%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결국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던 배터리 제조사들도 중저가 시장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LFP 배터리를 앞다퉈 빠르게 생산하겠다'고 나선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너도 나도 개발에 나서는 LFP의 장점은 명확하다. NCM보다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지만 제품 가격이 저렴하고 그 단점마저 기술 개발로 점차 보완되고 있다. 게다가 충전 인프라까지 개선되면 가성비 높은 LFP 배터리의 인기는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LFP는 결코 싸지 않다. 여기에는 재활용 가격이 빠져있다. LFP 배터리는 다른 종류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철과 인의 비중이 높다. 그렇다 보니 재활용도 어렵고 경제적으로 재활용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NCM 배터리는 비싼 대신 그 안에 다량 포함돼 있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부가가치 원료가 재활용이 가능해 폐배터리 조차도 수익원으로 각광 받는 중이다. 반면 LFP 배터리는 환경 처리 비용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재활용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현시점에서는 LFP 전기차가 폐차되면 배터리는 그대로 땅에 묻힌다.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지만 그조차도 한계는 명확하다. 전기차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다른 환경오염을 야기하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한 때다.

2023-11-07 18:25:27 허정윤 기자
[기자수첩] 부동산 거래절벽

최근 고금리 지속과 정부의 대출 조이기 등이 아파트 매매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저렴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 수준까지 오르면서 주택 매수세도 위축된 것.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아파트 매매건수(6일 기준)는 1533건으로 9월(3361건) 대비 반토막 이상 줄었다. 매매거래 신고 기한(30일)이 아직 남아 있지만,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3000건대 진입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인 거래량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파트 매물은 8만건에 육박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3일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8만452건으로 집계되면서 2020년 10월 집계 이래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매수자들의 관망세로 매매 물건이 쌓여 부동산 시장의 '숨고르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거래 공백으로 인한 나비효과로 부동산 공인중개업은 불황을 겪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의 대출 제한과 고금리 등으로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인기는 하락세다. 오는 28일 실시되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응시자 수는 29만2993명으로, 전년(38만7705명) 대비 24%(9만4712명)나 줄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누적 폐업 사무실은 1만586곳, 휴업은 1028곳이다. 같은 기간 개업 사무실은 9611곳으로 폐·휴업 사무실보다 2003곳 부족하다. 개업자와 폐·휴업자가 역전된 것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올해 연말 8%를 넘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위축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완화책은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를 사상 최대치로 경신시켰다. 정부는 뒤늦게 특례보금자리론을 사실상 중단시켜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여전하다.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나선 만큼 매수심리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줏대 없는 정책이 시장의 혼선을 주면서 실수요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

2023-11-06 14:49:22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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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택시가 쏘아올린 카카오 위기

최근 카카오택시의 독과점 문제와 관련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리스크 여파에 이어 대통령이 카카오택시 공개 저격에 나서면서 여론 악화에 방점을 찍은 것. 이에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를 비롯한 계열사 주가가 연일 추락하며 개미무덤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은 것이라 부도덕하고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참석한 장관들에게 "저는 법을 공부한 사람이다. (제재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안 된다"며 "이건 아주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우리가 조치 방안을 마련해주시라"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현재 카카오택시의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당국의 표적이 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도 휩싸여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질 매출이 운임의 3~4%에 불과하지만 이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도 올해 2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257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서비스에가입한 택시가 우티·타다 등 다른 플랫폼과 가맹을 맺으면 배차 콜을 끊는 등 '콜 차단'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카카오택시 사업은 그룹의 황금알에서 '계륵'으로 변모하고 있다. 2년 전 닥친 카카오의 위기에도 카카오택시가 중심에 있었다.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의 가격인상이 택시요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불만이 커진 것. 영세사업자와 서민경제가 얽혀있는 만큼 민감도가 높다는 점도 한몫한다. 문제는 카카오가 지난 10여년 동안 급격히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준법시스템과 경영진의 의식 등이 기초체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형은 급격히 성장했지만, 내부 시스템은 스타트업 수준에 머물면서 대형 위기를 불러왔다. 특히 카카오 사업 분야는 골목상권 침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준법경영을 중시해야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카카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준법경영을 감시할 기구를 마련하고, 진정한 대기업 수준의 내실을 다져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건강한 기업으로 탈바꿈 하기를 기대해본다. /구남영기자 koogija_tea@metroseoul.co.kr

2023-11-05 16:10:41 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