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하軍]군도 언론도, 제대로 짚지 못한 일그러진 군복
왼쪽은 기자가 2017년 12월 국방부 청사 내에 위치한 군복수거함을 찍은 사진이다. 비군사화 과정을 거친 군복만 수거돼야 하지만, 그 속엔 여성 속옷부터 활동복까지 다양하게 버려졌다. 오른쪽은 단체로 한국군 구형군복으로 맞춰입은 탈레반 병력들의 모습 편집=문형철 기자 최근 국내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군의 구형 전투복을 단체로 착용하고 있는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슈피겔과 스타TV 등 해외 언론들이 탈레반의 한국군 구형 전투복 착용을 보도한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들도 언론보다 한달여 빠르게 이 문제를 뜨겁게 다뤘다. 그런데 사실상 뒷북을 친국내 언론들의 보도는 방향성과 핵심마저 빠진 느낌이다. 대한민국은 '징병제 국가'임에도 군 당국과 언론이 군복의 의미와 가치 등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개구리복'은 없다 '3군 통합 전투복'일 뿐 언론들은 탈레반이 단체로 착용한 구형 전투복을 '개구리복'이라고 칭했다.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공식적으로는 '3군 통합 전투복'이라고 불린다. 위장 전투복의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군이 위장복 개발을 추진한 것은 베트남전쟁 전후다. 한국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시기에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하던 일명 '덕헌터 패턴'의 위장무늬의 영향을 받은 충정복이 공수부대 등에서 사용이 됐고,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시키는 '유신복'이 80년대 청와대 경호팀에 보급되기도 했다. 각군마다 난립하던 위장 전투복은 1980년 미국의 'ERDL 패턴'의 후신인 '우드랜드 패턴'이 등장하면서 통일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1981년 특전사는 미국의 우드랜드 패턴보다 짙은 색상의 '독사복'을 채택했고, 1990년부터는 3군 공통의 '통합 전투복'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한국형 우드랜드 패턴이 나왔다. 이 위장 패턴은 우리나라의 특징을 감안해 흑색 20%, 녹색 30%, 갈색 30%, 모래색 20%의 비율로 구성됐다. 2014년에 육·해·공군 전군에 화강암 디지털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3군 통합 전투복은 현역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군 당국과 언론이 군복에 명칭을 '개구리복'이라는 부정확한 이유를 쓴다는 것은 한국인들이 군복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군복을 '죽을 때 입는 수의', '군인의 명예와 자부심'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작업복 또는 밀리터리룩 정도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군복을 다루는 법령 올바르게 집행됐나? 전투복을 비롯한 군복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군인복제령'과 군복의 악용과 군수품 부정유출을 막기위해 제정된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군복단속법)'이 적용된다. 그렇지만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을 뿐더러, 이 법령들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전역하는 장병들이 군인복제령을 위반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전투임무 수행과 관계 없는 전투복 줄이기를 비롯해 규정에 허용되지 않는 표지장의 부착, 자격외 약장의 패용 등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군복은 맘대로 가지고 놀다 버리는 '쉬운 옷'으로 전락했다. 사병에게 부착이 허용되지 않는 병과 표지장의 부착하거나 폐지된 고시인성 컬러 부착물이 부착된 군복을 입고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와도 문제를 제기하는 현역간부를 보기 힘들다. 민원이 두렵기 때문이다. 예비군법에 '예비군의 복장은 군인복제령을 따른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모두 입을 다문다. 현장취재를 나온 기자에게는 돌연 장교 계급과 자격기장이 붙은 전투복을 지급하기도 한다. 해외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군복은 악용할 수 없도록 '비군사화' 과정을 거쳐 폐기해야 한다. 부착물을 제거하고 전투복을 예비군부대에 반납하거나 찢어서 버려야 하지만, 이런 교육이 이뤄진 것도 올해들어서다. 일부 언론들은 2014년 이후 군복단속복에서 제외된 3군 통합 전투복과 현용 전투복의 국외유출이 유사시 안보의 위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지나친 우려보다 보완책이 제시돼야 한다. 폐지된 군복이라 하더라도 자국군의 계급과 부대마크가 부착된 군복이 반군이나 테러집단에서 사용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자칫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을 살 수 있다. 때문에 군 당국은 그동안 느슨하게 적용해온 군인복제령과 군복단속법을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 예비군 훈련연차가 끝난 예비군의 군복은 반환금을 지급해서라도 회수해야 한다. 군복 자체의 유출보다, 유사시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는 개인피아식별장치와 피아식별전술훈련을 강화도 절실하다. 군과 언론이 군복을 바르게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