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기대감 살리는 반도체株...대형주 쏠림은 여전
올해 주식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대형주로의 '선택과 집중'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 내 반도체 의존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중소형주는 성장 기회를 확보하지 못한 채 뒤처지는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랠리가 본격화됐던 지난 5월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대형주 지수만 62% 상승하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56%)을 상회했다. 이외에 코스피 중형주 지수(33%)와 코스피 소형주 지수(13%)는 상승세의 절반, 혹은 그 이하의 성적에 그쳤다. 한국 경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숙제를 안고 간다. 주식시장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에 수혜가 집중되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병화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말 이후 SK하이닉스보다 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38개, 전체 상장사의 1% 수준"이라며 "주도주는 견고하고 집중화 현상은 심화된 가운데, 중소형 시장으로 강세장의 온기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조선, 방산 등 일부 주도 종목을 제외하면 저조하다는 평가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4000선을 회복하면서 연말 반등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달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이 다시 반도체 종목에 관심을 가지면서다.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완화적 정책 기대감, 엔비디아 측 인공지능(AI) 긍정 발언 등으로 상승세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관련 버블 논란은 전일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버블은 없다", "10년내 데이터센터 3~4조달러로 성장", "차세대 루빈 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과 같은 긍정적 코멘트를 남기면서 일축됐다"며 "다만 현재 시장은 실제 숫자(실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되는 종목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되면서 숫자로의 증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달 주가가 잠시 주춤한 점도 진입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19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192%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디램(DRAM)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D램 영업이익률 성장과 큰 폭의 낸드(NAND)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원 연구원은 "특히 HBM4 샘플을 빅테크 업체들에게 이미 제출 완료한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공정 단계의 특별한 품질 이슈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HBM4의 연내 승인 가능성이 확대됐다"며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하며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영업이익인 15조원을 상회하는 '깜짝 실적'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한국 자본시장이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은 국내 경제가 수출 구조와 긴밀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수출도 지난해 동월 대비 8.4%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월별 역대 최대치 경신 흐름을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비중이 약 25%에 달하면서 반도체와 비반도체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의 호조에 따라 경제 상황이 크게 흔들리는 셈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반도체 편중이 발견됐다. 한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중간재 교역 비중을 기록하면서 수출국을 다양화시켰지만, 수출 품목은 반도체 쏠림이 심화된 것이다.중간재 수출 품목별 비중을 보면 D램·HBM 등 메모리(15.6%), 프로세서·컨트롤러(7.8%), 석유제품(7.5%) 순으로, 반도체 제품이 23% 이상을 차지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반도체를 선두로 한국 수출의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비반도체 품목의 수출 동력이 미약하게 유지되는 점은 수출 호조의 지속성을 저해한다"고 짚었다. 이어 "주도 품목에 쏠린 수출 환경과 비미국 수요를 지탱했던 누적된 금리인하 및 부양책 효과의 점진적 약화를 고려했을 때, 내년으로 가며 전체 수출의 완만한 둔화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