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에 속력내는 유통업계, 핵심은 "시니어·키즈"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1만9939명으로 1981년 월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처음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출산율이 지난해 역대 최저 출산율인 0.78명보다 더욱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저출산 속에서 오는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6%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인한 사회변화는 특히 실생활에 가장 밀접한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감소 등으로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유통업계는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는 생존전략에 나섰다. 특히 '시니어'와 '키즈'에 초점을 맞췄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로 청년층이 줄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골드키즈가 각광받는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실제 한명의 아이를 귀하게 키우자는 '골드키즈' 열풍에 아동복시장 규모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반려동물 시장도 급격한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같은 현상은 백화점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국내 아동복시장 규모는 2020년 912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16억원으로 31.75% 성장했다. 같은 해 국내 전체 패션시장이 40조3228억원에서 45조7789억원으로 약 13.5% 성장한 것과 비교했을 때 아동복 시장이 월등히 앞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3대 백화점인 신세계·롯데·현대의 지난해 아동용품 시장은 두 자릿수 급등했다. 특히 아동복 수입 명품 매출이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은 10% 증가했으며, 프리미엄 유모차 '부가부'와'스토케' 등 유아용품은 25%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의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7% 신장했고,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수입 아동 브랜드 매출이 15% 늘었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등을 중심으로 지방시·펜디·겐조 등 60여개 키즈 브랜드를 운영하고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베이비디올, 몽클레르앙팡, 버버리 칠드런, 겐조키즈, 펜디키즈,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봉통 등 해외 패션 아동복 브랜드를 선보인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도 지난달 28일 6층 아동전문관에 럭셔리 아동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월 압구정본점에 베이비 디올, 9월에는 판교점에 펜디 키즈 매장을 열었다. 오는 6월에는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을 연이어 유치한다. 이커머스 업계는 고령층의 이커머스 사용률이 증가함에 따라 시니어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에 속력을 내고있다.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도 실버타운인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도 진출하고나섰다. 각 사의 역량을 동원해 건강 관리 서비스 등 차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식품업계도 시니어 대상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케어푸드는 통상적으로 노인이나 환자 등 특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가도록 한 음식을 말하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면서 일반인 개인 건강 맞춤형 식단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원대에서 2020년 2조원대로 성장했다. 오는 2025년에는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매일유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케어푸드 사업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엠디웰아이엔씨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엠디웰아이엔씨는 매일홀딩스와 대웅제약이 환자식과 고령친화식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2007년 지분 50%씩 투자해 공동설립한 회사다. 매일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자회사 엠디웰아이엔씨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양수도 계약을 통해 매일유업 메디컬푸드사업부에서 기존 엠디웰아이엔씨 사업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매일유업은 환자식·고령친화식 제품의 B2B(기업간거래) 사업뿐만 아니라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케어푸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출범한 시니어 특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헬씨누리'를 통해 전국 노인복지시설, 요양시설, 요양병원 등 B2B 케어푸드 식자재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헬씨누리의 매출은 1년 전보다 29% 늘었다. 최근 5년간 매출은 연평균 25% 가량 성장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올해 식자재 유통 사업의 범위를 솔루션 영역으로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은 디자인밀 시니어 전문 브랜드 '풀스케어'를 통해 케어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목 넘김이 편한 연하식, 씹기 편한 연화식, 음료 및 영양 간식 등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 지난해 12월에는 풀스케어 연화식 제품 2종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고령친화우수식품'에 지정된 바 있다. 향후 연화식은 물론 소스류, 간식류, 음료류 등 다양한 형태의 카테고리로 제품군을 확장해 케어푸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일동후디스는 생애주기별 단백질 음료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2020년 중장년층 맞춤 전략의 일환으로 출시한 '하이뮨'은 현재 다양한 라인업으로 출시, 단백질 보충제 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하이뮨은 출시 첫해부터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듬해에는 누적 매출액 1300억원을 달성하며 단백질 시장 1위에 안착했다. 연세우유와 서울우유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저출생 기조에 흰우유 소비 자체가 감소하고 있지만, 아이에게 성분 좋은 우유를 먹이려는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모두 배앓이 없는 우유로 알려진 'A2 우유'를 선보였다. A2 우유는 A1·A2 단백질이 모두 들어있는 일반 우유와 달리 장내 배앓이 유발 물질을 만드는 A1 단백질을 제거, A2 단백질만 보유한다. 모유와 구조가 흡사해 소화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주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백화점뿐 아니라 식품군의 지형에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노년층에 맞춰진 케어시장이 부쩍늘었고 한 명만 낳고 잘키우자는 골드키즈족도 증가하면서 각 상품군도 대폭성장했다. 이에맞게 기업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하지만 인구는 줄어드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