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약&바이오포럼]6兆 오가노이드 시장 선점 '표준화'가 답이다
아직 태동기 상태인 전 세계 오가노이드(Organoid·장기유사체)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기 위해선 '표준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장기를 실험실에서 키워낸 것을 말한다. 그런 만큼 윤리적인 문제 등이 수반되는 예민한 분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아직 공인된 시험법이나 지침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국이 발빠르게 관련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표준화 작업 왜 필요한가 메트로신문·메트로경제가 25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KRX)에서 주최한 '2023 제약&바이오포럼'에 모인 오가노이드 전문가들은 표준화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오가노이드 기술 표준화라는 것은 어떤 오가노이드가 인체와 가장 유사하고 좋은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전 세계가 합의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모두가 합의한 기준·표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오가노이드의 상용화와 실용화에 가장 필요한 조건이지만, 아직까지 오가노이드의 품질과 관련한 기준이나 표준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여러 규제 기관들은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법률, 제도, 가이드라인 개발에 앞다퉈 착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표준화 작업이 시작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균관대학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산학연관 합동으로 '오가노이드 표준 연구회(OSI)'를 구성하고 '오가노이드 실용화를 위한 표준지침'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의 장기 가운데 간, 장, 신장, 심장, 뇌, 폐, 피부 등 7개 분야 오가노이드에 대한 지침을 마련한다. 식약처는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독성 평가법을 표준화하고, 표준화한 평가법을 OECD 국제공인 시험법에 등재할 계획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오가노이드 시장이 향후 4년내 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지만, 표준화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국내에서도 학계를 중심으로 오가노이드의 표준화 작업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이뤄야 선점한다 한국이 오가노이드 표준화를 먼저 이루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 성균관대학교 생명물리학과 안선주 교수는 이탈리아의 커피 산업을 예로 들었다. 이탈리아는 커피 원두가 생산하지도, 로스팅(커피 원두에 열을 가해 향과 맛을 끌어내는 과정)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1800년경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커피 머신을 선보였고, 로스팅 기법을 표준화해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로스팅 머신의 대부분은 이탈리아 제품이다. 특히 라떼와 카푸치노 등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 제조법도 모두 이탈리아에서 나왔을 정도로 커피 산업을 장악했다. 안 교수는 "국내 오가노이드 역시 개발에 필요한 세포와 시약, 분석장비 등을 모두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오가노이드의 제작 프로토콜이나, 최종단계에서 품질 평가 기법을 표준화해 주도해 나간다면 잠재적인 경제 효과가 무궁무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 검증을 위해서는 우선 오가노이드가 잘 만들어졌는지 구조와 크기, 세포의 생존성 등을 판단해야 한다. 이어 유전자 발현 기반 평가와 재현성 평가, 인체 장기와의 유사성 평가, 생체 내에서(in vivo) 체내 환경과 얼마나 유사한가와 같은 것들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고민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도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안 교수는 "현재 전 세계가 공통의 목표를 향해서 달리고 있다"며 "표준화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구들, 글로벌 전문가들과 함께 손을 잡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경기자 sei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