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제조업 포함 가능성↑…중복과세·조세분쟁 대비해야
OECD, 시장 소재지 과세권 강화 디지털세 '통합접근법' 제안
다국적 IT 기업 물론 소비자 대상 다국적 기업도 과세 대상 고려
국회 "韓 기업 중복과세 막고, 外 기업과의 조세분쟁 대비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Digital tax)' 납부 대상에 제조업을 포함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T) 기업과 제조업체 현황을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도 시행이 산업계에 미칠 파급력을 미리 예측·분석해 중복과세 피해 등을 최소화하고, 외국 기업과의 조세분쟁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8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글로벌 IT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한 국제적 과세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IT 기업의 국내 시장 상황과 매출·영업이익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고, 과세권 배분 협상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지털세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온라인·모바일 플랫폼(기반) 기업이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경제의 디지털화에 따라 마련했다.
현재 법인세는 고정사업장에만 부과한다. 하지만 사업 모델이 발전하면서 고정사업장은 더 이상 사업운영의 필수 요소가 아닌 실정이다.
기업의 이윤창출 기반은 전통적인 산업 경제 형태에서 디지털 경제 형태로 이동하는 추세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데이터와 사용자 참여도가 수익을 내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국경 없는 경제활동과 무형자산 투자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물리적 사업장이 없어도 디지털 안에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 과세제도가 경제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 국제적 과세제도는 기업의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위치한 국가에서 부과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는 고정사업장이 없어도 이윤을 내기 때문에 과세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2017년 기준 글로벌 제조기업은 23.2%의 평균실효세율을 적용받지만, 글로벌 디지털 기업은 9.5%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디지털세 도입은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과세불평등 문제해결과 함께 전세계적인 세수(세금수입) 부족 대안으로 나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물리적 사업장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기존 제도에 '주요 디지털 사업장' 개념을 추가해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U 지역 내에서 온라인 사업으로 700만유로가 넘는 수익을 창출하거나, 10만명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기업, 온라인 사업 계약이 3000건을 초과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최근 5년간 재정적자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프랑스·영국은 이같은 취지의 법안을 마련해 도입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미국계 글로벌 기업인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대상으로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한다는 취지로 이들 기업의 앞글자를 따 'GAFA세'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상위 글로벌 IT 기업이 대부분 자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디지털 서비스세 시행이 공정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까지 나섰다.
국가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OECD는 과세를 배분하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다만 과세배분 대상 기업을 디지털 기업에 한정하지 않고,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마케팅하는 '소비자 대상 사업'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한다는 방안이다. '통합접근법'이라고도 부른다. 이 경우 시장소재지 국가에서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무형 요소를 생산·수출하는 삼성·LG·현대차 등 한국 기업도 디지털세 부과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
OECD는 내년 1월 다자간 협의체 회의를 열고 합의한 장기적 해결책의 기본골격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전 세계 공통과세 기준을 '세계 주요 20개국(G20)'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힌국은 OECD 차원의 논의에 참여하면서 내년 있을 국제적 합의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국세청·한국조세재정연구원·기업으로 구성한 '민관(민간·관료) 태스트포스'를 운영하면서 OECD 안건이 국내에 미칠 영향과 세수효과 등을 분석·대응하겠단 구상이지만,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