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직격타 유통가, 계약재배로도 부족해 ESG위원회까지
지난해 6월 충북 충주시 신니면 원평마을에 떨어진 우박. 충주시는 우박과 집중호우로 사과, 복숭아, 고추, 담배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고 23일 밝혔다. /뉴시스 기후위기가 유통업계를 흔들고 있다. 이상 고온에 작물이 녹고 바다에서 양식하는 수산물도 집단 폐사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수많은 농축수산물이 일주일 전과 지금의 가격이 심한 경우 2배까지 차이나는 상황이다. 유통기업들은 전통적이면서도 절대 버릴 수 없는 매출처인 안정적인 농축수산물의 공급을 위해 노력 중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의 이상기후로 농축수산물의 가격과 수급이 안정되지 못하면서 유통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24일부터 봄을 맞은 제철과일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27일 기준 이마트는 설향딸기 500g은 7000원대에 판매하고 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1만6000원대까지 올랐다. 한달 사이 약 44% 수준으로 떨어졌다. 딸기 가격의 급등락은 이상기후와 관련 있다. 지난해 9월 내린 잦은 비와 10월까지 계속된 이상고온이 1월 전후 출하한 딸기 전반에 작황 불량을 가져왔다. 그러나 11월을 기점으로 기후가 안정되면서 중생종과 만생종 딸기의 작황이 안정돼 평년 가격으로 안정됐다. 지난해 기상 이변으로 피해를 입은 작물은 딸기뿐 아니다. 김, 미역과 같은 바다 양식 해조류와 우럭, 광어 등 어류, 심지어 닭, 돼지, 소 등 가축까지 모두 피해를 입어 가격 등락이 심했다. 1년에 걸쳐 이상 기후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에 일정 시기에 피해가 집중 되지 않고 12개월 전체가 피해시기에 포함된 탓이다. 지난달 3일 기상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펴낸 2021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평년기온은 13.3℃(평년 12.5℃)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높았고 연평균 누적 강수량은 1244.5㎜(평년 1193.2~1444.0㎜)로 30번째로 많았던 해를 기록했다. 1월부터 12월까지 예년과 다른 시기에 발생한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갑작스러운 강우량 증감세 등이 끊이지 않았다. 농업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 재해 주요 피해 상황은 단순 합계 87617.8ha(헥타르), 878.178㎢에 달한다. 해당 면적은 여의도 전체 면적의 190배 수준이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농진청은 지난 18일 올해 전국 4173개 농가, 39만517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져 60억~70억 마리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원인을 온난화 기후로 인한 기생충 발발과 꿀벌 면역력 약화로 인한 집단 폐사로 보고 있다. 꿀벌의 감소는 양봉업자뿐 아니라 농작물에까지 피해를 끼친다. 경상북도 성주군 참외하우스 5만여 동 중 4만여 동은 벌을 이용한 수분이 불가능해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계는 점점 더 잦은 농축수산물의 공급 불안정과 시세 급등락대처하기 위해 '계약재배'에 들어가는 중이다. 정부도 나섰다. 13일 해양수산부는 고흥미역다시마생산자연합회, 에이치엔노바텍과 해조류 계약 재배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최현호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이번 해조류 계약재배 양해각서 체결은 어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양식산업 활성화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재배는 생산자와 계약사업자가 미래에 생산될 농산물에 대해 사전계약에 따라 생산하고 수확물을 인도하며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또한 계약재배 방식이 농작물의 안정적인 판매를 통한 재배 농가 경영을 돕고 시장 수급과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장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 또한 기후 위기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 기간 중 몇몇 기업은 정관에 이사회 내 별도 위원회로 ESG위원회를 두는 안건을 상정했고 통과시켰다.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GS리테일 등이 해당한다. ESG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삽입하면 대표 이사가 변경돼도 정관 수정 전까지 필수적으로 ESG위원회를 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ESG위원회를 운영 중인데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생각"이라며 "농축수산물뿐 아니라 가공식품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후 위기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