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과 같은 훈련, 외국사례 공부해야...밀심산업 육성!
윤석열 정부들어 군 당국은 ‘싸워 이기는 군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말처럼 간단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병의 의무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됐고, 간부의 의무복무 기간 단축도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유사시 국가총동원령의 핵심인 예비전력에 대한 소집기간 등도 단축이 논의되는 실정이다. 즉, 꾸준하게 전투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양질의 교육훈련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 싸워 이기기 위한 훈련여건 및 숙달기간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군사훈련’을 ‘민간 사회체육적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동유럽에 분 ‘군사훈련 붐’ 지난 3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이 맞닿은 폴란드는 학교와 직장에 이르기까지 군사훈련을 준비하는 등 전쟁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 학교에서는 이르면 9월부터 체계적으로 군사 이론과 실전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폴란드 정부는 초등학교 8학년(한국의 중학생에 해당)부터 이론 수업을 실시하고, 9학년에게는 전술·실전 훈련을 가르칠 계획이다. 군사훈련에는 가상현실(VR)과 실제 사격훈련이 병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국유 송전회사 전력망공사(PSE)도 가을부터 업무 종료 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기사용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평화’와 ‘안전’에 젖어온 폴란드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사격술, 생존술, 전술 그리고 모의 전투훈련인 밀심(MIL-SIM)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동유럽 국가 중에 가장 먼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폴란드는 시민사회 전반의 의식이 빠르게 서유럽화 되어 갔지만, 군사안보의 상시적으로 준비하는 ‘상무정신(常武精神)’에도 눈을 떠가고 있는 셈이다. 폴란드는 동유럽에서 드믈게 군사 및 준군사, 그리고 아웃도어 분야 등에서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의류를 생산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폴란드 뿐만 아니라, 소련의 압제에 항거했던 체코 등 동유럽 전반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만, 규제를 풀어 국방과 경제를 잡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달 1일(현지시각) 대만에서 최근 크게 유행하는 ‘밀심’훈련을 보도했다. 밀심훈련은 6㎜플라스틱 BB탄을 발사시키는 ‘에어소프트건’을 이용해, 다양한 임무를 부여해 전술적으로 모의 전투를 벌리는 훈련이다. 6㎜플라스틱 BB탄을 사용하는 현대적 에어소프트건은 일본이 종주국으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전동모터의 힘으로 발사되는 ‘전동 에어소프트건’을 만들었다. 본래 일본과 한국이 관련산업의 1·2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한국은 시간이 흐를 수록 관련업계에 보수적인 잣대와 규제의 강화를 들이밀었다. 사실상 세계시장에서 스스로 퇴출되는 역행의 길을 걸은 것이다. 반면, 한국처럼 규제의 벽이 높았던 대만은 부족한 병력 자원확보를 ‘에어소프트건 산업’과 ‘밀심 동호회’지원이라는 우회적 통로로 찾게됐다. 현재 ‘에어소프트건’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의 밸런스를 잘 맞춘 제품들은 대부분 대만제품이다.대만 G&G사의 연매출은 한화로 1조 원이 넘는다. 한국의 에어소프트건 허용 위력은 0.2J(줄)로 밀심 경기에 쓰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대만의 경우 한국의 10배가 넘는 위력도 허용된다. 그럼에도 얼마 전 발생한 아베신조 전 일본 총리 저격살해와 같은 강력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군과 경찰이 제식총기를 대체 할 훈련용 총기가 없어 무게와 내구성이 크게 떨어지는 아동용 완구를 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업체의 기술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 부산 소재의 DAS사는 해외에 고가의 ‘전동 에어소프트건’을 수출하고 있고, 대전에 위치한 STS사는 이미 예비군훈련장에 납품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총기반동까지 재현된 K-2 소총을 ‘가스식 에어소프트건’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와 지원미비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정부가 ‘싸워 이기는 강한 군대’를 원한다면, 국민개병제의 원칙하에 시민의 건강증진과 레져산업 육성, 그리고 군의 전술적 발전이라는 3가지 측면을 고려한 ‘규제혁파’를 단행하지 않고서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