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인하 '충격'…대부업, 수익성악화-시장재편될 듯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몇 안되는 직원을 정리하고 나면 영업하기 힘들어 진다." 저축은행 간부 출신으로 서울 강남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해 온 박모 사장은 밤잠을 설친다. 한 때 잘나가던 그에게 2018년은 삶을 다시 설계해야할 고난의 해가 될게 뻔해서다. 대부업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이자율상한이 24.0%로 낮아지면 남는게 없는 장사를 해야해서다. 또 저금리시대가 끝나면서 조달 비용상승은 큰 부담이다.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빚 받기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박 사장은 고민 끝에 사업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1년 이내의 단기조달 자금으로 굴리는데 감당할 수준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주변 대부업체 중에서는 49%의 불법 이자를 받으면서라도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곳이 있지만 박 사장 처럼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곳도 적지 않다. 대부업계와 전문가들은 2018년엔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의 경우 등록증을 반납하고 불법 고금리 사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다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잠잠하던 불법 사채 피해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우려된다. ◆ 2018년 시장 음성화 우려, 서민들 '대출절벽'도 걱정 대부업계는 최고 이자율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음성화'를 꼽는다. 실제 개인 대부업자가 매년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회사 수는 2012년 말 1만895개에서 2016년말 8654개로 20.6% 감소했다. 한국기업평가 박광식 평가전문위원은 "법인 대부회사 수는 증가한 반면 개인 대부회사의 수는 감소했다"면서 "이는 이자율상한 인하로 이자수익이 감소하면서 조달 및 운영 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향유하지 못하는 영세 개인 대부회사 중심으로 수익부진에 따른 폐업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업 최고 이자율 인하를 앞두고 불법사채업자로 방향을 틀려는 이들이 적잖다"며 "대부업을 찾던 서민들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면 불법 사채라도 쓰려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수익성 보전을 위해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 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영업을 위한 자금조달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맞지 않아 대출심사 강화를 통해 부실대출을 최대한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회사 이용자 중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 비중은 76.7%(2016년 말 기준)에 달한다. 은행 등 제도권 대비 저신용자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부업계 상위 8개 대부회사의 수익성도 이자율상한 인하로 감소세사다. 대부자산이 확대되고 있는 산와대부,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리드코프, 태강대부, 조이크레디트대부 등 5개 대부회사의 합산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13년 10.3%에서 2016년 5.6%로 감소했다. 저축은행 인수로 수익성이 좋아진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미즈사랑(아프로파이낸셜대부 계열),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등 3개사(4.9%→5.7%)도 영업을 잘했다기 보다는 이자비용의 축소, 영업활동 축소에 따른 광고선전비, 중개수수료 등 비용절감 덕분이다. 대형사가 이런데 자기자본이 취약한 중소형사의 경우 내년 생존 여부가 더욱 불확실해질 게 뻔하다. ◆ 대형사 위주 재편 속도 붙을 듯 내년 2월 이자율 상한이 낮아지면 대형사 위주의 시장 재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중소형사들의 파이를 가져가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미즈사랑(아프로파이낸셜대부 계열), 웰컴크레디라인대부, 산와대부, 웰컴크레디라인대부, 리드코프, 태강대부, 조이크레디트대부 등은 몸짓을 키우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중소형사 몰락으로 대출 수요가 이들 업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 박 위원은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을 통한 외부조달 비중의 축소, 직접모집 및 기존 고객에 대한 대출 확대, 저신용 고객에 대한 대출 축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러한 대응방안은 대형 대부회사가 활용하기에 용이한 방안들로 대형 대부회사 중심으로 대부시장의 재편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정현 선임연구원은 "대부회사의 주요 여신 대상이 경기민감도가 높은 7~10등급의 저신용자임을 감안할 때, 경기침체 지속으로 보유자산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구조적 수익성의 저하 및 부실자산 확대는 규모의 경제 및 비용구조가 열위한 영세대부회사의 폐업을 증가시키고 대형대부회사를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시키는 등 업권 내 양극화 추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고 이자율이 인하된다는 측면에서 이자부담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 효과도 다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