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3조원 예산안 살펴보니…SOC 투자 늘리고, 복지 줄이고
20대 의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통과한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지원은 늘리고, 복지비용은 줄이는데 방점을 찍었다. 다만 복지는 여전히 전체 예산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내년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전망된다.
메트로신문은 11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분석했다.
◆복지 예산 줄였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율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당초 정부안 513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국회는 정부안 대비 9조1000억원을 감액한 대신 현안대응소요 중심으로 7조9000억원을 증액했다.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 기준 총지출(469조6000억원)보다 9.1%(42조7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3.8%)의 2배 이상이다. 증가 폭은 2년 연속 9%대를 기록했다. 올해(9.5%)에 이어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10.6%) 이후 최대치다.
내년도 예산은 ▲보건·복지·고용(180조5000억원) ▲일반·지방행정(79조원) ▲교육(72조6000억원) ▲국방(50조2000억원) ▲연구·개발(R&D·24조2000억원) ▲공공질서·안전(20조8000억원) ▲농림·수산·식품(21조5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23조7000억원) ▲SOC(23조2000억원) ▲환경(9조원) ▲문화·체육·관광(8조원) ▲외교·통일(5조5000억원) 등 12개 항목으로 나뉜다.
12개 분야 중 가장 많이 순감한 항목은 보건·복지·고용이다. 기존 181조6000억원에서 180조5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가량 줄었다. 또 산업·중소·에너지(23조9000억원→23조7000억원), 공공질서·안전(20조9000억원→20조8000억원), 외교·통일(5조5000억원→5조5000억원), 일반·지방행정(80조5000억원→79조원) 등도 삭감했다.
국회는 특히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114억원), 노인요양시설 확충(-563억원), 자활사업(-217억원) 등을 중심으로 예산을 줄였다. 또 취업성공패키지지원(-130억원), 사회보험사각지대해소(-139억원), 지역산업맞춤형일자리창출지원(-261억원)도 예산을 깎았다.
다만 복지 분야는 정부안 대비 일부 줄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12.1%라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SOC 투자 확대로 '경제활력·조기회복'…교육·안전 예산도 확대
국회는 이번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SOC 예산을 22조3000억원에서 23조2000억원으로 9000억원가량 증액했다. 또 농림·수산·식품(21조원→21조5000억원), 교육(72조5000억원→72조6000억원), 환경(8조8000억원→9조원), R&D(24조1000억원→24조2000억원), 문화·체육·관광(8조원→8조원) 등 예산도 늘렸다. 국방예산 50조2000억원은 정부안과 같다.
내년도 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산업·중소·에너지 분야가 26.4%, 환경 분야 21.8%, R&D 18%, SOC 17.6%로 가장 큰 축에 속했다.
특히 경제활력·조기회복 뒷받침을 위해 균형발전 프로젝트 조기추진(1786억원→1891억원)과 안성~구리 고속도로 확충(2501억원→2961억원) 등 국가 간선망 구축 예산을 정부안보다 늘렸다. 함양~울산 고속도로 건설(450억원),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200억원), 광주 ~강진 고속도로 건설(230억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200억원), 호남고속철도건설(광주~목포 480억원), 이천~문경 철도건설(297억원), 도담~영천 복선전철(480억원) 예산도 증액했다.
민생 개선을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은 1조1539억원에서 1조2414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난임시술비 지원단가는 최대 110만원으로 대폭 인상한다.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 단가를 월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7년 만에 2만원 인상하는데 2470억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과속·신호 위반 단속카메라와 신호등 설치에도 1100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농·어업 경쟁력 제고에도 나선다. 농·어업 재해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가 재보험금 지원을 기존 정부안 200억원에서 1193억원으로 늘렸다.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변화에 대비해 어촌 뉴딜 확대와 가축전염병 예방 등을 통한 농·어업 경쟁력도 키운다는 방침이다.
◆정부, 세출예산 70% 상반기 집행…신속 집행으로 경제 활성화
내년 총수입은 정부안 482조원 대비 2000억원 감소한 481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총수입 476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1.2%(5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내년 국가채무는 정부안 805조5000억원 대비 4000억원 감소한 805조2000억원이다.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39.8%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당초 정부안에선 72조1000억원이었지만, 최종적으로 6000억원 감소한 71조5000억원으로 바뀌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서 -3.5%로 줄어든 수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 2일)보다 8일이나 지나 국회를 통과했지만, 새 회계연도 개시 후 차질없이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1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2020년 예산 공고안·배정계획'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세출예산의 70% 이상을 상반기에 배정해 경제활력·조기회복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낸 수정·단일안이다.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측 의견 표명에서 "이의 없다"며 서둘러 매듭 지었다. 한국당의 반발과 물리적 시간 제약을 의식한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안부터 내년도 예산안까지 매번 국회에서 빠른 처리를 읍소했던 홍 부총리의 마음이 드러난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