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트 품은 '삼성' vs 칠러 키운 'LG'…냉각 시장 격돌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가 폭증하면서 산업용 냉난방공조(HVAC) 시장이 '차세대 인프라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은 M&A 중심의 외연 확장 전략으로, LG는 기술 내재화와 현지화 기반 성장 전략으로 'AI 냉각'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19일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은 2024년 3016억달러(약 407조2000억원)에서 2034년 5454억달러(약 736조3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냉각을 포함한 산업용 중앙공조 부문은 연평균 8% 이상 성장해 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유럽 최대 HVAC 기업 플렉트그룹을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산업용 냉난방공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플렉트그룹은 액체 냉각장치(CDU), 고효율 열교환기, 빌딩 통합제어 기술에 강점이 있는 유럽 대표 공조 전문기업으로, 고성능 GPU 서버가 사용되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 등 고발열 시설에 최적화된 냉각 솔루션을 제공해 왔다. 삼성전자는 플렉트의 기술력에 자사의 스마트싱스 기반 통합 제어 플랫폼을 결합해 냉각부터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고도화된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삼성SDI의 무정전 전원장치(UPS),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과 연계해 AI 인프라 중심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북미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 HVAC 강자인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중동·동남아 지역에선 '에어솔루션 데이' 등을 통한 현지 맞춤형 B2B 수주 활동도 진행 중이다. 반면 LG전자는 일찌감치 냉난방공조를 전략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2011년 LS엠트론 공조사업부를 인수한 뒤 초대형 칠러, 상업·산업용 시스템에어컨, 빌딩관리솔루션(BMS) 등 전 라인업을 갖추며 기술 내재화에 집중해 왔다. 대표적인 대용량 제품인 터보 칠러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글로벌 5위권의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말에는 공조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에너지솔루션(ES)사업본부로 독립시키며 사업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AI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칠러를 비롯해 CDU 솔루션, 고효율 히트펌프, 친환경 냉매 적용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중심으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현지화 전략도 공고히 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공조 전용 공장에서 상업용 HVAC 제품을 양산 중이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에어솔루션 연구소, 노르웨이 오슬로에는 히트펌프 기술 컨소시엄을 각각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와 동남아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시스템을 공급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빅테크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만나 MS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데이터센터용 액체냉각 솔루션(CDU)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글로벌 고객사의 AI 데이터센터에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