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우디 '경제외교'…사업 협력·MOU 46건 체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적극적인 경제(세일즈)외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해 양국 경제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미래 새로운 파트너십을 위한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는 한국의 건설 기업이 사우디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중동에 처음 진출한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해"라면서 "도로, 항만, 정유시설 할 것 없이 이제 사우디 어디를 가나 양국 기업의 땀과 열정이 깃든 시설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안정적인 원유 공급은 대한민국이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데 튼튼한 초석이 됐다"며 "사우디와 함께 한 역사가 곧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인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양국 경제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이제 대한민국과 사우디는 각각 아시아와 중동을 대표하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협력관계를 이뤄냈다"면서 "이제 양국 간 협력관계도 원유, 건설 협력을 넘어 제조업, 스마트 인프라, 청정에너지 등 비전 2030 관련된 전 분야로 파트너십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우디가 손을 잡으면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미 제조업을 시작으로 양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자원재활용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양국 기업 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했다. 또, "양국 기업이 합의한 블루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와 수소 모빌리티 협력사업은 본격적인 수소 협력의 서막에 불과하다"며 "양국 정부가 합의한 수소 오아시스 이니셔티브는 청정수소의 밸류체인 전 분야에 걸쳐 양국기업 간 협력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사우디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 국가로 도약하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사우디가 함께 써내려 갈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은 바로 이 자리에 계신 경제인 여러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투자포럼이 양국 경제인들의 우정을 더욱 심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아랍어로 '매우 감사하다'는 "슈크란 자질란"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방문에는 130개사 기업 대표 등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으며, 양국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을 통해 양국 기업 간 사업 협력과 업무협약(MOU) 등 총 46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이번에 체결된 사업 협력 계약 및 MOU는 에너지·전력 7건, 인프라·플랜트 8건, 첨단산업·제조업 19건, 신산업 10건, 기타 2건 등이다. 한-사우디 투자포럼의 중점협력 분야는 첨단산업·제조업, 신산업, 청정수소 개발 등으로 양국 협력 관계를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으로 전환하는 양국 기업 간 협력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투자포럼을 계기로 현대차가 사우디 국부펀드와 약 4억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합작 투자로 자동차 조립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계약이 체결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현지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 "킹압둘라 경제단지에 건설되는 이 자동차 공장은 2026년부터 연간 5만대의 전기차와 내연차를 양산하게 된다"며 "이는 우리의 중동 내 첫 전기차 생산기지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이 자동차 공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할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자동차 공장에 조선업과 관련한 협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 전기차와 선박을 함께 만들고 제3국도 공동으로 진출하는 첨단 제조업 파트너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 부문은 이날 MOU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이미 HD한국조선해양과 아람코가 합작투자를 통해 사우디 최대규모 조선소와 선박엔진 공장을, 두산에너빌리티와 사우디의 아람코, 두수르는 조선소 인근에 주·단조 공장도 함께 건설 중이다. 이날 투자포럼에서는 디지털, 의료, 로봇, 스마트팜, 관광, 뷰티 등 신산업 분야의 협력 MOU가 10건 체결됐다. 특히, 스타트업 중 주방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웨이브라이프 스타일테크는 사우디 식음료 업체와 50억원 규모의 주방 로봇 기술 공급 MOU를 맺었고, 농심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포피트는 사우디 농산물 재배 유통 업체인 사우디 그린하우스와, 넥스트온은 나이달 그룹과 MOU를 맺었다. 최 수석은 "이번 윤 대통령 국빈방문 계기의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체결된 MOU들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기업들과 함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구체적인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