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호] '야권 재편'…중도·보수 결합하나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하는 모습. /뉴시스 올해 4월 재·보궐선거, 내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야권 단일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야권이 단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시금 여의도 정치권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반문연대'(反문재인 연대) 깃발 아래 야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연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출마선언에서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궐선거 후보에 출마한 이유를 '정권교체를 위한 희생'라고 말했다. 올해 재·보궐선거 결과가 내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만큼 '보수야권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른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안 대표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고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권교체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권 세력과 연대와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안 대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어떤 분이라도 만나서 연대와 협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주장한 '반문연대' 깃발에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야권은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기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이견은 없다. 보수야권 표심이 갈라질 경우 여권에 패배할 것이라는 우려도 '반문연대' 깃발로 모이는 이유로 꼽힌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28. photo@newsis.com 문제는 방식이다. 하나로 뭉치는 것에 찬성하더라도 방식에 동의할 수 없으면 뭉치기 어렵다. 보수야권 내부에서 나오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아래 하나로 모이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보수야권이 소수인 만큼 큰 물에 하나로 모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 방식은 국민의힘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창당이다. 현재 정당 체제가 아닌 새로운 틀 아래에 모이자는 논리다. 이는 정당 밖에 있는 인사들까지 하나로 모으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이를 가장 강조하는 정치인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출범한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이하 비상시국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정당 밖에서 야권을 통합하기 위한 조직에 참여한 것이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지난해 10월 SNS에 "다시 한번 보수우파 진영의 빅텐트 구축을 촉구한다"며 기존 보수세력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포함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허물어진 계기가 된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었다"며 "우리가 분열되어 있는 동안의 모든 선거에서 우리는 참패 했고 문재인 정권은 폭주하고 있다"고 현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이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진 것"이라며 "이제 탄핵은 모두 접어 두고 문재인 정권의 폭주 기관차를 막아야 할 때다. 비록 지금은 탄핵 찬성파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제는 모두가 탄핵의 언덕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 의원은 "지난 총선 때 통합은 탄핵 찬성파들끼리의 소통합에 불과했지만, 이젠 탄핵 반대파들도 받아들이는 대인정치(大人政治)를 할 때"라며 "더이상 내부에서조차도 관제 야당이었던 5공 하의 민한당이라는 자조의 말이 나오고, 민주당 주자로부터 국민의짐 당이라는 조롱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 하나 되는 보수·우파 빅텐트를 만들자. 그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정치세력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정치사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1987년 치른 13대 대통령선거다. 사진은 13대 대선 당시 후보로 출마한 노태우(민주정의당), 김영삼(통일민주당), 김대중(평화민주당) 후보 포스터. /사진 제공=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역사관 ◆'단일화=승리' 공식이 꼭 성공하진 않는다 특정 정치세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나로 모이지 않았을 때 패배한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1987년 12월 치른 13대 대선 결과다. 당시 후보는 노태우(민주정의당), 김영삼(통일민주당), 김대중(평화민주당) 등이었다. 사실상 여당 민주정의당과 야당 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이 맞붙는 대결이었다. 특히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노태우 후보를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군정 연장' 가능성이 대두된 시기였다. 이에 야권은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에 대한 단일화를 촉구했다. 야권 표를 하나로 모아 노태우에게 대항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야권 후보 단일화 요구는 당시 재야인사와 운동권뿐 아니라 시민들도 요구했다. 문제는 이들이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 결국 그해 대선은 여당인 민주정의당 후보 노태우가 승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득표율 결과는 노태우(36.64%), 김영삼(28.04%), 김대중(27.05%) 등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양김(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노태우에게 이길 수도 있었다. 물론 이는 가정일뿐이다. 이후 김영삼은 노태우(민주정의당)·김종필(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통해 14대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김대중은 15대 대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후보 단일화'로 야권이 이겼다. 당시 야당은 이슈가 된 '무상급식'을 비전으로 제시했고, 안철수·박원순 '후보 단일화'로 여당에 이길 수 있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50% 이상 지지율로 유력 주자인 안철수가 5%대 지지율의 박원순에게 후보를 양보한 것은 '아름다운 양보'로 포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일화=승리' 공식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깨졌다. 안철수는 문재인에게 범야권 단일후보를 양보했고, 선거운동까지 도와줬다. 이는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까지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해 대선 결과는 여당 후보인 박근혜에게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화=승리' 공식은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7대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 등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19대 대선에서 범여권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한 게 야권 후보인 문재인에게 패배한 원인은 아니었다. 2018년 보수계열 범야권이 자유한국당으로 뭉쳤음에도 지방선거 결과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올해 4월 치른 21대 총선 역시 보수계열 범야권이 미래통합당 깃발 아래 모였다. 하나된 힘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결과는 보수계열 범야권의 참패로 나타났다. 당시 보수계열 범야권은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인 만큼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음에도 여당에 이길 수 없었다. 오히려 '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목소리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위기 덕분에 정권 심판론이 통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