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대규모 세대교체 단행될 듯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국내 주요 그룹 임원들의 세대교체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등 40~50대 총수 시대를 맞은 그룹들이 연말 큰폭으로 인사와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총수가 바뀌었거나 복귀한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큰 폭의 조기 인사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새로운 총수 체제 확입과 신성장동력을 위한 조직 재편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그룹들은 '세대 교체'를 추진할 전망이다. 올해 연말인사의 최대 관심은 현대차그룹과 LG그룹 그리고 포스코그룹이다. ◆현대차·LG그룹·포스코 '새 술은 새 부대' 정몽구 회장을 보좌해 현대자동차그룹의 2인자로 떠오른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고(故)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회장, 세계 5위 철강기업 포스코의 새로운 수장 최정우 회장 등이 자신과 손발을 잘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을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신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 수석 부회장은 윤여철,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을 이끌며 위로는 정 회장을 보좌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정 수석 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차 투자 등 주요 경영 상황을 폭넓게 챙겼지만 이번 승진으로 정 회장에 이어 회사 경영을 이끌어갈 2인자로서 그룹경영 전반에 직접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올 연말 인사를 대폭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수석 부회장이 승진 후 미국 방문 등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라 실무를 맡고 있는 부사장급 이하에서 대폭 승진 인사가 예상된다. 또 젊은 리더로 소통을 강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와 미래차 먹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정 수석 부회장의 색깔이 반영될 경우 대규모 세대 교체도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30대 기업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각각 19.2년과 20.5년으로 1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기업 평균 근속연수가 10.7년이라는 점에서 두배 가까이 높다. 만 40세의 '젊은 총수'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사내 행사에 참석하기 보다 현안 파악과 새로운 사업을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LG그룹은 최고경영진과 임원을 대상으로 3, 5, 7, 10월 임원세미나를 개최했지만 구 회장 취임한 지난 6월 이후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LG그룹 인사는 오는 11월 말로 예상되고 있지만 다소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계열사별로 사업부장, 사업본부장, CEO 순으로 이어지는 연간 실적업무보고가 한창이다. 인사 시기는 다음 달 구 회장 주재의 사업보고회 이후가 될 전망이며 6인의 그룹 부회장을 포함한 대폭의 인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구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관련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4대 그룹 중 가장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LG그룹이 전사적으로 힘을 주고 있는 AI 사업 관련 조직개편과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 받는 모바일 사업부와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한 디스플레이 부문 인사도 관전 포인트다. 파격적인 영입인재도 가능하다는 게 LG 내부의 의견이다. 지난 7월 제9대 포스코 수장으로 취임한 최정우 회장도 연말에 대규모 조직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최 회장은 11월 초 취임 100일에 개혁 과제를 발표하고 이를 실행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 정기 임원인사를 매년 연초에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올 연말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이 인사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조직쇄신과 개혁을 위해 물갈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27일 공식 취임식을 갖은 뒤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철강 부문은 지속적으로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으로 강건히 해 나갈 것이라며 그룹사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올해 연말 조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K, '신성장동력 확보 집중' 삼성과 SK, 한화 등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크지 않을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업의 조직 개편 등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정기인사는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전략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큰 변화를 주는건 다소 무리가 있어 대규모 인사는 단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자동차 전장사업 등 '포스트 반도체' 발굴에 힘을 기울여 온 만큼 외부 인력 영입과 함께 조직개편 가능성이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실적 둔화로 인해 승진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부사장급 이하 임원을 중심으로 대폭 물갈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그룹에서은 오는 12월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임원과 직원 인사가 이뤄진다. 2016~2017년에 걸쳐 CEO 대부분을 젊은 인물로 채운 상황이어서 올해도 인사 수요는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SK은 'SK텔레콤 중간지주'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통신과 비통신의 균형을 위한 조직 구성, 그리고 최태원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공유 경제'를 보다 잘 실현하기 위한 조직 변화 등이 있을 수 있다. SK는 총수인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주요 경영진 상당수가 50대다. 한화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연말에 한꺼번에 인사를 단행하지 않고 수시 인사를 진행하고 있어 비교적 조용한 연말이 예상된다. 하지만 한화그룹도 김동관 전무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어 연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전무가 이끌고 있는 태양광사업을 향후 주력 사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주요계열사인 한화큐셀, 한화토탈, 한화지상방산 등 3곳의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