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코어로직' 꿈꾸는 자이랜드…임동준 대표 "뻥튀기된 부동산 가치평가가 문제"
#.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전세사기가 급증했다. 전세보증 사고액은 2023~2024년 2년간 9조원, 피해자는 무려 4만명에 달했다. #. 2023년 A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했다.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은 앞다투어 예금을 인출했다. #. 결혼을 앞둔 B씨는 서울에서의 집장만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출로 고민하는 사이 호가만 수천만원이 뛰면서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한 개인의 주택 매매부터 금융기관, 전 사회적 이슈까지 양상은 달랐지만 문제의 출발점은 같았다. 부동산의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점이다. 임동준(Ray Chetti) 자이랜드 대표(사진)는 메트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부동산 시장은 뒤처진 감정평가 시스템과 관련 법의 허점으로 지난 몇 년간 뱅크런과 과다대출, 전세사기 등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했다"며 "정확하고 투명한 가치평가가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이랜드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자동가치평가모델(AVM)을 통해 부동산 가치평가를 서비스하는 프롭테크(부동산 기술 스타트업)다. 사명 '자이'는 설명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XAI)이다. 자이의 가치평가 보고서를 보면 왜 이런 시세가 나왔는지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에서다. AVM은 주변 비슷한 매물의 실거래가를 비롯해 교통과 입지, 전용면적 등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부동산의 시장 가치를 추정한다. 먼저 이런 가치평가가 왜 필요한지를 들여다 봐야 한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면서 소비자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기준이 되는 시세는 호가 위주로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되는 일이 많았다. 정부 기관이 내놓은 시세도 정치적 영향력과 데이터 조작 시비로 신뢰를 잃었다. 프롭테크 업체들이 내놓은 부동산 플랫폼 역시 매물의 호가 위주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감정평가가 정확한지, 편향적인지 검증조차 할 수 없다. 임 대표는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이 제3자의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같은 금융기관에서 제공한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며 "부동산의 가치를 과대평가해 금융기관의 대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와 자이랜드의 AVM, 금융기관 제공 시세를 비교하는 테스트를 한 결과, 자이랜드의 정확도가 2배 이상 높았다. 금융기관 제공 시세는 실거래가보다 10% 이상 비쌌다. 자이랜드는 AVM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상세한 정확도와 오류율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임 대표는 "자이랜드 AVM은 전국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의 97%, 전국 단독주택 및 다가구주택의 약 90%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며 "비교 가능한 부동산 및 거래 동향, 경매 낙찰률 분석, 층별가격 분석, 시장 환경 분석 등을 제공해 사용자가 투자나 대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이랜드는 상업용부동산과 토지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에 대해 자동가치평가 모델을 적용 중이다. 최근에는 신축 주택에 대한 가치평가 모델을 개발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적용한다.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전문기업인 위펀딩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잔금 프로젝트다. 그는 "기존 고객들로부터 아파트나 빌라 등 신축 주택의 가치평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왔다"며 "새롭게 개발된 자이랜드의 AVM을 통해 1만2000세대의 신축 아파트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위펀딩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 보더 글로벌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를 B2C 플랫폼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12억원 안팎으로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미국이나 베트남 부동산 매물도 같이 볼 수 있는 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AVM 분야에서 선두업체를 꼽으라고 하면 하우스카나리아와 코어로직 등이다. 특히 코어로직은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국주택가격지수'를 제공하면서 미국 부동산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질로우와 트룰리아, 블랙나이트와 같은 기존 부동산 정보업체들도 AVM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임 대표는 한국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한국의 감정평가 산업은 오는 2029년엔 1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물론 한국인이 해외 부동산 거래 시장에 참여하는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