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업계 언제 해뜰까, 3Q 실적 시즌 임박…투자 재개도 관심
국내 전자 업계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올해 3분기 성적표를 발표한다. 전자 업계는 고유가와 고금리 등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적자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향후 투자 계획을 수정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5일부터 주요 전자 업체들이 잇따라 실적 발표를 진행한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25일, 삼성전기와 SK하이닉스가 26일, LG전자가 27일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주인 31일 오전 컨퍼런스콜을 연다. 전자업계는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반등 실마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전방 산업이 최악을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기업별로 회복 수준은 상이할 전망이다. ◆ 반도체 터널 끝 보인다 가장 관심이 높은 업종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만 15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3분기 실적으로 올해 안에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좋다. 미국 마이크론이 6월부터 8월까지 적자 규모를 전분기보다 16% 줄였다고 밝혔고, 대만 TSMC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수출도 99억달러로 1년간 최대치를 기록, 전년 동기보다도 13.6% 감소에 그쳤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하반기들어 상승세를 되찾았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전사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을 훌쩍 넘어섰다. 증권가가 보는 반도체 부문 영업적자 추정치는 2조~3조원대로, 전분기보다 1조원 이상 개선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도 1조원 중반대 영업적자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전분기(2조8821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든 것.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을 앞세워 적자를 크게 해소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증권 등은 D램 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했을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감산 기조도 이번 실적 발표 핵심이다. 메모리 시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산을 얼마나 지속할지에 따라 시장 회복 시기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보류했던 청주 M17 투자를 재개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HBM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라인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 최근 충청북도도 M17 투자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세트도 회복세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부문도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중국 시장 침체 등 악재가 남아있지만, 프리미엄 전략이 빛을 발하면서다. LG전자는 이미 깜짝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위기 속에서도 돋보이는 성과를 확인한 상태다.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을 크게 상회한 9967억원, 3분기 기준으로 역대 2번째로 높았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가전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을 주력으로 다양한 신가전을 출시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갔다는 것. 유럽에서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면서 냉난방 공조 B2B 비중 확대도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도 생활가전과 TV 등 사업부문에서 전년 대비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이 유효했던 데다가, 글로벌 공급망이 안정화하면서 비용도 줄었다는 이유다.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도 잘 팔렸다. 증권가에서 보는 MX사업부문 영업이익은 3조원 이상, 8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와 플립이 사전 판매에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수익성도 확대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사실은 악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9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20%로 1위를 지켰지만, 판매량으로는 13% 줄어들며 10년간 최저 수준이었다. TV 사업 실적도 성적표를 두고봐야하는 분위기다. 옴디아가 하반기 TV 판매량이 상반기보다 25%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경기 침체와 중국 저가형 TV 공세로 프리미엄 라인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에는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트렌드포스도 8K 해상도와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 부품 업계 아직 전자 부품 업계는 3분기에도 부정적인 분위기다. 전방산업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탓에 수요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영업이익 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줄어든 수치다. 주요 공급처였던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그렇다할 신모델을 출시하지 않았고, 판매량도 크게 저조했던 탓이다. 갤럭시Z폴드와 플립이 선전했지만, 판매량은 많지 않아 실제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LG이노텍 역시 2000억원대 영업이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당초 애플 아이폰15가 높은 판매량을보이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됐지만, 부품 수율 문제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확대됐다. LG디스플레이도 적자폭을 크게 줄이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15 출고 지연은 물론, OLED TV 패널 수요도 아직은 주춤하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나마 아이폰15 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선방을 예견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시장이 3분기에도 성장을 이어간데다가, 전장 부품 시장도 확대되고 있어서다. 당장 LG전자는 3분기에도 VS사업부문이 높은 실적을 이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1차 협력사로 선정될만큼 전장 카메라 부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4분기 전망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전방산업이 적게나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LG이노텍도 뒤늦게나마 아이폰15 효과를 볼 전망이다.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만큼, FCBGA 투자 성과와 추가 계획에도 관심이 높다. LG디스플레이가 오랜 적자 속 IT OLED 투자를 집행할지에 대한 질문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